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강맑실(사계절 출판사 대표), 허가윤(가수, 배우), 조세경(패션 컨설턴트), 임수미(아티스트), 유혜영(데이즈데이즈 디렉터), 박민희(스타일리스트)가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성 멘토 6인이 추천하고 예스24와 데이즈데이즈가 함께 선정한 책을 소개합니다!
데이즈데이즈(@daze_dayz)인생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깊은 터널을 지나던 시기가 있었나요?
결혼 직후 시할머니와 시부모님, 시동생, 우리 가족 넷, 이렇게 일곱 식구가 함께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친정에서 마냥 사랑만 받던 내가 대가족 생활에 적응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물론 대가족이 함께하는 매일매일의 에피소드 속에 명랑함과 따스함도 스며 있었지만, 직장 생활하면서 집에 와서는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하시던 어머니를 도와드려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 마음고생이 컸지요.
그때 가까운 사람들이나 남편과 밖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참 많이 나누었어요. 가까운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가족 관계 속에서 나를 짓눌렀던 원인들을 살펴보게 되고, 나와 어머니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아주 조금씩 어머니의 방식을 이해하고 어머니에게 내 방식을 설득해나갈 힘을 얻곤 했어요. 그 당시 집안일이 많이 서툴고 어리석은 나였지만 한 가지 변함없이 믿고 있었던 건 시간은 걸릴지언정 나의 진심만큼은 언젠가 어머니에게 전달되리라는 거였지요. 아니나 다를까 90세가 되신 우리 어머니, 이제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예쁜 며느리라 매일매일 입버릇처럼 말해주고 계세요.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일상이 흔들릴 때, 나를 바닥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의식적으로 지켰던 최소한의 약속이 있나요?
출판사를 경영하다 보면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더더구나 공을 들여 애써서 출간한 의미 있는 책들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지 못할 때면 그 마음의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가 힘듭니다. 함께 책을 만든 동료이자 직원들에게 면목도 없고요. 하지만 대표는 동료들인 직원들에게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의 상황에 대비해 어떤 태도와 자세로 임해야 할지, 어떤 목표를 향해 어떤 실행 계획을 세워 시스템화해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입니다. 눈앞의 고통이나 감정에 휘말려 주저앉아 있을 시간이 없는 거지요. 참 어려운 일입니다. 더더구나 저처럼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감정의 요동이 심한 사람에게는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저 자신을 쓸데없는 감정과 생각에서 빨리 탈출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동료들과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25여년 전의 일입니다. 달리기는 긴 세월 제 일상이 되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 달리기는 대폭 줄였습니다. 그대신 매일 아침 일어나면 명상기도를 하고 요가를 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필라테스를 하고 주말이면 맨발로 산을 오르지요. 그리고 머리를 완전히 비우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려요. 덕분에 지금은 쓸데없는 감정과 생각에서 탈출하는 시간이 아주 짧아졌습니다. 다들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습관이 되게 하는 일은 쉽지 않지요. 하지만 그걸 해내고 나면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편안해져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듯합니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거나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준 타인의 조언이나 책 속의 문장이 있었나요?
하이데거는 자신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현존재는 자기 자신에 관해 가장 가깝게 말을 할 때는 언제나 ‘그래, 그게 나야’ 하고 말하는데. 결국에는 자기가 바로 그 자신이 ‘아닐’ 때 가장 큰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좀 섬뜩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그게 바로 나야’ 하고 외칠 때의 그 ‘나’라는 것이 실은 나를 잃어버린 나, 나 아닌 나를 가리키고 있는 말이라는 거지요. 뒤이어 하이데거는 나는 ‘타자 없는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놀라운 비밀이 들어있는 말들이라 감히 제가 뭐라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저는 『하이데거 극장』(고명섭 저, 한길사)을 읽다가 이 부분에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저 나름대로 어렴풋이 이해한 대로 살려고 합니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공동체 속에서 비로소 참된 내가 보이고 참된 나를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만큼은 잃지 않고 있습니다.ㄴ
데이즈데이즈(@daze_dayz), 허가윤(@gayoon_heo)
단순히 몸을 가꾸는 것을 넘어, 옷을 골라 입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행위가 마음을 회복시키거나 세상 앞에 설 용기를 주었던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저에게는 서핑이 그런 경험이었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무기력의 끝에 서 있었을 때, 발리에 온 김에 한 번쯤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서핑이 제 마음과 정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었거든요.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침잠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저를 바다로 이끌어낸 건 파도였습니다. 파도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고, 뜨거운 햇빛을 마주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비로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서핑을 통해 새로운 재미와 열정을 발견했고,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순간들과 추억을 만들었어요.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며 좁아졌던 세계가 다시 넓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예전의 저는 늘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 속에 머물러 있었지만 바다 위 보드에 올라선 순간만큼은 ‘건강하게 잘 살아 있다’는 사실에 온전히 집중하게 되더군요. 그 선명한 감각이 저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했고, 더 재미있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기준을 조금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완벽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스스로를 옥죄는 강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기준에 완벽히 부합되는 몸이 아니면, 핏되는 옷이나 수영복은 결코 입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발리에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의 생각을 듣고 태도를 보며 많이 바뀌었습니다. 내 몸이 어떤 모습이든 나부터 스스로를 사랑해준다면, 그 모습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내 얼굴과 몸을 평생 가장 많이 보고 만지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잖아요. 내가 내 몸을 긍정한다면, 타인의 시선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저에게 수영복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입어야 하는 도전이 아니라, 그저 편안한 나의 일상복 중 하나가 되었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고, 설령 관심이 있더라도 금방 잊어버린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인생의 주인공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그러니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기보다, 나의 몸을 더 아껴주고 예뻐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나를 믿고 당당해질 때 그 모습은 반드시 빛나기 마련이니까요.
