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훌훌』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과 제14회 권정생문학상을 수상하며 청소년 독자들의 독보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아 온 문경민 작가의 신작 『스카이다이빙』이 출간되었다. 문경민 작가는 『훌훌』에서 단절된 과거를 딛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청소년의 성장을 보여 주고, 『나는 복어』를 통해 자신만의 꿈을 찾아 나서는 특성화고등학교 아이들의 생생한 일상을 그리며 청소년들의 공감을 받았다. 이번 신작에서는 삶의 중력을 이겨 내고 최선을 다해 좋은 쪽으로 내딛는 용기를 보여 주는 인물들로 다시 한번 청소년들에게 다가간다.
『스카이다이빙』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동생을 둔 주인공 윤아와 저마다 ‘삶의 조건’을 짊어진 도희, 필우가 모여 각자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는 눈부신 과정을 그린다. 삶의 무게 때문에 추락하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단단한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신작 『스카이다이빙』을 구상하게 된 계기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스카이다이빙』은 한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어때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은 재미가 있어야죠.(웃음) 잘 읽히는 소설, 완성도가 높은 소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구상 계기는 좀 뜬금없이 찾아왔어요. 2년 전에 어떤 편집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앞으로 무슨 소설을 쓸 생각이냐고 묻기에 청소년기를 살아가는 비장애형제의 이야기를 한번은 써야 한다고 대답했어요. 언제 쓸 거냐고 묻기에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했고요. 그날의 대화가 이 소설의 출발이었어요. 지금은 숙제를 끝낸 기분입니다. 저에게 『스카이다이빙』은 언젠가 써야 했던 소설이었어요.
이번 작품에는 비장애형제와 특수학교, 청소년의 연애, 구덩이 모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집필하시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나 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을까요?
출간 뒤에 이 이야기의 시작을 끊어 주었던 편집자님을 다시 만났는데요, 그분이 비장애형제 모임(그런 모임이 실제로 있습니다.)에서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읽고 나서 그분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툭 올라오더라고요.
『스카이다이빙』은 완성된 소설입니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을 거예요. 단점을 짚는 평가나 감상은 잘 감당하면 됩니다. 하지만 『스카이다이빙』을 읽은 당사자들이 불편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는 자신이 없어요. 그분들의 어려움이 잠시 겪고 지나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 염려가 됩니다.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삶은 드물죠. 어떤 식으로든 문제는 찾아듭니다. 사람은 그것을 넘어가고 소화하고 감당하며 살아가요. 나와 가까운 이들이 이미 그 과정을 거쳤을지도 몰라요. 분투 중인 친구가 있을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스카이다이빙』은 모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살아가니까요.
윤아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이 사랑하지 않으면, 함께하지 않으면 결코 버틸 수 없는 일들을 함께 지나는 모습을 보고, 사랑과 연대를 품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에게 ‘사랑’은 어떤 모양일지요?
『스카이다이빙』을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 문장이 툭 떠올랐어요.
‘이 소설에는 사랑이 특별히 더 필요해.’
『스카이다이빙』에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 깃들어 있어요. 연인의 사랑, 가족을 향한 사랑이 핵심으로 박혀 있고요. 친구를 향한 연대감과 우정, 의지, 결심, 이해, 공감, 그리움 등이 사랑의 모습으로 스며들어 있습니다.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이 곳곳에 놓여 있는데도 이 소설이 완성된 이야기로 느껴지는 건 등장인물들이 사랑으로 만만찮은 조건들을 덮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받을 때’ 의미 있기도 하지만 ‘할 때’ 더 좋은 것이기도 해요.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의 ‘좋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아가 친구들과 닭갈비를 먹다가 우연히 특수학교 설립 반대파인 비서관 지경란과 마주하는데요. 두 사람은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팽팽하게 대치합니다. 작가님이 만약 윤아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제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상황에 휩쓸려 가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주먹을 쥐고 일어서더라고요. 이번 소설에서는 좀 달랐으면 했습니다.
