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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 음반] 실력은 당연, 개성은 천차만별! 필청 작품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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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 같은 음반을 파헤쳐 가며, IZM이 올 한 해 꼭 기억해야 할 10장의 국내 앨범을 골랐다. (2022.12.16)


서로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설왕설래를 펼치는 치열한 연말 결산의 전쟁터. 이날도 어김없이 모두가 준비해온 총탄을 꺼내 드는 대격전이 펼쳐졌지만, 올해만큼은 유독 결산이 어려웠던 난전의 해로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실력은 당연, 개성마저 천차만별인 필자별 '필청 작품'이 물밀듯 쏟아져 나왔기 때문. 산더미 같은 음반을 파헤쳐 가며, IZM이 올 한 해 꼭 기억해야 할 10장의 국내 앨범을 골랐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태연 <INVU>

정열적인 사랑 혹은 이별의 회한처럼 게으르고 익숙한 시각 대신 복잡다단한 감정을 풀어가며 입체적으로 사랑을 표현한 앨범의 방향은 분명 빛을 발한다. 그에 걸맞은 신화적 내러티브나 오랜만에 내건 댄서블한 사운드로 성공적인 솔로 가수 커리어를 이어가는 타이틀곡 'INVU'까지 설계적으로 부족함이 없다.

그보다 괄목할 만한 부분은 가수의 성취다. 단일한 주제를 열세 개의 단편으로 나눈 옴니버스식 구성 역시 음반의 주인공이 태연이기에 가능하다. 싱글 '사계'와 솔로 2집 <Purpose>에서 이룩한 냉소적이고 예민한 감각은 'Siren'과 '어른아이'에서 발화하며, 1집 <My Voice>의 섬세하고 다정한 촉감은 '품'과 'Ending credit'에서 극대화되어 환희를 안겨준다. 특유의 집요함과 첨예한 해석으로 어떤 음악에서도 주연을 꿰찰 보컬리스트를 목도한다.  (정수민)




이오공(250) <뽕>

한 서린 구슬픈 탄식인가, 흥에 겨워 터져 나온 감탄사인가. '뽕'이라는 한 글자에는 차마 형언할 수 없는 한국인의 양가적인 애환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듯하다. 2017년, 그 고혹스러운 단어에 매료되어 남들과 다른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 인물이 있다. 이는 '뽕을 찾아서'라는 슬로건의 주인공 디제이 이오공(250)의 이야기이자, 그의 5년간의 여정을 정직하게 담아낸 탐험 일지 <뽕>의 탄생 일화다.

유행이 시시각각 바뀌는 사회와 단절하고 '뽕짝'의 선구자들과 직접 조우해 가며 고집스럽게 빚어낸 치밀한 복각 정신은 완성도의 비결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평범한 아카이브 자료나 역사책으로 바라본다면 곤란하다. 광범위한 비트 메이커 이력은 물론, 뉴진스 데뷔 앨범의 전담 프로듀서로 활동할 만큼 빼어난 그의 신세대적 감각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신구의 새로운 조합과 기존에 없던 21세기 '뽕'을 탄생시켰기 때문. 아스라이 가슴에 스며오는 오프너 '모든 것이 꿈이었네'부터, 향수를 시큰하게 자극하는 클로징 '휘날레'까지 가히 놀랍다. 시대성과 상징성, 작품성을 모두 쟁취한 45분이다.  (장준환)




세이수미 <The Last Thing Left>

세이수미의 노래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추억을 제공한다. 트왕 기타 소리와 서프 사운드, 1960년대 미국 개러지 록과 사이키델릭, 1980년대의 인디 록과 드림 팝이 버무려진 노래는 정작 멤버 자신들도 경험하지 못한 1960년대로 대중을 이끈다. 그 생경함은 신선하고, 밝고, 낭만적인 에너지를 소유한 채 21세기에도 통하는 소구력을 과시한다.

