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보면 짖는 편집자(@editor_walwal) 계정을 운영하고, 매달 침묵독서클럽(@chimdokle)을 개최하는 김지은 편집자가 리딩런 코스별 인문사회 추천 책을 소개합니다. 리딩런은 책을 읽은 시간만큼 러닝 거리가 누적되고 기부금이 적립되는 독서 캠페인입니다.(여기서 참여 가능!) 그럼 모두 책 속으로 함께 달릴 준비 되셨나요?
“비문학”이라는 이름이 섭섭하다. 비(非)문학, 논(Non)픽션, 문학이 아니고 픽션이 아닌 것. 어딘가, 문학만을 제자리에 두고 그 나머지는 어디 앉아 있든지 한꺼번에 싹 묶어 비문학이라고 부르는 것만 같다. 이 서운함은 어디에서 왔나.
‘비’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떠올려 본다. 비인간, 비인기종목, 비주류, 비상장, 비공개, 비, … 비, 비둘기, 비타민…. 문학이 아니기만 하면 비문학이라는 듯이. 너와 나 아닌 나머지를 퉁쳐 부르듯이. 비문학으로 묶이는 장르 중에 ‘인문사회’로 분류되는 책들을 껴안고 언제나 〈우리 장르 정상영업 합니다〉의 심정으로 독자들에게 말 걸고 있다.
책상을 가운데 두고 벽 양쪽으로 책장을 붙여 두었다. 서쪽 책장에는 비문학을, 동쪽 책장에는 문학을 꽂았다. 그런데 어떤 비문학은 문학보다 문학 같고, 어떤 문학은 비문학보다 비문학 같다. 새 책이 생기면 점점 더 어디에 꽂아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 책을 꼭 안고 그냥 멀뚱히 서 있다. 그래, 책상에 있어라. (이렇게 쌓인 책이 책상을 집어삼키고…)
비문학 중 인문사회 책으로 스타터, 하프, 마라톤용 도서를 소개한다. 나는 사실, 독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책을 추천하는 일이 무척 두렵다. 한입 잡숴 보라고 한 게 혹시 그의 입맛에 너무 안 맞아서, 하필 딱 그 부분이 떫기만 한 파트라서, 다시는 이런 책 거들떠보지도 않겠다 하면 어떡하지? 웤왈쾅ㄹ쾅ㄹ왈왁ㅋ왈 짖기만 호기롭게 짖고 사실 맘속으론 낑낑거린다. 친한 친구가 책 좀 사보련다 하고 갑자기 추천을 부탁해도 마찬가지. 질문 꾸러미부터 보낸다. ‘그래서 너 요즘 무슨 주제에 관심 있는데…?’ ‘무슨 책을 마지막으로 읽었어…?’ ‘읽고 실망한 책 있었어?’ ‘혹시 왜 실망했는데…? 아 질문이 너무 많지, 추궁하는 건 아니고…’ 친구들아 미안….
아무튼, 채널예스 선생님은 세 권만 소개하라고 하셨지만, 리딩런 인문사회 클럽 신입회원(?) 모집에 나는 간절하다. 혹시 취향에 안 맞을까 봐 몇 권씩 더 소개하니, 입맛에 안 맞으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책을 바꿔 다시 시도해 보시라. 좋은 책은 많고, 도전 기회는 더 많다.

희정 저 | 갈라파고스
“노동자란 단어에는 꽤 많은 괄호가 숨겨져 있었다. (성실한) (효율적인) (민첩한) (건강한) (규율적인) (규범을 따르는) (젊은) 노동자. 이것을 우리는 흔히 자질이라 불렀다. 노동자가 될 자질, 그리고 이 ‘자질’은 능력이나 자격이라는 말과 혼용해서 쓰였다. 취업할 능력, 일할 자격.”
