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rijetolman.nl
볼로냐 라가치상, 네덜란드 황금붓상 수상 작가 마레이어 톨만의 신작 그림책이다. 지금까지 출간한 그림책들을 통해 ‘자연주의 세계관’을 분명하게 드러냈던 마레이어 톨만은 이번 작품에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본다. 환경을 정화하기 위해 날마다 쓰레기를 줍는 이갈루스 이야기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모두가 자연과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번 작품 『숲을 지키는 고슴도치 이갈루스』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이갈루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포세이돈처럼 삼지창을 든 작은 고슴도치예요. 포세이돈이 바다를 지킨다면, 이갈루스는 매일 자신의 가시 박힌 등에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자연을 돌보는 작은 영웅이지요. 이갈루스는 모두가 ‘빨리빨리’ 살아가는 분주한 세상 속에서도 자연의 리듬에 따라 천천히 숲을 즐기고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는 존재예요. 이번 작품에는 독자들이 이갈루스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모든 생명이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어린이, 어른 독자 모두에게 생태 감수성을 길러 주는 환경 우화죠.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처음 이 이야기를 떠올리신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당시 열한 살이었던 제 딸 리브의 학교 숙제에서 시작됐어요. 숙제가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나만의 신화 만들기’였는데, 리브는 평소에도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숙제를 받자마자 ‘숲을 지키는 이야기’를 쓸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아이디어를 나누며 스케치를 하던 중, 삼지창을 들고 쓰레기를 줍는 고슴도치가 탄생했어요. 그때, 언젠가 이 캐릭터로 꼭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는 그날의 스케치를 제 작업실 게시판에 조용히 붙여 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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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이야기를 어떻게 그림책으로 출간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이갈루스 스케치를 작업실 게시판에 붙여 둔 지 두 달쯤 지났을 때였어요. 네덜란드 독서진흥협회에서 아동도서주간*(Kinder Boeken Week) 그림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해 주제가 ‘친환경(GI-Ga Groen)’이었고, 전화를 끊자마자 딸과 함께 만들었던 고슴도치 이갈루스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주인공을 이갈루스로 정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책 작업을 시작했죠.
* 네덜란드 독서진흥협회 아동도서주간(Kinder boeken week) : 네덜란드 전국의 독서 장려 행사로 매년 다른 주제로 그림책을 출간한다. 『숲을 지키는 고슴도치 이갈루스』는 2022 아동도서주간 공식 선정 도서이며, 초판 인쇄본 3만 8천 부가 3주 만에 모두 판매되었다.
작가님의 그림책은 작업 방식이 독특한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셨나요?
작업 방식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제가 그림책 배경을 어떻게 결정하고,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지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요. 처음에는 눈앞의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림으로 옮기곤 했는데, 어느 순간 이 멋진 배경을 사진으로 담아 그대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마음에 드는 자연 풍경을 볼 때마다 사진을 찍어 아카이브를 만들고, 특정 이야기와 어울리는 배경이 떠오르면 그 사진을 꺼내 작업의 바탕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새로운 장소로 나가 직접 촬영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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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루스 이야기를 만들 때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숲, 모래 언덕, 바다 같은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바깥으로 나가 사진을 정말 많이 찍었죠. 특히 스코틀랜드 고원의 서해안을 따라 걸으며 황량한 바위산과 작은 섬들을 촬영했어요. 그 공간들이 지닌 원시적인 분위기가 이 이야기의 ‘빨리빨리 시절’과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다음에는 사진을 인쇄하고, 그 위에 직접 캐릭터와 장면을 그려 넣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저는 디지털 작업보다 아날로그 방식을 훨씬 좋아해요. 그래서 펜, 잉크, 연필, 구아슈, 아크릴,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손으로 직접 드로잉하며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요즘은 디지털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많은데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의도적으로 종이 위에 직접 그리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요.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그대로 손으로 옮기며 작업하는 과정이 제게는 아주 중요하거든요. 만약 컴퓨터로 작업하게 되면 디자인 프로그램의 편리한 기능들에 너무 쉽게 영향을 받을 것 같았어요. 아마 디지털 작업을 했다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부 지우고 다시 그리면 되지.’ 하고 더 가볍게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은 수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더 집중하게 되고, 손으로 선을 하나하나 그리다 보면 제가 그림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 ‘몰입감’이 바로 제가 아날로그 방식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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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들면서 어렵거나 힘들었던 점이 있으셨다면요.
이 책이 아이들에게 훈계처럼 들리지 않도록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대신 희망적이고, 시적인 여운을 남기고 싶었죠. 네덜란드 독서진흥협회의 이 프로젝트는 독서 문화를 장려하고, 아이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전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설교하는 듯한 메시지는 되도록 감추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마음도 컸죠. 비록 아주 작은 변화일지라도 이 책이 누군가의 마음을 살짝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랐거든요.
또 하나 힘들었던 점은 매우 짧은 제작 일정이었어요. 이번 작업은 약 4개월 정도 걸렸는데, 제게는 거의 신기록이에요. 보통 그림책은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일정이 정말 촉박했거든요. 아름다운 자연과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이야기하는 책을, 정작 저는 ‘빨리’ 만들어야 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했죠. (웃음)
가장 최근에 작업하신 그림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작업들을 하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전 협업하는 걸 무척 좋아해요. 아버지 로널드 톨먼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었던 것처럼요. 그래서 최근에도 비슷한 방식(그래픽 인쇄 + 아날로그 작업)으로 다른 작가님과 함께 새 그림책을 출간했어요. 이번에는 금붕어가 주인공인 이야기랍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림책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파나마나 일본처럼 제가 익숙하지 않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제 그림책에 어울리는 새로운 주제와 배경을 탐색하고, 그곳의 자연을 직접 촬영해 작품 속 세계를 넓혀 나가고 싶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숲을 지키는 고슴도치 이갈루스
출판사 | 주니어RHK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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