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선명한
[작지만 선명한] 주류의 바깥에 서있는 구픽의 책
작은 출판사의 책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시리즈 ‘작지만 선명한’. 1인 장르 큐레이션 출판사 ‘구픽’의 책.
글: 김지아
2025.12.24
작게
크게


구픽은 오로지 내 취향의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긴 편집자 생활 이후 내 취향과 내 꿈을 담은 책들을 오롯이 내 회사에서 만들면서 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면 삶이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구픽은 ‘구즈마 픽션’의 줄임말입니다. 20대 초반부터 구즈마라는 아이디를 써왔는데 회사에서도 소설을 담당했던지라 친한 동료가 구즈마가 픽(pick)한 픽션(fiction)이라는 의미로 구픽 어때요 하고 운을 던졌고 그거다 싶어 결정된 이름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저 구픽이라 부르고 또 불리기를 원했던 지난날들과 달리 한 해 한 해 1인 출판사로서의 연차가 쌓이자 구픽에 붙이고 싶은 의미가 더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10년차가 되는 2026년을 기점으로 독서하는 고양이인 픽냥이라는 마스코트와 함께 구픽 공식 슬로건을 “주류의 바깥, 이야기의 내면”으로 정하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취향은 확실한 장르 큐레이션 출판사로서 하나의 색깔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출간하는 출판사로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마크 피셔 저/안현주 역 | 구픽

 

원래 소설 위주로 출간할 생각이었던 구픽이 장르 논픽션 출판사도 인식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책입니다. 어쩌면 구픽의 정체성은 이 책 이후와 이전으로 나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공포에 대해 단순한 설명으로 그치는 책이 아니라 그 불편함을 사회적 시선으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며, 그 이유를 (적어도 제게는) 처음으로 글로 설명해준 이론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 출간 후 구픽은 조금은 넓어진 시각으로 논픽션뿐 아니라 소설에 있어서도 이 시대와 사회의 정서를 보다 적극적으로 담은 책을 기획하거나 고를 수 있었습니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든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독특한 표지 디자인과 『The weird and the eerie』라는 원제를 위와 같이 멋지게 뽑아주신 역자 선생님의 역할도 정말 컸습니다. 

 



『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저/정세윤 역 | 구픽

 

『부처스 크로싱』은 평생 동안 단 세 편의 장편소설과 한 편의 중편소설만을 발표한 “모두가 아시는” 『스토너』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첫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나머지 소설들도 모두 구픽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잔잔하고 압축적인 배경, 지식의 요람인 대학이라는 배경, 지적인 등장인물들, 일생을 달관한 듯한 주제의 『스토너』와는 달리 거장의 이 첫 장편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서부의 장엄한 배경으로 들소를 잡는 거친 사내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들소 사냥꾼들과 함께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듯한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하는 이 작품은 서부시대를 다루면서 또한 안티 서부극이기도 한 독특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불타는 시민들』

전혜진, 곽재식, 최희라, 류호성, 홍지운 저 | 구픽

 

이 책을 소개하자면 작년 이맘때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12.3 쿠데타에 모두가 충격을 받고 뉴스와 집회에 매달리던 시기, 직업적으로 이 어이없고 분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동안 다양한 앤솔러지를 함께해 온 작가님들을 떠올렸습니다. 이분들이라면 저의 분하기만 한 마음을 이야기 속에 녹여 보다 문학적으로 표현해주실 것이라 생각했고 같은 마음이셨던 작가님들께서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앤솔러지는 불법 계엄으로 인한 분노와 냉소, 열정과 슬픔을 절묘하게 오가며 당시를 회상하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까지 제시합니다. 

 


함께 읽는 다른 출판사의 책

 



『아서 매켄 단편선1』

아서 매켄 저/정보라 해설/이미경 역 | 와이드마우스

 

코스믹 호러의 진정한 선구자이자 러브크래프트의 조상 격 작가 아서 매켄은 아련히 그 작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제대로 번역된 작품을 읽어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을 통해 아서 매켄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렬해졌었는데 너무나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처음 만나는 출판사에서 출간된다고 하니 정말 기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크 피셔가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아서 매켄은 불안과 공포를 차곡차곡 쌓아올려 으스스함을 극대화시키는 작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섭다기보다는 그 분위기와 여운이 아주아주 오래 남는 진짜 공포를 보여주는 단편집으로 호러 소설 애호가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마크 피셔> 저/<안현주> 역

출판사 | 구픽

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저/<정세윤> 역

출판사 | 구픽

이상한 나라의 불타는 시민들

<전혜진>,<곽재식>,<최희라>,<류호성>,<홍지운>

출판사 | 구픽

아서 매켄 단편선 1

<아서 매켄>

출판사 | 와이드마우스

Writer Avatar

김지아

장르성 있는 픽션과 논픽션을 주로 만드는 1인 출판사 구픽 대표. 기획과 편집은 한 사람이 맡고 있습니다.

