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아무리 책을 빨리 읽어도 책을 사는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다 | 예스24
순진한 생각이었다. 희망 월급이 아니라 50만 원으로 1년 치의 책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부분이...
글: 금정연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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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내가 포스터만 보고 재미있는 영화를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짧은 예고 영상조차 보지 않고서 말이다. 포스터에는 영화 전체의 미학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으며, 그러므로 포스터를 유심히 바라보고 정신적으로 교감하면 이 영화가 재밌을지, 재미없을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스운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방법은 거의 실패하지 않았다.” (154쪽)

 

강보원의 새 책 『아주 조금 있는 문학』을 읽다 조금 웃었다. 얼마 전에 화성 안녕동에 있는 안녕책다방에서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북토크를 했는데, 좋은 책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독자분의 질문에 비슷한 대답을 했던 게 떠올라서였다. 글쎄요, 그냥... 보면 알지 않나요?

 

어렸을 때 나 역시 내가 표지를 보고 재미있는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실은 지금도 믿고 있다. 나는 인터넷 서점의 짧은 소개글조차 잘 읽지 않는다. 표지에 책 전체의 미학과 철학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알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목, 저자, 출판사. 네스프레소를 광고하는 조지 클루니를 따라 말하자면, What else? 

 

(물론 나는 서평가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우리는 마르크스의 ‘소외(Entfremdung)’ 개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마르크스를 읽지 않았다...)

 

내가 처음 능력을 각성한 건 20년 전이다. 다른 친구들은 토익을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 마지막 여름 방학.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지원서를 백 군데에 보냈지만 단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한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거리던 한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구인 공고를 발견했다. 충동적으로 서류를 제출했고(이력서, 자소서, 그리고 서평 두 편), 1차 면접을 봤고(당시 재무팀장이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던 게 기억난다), 2차 면접을 보았으며(앞으로 50년 후 무얼 하고 있을 것 같냐는 대표의 질문에 나는 은퇴한 대문호가 되어 글은 쓰지 않고, 섣달그믐에 기자들이 찾아오면 신년 휘호를 써주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도서 분야 MD(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가 되었다.

 

우리 삶의 노정 가운데에서 올바른 길을 잃어버린 나는 어두운 숲속을 헤매고 있었다, 라는 문장으로 단테는 『신곡』의 지옥편을 시작한다. 길을 잃은 사람은 뒤를 돌아보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새 중년에 접어든 내가 돌아보는 건 바로 저 순간이다...

 

처음에는 책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정말 볼 수만 있을지는 몰랐다.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지는 신간들을 읽을 시간은 없었고, 결국 나는 그렇게 쌓인 책들의 표지와 책날개의 저자 소개와 목차와 보도자료의 문장들을 통해 책을 파악하는 기술(그것도 기술이라면)을 익혀야 했다. 그리고 그런 일을 1년, 2년, 3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표지만 보고도 책을 판단할 수 있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그곳에서 나는 3년 반 동안 대략 2만 종의 책을 보았다. 읽은 건 그중 1퍼센트? 많아도 2퍼센트가 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2만 종이라는 숫자다. 강보원은 『아주 조금 있는 문학』에서 수의 의미는 모른 채 기보만 잔뜩 보고 바둑을 배우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다. “말하자면, 수박 겉핥기이지만… 1천 통의 수박, 1만 통의 수박, 100만 통의 수박을 핥으면 먹지 않아도 수박 맛을 알 수 있는가? 알파고의 성공은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93쪽) 물론 나는 알파고가 아니고, 그게 수박의 맛이냐 유통 과정에서 묻은 먼지와 손때의 맛이냐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회사를 그만둔 나는 어쩌다 보니 서평가라 불리며 책을 읽고 쓰는 일을 하게 되었고, 직장인 시절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만족하냐고? 글쎄. 지금 문제는 내가 책을 읽으며 만족했느냐 아니냐가 아닌 것 같다.

