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신만의 ‘내 모든 것’을 노래하며 살아간다 | 예스24
작가에게 타인이란 늘 미지의 영역이고, 잠재적 주인공이니까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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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닝>의 각본을 쓴 오정미 작가의 첫 에세이 『내 모든 것』이 무제에서 출간되었다. 『내 모든 것』은 세상에선 주변 인물이지만 제 삶에선 주인공인 열세 사람의 ‘인생 영화’를 써 내려간 에세이다. 오정미는 ‘당신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오정미가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 영화에 대해, 실은 인생에 대해 놀랍도록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잊을 수 없는 단 한 편의 영화에 대해 말하는 건 결국 자기 인생을 이뤄온 고통과 환희, 기대와 좌절, 상처와 회복을 고백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는 오정미의 대담한 질문과 겸허한 경청을 만나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유한 서사로 거듭난다. 타인의 평범한 얼굴 뒤에 얼마나 무수하고도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을지 궁금해한 적 있다면, 한 사람이 간직해온 ‘내 모든 것’을 최선으로 붙잡아두는 오정미의 글을 만나보길 권한다. 

 


『내 모든 것』은 ‘당신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통해 열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만나는 산문집입니다. 이러한 형식의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화 <버닝>의 각본을 쓴 이후 수년 동안 극심한 번아웃 상태였어요. 영화 만드는 일을 할 체력과 정신력이 아예 바닥이 난 것 같았죠.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어요. 내가 필요한 작가인가. 내 이야기로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만 한 능력이나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마음속 나 자신은 늘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넌 안 돼.’ 궁지에 몰리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럼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그 영화라는 거, 대체 뭔데? 정말로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이긴 해? 영화라는 게 사람들 살아가는 데에 정말로 필요하긴 해? 그걸 알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물어봤어요. 작품을 위한 취재야 늘 하고 있던 것이니까, 하는 김에 영화 이야기도 좀 더 해보자는 식이었죠. “당신의 인생에 영향을 준 영화가 있나요? 그냥 좋아하는 영화 말고, 심지어 싫어하는 영화여도 괜찮아요.” 그 질문이 상상 이상의 만남들로 이어질지는 몰랐어요. 어떤 만남은, 마치 오래전부터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런 만남에겐 이런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해주세요, 라고 묻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이건 내가 완수해야 할 일이라는 책임감이 점점 생겨났던 것 같아요. 내가 정말로 필요한 작가이든 말든. 영화라는 게 정말로 가치 있는 무엇이든 말든. 그런 거 다 떠나서 이 책은 그냥 한 번은 꼭 쓰일 만한 책이구나. 이런 사람들의 삶과 영화에 대한 고백들이라면 전해질만 한 것이구나. 어딘가 꼭 필요한 곳으로 가닿을 수만 있다면. 어느새 제 안에 이런 믿음이 생겼던 게 진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작가이자 러시아문학 번역가로서 활동해오셨는데요. 『내 모든 것』은 타인의 삶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과 태도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한 편의 글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작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고민한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장편영화 시나리오 두 편을 쓰고, 장편소설과 자서전을 각각 한 권씩 번역하고, 이 책 『내 모든 것』을 지었어요. 이런저런 일들을 찔끔찔끔 해왔지만, 타인의 삶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같았어요. 허구의 인물이든 현실의 인물이든, 결국 타인이더라고요. 또 작가에게 타인이란 늘 미지의 영역이고, 잠재적 주인공이니까요. 모르겠어요. 말이 되는 소린지는 모르겠는데,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아, 나 이 사람 잘 모르겠다’ 하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순간 그는 주인공다워질 수 있는 기로에 서는 것 같거든요.

『내 모든 것』에서 제가 인터뷰하는 이들은 대개 자기가 주인공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평범한 타인들, 즉 타자들이에요. 자신만의 인생 영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스스로의 삶이 그것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저는 제 영화의 주인공을 찾고 있는 작가잖아요. 그래서 인터뷰 중에 늘 ‘아, 나 이 사람 잘 모르겠다’ 하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순간을 만나면 놓치지 않고 꼬옥 붙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를 만나온 방식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일종의 창작 노트라고, 심지어 제 영업비밀이라고까지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과장된 얘기가 아니에요. 

