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제거 되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 예스24
소설을 쓰면서 저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일상에 수많은 언어가 감정에 기대어 있고, 이를 대체할 만한 이성적 표현이 많지 않다는 걸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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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제거할 수 있다면 감정 제거를 선택할 것인가? 이서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노 이모션』은 감정이 없는 세계에서 ‘감정’이라는 영역의 모호함을 담은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때때로 감정이 삶을 가로막을 때도 있지만, 또 다른 동력을 만들어 주기도 하니까. 그렇게 삶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거라고 믿고 있다.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들이 마음껏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노 이모션』은 '감정 제거술'이 시행되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감정 절제술'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떠올리고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하나의 명확한 계기보다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감정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스스로 감정을 되돌아보는 것조차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모습이 처음엔 이해가 안 됐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비슷한 글이 많이 보이는 거예요. 어떤 감정은 버려야만 하고, 어떤 감정이 들게 하는 사람은 끊어내야만 하고. 그러다 보니 궁금해졌어요. 정말 모든 문제가 감정 때문에 생기는 걸까. 불편한 감정만 외면하면 다 괜찮아지는 걸까. 감정에 대해 오해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감정이 외면당하는 세계를 그리고 싶어졌고, 그 속에서도 모든 사람이 같은 판단을 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에서도 선택권을 빼앗고 싶진 않아서 감정 절제술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를 둘러싼 여러 입장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소설 속 세계는 감정을 효율의 방해물로 여깁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인간이 감정을 제거했을 때 얻게 되는 ‘가장 큰 이득’과, 반대로 잃게 되는 ‘가장 치명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감정을 제거했을 때 얻는 ‘가장 큰 이득’은 생산성 아닐까요. 소설 속에서 감정을 제어하는 주체를 정부가 아닌 기업으로 설정한 이유이기도 해요. ‘생산성’을 ‘성공’으로 오해하는 세상인 거죠. 그로 인해 잃게 되는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역시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성애의 감정만이 아닌 가족, 친구, 나아가 인류애도 사라질 테고, 동물이나 자연 그 어떤 것에도 마음을 줄 수 없게 되겠죠. 그렇게 된다면 인간다움도 예술도 종국엔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정을 제거할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작가님은 감정 제거를 선택하실 것 같나요? ‘감정 제거술’과 관련된 작가님의 개인적인 생각도 궁금합니다. 

소설 속 세계라면, 아마도 저는 3구역에 살게 될 것 같아요. 감정 제거를 한다면 삶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고민은 되지만 결국엔 못 할 것 같습니다. 위험한 수술도 무섭지만, 인생에서 가장 좋은 순간에 아무것도 못 느끼고 싶진 않아요. 힘든 시절에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감정 보유자를 찾아내는 ‘캐쳐(Catcher) 프로젝트’는 하리가 자기 안의 숨겨진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리가 주변인들을 의심하며 겪는 심리 변화를 묘사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어디인가요?

혼란이에요. 하리는 30년 동안 오직 지식으로 감정을 배워온 사람이죠. 표정을 살피고, 추측하고, 마치 정답을 외우는 것처럼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걸 느끼는 사람만이 겪을 수 있는 감정을 담고 싶었어요. 낯선 느낌에 두려움조차 쉽게 인정할 수 없지만, 하리가 가진 솔직함을 훼손시켜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위해서는 확신이 아니라 혼란이 필요했죠.

 

단순하게 화나다, 짜증 난다, 기쁘다 등의 말도 감정에서 오는 표현이죠. 집필하시며 감정 없는 세계에서 감정을 드러낼 때, 조심했던 지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최대한 직접적인 표현을 배제하고, 정제된 문체를 쓰려고 했어요. 소설을 쓰면서 저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일상에 수많은 언어가 감정에 기대어 있고, 이를 대체할 만한 이성적 표현이 많지 않다는 걸요. 어쩔 수 없이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땐, 감정의 언어를 빌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걸 넣었습니다. 감정이 혼재하는 세계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리의 비서 ‘지오’는 의심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지오라는 캐릭터를 구상할 때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인지, 작중 하리와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지오는 감정을 숨겨야만 하는 인물이죠. 동시에 하리의 조력자인 만큼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야 했어요.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길 바랐습니다. 누구나 감정을 숨길 때가 있고, 또 숨길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잖아요. 극도의 세계에서 보통의 인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리가 유일무이한 존재이기에 많은 인물과 대비되지만, 그중에서 꼽자면 ‘김인호’라고 생각해요.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문제 해결 방식까지 하리와 전혀 다르죠. 그의 끝이 하리의 시작점이 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노 이모션』은 차가운 무채색의 세계를 다루지만 결국 마지막에 도달하는 곳은 ‘온기’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느끼길 바라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설을 쓰는 동안 저 역시 제 안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감정이라는 게 명확하기보다는 복합적일 때가 많아서, 하나씩 떼어내 어떤 건 남기고 어떤 건 버리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세계도 내 마음도 완벽하게 정제될 순 없는 거죠. 그 모든 걸 온전히 소화 시킬 때, 자신은 물론 타인도 배려하게 되면서 온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속에서 중심을 잡는 일 같아요. 무엇보다 질문처럼 독자들이 그 혼란 속에서도 ‘온기’를 느끼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소설이 주는 궁극적 재미도 함께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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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출판사 | 해피북스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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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