 

문제는 내가 눈이 뜨여버렸다는 사실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층간 소음에 귀가 트여버린 불행한 사람이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들려오는 각종 소리들에 괴로워하듯, 표지만 보고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는 능력을 획득해버린 나는 인터넷 서점의 신간 목록을 보며 고통을 받아야 했다. 재밌어 보이는 책이 너무 많으니까. 그런데 그걸 다 살 수는 없으니까.

 

문득, 입사지원서에 썼던 희망 연봉이 떠오른다. 1,850만 원. 매달 150만 원으로 생활비를 쓰고, 남는 50만 원으로 1년 치의 책을 사겠다는, 세전세후의 개념조차 없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희망 월급이 150만 원이었다는 점이 아니라, 50만 원으로 1년 치의 책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부분이...

 

아무리 책을 빨리 읽는다고 해도 책을 사는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다. 책은 나날이 쌓이고 나는 그중에서 3할, 많아도 4할이 넘지 않는 책을 읽는다. 물론 나는 실패하지 않는다. 재밌어 보여서 산 책들 중에서 특히 재밌어 보이는 책들을 골라서 읽는 거니까. 그렇다면 이것은 일종의 ‘리얼리티 버블’ 아닌가? 실패할 가능성을 차단한 채—그래야 나의 소비를 정당화할 수 있으므로—일종의 확증편향을 키워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확인해보기로 했다. 지금 내 앞에는 지난 몇 달 동안 사놓고 읽지 않은 몇 권의 책이 놓여 있다. 그러니까 내 말은, 몇 권만 골랐다는 거다. 평소 나는 별생각 없이 책을 사지만, 오늘은 ‘재미’라는 말로 퉁치는 대신 그 책들을 산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본 다음, 실제로 펼쳐서 내 생각이 맞았는지 확인해보고자 한다. 이런 책들이다. 



캐릭터 심리 사전

린다 N. 에델스타인 저/지여울 역 | 부키

 

지난 연재들에서 몇 번 말했듯이 나는 작법서 마니아다. 특히 ‘사전’ 형식에 약한데, 그건 아마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읽은 이상의 「날개」와 모종의 연관이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라는 문장과... 

 

477쪽에 있는 ‘찾아보기’를 펼치면 겁쟁이 유형, 괴짜 유형, 불꽃 유형, 상남자 유형, 수동 공격성 유형, 외톨이 유형 같은 ‘성인의 성격 유형’ 항목 23개가 보인다. 너무 적은데? 생각하면서 옆을 보니 가만히 있지 못한다, 경멸, 냉소적이다, 두려움, 모든 일에 대해 무관심하다 같은 ‘성인의 특징’이 가나다순으로 6페이지가량 이어지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특징’, ‘집단의 특징’, ‘범죄자와 범죄’, ‘성인에게 나타나는 심리 장애와 심리 문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심리 장애와 심리 문제’, ‘직업’ 등의 분류가 각각의 항목과 함께 나열되어 있다.

 

나는 ‘성인의 성격 유형’ 중 호구 유형이 있는 78쪽을 펼친다. “호구 유형은 항상 잘못된 시간, 잘못된 사람들과 함께 있기로 유명하다”라는 문장 아래로 이런 설명이 이어진다. “아이들 중에는 농담을 알아듣지 못하고, 장난의 대상이 되는 순진한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는 사람을 잘 믿는 어른으로 자라 ‘당신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같은 사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호구 유형한테 걸맞은 직업은 딱히 없다. 다만 사기에 자주 걸려들기 때문에 은행 계좌가 위험해질 수 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

