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리스트 채널 ‘메르헨’을 통해 많은 이들의 밤과 새벽에 음악을 건네온 메르헨 작가가 에세이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이 책은 음악을 매개로 지나온 감정과 기억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기록이다. 어린 시절의 설익은 감정, 이름 붙이기 어려운 상실, 익숙한 공간에서 문득 자신이 낯설어지는 순간까지 다양한 감정의 결을 음악과 함께 풀어낸다. 각 글 뒤에는 음악에 대한 짧은 해설과 독자에게 건네는 질문이 함께 놓여 있어, 독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음악처럼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건네는 책이다.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을 구상하게 된 계기와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메르헨님은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어 오셨는데요. 이번 책은 어떤 마음에서 시작된 이야기인지 궁금합니다.
음악이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을 오래 믿어왔습니다. 유튜브 채널 ‘메르헨 Marchen’을 운영하며 깨달은 것은,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감정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나 정답 같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저 ‘지금 내 마음이 이 음악과 닮아있구나’라고 느끼며, 그 감정 속에 머물러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로를 얻는다는 것이죠.
그동안 플레이리스트라는 형식을 통해 소리로 감정의 풍경을 그려왔다면,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은 그 풍경 속에 담긴 세밀한 결을 글이라는 그릇에 옮겨 담은 시도입니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며 느꼈던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 그리고 그 음악이 흐르던 찰나의 공기를 더 깊게 파고들어 기록했습니다.
이 책은 음악이 열어준 감정의 세계를, 문장이라는 호흡으로 통과하는 여정입니다. 감정을 정의하기보다 음악이 흐르는 시간과 공간을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무의식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조용한 방’을 마련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글의 선율을 따라 마음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내밀한 경험을 이 책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채널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메르헨님에게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가끔 스스로도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를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어떤 음악을 가만히 듣다 보면,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문득 마주하게 되곤 합니다. 마음 깊은 곳의 무의식이 소리라는 구체적인 감각을 입고 선명해지는 순간을 저는 ‘무의식의 청각화’라 정의합니다. 그런 선율의 조각들을 하나의 문장 아래 정돈하여 묶어낸 것이 저의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유튜브의 댓글창을 보면 플레이리스트가 단순히 음악 모음을 넘어 각자의 사연이 모이는 '공간'이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는 것은 누군가의 이름 모를 슬픔이나 고단한 새벽에 조용히 곁을 주는, 비어 있는 방 하나를 내어드리는 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리스트 댓글창이 누군가에게는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대나무 숲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낯선 이들의 내밀한 고백을 마주할 때, 메르헨님은 어떤 마음으로 그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시나요? 그 과정이 저자님의 삶에 끼친 영향이 궁금합니다.
익명이라는 그늘 뒤에 숨겨진 삶의 조각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세상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소란스럽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 듯한 마음이 들어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듯이 조심스럽게 읽게 됩니다.
사실 저는 위로에 참 서툰 사람입니다.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며 답글을 썼다가도 제 문장의 깊이가 그들의 고백보다 얕을까 봐 이내 지워버리곤 했죠. 하지만 그 안에서 많은 분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경험을 나누는 것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그저 가만히 들어주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요.
메르헨이라는 공간에 머물다 간 누군가의 진심 어린 문장들이 더해질 때 비로소 하나의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됩니다. 이제 저에게 이 공간은 단순히 영상을 올리는 채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넘어, 진솔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이 자리를 지키는 일이 제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었습니다. 그 수많은 고백들 앞에 떳떳한 창작자가 되고 싶다는 다짐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합니다.
책에 소개된 수많은 곡 중, 지금 이 인터뷰를 읽으며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딱 한 곡만 선물한다면 무엇인가요?