주변의 우려나 고정관념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직관을 믿고 밀어붙였던 선택이 있나요?
발리에서 살아보기로 결정한 경험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늘 타인의 관리와 통제에 익숙했던 저에게, 혼자 해외에서 살아보겠다는 다짐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스스로 내린 큰 결정이었어요. 주변의 우려도 있었지만, 그때만큼은 오롯이 제 직관을 믿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나를 위해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우선이었거든요. 결과적으로 그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왜 더 일찍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죠. 발리에서의 삶은 행복의 기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거창한 성공이나 목표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기쁨과 자연이 주는 에너지가 삶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 깨달았거든요. 한국에 돌아와 만난 친구들이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 “눈빛이 달라졌다”라고 말해줄 때마다, 제가 내린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확인받는 기분이 듭니다.
데이즈데이즈(@daze_dayz), 조세경(@yosekyung)
인생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깊은 터널을 지나던 시기가 있었나요?
긴 여행을 떠날 때 터널을 만나지 않을 수 없죠. 하나의 터널을 지났다고 다음 터널이 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제가 가장 바닥에 머무를 때 제 일상을 무너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매일 아침을 정성스럽게 챙기고, 저녁엔 스트레칭을 하고 잠자리에 들고요. 터프한 하루를 보낸 날엔 애쓰지 않아도 되는 친구와 가볍게 한 잔 하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웃고 마무리합니다.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기 보단 별 것 아닌 일상을 보내고, 그 사이사이에 지극히 작은 기쁨들을 온전히 느끼는 것, 그게 전부였어요.
누구나 남들에게 선뜻 꺼내놓기 힘든 자신만의 결핍이나 콤플렉스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들 때 스스로를 어떻게 다독이며 중심을 잡으시나요?
결핍과 콤플렉스가 나쁘지 만은 않아요. 나의 부족함을 알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 열심이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게 되니까요. 저는 제 결핍과 콤플렉스를 인정했어요. 대신 제가 노력없이 가진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노력없이 갖게 된 것을 떠올리면 ’인생 뭐 그렇게 불공평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거나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멘토님에게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준 타인의 조언이나 책 속의 문장이 있었나요?
크리스찬인 저는 매일 집을 나서기 전 말씀 묵상을 합니다. 매일의 말씀과 기도가 흔들리기 쉬운 세상에서 저를 단단하게 잡아줘요. 꼭 필요한 시간이죠. 최근 묵상하면서 노트에 적었던 말은 ‘쓰임받는 기쁨’ 그리고 ‘감사‘입니다. 나의 가치에 대해선 많이들 생각하지만, 나의 쓰임에 대해선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내가 여전히 쓰임받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지금 일에서 겪는 자잘한 고민과 불편함을 흘려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데이즈데이즈(@daze_dayz)
인생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깊은 터널을 지나던 시기가 있었나요?
20대의 나는 3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집이 생기고, 돈을 벌며 남들처럼 안정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흘러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시점이 되었을 때에도, 제 삶에는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변 또래들은 각자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 속에서 저만 다른 흐름 위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저를 불안하게 만들어 막막함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때의 저를 보며 엄마가 조용히 해준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지금까지도 제가 버텨낼 수 있게 해 준 가장 큰 힘이 되었어요. “너는 어릴 때도 걸음마가 참 느린 아이였어. 그때는 엄마도 어려서 그런 너를 보며 걱정을 많이 했지. 하지만 지금의 너를 보면, 그때 걱정으로 보냈던 시간이 오히려 아깝게 느껴져. 천천히 걸어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걷게 되니까,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지금의 시간을 즐기면서 살아. 너는 그저 걸음이 조금 느린 아이일 뿐이야.”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삶을 바라보는 방법이 조금 바뀌었어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한 걸음 물러서서 저 자신을 바라보고, 조급함 대신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을 배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으려 해요. 속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저를 무시하거나 작게 만들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단지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걷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이 생각보다 훨씬 편안해졌어요.
