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대한민국의 문화 트렌드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매년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일상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히려 인간의 본질적 가치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약 5억 3,800만 건의 온라인 빅데이터를 분석해 ‘2026년 사회문화 트렌드’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디지털 기술이 정점에 다다른 시대에 우리 사회가 무엇을 갈망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AI 이후, 다시 찾는 ‘인간’의 감각
첫 번째 키워드는 ‘AI 이후, 다시 인간으로’다. 예술 영역에서 AI 활용이 일상화되었지만, 기계가 인간 고유의 창작력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AI가 그린 그림에 결여된 온기는 오히려 관객을 전시장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 수는 346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론 뮤익의 개인전에 53만 명이 몰리고, 한국 미술 100년사 상설전에 68만 명이 다녀간 현상은 이러한 흐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외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의 성과와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뮤지엄 굿즈)’ 열풍 또한 맥을 같이 한다. 가상 이미지가 범람할수록 대중은 대체 불가능한 인간 고유의 감각을 찾아 예술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전시 포스터.
ⓒ 국립현대미술관
이 같은 맥락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은 새해 첫 전시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를 선보인다. 이 전시는 예술을 영구히 보존되는 대상이 아닌 발효되고 변질되며 결국 사라지는 유한한 존재로 바라본다. 작가 아자드 라자의 <흡수(Absorption)>는 도시의 폐기물로 만든 흙에 경작을 시도하며,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순환이 맞닿는 지점을 가시화한다. 기계의 완벽함보다 생의 유한함에 주목하는 이 시선은, ‘포스트 AI’시대 미술이 향하는 방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나다움’을 선택하는 시대 - 초개인화와 여성 작가의 재조명
에텔 아드난 (Etel Adnan). ⓒ 화이트큐브
두 번째 키워드는 ‘나다움과 초개인화’다.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설계하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나다움’에 대한 언급량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소수자의 목소리와 개인의 정체성에 얼마나 깊이 주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2026년 상반기 전시 기획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1세대 여성 사진가 박영숙의 개인전과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 김윤신의 회고전이 잇따라 열린다. 박영숙 작가는 한국현대사진사에서 여성의 경험과 주체적 시각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작가로 평가되고, 김윤신 작가는 이국 땅에서 전기톱을 들고 통나무를 자르며 70년 넘게 자신 만의 조형언어를 끝까지 밀어붙인 작가로 주목된다. 화이트큐브 서울에서는 이성자와 에텔 아드난의 2인전을 선보인다. 한국과 레바논이라는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작가는 ‘여성’, ‘이주’, ‘파리 정착’이라는 공통된 삶의 궤적을 공유하면서도 각자만의 독자적인 추상 세계를 펼쳐낸다. 이들의 작품은 거대 담론보다 개별적인 삶에 집중하는 오늘날의 감각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다시 연결, 공감
최병소, Untitled - 0151116, 2025, ballpoint pen and pencil on newspaper, 47 x 32 cm
ⓒ 최병소
마지막 키워드는 ‘정서적 공감이 만드는 공존’이다. 단절과 고립이 일상이 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작은 공동체와 근거리 관계를 통해 유대와 돌봄의 가치를 회복하려 한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이후 ‘공감’과 ‘행복’이라는 단어가 함께 쓰이는 빈도가 꾸준히 늘었으며, ‘마음’, ‘관계’, ‘인생’ 같은 본질적인 키워드들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병소의 작품은 ‘고립 속의 표출’을 시각화한다. 신문 위 텍스트를 연필과 볼펜으로 빽빽하게 지워내는 수행적 작업은, 각자도생의 시대에도 고립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현대인의 초상을 투영한다.
이 밖에도 회복을 지향하는 ‘웰니스 전환’과 한국적 정서를 재조명하는 ‘K-컬처의 감정 경제’ 역시 2026년 미술계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이 될 전망이다. 기술이 정점에 다다를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더 인간다운 경험을 갈망하게 된다. 새해의 시작, 무뎌진 감각을 깨우고 진정한 나를 마주하는 공간으로서 전시장의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2026년 1분기 주목해야 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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