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여 만 부가 판매된 『자존감 수업』을 기억하시나요? 우리나라에 ‘자존감’ 열풍을 일으켰던 윤홍균 저자는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을 쓴 하주원 저자와 정신과 의사의 주요 사안인 타인에 대한 걱정을 나누다 글 쓰는 정신과 의사들과 함께 책을 썼습니다. 정서적 허기와 중독, 팬데믹 이후의 고립감과 번아웃 등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는 정신건강 문제가 만들어내는 먹구름을 조금이나마 걷히게 할 수 있도록 희망적인 예보를 만든 것이죠. 『마음 예보』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희소식은 아니지만 소풍 날의 맑음 표시처럼 희망과 위로를 전합니다.
오늘 인터뷰에서는 글 쓰는 정신과 의사회 ‘글정회’를 대표해 주식으로 전재산을 잃고 스스로 회복의 과정을 겪고 있는 박종석 전문의와 ‘수용전용치료’라는 관점으로 마음을 돌보는 이두형 전문의가 진정한 연결에 대해 각자의 시점으로 ‘마음 사용법’을 얘기합니다.
정신건강 위기 시대에 글이 할 수 있는 일
『마음 예보』는 ‘글 쓰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이하 ‘글정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정신과 의사들의 공동 저작물입니다. 글정회는 어떤 모임인가요?
이두형, 박종석 각자의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서 고민하고 내면을 깊이 치료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책을 쓰기 위해 따로 모인 것은 아니고 윤홍균 선생님을 필두로 글을 쓰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알음알음 모여 만든 사조직이죠.(웃음) 의학계의 최신 정보를 나누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합니다. 책 이야기도 하고 작가님을 모셔서 글 쓰는 수업을 하기도 해요. 이번 『마음 예보』는 아홉 명의 선생님이 썼지만 모임 인원은 원래 열네 명이거든요. 이 안에서 또 마음 맞는 이들이 생기고 주제가 나오면 얼마든지 다른 저작물이 나올 거예요.
프롤로그에서 10년 전에 있던 풍경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사는 모양도 소통 방식도 달라졌다는 말이 정확히 와닿았습니다. 다양하게도 넓어진 정신 병리의 범위를 마음의 불을 끄는 소방관의 심정으로 대하고 있다고 하셨죠. 이 책이 그 진화 방법의 하나일 텐데요. 어떻게 『마음 예보』를 집필하게 되었나요.
이두형, 박종석 글정회 회원들 각자가 하고 있는 언론 활동, 방송 활동을 서로 지켜보던 와중에 윤홍균 선생님이 집단 지성으로 자살률이나 우울증 같은 어려운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보자며 시작되었어요. 회원들이 평소에도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글로 써 모아두었거든요. 각자 준비한 글을 받고 전반적인 틀을 윤홍균 선생님께서 검수해 주셨어요. 성인 ADHD, 도파민 중독, 경제적 박탈감 등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정신 건강 문제를 꼽고 글을 완성한 다음 한데 모아 결을 맞추는 작업을 했어요. 이 과정에서 편집자님이 굉장한 수고를 하셨고요. 저희 책의 열 번째 저자는 편집자님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트렌디한 잡지처럼 ‘마음의 트렌드’를 살피고 그중에서 키워드를 골랐다고 했어요.
이두형 오늘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면서 삼각김밥을 먹었어요. 예전에는 참 부실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내용물도 실하고 맛도 좋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늘을 향유하고 내일 또 찾아올 일상을 보내는 데 예전보다 만족할 만한 것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통계상으로는 우울과 불안이 심화되고 있어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생각해봤어요. 제가 공부한 여러가지 학문 중에서 수용전념치료가 근원적인 방향의 변화로 인도할 수 있을 것 같아 조명하고 싶었어요.
박종석 이혼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결혼을 안 해 봤거든요.(웃음) 결혼을 안 해본 사람이 이혼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지고 당위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제 안의 가장 큰 화두였어요. 부부 상담과 이혼 상담을 많이 해보고 <이혼 숙려 캠프>에 나가 느낀 점이 많았어요. 사랑했던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서로를 지독하게 미워할 수 있는 것이 상처받은 자기애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등에 대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혼은 어렵고 힘든 선택이지만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다뤄져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다 보면 전문의도 동시대의 삶을 사는 이웃이자 사회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길을 양립하는 것, 또 글로 정신건강의학 문제에 대한 답변을 찾아가는 것은 두 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이두형 어떤 사람은 머리를 예쁘게 만드는데 평생을 바칠 수 있는 거고, 어떤 사람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칠 수 있죠. 조금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제 직업은 이게 가능해요. 당연히 제 삶에도 적용할 수 있고 깨달음을 바탕으로 다른 분들과 나눌 수도 있어요. 진료실을 통한 한정된 만남보다 책이라는 콘텐츠는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어요.