Writer Avatar

존 윌리엄스

1922년 8월 29일, 텍사스 주 클락스빌에서 태어났으며 윌리엄스는 덴버 대학교에서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미주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54년에 덴버 대학교로 돌아와 30년 동안 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쳤다.어릴 때부터 연기와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고 사우스웨스트의 신문사와 라디오 방송국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 공군 소속으로 중국, 버마, 인도에서 복무했다. 미국 공군 소속으로 전쟁에 참전한 윌리엄스는 복무 기간 동안 1948년 발표한 그의 첫 소설 『오직 밤뿐인』의 초안을 작성한다. 전쟁이 끝난 후 콜로라도 덴버로 이주한 그는 덴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이 시기에 소설 『오직 밤뿐인』과 시집 『The Broken Landscape』를 출간한다. 이후 미주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54년 다시 덴버 대학교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문학과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교수의 길을 걷는다. 1960년 출간한 그의 두 번째 소설 『도살자의 건널목Butcher’s Crossing』은 1870년대 캔자스 개척자의 삶을 다룬 작품이었으며, 이후 두 번째 시집 『The Necessary Lie』도 발표하였다. 윌리엄스의 세 번째 소설은 미주리 대학교 영문학 교수의 삶을 다룬 『스토너』였고 1965년 출간되었다. 네 번째 소설은 1972년 발표한 로마의 가장 폭력적인 시대를 다룬 『아우구스투스』인데 그는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윌리엄스는 1985년 덴버 대학교에서 은퇴한 후 1994년 아칸소 페이예트빌의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 집필 중이던 소설은 결국 미완성으로 남았다. 저서로는 『오로지 밤뿐 Nothing But the Night』(1948), 『도살자의 건널목 Butcher's Crossing』(1960),『스토너 Stoner』(1965), 『아우구스투스 Augustus』(1972) 총 네 편의 소설과 두 권의 시집을 발표했으며, 영국 르네상스 시대 시선집을 편집했다.

Writer Avatar

아서 매켄

1863년 3월 3일 웨일스 남부의 칼리언에서 태어났다. 성직자인 부친 아래 태어났으며 모친의 성인 매켄을 자신의 필명으로 사용했다. 어린 시절 웨일스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유산들을 접하며 성장했다. 이후 헤리퍼드 대성당 학교에서 서양 고전학과 신학을 중심으로 수학하며 문학과 역사에도 관심을 둔다. 뛰어난 학업능력을 지녔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능력에 걸맞은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다. 젊은 시절부터 생계를 꾸리기 위해 런던에 정착했으며, 광활한 대도시의 풍경에 매료되어 런던 근교나 폐가를 탐사했다. 이러한 웨일스와 런던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공포소설, 환상소설을 주로 집필한다. 액자식 구성의 환상소설 『클레멘디 연대기』(1888)을 시작으로, 『위대한 신, 판과 내면의 빛』 (1894)을 발표한다. 「위대한 신, 판」은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나 데카당스 사조에 관한 비난 여론 때문에 매켄은 이후 몇 년간 신작을 발표하지 못한다. 첫째 부인이었던 아멜리아 호그의 사망 후 신비주의 단체 ‘황금 여명회’의 일원으로 활동하지만, 이후에는 이교도나 밀교에 두던 관심을 켈트 기독교로 돌린다. 1914년 영국과 독일의 전쟁이 발발하자 [이브닝 뉴스]에 영국군이 승리하는 전쟁 이야기 「궁수」를 기고한다. 이 이야기는 영국 독자들에게 사실로 알려지며 명성을 얻는다. 또한 빈센트 스타렛 등 미국 작가들의 지지 덕분에 미국에서도 인기를 끈다. 그러나 꾸준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말년에는 다시 가난한 처지에 놓인다. 이에 T. S. 엘리엇, 버나드 쇼 등의 작가 등이 상소를 올린다. 이 상소가 받아들여져 이후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다가 1947년 12월 15일 버킹엄셔에서 사망한다. 앞서 언급한 작품 외에도 「붉은 손」(1895), 「백색 인간」(1904), 「삶의 단편」(1904), 「궁수」(1915), 「불타는 피라미드」(1923) 등 다수의 중단편 소설과 『세 명의 사기꾼』(1895), 『꿈의 언덕』(1907), 『비밀의 영광』(1922), 『그린 라운드』(1933) 등의 장편 소설을 집필했다. 소설 외에도 세 권의 자서전, 『담배의 해부학』(1884), 『상형문자』(1902) 등 논픽션과 다수의 에세이들을 집필했다. 오스카 와일드, W. B. 예이츠, 아서 코난 도일, H. P. 러브크래프트, 보르헤스, 스티븐 킹 등의 문인들뿐 아니라 기예르모 델 토로, 록 밴드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 더 폴의 마크 E. 스미스 등 다방면의 예술가들에게 지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