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경쾌한 리듬을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그려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 리솝의 첫 그림에세이 『행복은 이렇게도 그릴 수 있는 건데』. 그림에 담긴 솔직한 생각과 이야기들이 미소를 짓게 하고, 일상의 풍경을 돌아보게 한다. 그리하여 마음에 표정을 그려 넣는 것. 저절로 따라 웃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와 그림은 무엇보다도 작가 자신의 행복을 그리는 필체가 되어간다. 
첫 책 『행복은 이렇게도 그릴 수 있는 건데』 작업은 그동안 작가님의 활동에서 처음 겪는 감각일 텐데요, 그동안의 과정이나 소회를 먼저 들어보고 싶습니다.
작업을 할 때는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글을 쓰는 부분에서요. 나름 아무렇게나 써도 상관없는 블로그 같은 공간이 아니라서 의식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편집자님이 책이라는 의식을 하지 않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신 조언을 계속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는 말처럼 더욱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자님의 탓은 아니고 제 탓입니다. 그러다가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첫 결과물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의 결과물들과는 다른 러프함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지는 그런 법칙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법칙에 기대어서 러프하게 가감 없이 쓰자는 생각을 가지고 점점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의 밑천을 다 드러낸 듯한 후련함과 해방감을 느낍니다.
초반에 보았던 작가님의 그림들은 담배 연기처럼 매캐하고 가라앉은 느낌이었지만, 책에도 적었듯이 비인간 존재들이 그림에 등장하면서 리듬이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어요. 어떤 작가의 그림이 바뀌는 것을 이토록 긍정적으로 지켜본 일도 드문데요. 그때와 지금, 지금과 다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이 있으신가요?
그림을 보는 눈이 바뀐 게 먼저인지, 정서가 변한 게 먼저인지 사실 헷갈립니다. 과거의 저는 실제로 고독함과 쓸쓸함을 즐겼고 여백이 많은 흑백의 그림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쓸쓸함에서 우울감으로 깊게 파고들게 되었습니다. 쓸쓸함을 너무 즐겼던 부작용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 당시에 그린 그림들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전혀 예쁘지 않았어요. '아, 예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이런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죠. 마침 그때 좋은 친구들과 지금의 연인을 만나면서 제 정서도 밝아지고 색채도 생겨났습니다. 비인간적, 혹은 비일상적이라고 할 만큼 소중하고 기적 같은 인연들임을 생각하다 보니 그림 속에서 그렇게 자연스레 표현되어갔습니다. 그림을 그려오면서 지금처럼 스스로 만족스러운 적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따뜻하고 위트 있게, 가끔은 건강한 쓸쓸함도 비치는 그림들을 그리고 싶습니다. 제 정서의 기반에는 그런 쓸쓸함이 있으니까요.
그림이라는 진로, 삶의 경로를 찾게 되었다고 느낀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내 그림이 가치가 있는지, 사람들이 좋아할지 그런 막연한 불확신 같은 것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림에 대한 자기 확신을 주었던 일이나 계기가 있었을까요?
그림은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함께 자주 그려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그저 소중한 취미로 남기를 바랐죠. 사실 전 태권도로 진로를 정했었습니다. 이상하죠? 서울디자인고등학교에 가서 정작 태권도를 진로로 삼다니,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을 기약하겠습니다. 아무튼 입시 준비를 하다가 크게 다쳐서 다시 태권도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림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죠. 혼자서 여러 책들과 다양한 그림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공부했습니다. 너무 즐거웠지만 동시에 너무 막연하고 불안한 길이었어요. 세상에 좋고 다양한 그림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때 군 입대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환기가 되었습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군대 안에서 소중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제 그림을 진심으로 좋아해줬어요. 그때 처음 그림으로 순수한 인정을 받았고, 그 짜릿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원동력 삼아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 제 그림에 대한 진심 어린 감상을 전해주신 분들도 지칠 때 정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우연 같은 필연들이 제 등을 지금까지 계속 밀어주었습니다.
이번 책에서 파격적인 구성을 하였어요. 앞면의 내용과 뒷면의 내용을 구분해 반전하여 제본한 일인데요. 마치 마음도 좋았다가 슬펐다가 하는 양면성을 가진 것처럼 우리가 지나온 이야기도 이 책처럼 그런 듯해요. 이 구성과 작가님이 느끼는 마음의 양면에 대해, 그리고 그림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노트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방 안 곳곳에 있는 노트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앞면에는 당찬 낙서와 번뜩였던 아이디어 등 이것저것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러나 남몰래 적어두고 싶은 이야기, 적는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은 노트 뒷면에 적혀있습니다. 그렇게나 노트가 많지만 그것들을 적는 용도로 작정하고 사용하는 노트는 없습니다. 뒷면에 숨겨놓아야 하니까요. 그게 이 책의 독특한 구성으로 잘 나타나게 되어서 만족스럽습니다. 내향적이고 표현에 서투른 저는 그림에서도 그런 특성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를 무표정으로 그리는데 보기에 따라 귀엽게도, 쓸쓸하게도 보이는 것이 좋아요. 양면에 각각 다른 내용이 적힌 노트에 표정이 있다면 이런 표정일 것도 같네요.
그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또 이제 책을 통해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두루 사랑해주는 독자 분들도 생겨나겠지요.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친구가 되어 있을 수도 있고요.
맞아요.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는 그러길 기대하는 진심을 담아 한 말입니다. 어쩌면 구애와도 비슷합니다. 혼잣말 같지만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키운 이 책을 통해 저를 조금 더 알게 되고 내적인 친밀감을 가지게 되시면 좋겠어요. 그러면 소리 없는 마음을 통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친구가 될 건데? 묻는다면 딱히 이렇다 할 기준은 없지만 상호 간에 돈을 빌려달라거나, 보증을 대신 서달라거나 하지만 않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친구가 별로 없습니다. 저와 친구가 되어주세요.
그리고 작가님의 그림과 이야기 구심점에는 유머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니컬한 유머랄까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웃음에 대해, 유머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유머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려고 종종 시도했지만, 추상적인 이미지밖에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눅눅해진 감자튀김 같은 이미지인데, 아마 주문한 감자튀김이 눅눅해질 때까지 하염없이 앉아서 시시껄렁하게 주고받는 농담 같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유머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말씀하신 시니컬하고 위트 있는 유머가 여기에 많이 나타나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 책에도 감자튀김이 자주 등장하는군요. 아무튼 위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자기만의 속도로 천천히 이뤄나가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당장의 계획도 좋고, 다음 책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하고 싶은 작업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자신만의 속도로 이뤄나간다는 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야망이 별로 없는 사람이거든요. 물론 소박한 꿈은 있지만, 그럴만한 사람이 되었을 때 꿈은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믿어요. 그래서 천천히, 꾸준히 순간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들과 하고 싶어지는 것들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첫 책을 무사히 출간했으니 다음 책도 기회가 된다면 꼭 작업하고 싶어요. 저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작업도 해보고 싶고,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도 나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낙서가 가득 담긴 노트를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기도 해요. 보다 큰 규모로 전시도 하고 싶고, 작업실도 가지고 싶고. 이쯤 되면 소박한 꿈이 아니라 야망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천천히 많은 것을 이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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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이렇게 그릴 수도 있는 건데
출판사 | 아침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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