 

이 책을 쓰기 위해 가까운 친구부터 일면식 없는 사람까지, 다양한 이들을 인터뷰했다고 밝히셨는데요. 가까운 이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낯선 이에게서 오히려 익숙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중 가장 예상 밖이었고,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은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나요?

모든 인터뷰가 매 순간 놀라웠고, 그걸 겪어내는 제 모습이 이 책 안에 충분히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선 책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제 영화를 위해 취재를 하다가 만난 분이에요. 특정 직업군의 일상에 대해 인터뷰하는데, 그분이 돌연 훅 들어왔어요. 자살중독자인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삶의 모든 상수와 변수를 총동원 중이라 했죠. 꽤 구체적으로 얘길 듣게 됐는데, 몸과 정신이 갈리는 초현실적인 상황 속에서도 뭐랄까, 단정함을 잃지 않는 기개가 있었어요. 일종의 존경심까지 느껴져서, 그분의 인생 영화가 궁금해졌어요. 물었죠. 내가 이런 책을 쓰고 있는데 인터뷰 한번 해보겠느냐고. 별 반응 없더라고요. “영화는 글쎄요, 「라이프 오브 파이」?”라고 하더군요. 문득 그분이 정말로 무서운 호랑이와 함께 항해 중이구나, 라는 깨달음이 왔고, 그때는 오히려 인터뷰하겠다고 할까봐 겁이 나더라고요. 

그러고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계절이 몇 번쯤 바뀌고서 연락이 왔는데, 결국 가족을 떠나보내게 됐다고 했어요. 장례 끝나고서, 제가 낮술을 한잔 샀거든요. 그때 그 인터뷰, 작가님을 위한 거면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런 마음이면 하지 마시라고 했어요. 원래 제 인터뷰 원칙이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하고만 하는 거거든요. 요즘도 가끔 근황을 전하는 연락이 와요. 그동안 힘들었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럼 저는 힘내라고 해도 될까요, 라고 물어요. 그렇잖아요. 제가 감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어요. 만약 제 책을 위해 인터뷰했다면, 제 이야기라는 거울을 들어서 그분의 삶과 영화를 비추어봤겠죠. 그게 제가 하는 일이니까요. 그런 제 일의 경계를 잊지 말아야 한다, 라고 늘 생각해요. 그 경계 밖에서 오만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고도. 그게 제가 터득해낸, 저 자신과 제 인터뷰이들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쉽지 않지만요. 

 

이 책의 제목은 수록작 「내 모든 것」에서 가져왔습니다. 「내 모든 것」은 뉴욕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뮤직 테라피스트의 이야기인데요. 그가 부른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 「내 모든 것(All of me)」이 한 편의 글을 넘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제목이 되었습니다. 책 제목을 ‘내 모든 것’으로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와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는 분이 있다길래 만났어요.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뉴욕으로 떠나 호스피스 병동에서 뮤직 테라피스트로 일했었고,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빌리 홀리데이의 「내 모든 것」이라고 했죠. 그때만 해도 그게 어떤 노랜지 잘 몰랐고, 그날 인터뷰도 잘 안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에 디테일이 모자랐거든요. 예를 들어 병동에서 만난 환자 중에 누가 기억나는지를 물으면, 어느 수녀님이 있긴 했는데 되게 좋으신 분이었고 나랑 별다른 일은 없었다는 식이었어요. 못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반포기 상태로 미뤄놓았다가 이 이야기를 버릴지 말지 결정해야 했을 때, 일단 노래부터 들어본 거예요. 가사부터 미쳤더라고요. 

 

내 모든 것 가져갈래요? 당신 없인 난 쓸모가 없잖아요. 내 입술 가져가요. 버려버리고 싶어. 내 팔도 가져가요. 이제 쓸 일도 없는데 뭐… 그러니 차라리 내 모든 것 다 가져가요.’ 