박종석 저는 성인 ADHD랑 포모 증후군이 심해요. 책을 쓰는 건 제 자신을 치료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심리학자 칼 융이 외연에 집착하는 사람은 꿈을 꾸지만 내면을 탐구하는 사람은 그 꿈에서 깨어난다는 말을 했거든요. 외부의 욕망과 불안은 본인이 내면을 탐구하면서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듣거나 러닝을 하거나 명상을 하는 것처럼 해소 방법은 저마다 다를 거예요. 저는 제 자신과 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글이라 쓰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제 글을 읽고 좋은 영향을 받고 또 치료에도 도움이 되니 정말 감사한 일이죠.

우울에도 트렌드가 있다
10년 전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던 단어가 지금은 나를 위해 타인을 끊어내는 명분으로 쓰이곤 합니다.
이두형 단어로 꼽아봤을 때는 스스로의 인생에 몰두할 수 있는 ‘용기’랄까요? 요즘에는 타인으로부터의 우위나 안도를 잘 찾아내는 걸 자존감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우위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열위가 생겨요. 열위에 놓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조금 결이 다른 것 같고요. 저는 그런 굴레에서 내려올 수 있는 용기가 자존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의학에 트렌드가 있다면 최근 가장 열풍이 불었던 건 아무래도 성인 ADHD가 아닐까 합니다. 자신이 성인 ADHD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틱톡, 릴스에도 관련 밈이 넘쳐났고요. 정보 과잉에 따른 부정확한 자가 진단을 뜻하는 ‘사이버콘드리아’의 가장 큰 예시 같기도 합니다.
박종석 ADHD의 정의는 주의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구조화되지 않은 행동이 튀어나오는 거예요. 결국 내 일상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스스로의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혼재된 경우도 많으니 예단하지 말고 정식 검사를 한 다음에 판단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두형 순간적이거나 극단적인 모습을 끄집어내서 진단 기준에 맞춰보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사회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데 그 평균적인 기준이 너무 높을 때 스스로의 부족함을 병명으로 설명하려는 현상도 늘어나고 있고요. 작은 실수도 용납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예측하지 못하는 비난이나 가혹한 피드백을 받았을 때 사람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스스로 진단을 내린다면 ADHD라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는 거죠.
젊은 세대에서도 중독 문제가 심각합니다. 가챠 게임처럼 비교적 소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되는데요. 중독의 문제는 돈이 아닌 도파민의 갈구라는 대목에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직접 만드는 도파민이 대안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 건가요.
이두형 원시시대에는 극한의 환경에서 사냥에 성공해야 배를 채울 수 있었으며 그와 동시에 도파민이 주어졌어요. 그 보상 회로를 이제 집 앞 1분 거리 편의점에서 파는 몇천 원짜리 소주 한 병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고요. 흔해지고 과해졌지만 우리의 본능은 끊임없이 도파민을 갈구하고 리바운드로 인해 더욱 결핍이 심해져요. 이럴 때 사적인 가치의 추구가 중요해요. 돈이 많다가 적어질 수도 있고 원하는 일이 잘 안될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이 알 수 있고 남에게 평가받을 필요도 없고 남이 비난한다고 해서 흔들릴 필요도 없는 그런 지점들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사회적 보상이 주는 본능에 내재된 도파민에 심취해 놓쳤을 수도 있는 장면을 계속 건져내고 소중함을 기억해야 해요. 스스로 만든 도파민은 안전하고 지속이 가능하거든요.
개인주의, 젠더 갈등 등 MZ 세대의 대표적의 문제라고 거론되는 것들이 있는데요. 지금 10대와 20대의 가장 큰 정신적인 어려움을 무엇으로 보고 계신가요.
