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꽃 시인’ 나태주 신작 여행 시집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는 달에서 선보이는 여행그림책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80세의 노시인은 6년간 후원해온 “눈이 크고 맑고 얼굴이 둥근” 어린 소녀를 만나기 위해 꼬박 하루를 날아가 탄자니아에 도착했다. 시인에게는 “생애 최상의 여행”이었던 붉은 먼지와 바람과 햇빛이 가득한 생명의 나라에서 일곱 날을 보내고 돌아와, 다시 돌이켜본 삶의 장면들을 신작 시 134편과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 62점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신작 시집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가 출간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내셨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셨는데요, 이번 시집에 실린 시들은 유독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를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나 마음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책을 많이 냈습니다. 그런 가운데 창작 시집도 53권이나 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집은 54권째 창작 시집입니다. 나이 81세에 낸 시집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정이 많이 가는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다른 시집과는 다르게 여행 시집입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그 느낌을 그대로 쓴 시집입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여행입니다. 실은 2021년에 가려고 했었는데, 가는 길이 막혀 5년 뒤에 간 여행이었습니다. 그저 관광여행이 아니라 한국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사업을 확인하는 여행이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여행 도중에도 썼고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썼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행의 피로와 느낌이 몸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이 시집의 시편들을 썼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번 탄자니아 여행이 나에게는 아주 많이 중요하고 특별한 여행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어딘가 버리고 싶었는데 탄자니아 여행길에 상당 부분 버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실은 여행 바로 전에 공주시의 도움으로 300평 규모의 나태주 풀꽃문학관 신관을 개관했는데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대단했습니다. 그 부담감을 내려놓기 위해 아프리카 여행을 결행한 것입니다.
시집의 곳곳에 직접 그려주신 연필화들이 실려 있습니다. 평소 그림을 자주 그리시는지요? 그리고 주로 어떤 장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화가가 아닙니다. 우선은 드로잉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그림 그리고 싶은 욕구는 아주 어려서부터 있었습니다. 차라리 초등학교 때 꿈은 화가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연필그림을 시작한 것은 50대부터였습니다. 주로 풀꽃과 나무와 산과 들판의 이미지를 그렸습니다.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인물을 묘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에 관한 그림은 전혀 그리지 못합니다. 이번 탄자니아 여행에서도 풀꽃과 나무와 집이나 들판이나 산의 풍경만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동물 그림 몇 점을 그렸습니다.
2부의 첫 시이자 표제시인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에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천사가 되"고, "누군가의 천국을 만들어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요즘 시대에 서로가 서로에게 '천사'가 되어주는 일은 참 귀하고도 어려운 일인데요, 서로에게 다정함을 건넬 수 있는 가장 쉬운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그건 매우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나 하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지만 이 소중한 나 하나를 위해서는 많은 너가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호의를 베푸는 마음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다가올 것이고 그러다 보면 그들이 나에게 천사가 될 것이고 그들과 함께 사는 세상이 천국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소통입니다. 이쪽에서 먼저 마음을 여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면 상호작용이 일어날 것이고 그 상호작용이 선순환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노력입니다.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은 이렇게 썼습니다.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간에,/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는 탄자니아의 네마 니코데무뿐 아니라 ‘씽씽이 타고 가는 여자아이’, ‘엄마 따라 건널목을 걷’는 어린 애기, 옆집에 구상 시인이 사는 아이 등 아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이들을 향한 시인님의 다정한 마음이 전해졌는데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애기들아.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에 잘 왔단다. 실은 너희들은 하늘나라의 작은 별이거나 하늘나라 정원의 예쁜 꽃이었는데 세상에 사람으로, 애기로 태어난 거란다. 이 할아버지는 지구 여행 거의 마치고 하늘나라로 돌아갈 때가 가까웠지만 너희들은 더욱 천천히, 더욱 아름답게 지구여행 잘 마치고 할아버지처럼 아주 많이 늙은 사람이 되어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가렴. 하늘나라로 돌아가 다시 별이 되고 하늘나라 정원의 꽃이 되렴.
3부에는 시인님의 몸과 마음이 머물렀던 여러 장소들에 대한 시들이 많았는데요, 그중 풀꽃문학관에 대해 쓰신 「내 인생의 질문」이라는 시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신은 왜 풀꽃문학관에 오셨나요?'라는 질문으로 시가 시작되는데, 풀꽃문학관을 방문하는 이들이 풀꽃문학관에서 어떤 경험을 하기를 바라시나요?
무엇보다도 마음의(정신의) 휴식이 중요합니다. 문학관에 와서 잠시 자기를 내려놓고 자기 생활이나 현실을 내려놓고 쉬기를 바랍니다. 지쳤지요. 우울하지요. 마음이 어둡지요. 그런 부정적인 마음들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풀꽃문학관은 커다란 빨래터나 쓰레기통이 되기를 자청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자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고합니다. 그래서 자기를 재발견하고, 자기를 칭찬해주고, 자기를 위로해주고, 자기를 또 인정해주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물론 문학이 도구가 되고 방법이 되어서 그런 가업들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전시관, 박물관, 기념관 형태의 문학관은 유용하지 않다고 봅니다. 대신 체험관, 참여관, 정서적 치유의 공간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애당초 우리 풀꽃문학관은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지어지고 구성된 문학관입니다.
시집의 제목처럼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다고 깨달으신 81세의 나태주 시인이, 젊은 시절의 '나태주'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일이 아니고 큰일도 아니란다. 네가 좋아하는 한 가지 일, 작은 일을 찾아서 그 일을 일생 동안 꾸준히, 쉬지 말고, 끝까지 해보렴. 그러다 보면 그 일 속에서 네가 꿈꾸고 바랐던 너 자신을 만날 것이고 또 다른 너를 발견하게 될 것이란다. 조금 어려운 말일지도 몰라. 독일 시인 괴테는 ‘인생이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란 말을 했고, 공자님은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고, 다시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즐기는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단다. 지금은 네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좋은 말이니 가슴에 새기고 그냥 외워두었다가 가끔 생각해보면 좋겠구나.
"다시는 되짚어갈 수 없는" 것은 여행길도 그렇고,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고 말씀하시며 시집이 끝납니다. 단 한 번뿐인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어떠한 자세로 살아야 '돌아보니 천국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이 시집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이 시집을 읽을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하루를 이 세상 첫날처럼 맞이하고 이 세상 마지막 날처럼 정리하면서 살자. 그렇습니다. 그렇게만 산다면 별로 후회할 일도 없고 하루하루의 삶이 지나고 보면 천국의 삶은 아닐지라도 후회 없는 최선의 삶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시간의 중요성입니다. 신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24시간을 어떻게 써먹으며 사느냐가 결단코 중요합니다. 흐지부지 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독자분들에게 바라는 바는 별로 없지만, 다만 시집을 읽고 자신의 마음과 처지와 삶을 잠시 돌아보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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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출판사 | 달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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