나른하고 몽환적인 'Now I say', 'Photo of you', 'Still here', 'The memory of the time'과 대칭을 이루는 나머지 6곡은 양지를 만들면서 음반의 균형을 맞춘다. 진짜배기 레트로를 제공한 <The Last Thing Left>는 아마추어 같은 프로페셔널 밴드가 2022년에 발표한 좋은 음반이다.  (소승근)




이현준 <번역 중 손실>

<쇼미더머니>가 돌아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러 스타가 탄생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는 짧은 편집과 함께 스쳐 가는 주변인이 되기 마련이다. 딥플로우가 이끄는 레이블 VMC가 주목받지 못한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보일링 프로젝트'의 수혜로 첫 번째 앨범 <Main Stream>을 발매했던 이현준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시리즈의 백미인 2차 예선까지 올라갔으나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3초'의 방송분으로 이현준의 한해를 정의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정규 음반 <번역 중 손실>을 통해 이뤄낸 결실은 그 '3초' 다음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앨범은 오류 없이 소통하는 데서 겪는 어려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와 자기혐오를 하나의 서사로 전달한다. 내러티브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의 마약 'Soma'와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사이버 펑크적 장치들은 전위적인 전자음의 사운드와 맞물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난해한 가사의 내용을 '손실' 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으나 해석은 각자의 몫. 쇼 프로그램의 60초 무대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44분의 스토리텔링이 국내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대표할만한 음반을 완성했다.  (백종권)




에이트레인(A.Train) <Private Pink>

어느 때보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보편적 통증이 되어 청자의 숨길을 조여온다. 가느다란 첼로 현에 의지해 위태롭게 삶과 마주한 아티스트의 시선은 내면의 낮은 곳으로 향했고, 이는 명백히 타인을 위로하기 위해 '나'를 용서하기로 결심한 용기다. 절벽에 매달린 그를 구출할 수 있는 것 또한 자신이기에. 가혹하지만 낭떠러지 주변에 날카롭게 돋아난 원죄를 밑바닥부터 밟아가며 천천히 꼭대기로 나아간다. 아스라한 반성으로 쌓아 올린 탑의 정상을.

어찌 주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떠한 치장 하나 없는 생생한 치부를 오롯이 드러내는 것을. 고통과 완전히 분리되고 싶어 스스로 둘러맸던 변명의 살갗 속 깊게 파묻은 상처를 굳이 파내는 에이트레인의 자학적인 순례가 숭고하다. <Private Pink>. 아픈 부위일수록 더 처절하게 해체해 결국 절망까지 걷어낸 그의 손끝에 덕지덕지 붙은 분홍색 살점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손기호)




브론즈 <Skyline>

1980년대 일본 경제 호황기의 풍부한 음악 자본이 보사노바와 재즈 퓨전을 흡수해 탄생한 시티팝은 세련된 사운드와 낭만적 분위기로 사랑받고 있다. 마니아들의 디깅으로부터 시작한 이 음악 스타일은 대중음악계 작은 화두가 되었고 빛과 소금, 김현철 등 '한국 시티팝' 원류(源流)의 아카이빙과 유키카와 죠지, 제인팝처럼 경험하지 못한 노스탤지아를 선사하는 21세기의 시티팝 뮤지션들의 조명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알앤비 뮤지션 기린이 세운 레이블 에잇볼타운의 프로듀서 브론즈는 정규 앨범 <East Shore>(2019)와 <Aquarium>(2020)으로 '시티팝 장인'의 예명을 얻었고 2022년의 여름을 채색한 <Skyline>이 '시티팝 트릴로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쫀득한 베이스와 이하이의 감각적 보컬이 빛나는 타이틀 곡 'Ondo'가 앨범의 정체성을 압축했고 오키나와 출신 보사노바 뮤지션 히야죠 아츠코(Atsuko Hiyajo)가 참여한 'Smooth flight'로 세련미를 구축했다. 보랏빛 도시 풍경의 <Skyline>은 역설적으로 시티팝의 명명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염동교) 




이승윤 <폐허가 된다 해도>

사람의 마음이 폐허가 될 때 그 속에서도 꽃은 피어날 수 있을까. 실존적 물음을 주제로 한 이승윤의 사고 실험이 퍽 괜찮은 노래가 되어 대중의 마음에 어떤 의지를 심는다. 그는 이상과 날카로운 현실 사이의 부조리를 용기 있게 직시하며, 이렇게 드러난 삶의 아이러니를 특유의 해학으로 풀어낸다. 직관의 미학이 패러다임이 된 대중음악 현장에서는 흔치 않은 방식의 서술이지만, 진지한 가사의 힘을 믿는 이승윤은 자신의 믿음을 뚝심 있게 고집한다.