 

여러 기억이 한꺼번에 떠올랐던 것 같아요. 그중 하나는 취재 중에 수녀원에 가서 배워본 적 있는 관상기도법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성서 속 장면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면서 기도하는 건데, 제가 느끼기엔 즉흥연기법과 유사하더라고요. 또 비공식적 루트로는, 어떤 수녀가 자기 사지를 하나씩 떼어 신에게 바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기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고요. 그게 이 미친 사랑 노래랑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았죠. 그러면서 이 노래를 알려준 뮤직 테라피스트의 마지막 말에 대해서도 각성하게 됐어요. 헤어지기 직전에 그녀가 갑자기 털어놓듯이 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자기 어릴 적 친구가 유명한 가수가 돼서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직도 마음이 힘들다 하더라고요. 왜 그녀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걸까, 그런 마음이 있다고요. 그 얘기를 복기하며 문득 깨달았던 것 같아요. 그녀의 담백하기만 했던 이야기에도 노래에 대한 그 미친 마음이 담겨 있었다는 것을. 그러니까 가수가 되지 못한 뮤직 테라피스트도, 평생 신을 짝사랑만 하다 늙어버린 수녀도, 더 나아가 이 책을 위해 자신만의 실패담을 기꺼이 나누어준 미지의 타인들, 그들 모두 자신만의 ‘내 모든 것’을 노래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 미친 마음으로 이 모든 일을 벌인 나에게는, 그들 모두가 ‘내 모든 것’이라는 것을.

 

이창동 감독은 『내 모든 것』에 “실제 삶의 생생한 디테일,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가 담겼다고 말했습니다. 타인에게서 고유하고 살아 있는 이야기를 포착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실제 삶의 생생한 디테일,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는 이창동 감독님이 평소 영화 작업에서도 늘 강조하시는 부분이에요. 특히 시나리오 집필을 위해 현존하는 삶을 취재하기를 원하시죠. 그런데 감독님과 달리 저는 미시적인 감각에서 거시적인 이야기를 끌어오는 편인 작가거든요. 감각이 의미에 앞서 먼저 몸과 마음을 퉁, 건드는 순간에 민감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순간이 없으면, 이야기에 잘 안 꽂혀요. 그런 만큼 자신의 내·외적 체험을 그대로 투영하는 방식의 글쓰기에 끌리기 때문에, 가끔은 작품 속으로 들어가다 못해 작품에 탈탈 털리는 것 같아요. <버닝>이 특히 그랬죠.

그래서 본능적으로 제가 저를 다스리는 방식이 있다면, 그건 연기하듯이 글을 쓰는 거예요. 어설프게나마 연기하며 몸과 마음을 써봤던 경험이 글을 쓸 때 저를 근본적으로 지탱해준다고 느끼거든요. 그리고 그런 경험이 사실 인터뷰에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최근에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이 책이 나온 이후로 인터뷰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답변들을 듣게 됐느냐는 질문을 꽤 받았는데, 사실 제가 뭐 특별히 한 건 없거든요. 다만 저는 일단 가만히 있는 거 같아요. 좀 무섭거나 싫은 게 올 때도 확 밀어내지 않고 듣는 거죠. 원래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상대를 듣는 거라고 하거든요. 진짜로 들어야 내 안에서도 진짜 같은 무언가가 생기니까. 그래야 나도 몰랐던 나의 낯선 반응이,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니까. 그래서 매 인터뷰에 최대한 긴장하지 않고 목적 없이 임하려고 노력합니다.

 

영화라는 실마리를 통해 타인의 인생을 가까이 마주하면서, 인생과 영화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관점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책을 묶어낸 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타인의 인생이나 영화를 바라보는 제 관점이 달라졌다기보다, 더 다양한 관점들을 접할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리뷰를 꼼꼼히 챙겨서 보고 있는데, 독자분들마다 좋아하는 챕터가 정말 다 다르더라고요. 그런 점이 재미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리뷰 중에 이런 말이 있어요. 작가가 딱 이맘때 아니면 쓸 수 없는 책이기에 흥미로웠다고요. 아, 이분은 내가 지금 삶의 어떤 변곡점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정확히 보고 계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얼마 전 영화계 동료가 해준 말도 기억에 남네요. 같이 <버닝> 현장에서 감독님 뒤통수 구경하며 쓸데없는 소리나 하던 사이인데, 갑자기 이런 진지한 말을 하더라고요. 