윤아가 마주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오면 저는 일단 참습니다.(웃음) 상대의 사정을 이해해 보려 애쓰기도 하죠. 그러다 정 안 되겠으면 조금 일어서요. 그것도 주변 상황이 받쳐 주면요. 하지만 나서야 할 때가 오면 열심히 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투지를 끌어내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투지라는 게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발현되는 결기잖아요. 싸우는 대상은 누군가일 수도 있고, 시스템일 수도 있고, 저 자신일 수도 있어요. 윤아의 상황이 제게 찾아왔다면, 일어서야 할 때가 됐고 어느 정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면, 저는 윤아처럼 할 거예요.
작가님이 특별히 마음이 가는 장면이나 공들여 쓰신 문장, 혹은 인물이 있을까요?
도서관에서 막바지 교정지를 검토하던 중이었어요, 윤아가 꿈에서 오두막이 있는 해변에 있잖아요. 마지막에 다시 읽는데도 울컥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사실 교정 막바지면 지쳐서 감정이 메마르게 되거든요.
그날 밤에 내가 왜 그 장면에서 그렇게까지 감정이 쏟아졌을까 생각해 봤어요. 꿈에서나 이뤄질 수 있는 소망을 문장으로 마주했기 때문인 것 같았어요. 제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 있죠. 딸이 장애와 무관히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라고 해서 소망이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불가능한 소망에도 빛이 있던데요?
가장 많은 애정을 쏟은 인물은 민아입니다. 『스파크』라는 어린이 소설이 있어요. 그 소설의 작가 엘 맥니콜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습니다. 『스파크』에 등장하는 자폐 장애인의 모습은 다른 소설과는 달라요. 진짜라는 믿음이 가죠. 저도 그렇게 쓰고 싶었어요.
소설 속 민아는 제 딸을 닮은 아이예요. 민아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애틋했습니다. 감정을 덜어 내고 쓰려고 애썼죠.
윤아, 필우, 도희가 결성한 구덩이 모임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이 이야기 이후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요?
얼마 전에 저와 비슷한 사정이 있는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분도 장애인 가족의 일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여러 설명 없이 통하는 게 있어서 집안 사정을 나누는 게 즐겁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대체 왜 그랬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때는 그랬지.’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잠깐 과거의 힘들었던 때로 돌아갔던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때와 달라진 저의 지금을 생각하자 괜찮아졌습니다.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모두가 사는 게 만만치 않죠. 구덩이에 빠질 때가 있어요. 어려운 시절이 계속 이어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소설 속 아이들도 나아지고 좋아질 겁니다. 지나고 나면 어려웠던 그 시절에도 어떤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구덩이에서 나온 뒤에는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기특하다, 대견하다, 그렇게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가 많은데요, 혹시 쓰시면서 들었던 생각이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스카이다이빙』을 쓰는 중에도 ‘작가의 말’을 고민했어요. 『스카이다이빙』은 자전적 소설(autobiographical novel), 자전적 요소가 상당한 리얼리즘 소설로 볼 수 있죠. 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라는 걸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상의 한 부분을 열어 보이고 싶었어요.
제 일상에서 『스카이다이빙』과 어울리는 한 장면을 고르는 데는 고민이 필요 없었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딸과 저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매일 반복하는 그 일상이 주는 위로와 기쁨은 제가 『스카이다이빙』의 태도를 갖추고 난 뒤에야 비로소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 소설에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올해로 11년 차 소설가가 되었어요. 쓰는 일을 한동안 이어 갈 생각입니다. 쉽지는 않아요. 힘들 때도 있죠. 윤아가 힘들 때마다 “최선을 다해 좋은 쪽으로.”라고 말하는데요, 이건 제가 좀 벅차다 싶을 때 혼자 중얼거리곤 하는 말이에요.(웃음)
쉬운 일이 없다는 씁쓸한 자조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하게 될 것 같지만 그때그때 잘 넘어가 보려고 합니다.
다 같이 잘 살아가 보아요.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일상을 채우며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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