박종석 MZ 세대나 젠지 세대의 문제라는 것은 차별적인 시선이 낳은 편향이라고 봐요. 80년대에 태어난 우리 시대에도 부모님 세대가 늘 말씀하셨죠. 우린 6.25 전쟁을 겪었는데 너희는 뭐가 문제냐? 대학도 다니고 밥도 안 굶는데! 박탈감과 억울함을 똑같이 아래 세대에게 강요하고 전가해버리는 거죠. 다름을 용인하는 너그럽고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배려해야 해요. 다른 세대를 희화하고 조롱하면서 불만을 가지기 전에 이 감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두형 제 병원이 학군지에 있어서 10대 그리고 20대 초반 세대분들을 만날 일이 자주 있었어요. 공통적으로 패배할 수 있고 잘못될 수 있다는 자유를 박탈당한 것 같더라고요. 아이 한 명을 집중해서 키우다 보니 자랐을 때 부모가 더 큰 보상을 요구하는 구조가 생기고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실패를 인정할 수가 없고 결국은 자살로 이어지는 일들이 늘었어요. 날이 선 채로 살 수밖에 없고 그런 면들이 세대 간의 갈등을 만들어 내는 거죠.

타인이 지옥일지라도
이두형 선생님의 챕터를 읽으며 행복의 개념을 재정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을 위해 결국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물질적인 것들을 좇으며 살다 보니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걸 몸소 느꼈거든요.
이두형 조금 장황한 얘기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추구하는 본능과 수단은 구별해야 해요. 일단 우리의 마음이 당연하게 행복을 추구하고 있지 않을 수 있어요. 암묵적인 가정하에 삶은 곧 행복 추구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생존이 먼저이고 마음은 부산물이었어요. 원시 사회에서는 만족이나 안주를 하면 위험해요. 어떻게 잘못됐는지 뭐가 여전히 부족한지 뭘 더 추구해야 되는지를 통해서 끊임없이 생존을 더 유리하게 만들려고 하고 원칙을 따라가는 거죠. 그래서 애초부터 충족이나 근원적인 안정이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성취를 이루어내면 내가 원하는 행복의 형태가 올 거라는 막연함으로 평생을 살아요. 어떻게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게 아주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고 비자연적인 개념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수용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안할 때 저 또한 “내려놓자”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고, 주변에서도 내려놓으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었어요. 반대로 선생님께서는 “불안을 내려놓지 말자”는 방향으로 진료를 하신다고요.
이두형 내려놓는 방법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거나 완화하면 된다는 방식이 당연해 보이지만 부정할수록 불안의 생존력은 강해져요. 예를 들어 큰 면접을 앞두고 불안한 건 잘못된 일이 아니에요. 나에게 중요한 걸 잘해야 하는 건 원하는 삶에 부합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진료실에 오는 분들에게 불안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를 제안해요. 인간의 뇌는 설명 안 되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고 하거든요. 내가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검토와 이해의 시간을 가지면 높은 기준만 막연하게 추구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돼요.
“인간은 창의적으로 우울하고 불안하다.”라는 말처럼 불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스스로 불안을 안아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두형 고삐를 푸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30분이고 몇 시간이고 끝없이 걱정해보는 거예요.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걱정인지 막 써보고 오만 생각을 다 해보면서 푹 빠져보는 거죠. 마음을 너무 부정하기만 하지는 마세요. ‘닻 내리기’라고 비유하기도 하는데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지나다 보면 잔잔하고 평온하게 흘러갈 때도 있고 풍랑을 만날 때도 있어요. 비와 파도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불안의 시간도 있는 반면 생각지도 못한 비바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면서 닻을 내리고 조금 멈춰 있는 거예요.
박종석 선생님이 책에 쓰신 것처럼 국민 MC와 월드 스타 같은 게스트가 등장하는 <유퀴즈>보다 일반인의 결혼 생활과 불화를 다룬 <이혼숙려캠프>에 대한 반응이 더 거셀 때가 있어요. 사람들은 왜 남의 불행에 더 관심이 많을까요?
박종석 많은 사람들이 나쁜 도파민에 중독돼 있어요. 내가 노력해서 도파민을 얻는 과정은 너무 복잡하고 힘들지만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면 쾌감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죠. SNS에서 한두 사람이 돌을 던지기 시작하면 군중 심리로 가담하기도 손쉬워요. 타인의 불행에 의견을 더하는 동안 자신의 수치심이나 죄책감이 희석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타인을 향한 부러움 때문에 본인의 인지와 의사 결정이 저해되는 ‘포모 증후군’은 유독 결혼 생활과 관련지어 크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타인과의 결합에서 오는 경쟁 심리일까요?
