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가게, 오래된 빵집, 독립 서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공간이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한 곳을 꼽자면 단관 극장이 아닐까. 『풍진동 시네마 천국』은 서울 변두리 풍진동에 자리한 작은 단관 극장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한 순간, 작은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꼭 ‘나’ 같은 사람들 말이다.
전작 『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이후 『풍진동 시네마 천국』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아직 못 다한 이야기들이 많이 남았다거나…… 하는요.
임진평(이하 ‘임’): LP를 소재로 음악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작에도 이미 영화 이야기는 적지 않게 언급됩니다. 사실 첫 작업 때도 고작가님과는 지나가는 말로 음악 다음에는 영화, 그리고 그 다음에는 미술 이야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풍진동에는 다양한 취향의 멋진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이 살고 있으니까요. ^^
고희은(이하 ‘고’): 사실 임진평 작가님과는 영화사에서 일할 때 처음 만났습니다. 영화와 음악, 미술, 심지어 메이저리그와 윔블던 테니스대회 얘기까지 나누고 지낼 정도로 취향이 비슷하다고 할까요. 풍진동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를 차례로 풀어보자 농담처럼 나눈 말이 이루어져 기쁩니다.
전작에서는 ‘LP가게’라는 공간을 통해 음악이, 이번 신작에서는 ‘단관 극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영화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둘 다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요. 음악이 주는 위로와 영화가 주는 위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임: 말보다 침묵이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땐 자연스레 음악을 찾게 되고요, 침묵이 부담스러워질 때가 오면 영화가 처방전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풍진동 시네마 천국』을 꼼꼼하게 읽다 보면 이럴 땐 바로 이 영화가 위로가 되겠구나, 하고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고: 제게 있어 좀 더 직관적인 위로는 음악입니다.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할 때도, 의미의 굴레들을 벗어던져 자유롭고 싶을 때도 음악 속에서 위로받고 힘을 얻었어요. 영화는 세상과 삶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게 하고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무력감을 많이 위로받았고 좀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의 주요 공간이 되는 ‘은하극장’은 일반 주택 건물을 허물고 지은 ‘단관 극장’입니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일반화된 요즘, 단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임: 말이 멀티플렉스지 실제로는 10개관에 8~9개관이 블록버스터 한 편을 몰아 상영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에 반해 작은 단관 극장은 한정된 회차에도 불구하고 한편이라도 더 좋은 영화를 소개하게 위해 촘촘한 시간표를 짭니다. 멀티플렉스가 획일화된 감상을 강요하고 단관 극장이 오히려 관객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셈이지요.
고: 광화문이나 종로의 작은 극장을 찾아다니던 시절을 잊지 못합니다. 멀티플렉스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영화들을 접할 때의 감흥, 취향이 비슷한 타인을 반복해서 마주치는 즐거움 역시 단관 극장의 큰 매력이었어요.
『풍진동 시네마 천국』에는 풍진동에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폴란드 세탁소’ 주인 ‘영원’, ‘은하극장’ 알바생 ‘하루’, ‘연수와 철호의 회사랑’ 주인 ‘연수’와 ‘철호’ 외에도 프로 백수 ‘경수’ 등. 인물들의 품고 있는 사연이 하나같이 마음이 쓰였는데요. 작가님은 어떤 인물에 가장 마음이 가시나요?
임: 소설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소설은 끝났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소설 이후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지는데요, 아마도 좀 더 응원하고 싶은 인물이 더 마음이 가는 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영원이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사랑과 꿈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고: 영원입니다. 오래 기다린 사랑, 더 오래 그 마음을 지키며 함께할 수 있길 바랍니다.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작가님은 귀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어떤 영혼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맴돈다고 한다면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임: 귀신이나 영혼의 존재 여부는 우리의 믿음과는 무관한 것 같아요. 우리의 인식세계 너머의 일이니까요, 다만 저는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죽음으로 모든 게 다 끝이라고 하면 너무 삭막하다 할까요. 그리고 만약 영혼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맴돈다면 그건 아마도 살아있는 이들이 놓아주지 않아서 아닐까요?
고: 영혼의 존재를 믿습니다. 가족들을 좀 일찍 떠나보낸 저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그 존재를 느껴보고 싶은 바람이 있거든요.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영혼이든 누군가가 사랑하고 기억해서 여전히 존재하는 영혼이든 이유는 역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품에 언급된 영화는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었는데요! 딱 한 작품만 추천할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일까요?
임: 매우 지적인 SF영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꼭 한 편을 꼽으라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행복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불행이 필연적으로 찾아드는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고: <허공에의 질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되니까요.

『풍진동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이 책이 독자분들께 어떻게 가닿았으면 좋겠다, 하시는 바람이 있으실까요?
임: 소설에서 수많은 영화를 언급했지만 쓰는 내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건 온전히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굳이 가족, 이성, 친구에 한정되지도 않습니다. 살면서 겪는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면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 믿음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가닿기를 바랍니다. 비록 저의 영화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이었지만요(짝사랑도 사랑이니까요). ^^
고: 이 부조리한 세상 속에도 여전히 사랑은 존재한다는 것. 사랑함으로써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랑에 대해 잠시라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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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출판사 | 다산책방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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