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2024년 동화집 『나의 낯선 가족』(창비)을 펴내며 주목받은 송혜수가 첫 장편동화 『달인만두 한 판이요!』(창비 2026)로 독자들을 만난다. 만두 장인을 꿈꾸는 열세 살 소년 ‘황뜸’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만두 비법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어려움을 이겨 내고 씩씩하게 달인으로 거듭나는 뜸이의 여정이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주인공 ‘황뜸’에게 ‘만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입니다. 한 아이가 이렇게까지 한 가지에 몰두하는 설정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속초에 살게 되면서 가업을 대대로 이어 나가는 오래된 맛집들을 알게 되었어요. 갈 때마다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 배가 부른 뒤에는 이곳 주방에 한 어린이가 서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가업에 평생을 건 어른들을 보고 자란 그 아이 역시 맛깔나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지 않을까요? 만두에 인생을 바쳤던 할아버지 손에서 큰 뜸이가 ‘만두에 진심’인 이유입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오래전 집을 떠났던 아빠가 돌아오며 뜸이의 일상이 흔들립니다. 뜸이 아빠는 완벽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이렇게 미숙한 어른을 그릴 때 어떻게 접근하셨는지요? 또 뜸이와 아빠의 갈등을 통해 그리고 싶었던 가족의 모습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좋아하는 책 『무탄트 메시지』(말로 모간 지음,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2003)에서는 호주 원주민인 ‘참사람 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이들에게 생일은 매년 돌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는 저절로 먹는 것이라 축하할 필요가 없거든요. 이들은 그 대신 ‘나아지는 날’을 축하해요. 해 본 것이나 할 줄 아는 것이 하나 늘어난 날이 생일이지요. 이 책을 읽고 저는 언젠가 나이가 많지만 미숙한 어른과 나이는 어리지만 세상과 ‘나’를 아주 잘 아는 당찬 어린이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또한 가족이라고 해서 당연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 또한 제가 꾸준히 드러내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첫 동화집 『나의 낯선 가족』에 나오는 단편들도 그러한 주제를 갖고 있고요. 마음은 표현해야 압니다. 고맙거나 미안하다는 말, 그리고 서로를 궁금해하는 마음은 아끼지 말아야 해요. 그게 가족이어도요.
『달인만두 한 판이요!』에는 웃음과 유머가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내기 위해 어떤 균형을 고민하셨나요?
저는 모든 것이 무거운 날에도 아이들의 재밌는 말 한마디로 깔깔깔 웃어요. 문제를 문제로 만드는 건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내가 경쾌해질 수 있는 ‘행복 압정’에 대해 계속 연구해요. 물론 슬픈 날에는 최선을 다해 슬퍼야죠. 바닥이 어디까지인지를 알아야 뒤꿈치로 힘차게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거든요. 슬픈 땐 참지 말고, 기쁠 땐 마음껏 신이 나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얼추 희로애락의 균형이 맞지 않을까요?
바닷가 마을의 활기찬 전통 시장 풍경이 생생하게 재현되는 점이 읽는 재미를 더하는데요, 실제 취재하신 경험이 있는지요? 글 속 공간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는 실제 공간이 있어야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편입니다. 제 눈에 보이는, 바로 저 가게에 서 있는, 어떤 아이에게 제가 자꾸 말을 건다는 생각으로 씁니다. 만두를 능숙하게 빚으면서도 무언가 고민이 있어 보이는 그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 만두 한 접시를 시켜 놓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의 신상명세서가 머릿속에서 완성됩니다. 그 뒤로는 아이가 저절로 움직이고 사고를 치고 여행을 떠나고 제 나름의 고민을 해결하고요. 상상 속 그 친구와 친해지기 위해 속초 중앙시장에 자주 갔죠. 핑계 삼아 뭘 자꾸 사 먹느라 살이 좀 쪘지만요.
성실하게 살아가는 시장 상인들을 링 위에 오른 복서에 비유하신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뜸이 아빠가 복서를 꿈꾸기도 했지요. 만두와 복싱이라는 이미지를 함께 배치하신 이유가 있을지요?
복싱은 집필 무렵 몸이 많이 안 좋았던 제가 새로 해 본 운동이에요. 뜸이 아빠, 황빚음 씨가 한 번도 데뷔전을 치른 적 없는 아마추어 복서라는 설정은 앞서 이야기한 미숙한 어른을 표현하고 싶어 넣은 소재고요. 「작가의 말」에도 적었듯 뜸이 아빠는 작가 지망생 시절의 저를 많이 닮았어요. 작가가 될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들을까 봐, 최선을 다하는 게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뜸이가 아빠에게 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 저 또한 위안을 많이 받았어요.
작품을 쓰면서 작가님 자신이 가장 크게 위로받았던 장면이나 문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품 속에서 황빚음 할아버지가 뜸이에게 써 주는 한자어들은 저희 아버지가 제게 써 주신 글자예요. 그중 ‘호흡(呼吸)’이라는 단어는 ‘내쉴 호(呼)’자에 ‘들이마실 흡(吸)’자를 쓰는데요, 숨은 들이마신 후 내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비우고 나서야 채울 수 있어요. 걱정과 불안을 과식한 뜸이에게 잠시 그것들을 내려놓고 시간의 힘을 믿으라고 말해 주는 뜸이 할아버지의 말, 사실은 저희 아버지의 말에 저는 오랫동안 용기를 얻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었고요.
황뜸은 실패하고 좌절할지언정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달인’이 된다는 것은 기술을 완성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메시지로도 읽혔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진짜 달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Just do. 많은 달인들이 ‘그냥 하는 거’라고 말하지만 한 가지를 깊이 사랑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 같아요. 계산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남이 아닌 ‘나’를 믿는 일은 나이가 들수록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겁이 나고 힘들어도 자꾸 엉덩이를 들이밀고 꾸준한 시간의 힘을 믿다 보면 저도 언젠가 이야기 달인이 될 수 있겠지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나의 낯선 가족
출판사 | 창비
달인만두 한 판이요!
출판사 | 창비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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