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왈츠 No.7 in C-sharp Minor, Op. 64/2> | 앨범
ALICE SARA OTT
요새 쇼팽을 자주 듣는다. 가을 겨울 동안은 쇼팽의 왈츠만 반복해 들었다. 이 앨범을 듣는 순간 행복했다. 마음의 한복판에서 미끄러지고 쏟아지며 춤추는 기분이 든다. 클래식은 늘 이야기가 넘치고 충분해서 좋다. 기대한 것보다 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사 한 줄 없이 감정을 장악하는 왈츠의 변주. 이야기는 변모한다. 상황이, 자세가 바뀐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
유디트 헤르만 저/신동화 역 | 바다출판사
유디트 헤르만은 신간이 나왔는지 주기적으로 검색하는 작가다. 그의 단편소설을 아껴 읽어온 독자로서 산문집이 나온 것에 기뻐했다. 읽기 전에 조금 떨렸음을 고백해야겠다. 애정하는 소설가의 첫 산문집을 읽다가 실망하면 어쩌나 두려웠다. 그만큼 좋아하는 작가다. 물론 실망하지 않았다. 아주 좋았다. 이것은 간단치 않은 이야기다. 우리가 어쩌면 잘 알고 있으나 제대로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가 쓰여 있다. “말해지지 않은 것”은 ‘성공적으로 말해지기 어려운 것’이다. 이 하염없는 일을 시도하(려)는 작가들을 사랑한다. (출판사 관계자 분들, 계속 유디트 헤르만의 신간을 출간해 주세요.)
고티에 다비드, 마리 꼬드리 글그림/이경혜 역 | 다그림책
소중한 분에게 선물 받은 그림책이다. 기대 없이 펼쳤다가 끝나갈 때쯤 눈물을 뚝뚝 흘렸다. 세상 끝으로 떠난 새를 그리워하는 곰이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곰이 큰 결심을 하는 데서 시작한다. “사랑하는 새에게, 오늘 난 큰 결심을 했어. 세상 끝에 있는 너를 찾아가기로 말이야. 나의 새야, 내가 간다.” 두근거리는 편지 아닌가? 그리운 존재가 있는 곳이 세상 끝이라 해도, 서로 종이 다르다 해도,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해도, 오래 걸린다 해도, 그곳으로 가려는 마음! 큰 붓으로 그린 듯 세상을 활짝 펼쳐놓은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곁에 두고 오래 보고 싶은 그림책을 만났다.
존 버거 저/강수정 역 | 열화당
존 버거. 내 비상약. 글을 쓰다 자신에게 실망할 때, 두려울 때, 도망가고 싶을 때 찾는 작가! 그가 ‘답’을 준 적은 없다. 다양한 시각에서 할 수 있는 질문들, 작은 용기, 사소한 일상, 낮은 자리에서 태어나 낮은 자리를 지키며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단단하고 작은 씨앗 같은 이야기가 쏙쏙 심겨있다. 읽는 자의 자세,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른 것을 준다. 다른 것이 태어나 다르게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고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밖을 향하기보다는 안쪽으로 헤매게 하는 지도책 같은 소설이다.
<우먼> | 드라마
미즈타 노부오 연출/사카모토 유지 작/미츠시마 히카리 주연
누군가가 현대판 ‘오싱’이라 한다 해도 할 수 없다. (물론 ‘오싱’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모정 서사의 클리셰와 진부한 신파가 끼어있는데도 계속 보게 된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이 드라마에 있다. 인물들을 따라가며 때로 걱정하고, 웃고, 울며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들어가 살게 된다. 아련한 향수가 느껴진다. 내가 아는 ‘옛날들’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주먹을 쥐고 땀을 흘리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여성을 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응원하게 된다. 같은 극작가(사카모토 유지)가 쓴 드라마 <그래도 살아간다>도 추천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박연준
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 사랑, 발레, 건강한 ‘여자 어른’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 『쓰는 기분』 등을 썼다.




![[에디터의 장바구니] 『깨닫다!』 『텍스트 기억 연습』 외](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2/20251224-39995f16.jpg)
![[김혜리 칼럼] 이웃](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2/20251224-2d695d08.jpg)
![[작지만 선명한] 주류의 바깥에 서있는 구픽의 책](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12/20251224-fb7f8156.jpg)

![[큐레이션] 봄이 이끄는 방향으로](https://image.yes24.com/images/chyes24/article/cover/2025/03/20250311-144c5c7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