피슈(Pishu)의 ‘Piano Improvisation No. 1’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의 「위로의 형태」 꼭지에 담긴 곡이자 제가 채널에 수년 전 업로드한 ‘결핍을 마주하며’라는 플레이리스트의 첫 곡이기도 하죠. 예전에 이 곡을 반복해 들으며 지나온 삶을 반추했던 기억이 납니다. 돌아볼 새 없이 숨 가쁘게 달려왔던 제 자신에게 처음으로 깊은 연민을 느꼈던 시간이었어요. 인터뷰 질문에 답하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그때의 선율이 다시금 귓가를 맴도네요. 독자분들께서도 이 곡과 함께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누려보셨으면 합니다. 마음속의 결핍이나 외로움을 마주하는 일이 당장은 아플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용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음악의 선율과 글의 호흡이 일치할 때 독자는 더 큰 몰입을 경험합니다. 메르헨님이 음악을 문장으로 치환할 때 가장 예민하게 깨어있는 감각은 무엇인가요? 공간의 공기, 특정 단어의 느낌 등이요.
음악을 들으면 마치 영사기가 돌아가듯 기억 속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잊고 지냈던 순간일 때도 있고, 막연한 그리움의 풍경일 때도 있습니다. 그때 나를 감싸던 빛의 각도, 내가 서 있던 곳의 온도,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고 있던 특유의 냄새 같은 것들을 글에 담아내려 노력합니다.
제게 글쓰기는 음악이 불러온 내면의 풍경을 가장 날것의 문장들로 묘사하는 일입니다. 소리가 지나가는 순간에 느꼈던 감각이나 감정들을 직관적으로 옮겨 적으려고 하죠. 독자들이 제 문장을 읽으며 음악을 들을 때,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어느 한 장면을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줄씩 적어 내려갔습니다.
이 책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각 글 뒤에 이어지는 ‘메르헨의 음악노트’와 ‘감정의 여백’이라고 느꼈습니다. 글을 쓰고, 음악을 고르고, 마지막에 질문을 남기는 이 구성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나요?
제 글을 읽는 것이 음악이 열어준 풍경을 잠시 들여다보는 일이라면, 이어지는 음악을 듣고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자신의 일기장을 펼쳐보는 시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물론 질문에 대한 답변을 꼭 기록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글귀도 남기고 싶지 않은 날에는 그저 선율의 여운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단순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독자 한 분 한 분의 무의식이 새겨진 단 하나뿐인 감정의 지도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동안 선율 아래로 모여들던 이름 모를 진심들이 제 채널을 함께 꾸려왔듯이 이 책의 여백 또한 여러분의 가장 정직한 목소리가 머무를 수 있는 안식처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곁에 머무는 책이 되었으면 하시나요?
세상의 소음이 너무 버겁게 느껴져 어디론가 숨고 싶은 하루, 혹은 내 마음인데도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어 막막한 순간 등... 마음의 속도가 유독 느려지는 날에 이 책을 펼쳐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쓴 책이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엔 오롯이 여러분의 책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글과 음악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여러분의 마음을 듣는 그 고요한 여정에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이 단단한 동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메르헨의 가만히 듣는 마음
출판사 | 더웨이브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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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ha1987
2026.05.06
음악을 '무의식의 청각화'라고 정의하신 부분도 참 인상적이에요. 정말이지 작가님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슬픔이나 외로움이 선율을 타고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제는 그 선율이 작가님의 문장을 만나 어떤 풍경으로 그려질지 너무나 기대됩니다.
메르헨님의 문장들이 더 많은 지친 영혼들에게 단단한 동행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창원
2026.05.05
메르헨님의 다년간 플레이리스트와 글귀를 경험한 저만의 정의입니다. 메르헨님이 큐레이션하신 음악과 작성하신 글귀를 보면서 항상 형언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경험을 남겼는데, 이번 책을 통해 작가님의 세계관을 간접 경험하며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추상적인 경험이 나 스스로의 어떤 결여된 감정인건지, 아직 치유되지않은 기억인건지 혹은 과거의 내가 잘못 정의한 감정인건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 같어. 너무 기대가 됩니다! 작가가 되신 메르헨님 너무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