 

“『내 모든 것』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이런 생각이 들었어. 사람은 누구든 어떤 환경에 처하면 어떤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 내가 모르는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자고. 있잖아, 나는 인생의 80퍼센트는 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내가 지금껏 영화 일을 하면서 이만큼 먹고 사는 거, 내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근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만나면, 난 속으로 그래. 앗, 이거 다 운인데요.”

 

저랑 관점이 좀 비슷한 것도 같아요. 저도 타인은 영 모르는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가까우니까. 

 

이 책에서 ‘인생 영화’는 “보는 순간 나만이 알아봤고 나만이 가졌으며 그런 식으로 내 안에서 ‘영원’해질 수 있었던 진짜 나의 영화”로 정의됩니다. 작가님의 인생 영화가 궁금합니다.

실은 책 출간 이후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매번 다른 영화 이야기를 했어요. 그만큼 인생 영화 딱 한 편을 뽑자니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어떤 영화를 골라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요. 영화 만드는 사람이 된 뒤로는, 괜히 자의식이 먼저 발동하니까요. 그래서 아예 제가 영화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던 시절에 여러 번 봤던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요.

바로 <빌리 엘리어트>라는 영화예요. 특히 엔딩 시퀀스를 돌려보고 또 돌려봤던 기억이 나요. 탄광촌에서 생존의 위기에 몰려 파업 중인 한 광부 아버지가 있어요. 그는 막내아들 빌리가 하필 발레에 빠진 걸 알게 되고 기막혀하며 반대하죠. 그러나 빌리는 춤추는 걸 멈추지 않아요. 아버지 몰래 춤을 추다 걸리자 결국 춤추는 자신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시위를 해요. 춤추는 빌리의 모습을 보게 된 아버지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감수하며 파업 대열을 떠나기로 해요. 빌리를 계속 춤출 수 있게 해주려고요. 춤이 뭐라고. 대체 춤이 뭐길래. 심지어 빌리조차 자신에게 춤이 무엇인지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데도.

어느덧 세월이 지났어요. 머리가 희끗해진 아버지와 빌리의 형이 런던 지하철역 깊숙한 곳으로부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요. 낯선 공연장으로 들어와 앉자, 곱게 여장을 한 옆자리 남자가 인사를 건네 와요. 빌리의 어린 시절 친구 마이클이에요. 집에서 몰래 여자 옷을 입고 혼자 울던 마이클. 이제 그의 곁에는 근사한 근육질의 애인이 있어요. 그리고, 무대 뒤가 보여요. 가운을 걸친 한 남자가 역광의 조명을 받으며 무대 쪽으로 걸어 나가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의 애끓는 선율을 타듯이, 남자는 스르르 가운을 벗고 천천히 허리를 굽혀 숨을 뱉어요. 남자는 발레리노예요. 누군가 다가와 그의 아버지가 객석에 와 있다고 말해요. 남자는 객석을 봐요. 객석의 아버지는 무대를 봐요. 남자는 빌리예요. 그런 동안 음악은 계속 절정을 향해 가고, 드디어 현들의 그 간절한 기도가 꼭대기에 치닫기 직전, 빌리가 무대 위로 돌진해요. 다른 백조들이 그를 보려고 후다닥 뒤를 쫓아 고개를 빼 들어요. 그리고 마침내 빌리가 뛰어오르고 아버지가 숨을 멈추는 순간, 그 순간 저는 이미 예감했던 것도 같아요. 나에게 영화가 무엇인지 결국 말로는 다 할 수 없으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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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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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2026.02.11

모두가 한 번쯤은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싶다고 생각하며 사는데, 실제로는 내가 주인공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사는것 같아요. 내 인생의 영화는 어떤 장르일까 생각도 해보게 되고, 내 영화에 들어온 배역들은 나처럼 행복했을까? 궁금해집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나오면 결국은 행복해지더라고요. 그것이 일종의 포기든, 사랑이든. 무언가를 포기하는 마음도 한 편으로는 행복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포기하는게 지는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자신을 더 갉아 먹습니다.

말이 많았죠. 이렇듯 인터뷰 글을 읽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건 그만큼 좋은 책이고 사색이 많아질 책이란 뜻입니다. 잘 읽어볼게요. 제가 주인공인 나의 인생 영화를 되돌아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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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엥이

2026.02.11

저도 괜히 제 안에 어떤 영화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글 너무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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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