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욕망이 싹틔운 재난,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책임과 용기! | 예스24
십 대는 다른 나이대보다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실패를 겪어야 하는 시기예요. 그때는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도 하고,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하죠. 그 시기에 실수를 겪어야 앞으로의 삶에서 더 큰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거든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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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30권, 제15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펫폿』이 출간되었다. 『펫폿』은 심사 위원들이 열띤 토론 끝에 수상작으로 선택한 작품으로, 식덕 남자 주인공이라는 설정과 환경 관련 청소년 SF 소설이라는 소재의 참신함, 영화나 드라마처럼 장면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듯한 매력적인 연출 방식과 매끄러운 가독성, 문장력 등이 주 장점으로 꼽혔다.
 
 식물 덕후 ‘재윤’은 어느 날 같은 반 배우 지망생 ‘주경’이 맡긴 펫폿(유전자 변형 반려 식물) 소룡이를 얼떨결에 맡아주게 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잃어버리고 만다. 재윤은 궁여지책으로 소룡이와 같은 종류의 펫폿을 피워내 주경에게 주기 위해 친구 홍래, 민하와 함께 수많은 펫폿을 키우고, 필요 없는 펫폿은 전부 버려버린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냄새가 나는 분홍색 식물이 아이들이 펫폿을 키우던 아파트 옥상 전체에 퍼진다. 아이들은 그저 처음 보는 펫폿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으나, 펫폿 스토어가 있는 2002 타워가 하루 만에 옥상에서 본 것과 같은 분홍색 줄기로 뒤덮인 것을 보고 괜히 불안해진다. 그리고, 그때부터 실종자를 찾는 안내 문자가 매일같이 오기 시작한다.





작가님은 『펫폿』을 통해 식물이면서도 게임 아이템과 같은 성격을 가진 ‘펫폿’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보이셨는데요. 식물이 확률형 뽑기 시스템처럼 희귀도가 결정된다는 설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런 독창적인 세계관의 모티브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수많은 모바일 게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러면서 ‘확률형 아이템’이 훨씬 더 유행하게 됐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개발비로 훨씬 큰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이죠.

저 역시 모바일 게임을 하며 적당히 과금을 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스스톤> <매직 더 개더링> <마블스냅> 같은 트레이드 카드 게임(TCG)을 꽤 즐기거든요. 카드 팩을 열 때 “혹시 전설 카드가 나오지 않을까?” 이런 두근거림이 있어요.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유사한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보상’이 도박의 핵심 시스템인데, 예상치 않은 보상이 나오는 순간 뇌에서는 엄청난 도파민이 나옵니다. SNS나 숏폼 플랫폼에서도 이런 ‘가챠’ 구조를 사용하잖아요. 무의미한 콘텐츠 사이에 정말 내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이를 이용해서 계속 스크롤을 하게 만들죠. 인형 뽑기나 라부부, 제일복권 같은 랜덤 굿즈도 계속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콘텐츠나 굿즈에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는 추세는 점점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세태 속에서 자연스럽게 ‘펫폿’을 떠올리게 됐어요. 펫폿을 개발한 곳이 게임 회사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고요.

 

순수하게 식물을 사랑하던 재윤이 펫폿의 확률과 등급에 집착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재윤이 등급에 집착하게 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죠. 주경에게 크리스털 플라티나 로즈를 돌려줘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펫폿의 확률과 등급에 집착하게 됐죠.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을 뽑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구분 짓기’입니다. 좋은 아이템은 뛰어난 스탯(stat)과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희귀 아이템을 뽑으려는 경우도 많거든요. 

세상에서는 단순히 게임이 나쁘다, 확률형 아이템이 나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아요. 도리어 그런 게임들이 현실의 징후가 아닐까 생각해요. 한국은 학벌, 부동산, 직업 등으로 계급을 나누는 문화가 분명 존재하잖아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조금만 돌아다녀 보면, 온갖 것으로 사람의 티어(tier)를 나누고 있죠. 심지어 젓가락질 같은 것으로도요. 

계급을 가장 나누는 쉬운 방식은 아파트, 차, 명품처럼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죠. 그 방식은 대부분 소비를 통해 이뤄집니다. 『펫폿』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윤은 식집사였지만, 일반 식물이 아니라 희귀 펫폿을 키움으로써 비로소 또래 친구들에게 인정받게 되니까요.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잃어버리는 게 생기는 것이고요.

