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키우고 좋은 정치를 만드는 시민의 용기와 지혜
우리의 삶은 개별적이고 특수하지만 동시에 보편적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삶, 우리의 시대를 알려면 그 삶과 시대의 국면을 섬세하게 보아야 함과 동시에 그것을 둘러싼 커다란 역사적, 사상적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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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섭의 『카이로스 극장』은 지난 3년 반의 시간 동안 한국 정치 무대에서 펼쳐진 집권-반란-몰락의 드라마를 역사와 철학의 눈으로 조망하는 책이다. 2022년 3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내란 세력이 권력을 장악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영구 집권을 꿈꾸며 반란을 도모했다가 결국 시민들의 저항으로 권좌에서 쫓겨난 시기를 관통하며 쓴 이 책은 역사의 한 장면을 목격한 시민의 기록이자, 이 과정을 동서고금의 사상사적 맥락 안에서 해석하여 한국 사회의 철학적 자산으로 남기고자 하는 철학하는 사람의 기록이기도 하다. 

 


니체 극장하이데거 극장 이어 신간 카이로스 극장 출간하셨습니다. 극장 시리즈 혹은 극장 3부작이라고 할 만한 작업인데요. 이 책들을 관통하는 작가님의 주제 의식은 무엇인가요? 극장이라는 단어에 그 힌트가 담겨 있을까요?

『니체 극장』과 『하이데거 극장』은 니체와 하이데거라는 독특한 철학자들의 정신을 탐사하는 책입니다. 두 철학자의 사상은 매우 다면적이어서 전체를 통찰해야만 이 철학자들을 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정신을 그 삶 속에서 통째로 겪을 때 사상의 핵심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하나로 엮어 책 전체를 일종의 드라마로 구성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인물의 내면을 체험하는 듯한 경험을 안겨주려는 차원에서 ‘극장’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한 인물의 전체 삶과 사상을 살아보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카이로스 극장』은 내란 우두머리의 집권과 몰락의 3년 6개월을 따라가며 쓴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내란 세력의 집권 기간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나 볼 수 있는 기승전결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내란세력의 집권과 몰락과 단죄의 시간은 일종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제목을 ‘카이로스 극장’이라고 붙였습니다.

 

 

카이로스 극장 최근 3년여 동안의 한국 정치 상황을 무대로 한 책입니다. 철학하는 사람으로서 현실 정치의 문제를 다루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책의 본문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글입니다. 신문에 연재하는 이상, 우리 현실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철학을 공부하는 자세입니다. 어떤 철학도 궁극적으로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자고 있습니다. 우리가 삶의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모순과 난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의 정신적 소산이 철학입니다. 그래서 철학은 현실을 떠날 수 없고 현실과 부대끼며 현실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쓴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철학은 현실을 관통해 현실 너머로 나아갈 길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책 제목에 쓰인 카이로스 미래에서 시작해 과거를 밝힘으로써 현재를 열어젖히는 시간을 뜻합니다. 작가님은 지금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그 꿈에 비추어 지나온 역사를 읽고, 거기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은 폐기할 것인지 결단해야 할 시간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카이로스(kairos, καιρός)는 줄여서 말하면, 기회의 순간이고 결단의 순간입니다. 그 결단은 우리가 만들 미래에 대한 비전 속에서 나옵니다.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살아온 역사를 해석할 수 있고 지금 해야 할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의 모든 시점은 카이로스의 순간입니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특히 그 시대를 절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대는 언제나 커다란 전환기이고 무언가를 결의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지난 3년여의 ‘내란 시기’야말로 그런 의미의 단호한 결단을 요구하는 시기였습니다. 마찬가지로 내란 세력을 끌어내린 이 시점에서도 우리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갑니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하는 물음은 지금 오히려 더 절실해졌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카이로스가 없는 크로노스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이 책은 오늘의 한국 정치를 배경으로 하지만 동서고금의 역사와 철학, 신화와 문학, 종교와 예술을 넘나들며 오늘의 사건을 폭넓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이런 방식의 구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의 삶은 개별적이고 특수하지만 동시에 보편적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삶, 우리의 시대를 알려면 그 삶과 시대의 국면을 섬세하게 보아야 함과 동시에 그것을 둘러싼 커다란 역사적, 사상적 맥락을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삶과 시대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전체를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체를 시야에 넣고 그 보편적인 흐름을 파악할 때 그 보편성이 어떻게 우리 시대에 특수한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넓은 시야에서 우리 시대를 보려고 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문제는 우리 시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역사의 큰 흐름 속에 있는 특수한 문제임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고대 그리스 시대의 민주주의 문제는 지금 이곳의 민주주의를 비추는 거울로 나타납니다.

 


이 책에서 작가님은 정치를 보는 시민의 눈이 흐려지면 민주주의는 길을 벗어나 미끄러지기 마련이며, 일탈한 민주주의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주체도 결국 시민이라는 이야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꾸는 시민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요?

이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이 시민 정신입니다. 민주주의는 자기 안에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요소를 품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근대 민주주의 역사를 보더라도 민주주의 안에서 민주주의 방식을 거쳐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전진시키려면 그 민주주의 체제의 주인인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시민의 뜻을 제대로 받드는 정직하고 유능한 정치인, 참된 민주주의자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좋은 정치가 좋은 나라를 만듭니다. 시민이 바로 그런 정치를 만드는 주역입니다. 아무리 현대 정치가 정당끼리 경쟁하는 정당정치라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정치를 결정하는 것은 시민의 힘이라는 것을 시민 스스로 자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정당정치는 시민정치와 함께할 때만 올바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내란 정권의 친위쿠데타를 진압한 것이 시민의 결단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한 사례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동서고금의 수많은 고전이 우리의 오늘을 해석할 지혜를 전해준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인용된 고전 가운데 2026년을 맞이하는 우리 시민들, 독자들이 읽기에 좋은 고전을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고전이 고전이 된 것은 고전이 태어난 시대를 넘어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빛을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눈을 열어주고, 넓고 깊게 보게 해주기 때문에 고전입니다. 그런 점에서 책 읽기는 가능하면 고전 읽기와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책에서 여러 번 다룬 책이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입니다. 20세기의 피어린 우리 현대사가 낳은, 한국어로 된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님은 30여 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또 그 이후에도 늘 공부하는 사람이었습니다언제나 공부를 놓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공부 말고는 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앎의 시작은 직접 경험입니다. 그러나 직접 경험은 범위가 제한돼 있습니다. 전체를 보려면 간접 경험 곧 책을 통한 경험을 거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시야를 넓혀주고 사고를 키워주는 공부는 많은 시간과 끈기와 집중을 요구합니다. 오래 붙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전체를 보지 않고는 우리는 우리의 개별적 삶과 생각을 보편성의 토대 위에서 검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대로 좋은 책을 읽고 공부하려고 힘써왔습니다. 편견의 감옥에 갇히지 않으려면 다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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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극장

<고명섭>

출판사 | 사계절

니체 극장

<고명섭>

출판사 | 김영사

하이데거 극장 세트

<고명섭>

출판사 |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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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