김우정 저 | 생능북스


인스타 광고로 처음 본 책이다. 작법서 마니아로서 지나칠 수 없는 제목이었지만, 평소의 나라면 절대 사지 않았을 표지다. 하지만 결국 구입하게 된 건 ‘AI와 함께라면 당신도 쉽게 작품을 쓸 수 있다’라는 광고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오해하면 안 된다. 나는 이 책이 ‘당신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같은 사기를 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호구라고 말하는 것이다. 심지어 책도 안 읽고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기를 바라는 호구...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AI 스토리텔링이 무엇인지, 스토리텔링에 최적화된 프롬프팅은 무엇인지, 영화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과 웹툰 스토리와 숏폼 드라마를 실제로 어떻게 쓸 것인지, AI 스토리텔링의 미래는 무엇인지. 그중 내게 도움이 된 것은 프롬프팅 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실제로 쓴다면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너무 가볍게 훑기만 한다는 인상인데, 아무리 AI를 활용한다고 해도 영화 시나리오 창작 실전을 13쪽, 드라마 대본 창작 실전을 14쪽 만에 배우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강보원의 수박 겉핥기 이론에서처럼, 이런 책을 몇만 권쯤 읽으면 또 모르겠지만.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

스티븐 그린블랫, 애덤 필립스 저/김건종 역 | 에이도스

 

나는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내가 이 책을 산 건 순전히 ‘두 번째 기회에 관하여’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나는 두 번째 기회에 관심이 많다. 아니, 관심이 많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우리 삶의 노정 한가운데에서 어두운 숲 속을 헤매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저자의 이름도 한몫했다. 『세계를 향한 의지』『1417년, 근대의 탄생』 같은 책으로 유명한 그린블랫은 자타공인 셰익스피어 전문가이고, 애덤 필립스는 내가 MD로 일하던 시절 내가 ‘보았던’ 『멀쩡함과 광기에 대한 보고되지 않은 이야기』를 쓴 정신분석가이자 작가이니까.

 

막상 펼친 책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까? 스티븐 그린블랫이 쓴 파트는 기대만큼 좋지 않았고, 애덤 필립스가 쓴 파트는 기대보다 좋았다. 특히 필립스가 쓴 후기의 구절에서는 어떤 종류의 위로(나도 내가 책에서 위로를 찾을 날이 올지는 몰랐다. 우리 삶의 노정 가운데에서...)를 받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과거는 기술되고 재기술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들—새로운 경험들, 회피했던 실험들, 외면했던 기회들, 도전하지 않았던 위험들, 스스로 망치고 포기해버린 좋은 일들—로 가득하다. 모든 기술에는 재기술이라는 나름의 두 번째 기회가 있다. 일종의 세속적 연금술인 정신분석적 재기술이라는 계획에서 과거의 상실은 미래의 이익으로 변형될 수 있다. 되돌아보면, 적어도 정신분석적인 관점에서는, 우리가 실수했다거나 좌절을 겪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미래에 더 좋게 실현될 수 있는 서로 갈등하는 다양한 의도들을 드러냈던 것이라고 느낄 수 있다.” (276-277쪽)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구마시로 도루 저/이정미 역 | 생각지도

 

올해 나온 신간 중에 제목이 너무 정확해서 감탄한 책이 두 권 있다. 하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다룬 조상욱의 『괴로움이 괴롭힘은 아니다』이고, 다른 하나가 이 책이다. 어느 순간 작은 소음, 미세한 냄새, 약간의 불편함에도 괴로움을 느끼는 나 스스로를 자각하고 있던 터라, 이 책의 구매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조상욱의 책을 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물론 내가 직장인이 아니라서다).

 

구마시로 도루는 『로스트 제네레이션 심리학』이란 책으로 처음 소개되었던 일본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데, 12년 전에 출간되자마자 사서 한 번도 펼치지 않았던 그 책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쾌적함을 추구함으로써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자본화된 정신의료, 의무가 된 건강, 리스크가 된 육아, 다양성을 지우는 표백의 논리, 사람을 길들이는 공간 설계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약간 결이 다른 셈이다.

 

지나치게 강하게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게 장점이다. 그건 곧 단점이기도 한데, 복잡하고 미묘한 다층적인 문제들을 이렇게 단순하고 명쾌하게 이야기해도 되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여러모로 일본 저자다운 책이다.