어떤 노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는 동안 우리에게 생략된 질문들이 있다. 어떤 노동자만이 이 질문에 답할 자격을 갖는가? 이 책에는 ‘(정상) 노동자’ 경계 밖의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 있다. ‘쉬었음 청년’인지 ‘지쳤음 청년’인지 모르겠는 오늘날 자조의 이면에는 성실한 노동자, 일할 능력 있는 노동자 되기를 위해 자기 검열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익숙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던 주제를 좋은 책은 의심하게 만든다. 피곤하게 만들고 동참시킨다. 이 책이 좋은 출발이 될 것이다.
함께 추천하는 책은 케이트 크로퍼의 『AI 지도책』, 기시 마사히코의 『망고와 수류탄』이다.

장 아메리 저/안미현 역 | 필로소픽
인문사회 책의 매력에 빠져들 때쯤 맞닥뜨릴 비극이 있다. 사려고 보니 품절이고 절판이다. 중고책 가격은 어질어질하다. 그러나 절판 중고본의 악마 같은 가격을 견딘 독자에게만 찾아오는 기쁨이 있으니, 복간본 출간 소식이다. 인문사회 도서의 맛을 아는 독자는 절판본의 슬픔과 복간본의 기쁨을 안다. 이 책 역시 기다림 끝에 복간되었다.
아우슈비츠 생존자 장 아메리는 1976년 『자유죽음』을 발표하고, 1977년에 이 책 『죄와 속죄의 저편』의 개정판을 작업한 뒤 그다음 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원한과 비참으로 시공간이 뒤틀린 기록은 생존자의 증언 그 이상이다. 고통은 망각을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함께 추천하는 책은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리처드 로티의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샹바오의 『낯선 사람과 부근을 만들기』이다.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저/진석용 역 | 교양인
벽돌책 추천은 어렵다. 벽돌책을 어떤 분야라고 스스로 특정해 본 적이 없거니와, 몇 쪽 이상이 벽돌책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벽돌처럼… 던지면 위험한 정도의 크기와 무게 중에 골랐다. 벽돌책 아니어도 물론 던지면 위험하지만….
누가 하는 말이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을 때, 나는 그의 삶을 상상해 본다. (삶 속에서 인과를 찾아서 그의 사정을 다 이해해 주자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 1588년에 태어난 홉스는 91세, 1679년에 죽었다. 우리에게는 대체로 『리바이어던』으로만 익숙한 이 철학자의 생애로 들어가 보자.
사실 나도 홉스의 사정이 이렇게까지 궁금한 건 아니었다. 홉스가 태아일 때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 아버지가 어떤 젊은 시절을 지냈는지, 홉스가 어떤 학창 시절을 보내고 누구와 싸웠으며 여행 중 누굴 만나 놀았는지까지, 홉스가 죽을 때 어떤 수의를 입고 관에 누웠는지, 유산을 다 나눴지만 마지막 10파운드를 남겨 정체 모를 여성에게 주도록 한 이야기, 그 여성이 누군지는 몰라도 말년에 쓴 시 중 젊은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한 시가 있었다는 설명까지…. 한 권의 책에 다 들어있다.
정말이다. 이렇게까지 홉스의 삶이 궁금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삶에서 사상의 궤적을 같이 좇을 수 있다니, 이 많은 이야기를 한 권으로 다 빌려 들을 수 있다니, 호사스러운 읽기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사람들이 니체와 마키아벨리만 좋아하는 것 같을 때, 혼자서 홉스 전기를 읽으면서 ‘비’문학 ‘비’인기 장르 읽기의 즐거움을 누려보시라.
함께 추천하는 책은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의 『좁은 회랑』,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의 『여전히 미쳐 있는』이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일할 자격
출판사 | 갈라파고스
AI 지도책
출판사 | 소소의책
망고와 수류탄
출판사 | 두번째테제
죄와 속죄의 저편
출판사 | 필로소픽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출판사 | 다다서재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
출판사 | 사월의책
낯선 사람과 부근을 만들기
출판사 | 글항아리
홉스
출판사 | 교양인
좁은 회랑
출판사 | 시공사
여전히 미쳐 있는
출판사 | 북하우스
김지은 편집자
출판편집자. 좋은 책을 보면 짖는 편집자(@editor_walwal) 계정에서 짖고, 침묵독서클럽(@chimdokle)에서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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