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레이호우, 리호. 안녕이란 뜻의 ‘你好’를 표준 중국어(普通話, Mandarin Chinese)1, 광둥어, 타이완어로 읽은 것이다. 이 순서대로 감사하다는 뜻의 ‘多謝’를 읽을 경우, 둬세, 또제, 또샤라고 할 수 있다. 딱 봐도 전혀 다른 발음이다. 여기에 성조와 어휘, 문법 등을 따져본다면 아예 다른 언어라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서울말과 충청말, 경상말 정도의 차이가 아니다. 의사소통이 불가할 정도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 일례로 몇 달 전 문학 행사 통역 일을 제안받았다가 광둥어가 주된 언어라는 말에 바로 거절을 한 적이 있다. 20년 전에 광둥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초·중급 실력이라 통역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통역사를 찾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진심으로 걱정되었던 나머지 염려를 함께 담아 답장을 보냈었다. 한국에서 한-광, 광-한 통역이 가능한 이는, 심지어 문학 행사에서 통역을 맡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중국어’라고 칭하는 언어는 사실 표준 중국어를 의미하는데 표준 중국어는 학교, 공공기관, 미디어 등 공적인 영역에서 쓰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공적인 영역 안이라면 어디서든 표준 중국어가 통한다. 중국 내부뿐만 아니라 소위 화어권(華語圈)이라는 타이완,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지역마다 어휘나 표현의 차이는 당연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말이 아닌 글은 어떠할까?
니하오, 레이호우, 리호가 나타내는 글은 하나(你好)다. 둬세, 또제, 또샤도 마찬가지(多謝)이다. 기본적으로 중문(中文)2은 표준 중국어가 그러하듯 공적인 영역에서 통용이 된다. 아니, 어쩌면 말보다 더 확실하게 통하는 것이 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언어라고 하는 것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았을 때 말보다는 글이 체제의 중심에 더 가까우니까.
이는 출판 과정을 거쳐 독자들과 만나는 문학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초 어떤 한국 독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중문 소설 속 방언(方言, 사투리)을 우리말로 옮길 때 어떻게 하냐고. 놀랍게도 중문 소설에는 방언이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중문으로는 발화가 되어야만 방언이라는 걸 알 수 있달까. (여기서 또 중요한 건 한자가 표음문자가 아닌 표의문자라는 점이다.) 방언을 구사하는 인물은 소설 속에서 “동북식 억양을 구사하는”, “남방식 말투로”와 같은 부연 설명으로서 구현된다. 가끔 모두가 알고 있는 방언 속 어휘 혹은 표현으로 구현될 때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아주 제한적이다.3
그렇다면 자기 모어인 방언을 사용해서 글을 쓰는 작가는 정말로 없는 걸까?
있기는 있다. 워낙 소수인 데다가 널리 퍼지지 못해서 쉬이 알 수 없을 뿐. (희곡 작품은 장르 특성상 입말이 주를 이루기에 방언으로 창작된 걸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방언 특징이 강한 작품은 보통 중문 혹은 화문을 병기한다. 특히 중국 소설로는 나도 소문만 들었을 뿐 직접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자. 이는 한국 독자가 16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한 오늘날의 역사 소설을 펼친 것과 비슷하다. 독자가 기대한 건,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어휘 혹은 디테일한 묘사로 구현된 시대적 분위기일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당시 사회적 시스템과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고증에 맞게 구현되는 걸 테고. 그런데 막상 펼친 책의 문체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인 것이다. 16세기에서 타임슬립해서 온 독자이거나 원래부터 중세국어에 관심이 많은 독자, 즉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독자가 아니고서야 첫 장을 살펴보자마자 바로 책을 덮지 않을까.
그러니 창작을 직업으로 삼은 작가로서는 자기 모어를 택하는 것보다 좀 더 대중적인 언어를 택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중문 혹은 화문으로 글을 써도 잘 팔리지 않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기 글 속에 모어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작가들이 있다.
특히 타이완과 홍콩 작가 중 이러한 이들이 많다.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기 글에 모어를 담고자 했는지를 생각한다면,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독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책을 중간에 덮을 수가 없다.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지만, 마음으로는 서로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샹 저/김태성 역 | 민음사
계엄 시기에 타이완에서는 타이완어가 공적인 영역에서 쓰일 수 없었다. 당시 타이완에서 타이완어는 민중의 언어였고, 사회적 약자의 언어였으며 금기의 언어였다. 장자샹 작가는 타이완어가 자신의 모어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진학하고 교육을 받을수록 멀어지게 되는 현실에 의구심을 품었고, 타이완어를 공부하고자 대학원에 진학했다. 국가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2.28 사건에서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인 자이를 배경으로 한 소설 『밤의 신이 내려온다』는 타이완어로 쓰였다. 타이완 내에서도 타이완어를 할 줄 모르는 독자들이 많기에 독자층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데도 장자샹 작가는 타이완어로 글을 쓸 것을 택한 것이다. 장자샹 작가는 인디 밴드 좡카런의 보컬이기도 한데 좡콰런 또한 타이완어로 노래를 부르는 밴드다.
탐낌 저/우디 역 | 엘릭시르
자기가 쓰는 모어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장르 소설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소설가이자 극본가로 최근에는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있는 홍콩 작가 탐낌은 소셜 미디어에서 화문으로 글을 쓰지만 광둥어를 녹여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타이완에서 책을 출간하는 여러 홍콩 작가들은 소설에 주석을 달며 부연 설명을 해야 할지라도 광둥어 어휘를 넣거나 홍콩의 문화적 배경을 드러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1 혹은 화어(華語)라고 하기도 한다. 표준 중국어를 의미하는 보통화가 중국으로 한정되는 표현이라면, 화어는 말레이시아, 타이완, 싱가포르 등 사용 지역이 확장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언어가 쓰인다는 관점에서 아예 이러한 권역을 화어권(華語圈)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중화권’이라는 말이 중국 중심 혹은 한족 중심의 어휘라면, ‘화어권’은 사용되는 언어를 중심으로 한 어휘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양대 SF 어워드 중 하나인 성운상의 정식 이름은 ‘전구화어성운상(全球华语星云奖)’인데, 이 명칭 만으로도 전 세계에서 화어로 쓰인 작품이라면 (작가의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다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 혹은 화문(華文)이라고 하기도 한다. 화어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중국에서는 필획을 간략하게 만든 간체자(簡體字)가 쓰이고, 타이완이나 홍콩 등에서는 기존 한자와 같은 정체자(正體字)가 쓰인다. 정체자는 번체자(繁體字)라고 불리기도 한다.
3 우리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북한 사람 혹은 북한이탈주민과 관련된 콘텐츠에서 “간나 새끼”와도 같은 어휘를 활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아니면 충청도 사투리라는 걸 드러내기 위해 종결 어미로 “유”를 쓰거나.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밤의 신이 내려온다
출판사 | 민음사
쓰우 씨는 다 죽어야 한다
출판사 | 엘릭시르
김이삭
평범한 시민이자 소설가 그리고 번역가. 중화권 장르 소설과 웹소설, 희곡을 번역했으며 한중 작가 대담, 중국희곡 낭독 공연, 한국-타이완 연극 교류 등 국제 문화 교류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한성부, 달 밝은 밤에』, 『감찰무녀전』,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 등이, 역서로는 『여신 뷔페』, 『다시, 몸으로』 등이 있다. 홍콩 영화와 중국 드라마, 타이완 가수를 덕질하다 덕업일치를 위해 대학에 진학했으며 서강대에서 중국문화와 신문방송을, 동 대학원에서는 중국희곡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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