박종석 결혼은 개인의 세계가 외연으로 확장되는 일이에요. 성향과 기호, 만족감에 새로운 세계가 열리면서 장점도 많아지지만 불만족도 많아지죠. 혼자 살 때 중요하지 않았던 것들이 결혼을 하면서 생기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안전망이라는 것도 생깁니다. 최소한의 자원도 그렇지만 네트워크도 중요하거든요. 정보의 공유 차원에서 기혼자 네트워크에 진입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 비교의 문이 열리면서 피아가 식별되고 차이를 느끼게 돼요.
정신과에 결혼 상대를 데리고 온다는 일화를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의사로서 말할 수 있는 좋은 배우자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박종석 서로 열등감이나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고 결핍을 희석시켜줄 수 있는 케미가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점이나 단점을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가장 아픈 부분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오래 좋은 관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이두형 최근에도 있었거든요.(웃음) 제가 커플 면담이나 부부 면담할 때 원칙이 하나 있어요. 누가 옳은지 그른지 구별하는 면담은 안 해요. 결혼 상대를 몰래 데리고 와서 점을 보듯이 나랑 잘 맞는 사람인지 감별해 달라고 할 때는 선을 그어요.

마음의 올바른 연결고리
팬데믹을 지나며 모든 세대가 함께 겪은 트라우마가 요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크고 작은 개인의 트라우마를 함께 뛰어 넘을 수는 없을까요.
박종석 팬데믹에 의한 고립으로 네트워크가 차단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더 심해졌다고 봐요. 사회적 공유 시스템과 동호회, 소모임 등의 소셜이 사라졌을 때 풍족히 가진 사람들보다 못 가진 이들의 괴로움은 더 심화되었어요.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게임이나 TV, SNS만 보게 되면서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랙 같은 우울증이 훨씬 더 많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SNS로 드러나는 타인의 좋은 면만 보면서 결핍을 만들어내고 망상처럼 불안을 키워가는 포모 증후군 또한 2차 팬데믹이라고 부를 정도로 위험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확실히 인간은 대상을 통해서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타자와의 좋은 상호작용이 필요해요.
결국은 많은 문제들이 과도한 SNS로 인한 것 같거든요. 그렇지만 소통이 꼭 필요한 현 시대에 올바른 ‘연결’은 무엇일까요?
이두형 이 질문을 듣고 제 환자분들에게 어떤 대답을 드리면 좋을까 떠올려봤어요. SNS에서 어떤 사람의 피드를 보고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끼고 불안이나 쫓기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의도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소비를 하게 만든다거나 동경하게 만들어 ‘좋아요’를 유발하고 부러워하는 위치에 서게 만들어요. 본능적으로 끌릴 수 있지만 그런 팔로우는 지양하면 좋겠어요. 삶에 영감을 주거나 내가 하지 못했던 통찰을 주는 글을 쓰거나 소소한 장면을 공유하면서 공감을 하게 만드는 사람을 보는 게 더 좋겠죠. 알고리즘은 현대사회의 특권이에요. 선택을 할 수 있잖아요. SNS를 부러움 상자로만 바라보면 본능이 자극되는 도파민의 바다지만 스스로 콜렉팅하는 느낌으로 활용하면 보물상자가 될 수도 있어요.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에 안전병동이 줄어들고 개원 병원이 늘어나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요. 정신 의학계가 더 좋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두형 아무래도 안전병동에 입소하는 분들은 경제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힘이 없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사회적인 안전망 중에 하나인데 국가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면이 있어요. 당사자 한 사람의 어려움이 아닌 연관된 가족 모두의 어려움이 될 수 있는데 사회 공통의 문제라는 인식과 목소리가 적은 것 같아요. 안전병동이 사라지면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강제로 퇴원하는 환자들이 생기는 것 또한 커다란 문제죠. 정책을 결정할 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국가의 지원이 늘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2026년이 막 시작했어요. 올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박종석 『마음 예보』의 후속작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매해는 아니더라도 시기마다 갈무리를 할 수 있는 트렌드 책이 되면 어떨까. 이 책이 모든 사람들의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걱정과 염려를 조금은 해소시켜줄 수 있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주제를 던지는 그런 꾸준한 활동으로 이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이두형 지금까지 학문을 반영해 심리 이야기를 써왔다면 올해는 개인의 행복, 가족 단위의 행복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소소하지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읽혔을 때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엮고 싶네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박의령
여러 패션 매거진의 피처 디렉터로 일하다 지금은 자유롭게 글을 쓴다.
표기식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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