주변의 우려나 고정관념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직관을 믿고 밀어붙였던 선택이 있나요?
저는 태생이 조용한 청개구리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엄마가 골라준 옷을 입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른 옷을 책가방에 넣어 등굣길에 갈아입고는 했습니다. 그런 성향 덕분에 제 청년기는 말 그대로 객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호되게 혼나기도 했고,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을 져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수십 년 반복되는 동안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혼나며 배웠고,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지금 저는 남성의 비율이 훨씬 높은 분야에서 수장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여자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할 때에도 그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겁없이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책임질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합니다. 저는 혁신에는 언제나 거센 저항이 따른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스스로를 극한의 한계까지 밀어 넣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지른다’ 는 것은 결국 선택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릅니다. 지르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혼나고 책임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시간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훨씬 단단해진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지르고, 혼나고, 책임지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면 사람은 언제든 자신의 직관을 따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직관으로 인한 책임을 여러 번 감당하다 보면 그 직관은 점점 현실적인 해결책에 가까워집니다. 그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찾게 될 것이고, 당신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신의 직관으로 문제들을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일상이 흔들릴 때, 나를 바닥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 의식적으로 지켰던 최소한의 약속이 있나요?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꽤 외향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매우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막상 그 상황에 놓이면 충분히 즐길 수는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폰 진동 소리와 끝없이 이어지는 약속들은 그것들이 정리되기 전까지 저에게 꽤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가장 구석진 자리가 제 자리이기를 바라는 사람이 바로 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성향을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 매일 아침 같은 루틴을 유지합니다. 저에게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작은 의식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말하자면, 외향적인 페르소나를 차분히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이불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는 휴대폰을 보지 않습니다. 그 후 화장실에 앉아 휴대폰으로 그날의 뉴스를 훑어보고, 샤워를 하면서 그 정보들을 천천히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물기 없이 화장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옵니다. 이렇게 아침 시간을 보내고 나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돈됩니다. 그때 비로소 저는 그날 만나는 사람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됩니다.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열고 나면, 저는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건네는 동시에 다시 좋은 에너지를 받습니다.
데이즈데이즈(@daze_dayz), 박민희(@meenmeenmeen_)
인생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깊은 터널을 지나던 시기가 있었나요?
블랙핑크의 스타일리스트로 쉼 없이 달렸던 8년을 지나, 제니의 솔로 앨범 ‘루비(Ruby)’를 준비하며 비주얼 디렉터로서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던 지난 2년이 제게는 가장 깊은 터널이자 잊지 못할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앨범 재킷부터 7편의 뮤직비디오, 수많은 관련 콘텐츠까지 비주얼에 관한 모든 것을 구상하고 기획해야 했죠. 저에게 큰 기회를 준 제니에게, 그리고 대중에게 ‘블랙핑크 스타일리스트’라는 타이틀을 넘어선 저의 진짜 진가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요.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가족 같은 크루들과 처음 만들어내는 앨범이다 보니, 사소한 것 하나 허투루 넘길 수 없다는 엄청난 부담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스타일링과 비주얼 디렉팅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다른 분야였고, 매 순간 낯선 난관에 부딪혔어요. 온 신경이 곤두선 채로 꽤 긴 시간 동안 제 자신을 혹사시켰고, 결국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와 정신과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 캄캄한 터널에서 저를 멈춰 세운 건, 제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함께 고통받고 있던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저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던 제니와 크루들이었어요. 사랑하는 동생들이 아파하는 걸 피부로 느끼고, 또 저를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고 도와주는 제니와 동료들의 진심을 마주하면서 '빨리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습니다. 그것이 그 길었던 터널을 빠져나오는 첫걸음이었죠.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기꺼이 도움을 요청해 본 경험이 있나요?
예전의 저는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무조건 혼자서 이겨내야 한다고 믿었어요.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프로답지 못하거나 부족함을 들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를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한 후, 심리 상담을 받고 병원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조금씩 찾으면서, 비로소 혼자 짊어지고 있던 고민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둘 꺼내놓을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놀랍게도 제 곁에는 언제든 제 짐을 함께 나눠 질 준비가 되어 있는 든든한 크루들과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나의 짐을 나누면 큰일이 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더 완벽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죠. 혼자서만 끙끙 앓으며 두려워했던 지난 시간들이 조금은 바보 같았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어요. 진짜 건강한 자립은 고립이 아니라, 필요할 때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연대할 줄 아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걸 깊이 배웠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기준을 조금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만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완벽주의의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었어요.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가며 새로운 문제와 맞닥뜨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고, 곁에 있는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정답에 가까워지는 길이더라고요. 저처럼 무언가를 증명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스스로를 너무 뾰족하게 찌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곁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정하고 든든한 사람들이 많고, 그들에게 잠시 기대는 것은 결코 서투르거나 나약한 일이 아니니까요.
