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세계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불안을 조명하다 | 예스24
작품의 결말 이후를 상상할 때 늘 주인공들에게 가장 좋은 삶을 생각해요. 모두들 자신의 하루를 창조해 나가며 잘 살고 있을 거예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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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한 인사말』은 한국 어린이문학의 외연을 넓혀 온 송미경 작가의 단편 동화집이다. 초기작과 최근작을 함께 감상하며 ‘송미경 세계관’의 근간과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삽화는 최근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양양이 맡았다.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양양 작가의 그림은 ‘글을 더욱더 풍요롭게 느끼고 감상할 수 있게 하는 힘’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해 보게 한다. 

아름다운 작품을 함께한 두 작가가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양양이 작가 송미경에게 묻다

 

양양(이하 ‘양’) : 『아주 흔한 인사말』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 모두 소재나 설정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인물들도 작가님의 글 속에서는 특별하게 빛나는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떻게 영감을 얻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내시는지 궁금해요.

송미경(이하 ‘송’) : 저는 오래도록 사물을 응시하는 걸 좋아해요. 창밖을 무심히 보고 있거나 집에 굴러다니는 사물들을 관찰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평소에 딴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멍하게 흘러가는 장면 중 갑자기 무언가가 ‘탁!’ 하고 멈추면 그게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영감이 올 땐 그걸 풀어내는 방법도 함께 데리고 오고요. 반대로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형식이 먼저 떠오르면 영감이 찾아오기를 기다려요.

 

양 : 작가님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리시잖아요. 저 역시도 작가님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데요. 『아주 흔한 인사말』을 쓰시면서 떠올랐던 장면이나 그리고 싶었던 특별한 이미지가 있었을까요?

송 : 수록작 중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의 경우, 바퀴 달린 여행 가방 그림에서 시작되었어요. 제가 노트에 아무 생각 없이 낙서하며 그려 놓았던 그림이었지요.

작가님이 그려 주신 그림 중에는 「아주 흔한 인사말」 주인공 ‘설이’가 등장하는 장면들이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설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장면이라든지 옹알이하는 장면, 그리고 동그랗고 환하게 자란 설이가 이야기 박사에게 인사를 건네며 걸어오는 장면까지요. 제가 상상한 모습 그대로였어요. (저도 양양 작가님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양 :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한 여운이 어쩐지 많이 남아요. 「아주 흔한 인사말」의 설이, 「귀여웠던 로라는」의 로라와 토순이, 그리고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의 가방 속 아빠들까지……. 등장인물들이 이야기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송 : 저는 작품의 결말 이후를 상상할 때 늘 주인공들에게 가장 좋은 삶을 생각해요. 설이는 말이 느렸지만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 잘 짓는 아이가 될 거예요. 토끼가 된 로라는 야생의 삶을 충분히 잘 살아 내고 있을 거고요. 먹이를 구하고 큰 짐승들을 피하느라 고생하겠지만 진짜 토끼답게 살 거라고 믿어요. 아버지 가방 속 아빠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가방 안과 밖을 오가며 방황할 것 같아요. 어쨌든 모두들 자신의 하루를 창조해 나가며 잘 살고 있을 거예요.

 

양 : 대게 동화에는 아이와 어른이 모두 등장하는데요. 글을 쓰고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있어 작가님의 유년 시절 기억이나 마음을 이야기 속에 더 투영하시는지 아니면 어른이 된 지금,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 투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송 : 최근에 썼든 오래전에 썼든, 제 작품은 어린 시절 보았던 것들과 연결되어 있어요. 어떠한 상황을 묘사하려고 하면 어릴 때 봤던 장면들이 떠오르거든요. 어릴 때 눈에 담아 둔 장면들이 문장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친구들의 목소리, 어릴 때 본 풍경, 어릴 때 상상했던 것 들로부터 이야기가 완성되지요. 그러고 나면 어릴 때의 내 눈과 내 몸으로 이야기를 겪는 기분이 들기도 한답니다. 누구나 그렇듯 어른이 된 우리의 몸과 마음엔 어린 시절의 몸과 마음도 같이 담겨 있어서 그런가 봐요.

 


작가 송미경이 일러스트레이터 양양에게 묻다

 

송 : 모두 궁금해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의 필명인 ‘양양’의 의미를 알려 주세요.

양 :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 ‘양양’이라는 아이가 나오는데요. 수상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의 뒷모습만 찍는 특이한 아이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를 제 필명에 넣고 싶었습니다. 저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데다 성씨가 ‘양’이기도 하고요. 사실 이런저런 사소한 의미들이 더 있긴 하지만, 그냥 영화 속 캐릭터 ‘양양’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겠습니다.

 

송 : 『아주 흔한 인사말』에 수록된 작품 중 어떤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드셨나요? 작업하실 때 특별히 더 생각하신 것들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양 : 저는 「아버지 가방에서 나오신다」가 가장 좋았어요. 일단 작가님께서 만들어 놓은 세계가 정말 매력적이었고요. 어른들의 입장이나 논리를 완전히 배제한 채 그냥 가방 속에 넣어 버리시고는 그들을 배에 태워 보내셨잖아요.(웃음) 그러한 상황, 그러한 세계에서 아이들이 오롯이 주연이라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소설 『파리대왕』이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상’이와 이상이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스핀오프로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세계의 끝을 유랑하며 펼쳐지는 로드무비 형식으로요.


 

송 :  작가님은 맑고 시적인 그림을 통해 보는 사람이 느낄 감정의 몫을 풍부하게 남겨 두시더라고요. 색과 형태가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며 독특한 여운을 만드는 것 같고요. 이러한 이미지 연출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요?

양 : 근원은 ‘망한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초점이 안 맞고 인물들의 형태도 뭉개졌는데, 그 형상들이 네모난 프레임 안에서 현실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림을 그릴 때도 그러한 인상에 저만의 상상을 더하거나 덜어내며 화면을 구성해 나가는 것 같아요.

 

송 : 작가님은 산책을 즐기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작가님만의 산책법이 있나요? 저는 목적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 산책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사진첩엔 어떤 풍경이 주로 찍혀 있는지도 이야기해 주세요.

양 : 이렇게 얘기하면 좀 웃길 것 같은데요. 저에게 산책과 사진 찍기는 사실 지독한 게으름의 일부예요. 할 일이 쌓여 있지만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 산책과 사진 찍기로 죄책감을 좀 덜어요. 그럴 때 찍는 사진들은 주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저와는 다르게 부지런한 사람들이요.(웃음) 셔터 속도를 조금 느리게 조절해서 타인의 얼굴이 담기지 않게 하고, 그들의 실루엣이나 흐릿한 움직임을 담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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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한 인사말

<송미경> 글/<양양>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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