 

이번 작품에는 재윤, 민하, 홍래뿐만 아니라 배우 지망생 주경, 인플루언서 이룬 등 개성 강한 다섯 친구가 등장합니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이 아이들이 재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쾌감을 주는데요. 5인방의 ‘케미’나 역할 분담을 구상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제가 예전 할리우드 영화를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구니스> <E.T.> <조찬클럽> 같은 영화들 말이죠.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의 가치관이 대립하고, 다양한 개성의 아이들이 한 팀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영화들이죠. 『펫폿』은 그런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재윤, 민하, 홍래는 『펫폿』 이전에 준비했던 다른 작품에 원형이 있던 캐릭터였습니다. 홍래는 늑대에 가까운 캐릭터였지만, 『펫폿』에서 그 방향이 많이 바뀌었죠.

주경도 또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였습니다. 주경이 학교에서 마구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펫폿』에서는 그런 장면이 나올 수가 없었네요. 

이룬은 『펫폿』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입니다. 주경의 친구 A였다가 자연스럽게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마치 그런 친구가 진짜 있던 것처럼요. 그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인 거 같아요.

 

『펫폿』에는 무능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어른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자신의 안위와 선거만 신경 쓰는 용원시장이나, 사건을 은폐하려는 고유이 차관의 모습은 아이들의 용기와 대비되는데요. 재난 상황에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리사욕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정치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은 어느 정도의 명예욕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 명예욕은 공익 뒤에 있어야 해요.

수많은 정치인이 재난 앞에서 정치적 판단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대부분 실망스러웠습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느냐 아니냐를 따졌을 뿐이죠. 『펫폿』에서는 고유이 차관, 용원시장처럼 그런 어른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그런 어른들의 대척점에 세워 ‘순수하다’라는 식으로 묘사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소설에서 아이들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아이들은 정치인들처럼 책임을 말로 때우거나 회피하는 대신, 직접 몸으로 움직이려고 해요. 저는 항상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허울뿐인 말보다 그 사람이 실제로 보여주는 행동이 모든 것을 말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은 “식물이 자라나서 천장을 뚫는 광경”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다고 하셨고, 친구들과 화산 폭발 실험을 했던 경험이 과학실 아지트 설정에 반영되었다고 하셨는데요. 혹시 작품 속에 녹아든 작가님의 또 다른 학창 시절 추억이나 페르소나가 있을까요?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보니, 학교 안에서의 추억보다 학교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린 기억이 훨씬 많더라고요. 저한테는 수능 준비를 위해 보낸 시간보다 친구들과 나눈 추억이 훨씬 중요하게 남은 거 같아요. KFC에서 친구와 비스킷 하나를 나눠 먹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중간고사가 끝난 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함께 공포 영화를 봤던 추억처럼요. 또 추운 겨울날 학원 수업이 끝난 뒤, 친구와 함께 먹은 삼각김밥과 참깨라면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학원 수업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말이죠.

그때는 단순히 평범하고, 무의미한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니 그 시간들이 제 바탕을 이루는 기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때 접했던 책, 영화, 만화, 음악 들은 유전자에 각인이 된 것처럼 전부 생생히 기억나요. 『펫폿』의 다섯 아이에게는 학교 밖에서의 시간이 더더욱 그런 시간이었겠죠? 그래서 『펫폿』에서도 대부분의 사건이 학교 밖의 공간에서 벌어져요.

 

소설의 결말에서 아이들, 특히 재윤과 홍래, 민하는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펫폿』의 마지막 장을 넘긴 독자들이 이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마음속에 남겼으면 하는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요.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지만, 그 잘못을 반성하고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십 대는 다른 나이대보다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실패를 겪어야 하는 시기예요. 그때는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도 하고,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하죠. 그 시기에 실수를 겪어야 앞으로의 삶에서 더 큰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거든요.

세상은 실수와 잘못에 대해 지나치게 야박한 것 같아요. 누구나 완벽하게 고결한 사람일 수는 없잖아요. 도덕 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칫 커다란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더더욱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런데 정작 그 문제를 만든 기업과 정부는 아무 반성도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더더욱 보여주고 싶었어요.

 

『펫폿』은 SF, 재난, 스릴러, 성장물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들려주고 싶으신 다음 이야기는 어떤 세계, 혹은 어떤 소재가 될지 살짝 귀띔해 주실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하나는 정치물이에요. 내성적인 중학생이 마키아벨리의 영혼이 깃든 인형과 만나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내용이에요. 

다른 하나는 강아지가 주인공인 작품인데요. 주인공인 말티푸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테규가와 캐플릿가처럼 대립하는 두 종족의 전쟁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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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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