마치 시인이 단어를 다루듯, 음악이 발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배치한 편곡이 곡에 담긴 메시지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쉬운 선율의 기타 리프가 도드라지는 '도킹'으로 앨범의 재생을 시작한 이들의 마음에 편하게 접속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폐허가 된다 해도'에서는 명상과 유사한 음악적 트랜스 상태를 유도하며 자아와 현상학적 타자를 연결한다. 이승윤의 음악에서 가사와 음악은 이처럼 아주 긴밀하다.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이 두 축의 유기적인 협업이 근사하다.  (김호현)




한정인 <Spells>

신선하다. 근래 찾아보기 힘든 어린아이와 같은 맑은 창법에 묘하게 어둡고 기이하게 신나는 곡들이 섞여 있는 음반은 단숨에 그의 이름 3글자를 주목하게 했다. 2011년 데뷔 이후 긴 시간 '코스모스 슈퍼스타'로 활동하고 올해 본명인 '한정인'으로 새 시작을 알린 그의 멋진 복귀 혹은 출발이다. 전자음을 중심으로 불안함, 슬픔 등의 감정을 노래하는가 하면 타이틀 'Wallflower'로는 짝사랑의 눅눅한 마음을 댄스 팝으로 녹여낸다. 

그러나 종잡을 수는 없다. 기조가 상승하는가 하면 이내 'Badluckballad', '차라리', 'Borderline'과 같은 곡으로 흐름을 끊어내는 식이다. 이 앨범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가. 몽롱한 사운드로 부유하는 첫 곡 'Extra'와 웅장하게 터지는 마지막 곡 '묵시록'까지 천천히 따라가 보길 권한다. 움트고, 지는 감정 속에서 그가 음반을 왜 주문들(Spells)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냈는지, 그 이유를 알아챘을 때 작품은 놀랍도록 새로운 주술이 되어 줄 것이다.  (박수진)




비투비 <Be Together>

작금의 K팝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앞세워 몸집을 불렸다지만 마음을 뒤흔드는 건 결국 목소리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보이그룹 비투비가 험난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본질을 항상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자 병역을 마치고 돌아와 선보인 4년 만의 완전체 앨범 <Be Together>는 꾸준히 지켜온 신념을 더욱 늠름하게 다듬는다. 주특기인 발라드가 작품 전반을 잔잔하게 매만지는 중에도 적당한 기교의 알앤비와 파워풀 록 트랙을 섞어 감흥을 돋우고, 전자음을 최대한 덜어낸 악기 운용까지 더해져 무르익은 음색에 편안히 녹아들게 된다.

자연스레 여섯 청년의 이야기에도 귀가 쏠린다. '목이 터지도록 널 부를게'라며 덤덤한 고백을 남기는 시작 '노래'부터 '너의 소리로 나를 불러줘'라고 참았던 그리움을 토해내는 마무리 'Encore'까지, 가수와 관객이 하나 되는 순간이 곧 우리이자 노래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가슴 벅찬 환희가 터진다. 현대 사회에 '함께'의 중요성을 새삼 재고하게 해준 슬로우 블루 멜로디, 두고두고 꺼내 듣게 될 뮤직캡슐이 또 하나 생겼다.  (정다열)




빛과 소금 <Here We Go>

디깅문화와 시티팝 순풍에 빛과 소금은 서둘러 돛을 달았다. 과거로부터 불어온 뉴트로가 <Here We Go>의 출정에 박차를 가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세기를 뛰어넘은 두 거장의 귀환은 결코 대세로의 편안한 편승이 아니다. 줄곧 숙성해왔던 '좋은 소리를 만들겠다'는 빛과 소금의 철학, 시간을 앞선 그들의 문법이 지금에서야 시대와 선명한 교차점을 그려낸다.

바람을 탄 '샴푸의 요정'의 재림과 함께 특유의 산뜻한 향취가 주위에 흩날린다. 1990년대 발라드풍 'Lost days', 아름다운 화음의 '필라마네'는 아련한 추억을 우려내고, 찬송가 '우리 모두에게'의 유려한 기타 솔로는 크리스천 밴드로서 신앙과 음악성 모두를 쟁취한다. 탐험가의 면모를 잃지 않고 랩을 삽입한 '오늘까지만'으로 죽지 않는 실험 정신을 과시하기까지. 가보자고! 제목의 외침처럼 두 거장의 활기찬 에너지가 온몸을 감싼다.  (손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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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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