데이즈데이즈(@daze_dayz), 유혜영(@haengy)
인생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깊은 터널을 지나던 시기가 있었나요?
오래전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무언가에 이끌리듯 어르신들 목욕 봉사를 몇 달간 했었어요. 몸은 덥고 힘들었고, 당장 현실의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개운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칭찬받을 만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더라고요.
사실 세상이 나와 맞지 않아 힘들 때보다, 내가 나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때 마음은 가장 괴롭더라고요. ‘나는 무조건 내 편이어야지’ 다짐하면서도, 세상의 기준이나 혹은 내 욕심에 못 미치는 스스로가 한심해 보일 때가 있잖아요. 그렇게 나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을 잃는 순간이 제게는 가장 깊은 터널이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저는 제가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유혜영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거창한 건 아니에요. 정성껏 화장을 하고, 신경써서 옷을 입고, 거울 속 내 모습이 마음에 들도록 웃어보는 것, 가족,친지를 챙기거나 주변에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것, 혹은 곤경에 처한 작은 생명을 돕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내는 소소한 행동들입니다.
꾸준하지는 않아요. 그저 이따금씩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싶거든요. 타인에게 호감을 느낄 때처럼, 내면의 내가 현실의 나를 보며 ‘참 기특하고 사랑스럽다’고 느낄 만한 행동을 하나씩 실천해보는 거예요. 그렇게 자긍심을 조금씩 채우다 보면 어느덧 ‘나 제법 괜찮네!’ 하는 확신과 함께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가 생겨납니다.
타인이 바라보는 멘토님의 모습이나 사회적 평가와, 스스로 인식하는 나 사이의 간극 때문에 마음이 소란했던 적이 있나요?
제가 저를 관찰했을 때,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내 모습과 본연의 내 모습 사이의 괴리가 클 때 마음이 시끄러워지곤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솔직하게 사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을 연기하는 데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상적으로 꿈꾸는 내가 되려 노력하되, 지금의 부족한 모습 또한 너무 감추지 않으려 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써왔어요.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이 왜 생겼는지, 나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인지 글로 옮기다 보면 나 자신과 깊이 대화하는 기분이 들고, 스스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돼요. 이렇게 일기를 통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평가라는 소음에서 벗어나 나만의 중심이 잡히는 것을 느낍니다. 밖에서 들리는 이야기보다 내 안에서 길어 올린 문장들을 더 믿게 되는 거죠. 결국 내면의 평온은 타인의 시선에 맞추는 나를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쓴 나의 기록 앞에 당당해질 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삶의 방향을 고민하거나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준 타인의 조언이나 책 속의 문장이 있었나요?
삶이 유독 버겁게 느껴질 때,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에서 만난 “당신은 당신의 생각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속삭이는 불안이나 욕심, 타인과 비교하는 마음을 ‘나 자신’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잖아요. 톨레는 그것을 ‘에고(Ego)’라고 부르며, 그 목소리와 나 사이에 거리를 두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문장이 적잖은 충격이었어요. 내가 느끼는 불안함이나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채찍질이, 어쩌면 진짜 나의 본질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이 기분 좋게 신선했어요.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은 모두 에고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 우리가 실제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라는 말. 사실 저는 여전히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소란해질 때면 저는 이 문장을 떠올리며 가만히 숨을 고릅니다. ‘아, 지금 내 에고가 또 난리를 치고 있네’ 하고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거예요. 에고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잠재우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나를 짓누르던 무거운 클로즈업 장면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풍경을 바라보게 되어요. 언젠가는 그 평온의 기술을 온전히 깨닫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여성 멘토 6인이 추천하고
예스24와 데이즈데이즈가 함께 선정한 책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천 장의 블라우스를 만들기 위해
출판사 | 이온서가
슬픔의 틈새
출판사 | 사계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출판사 | 디플롯
가장 낯선 바다에서 가장 나다워졌다
출판사 | 부크럼
긴긴밤
출판사 | 문학동네
어린이라는 세계
출판사 | 사계절
초판본 어린왕자
출판사 | 더스토리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출판사 | 양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출판사 | 현대문학
막내의 뜰
출판사 | 사계절
존재와 시간
출판사 | 까치(까치글방)
하이데거 극장 세트
출판사 | 한길사
데이즈데이즈
@daze_da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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