 


『세 번째 경찰관』

플랜 오브라이언 저/이정화 역 | 을유문화사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플랜 오브라이언의 소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나는 2020년 출간한 『담배와 영화』에서 “책에는 하나의 시작과 하나의 결말이 있다는 생각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좋은 책에는 전혀 다른, 작가의 예지 속에서만 서로 연관성을 갖는 3개의 시작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더해 100배가 넘는 결말이 있을 수 있다”는 플랜 오브라이언의 문장을 제사로 쓰기도 했다.

 

오히려 설명이 필요한 건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이유일 텐데, 일단은 순서란 게 있으니, 나는 먼저 책을 펼친다. 제사로 쓰인 “인간 존재란 하나의 환각이며”로 시작하는 드 셸비의 문장과 “사람의 일은 늘 불확실하니,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둡시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이 보인다. 그리고 소설의 문장들이 이어진다. 

 

내가 어떻게 해서 필립 매더스 노인의 턱을 삽으로 세게 내리치고 그를 죽이게 됐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다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존 디브니와의 우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9쪽)

 

하. 나는 잠시 읽기를 멈추고 작은 한숨을 내뱉는다. 그런 다음 그 문장을 다시 읽고, 한 번 더 읽으며, 빈약한 나의 문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낀다. 세상에는 읽기 전부터 좋은 것이 분명한 책이 있다. 이미 좋을 것이 분명할 책을 굳이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황급히 책장을 덮고, 책장 가장 깊숙한 곳에 책을 꽂는다. 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그 빛을 누가 볼까 두려워 허겁지겁 커튼을 치던 레이몽 루셀처럼? 아니. 가장 맛있는 도토리를 땅에 묻은 다음 그것을 묻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려서 한 그루의 상수리나무를 틔우는 행복한 다람쥐처럼.

 


우리는 왜 할일을 미루는 걸까

사이먼 메이 저/박다솜 역 | 문학동네

 

좋은 제목이다. 하지만 비슷한 제목이 이미 너무 많다. 그러니 투두 리스트를 표현한 표지가 결정적이었다고 해야겠다.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은 투두 리스트에 집착하는데, 그러면 뭐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그러니 당신이 할 일을 미루지만 투두 리스트는 작성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말 큰일을 할 사람이다. 큰일이 날 사람이거나...).

 

사이먼 메이는 고대 철학과 심리학과 문학을 넘나들며 미루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는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을 망치는 미루기 습관을 극복하는 일곱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라고 표4에 적혀 있는데 아쉽게도 아직 일곱 가지 방법이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기를 미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예감은 든다. 지금까지 내가 이 분야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앤드루 산텔라의 『미루기의 천재들』이었는데, 그 책이 품절되어 구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선 대신 이 책을 추천해도 되겠다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글의 마감도 하루 미뤘다. 강보원의 책 때문이다. 『아주 조금 있는 문학』과 거의 함께 출간된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의 서문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눈물을 흘리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므로, 나는 원고를 조금 미뤄야 했다. 그건 이런 내용이었다.

 

시를 본격적으로 써 보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아무런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시집 한 권 정도를 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고, 늦더라도 대략 10년 정도를 투자하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투자를 하고 나면 10년 후의 내 삶이 몹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의 나는 10년 후의 나도 아니었고, 그 힘들다는 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능력도 없었다. 그 생각을 처음 한 지 벌써 10년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당시의 나는 우리의 삶과 생활을 이루는 데 필요한 많은 요소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고, 문학과 예술에 대해 많은 것들을 오해하고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얼토당토않은 것들도 있었다. 사실은 그런 생각들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아플 정도다. 돌아보면 나는 그 생각들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계속 열심히 기록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9-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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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심리 사전

<린다 N. 에델스타인> 저/<지여울> 역

출판사 | 부키

스토리 엔지니어링

<김우정> 저

출판사 | 생능북스

셰익스피어와 프로이트

<스티븐 그린블랫>,<애덤 필립스> 저/<김건종> 역

출판사 | 에이도스

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구마시로 도루> 저/<이정미> 역

출판사 | 생각지도

세 번째 경찰관

<플랜 오브라이언> 저/<이정화> 역

출판사 | 을유문화사

우리는 왜 할일을 미루는 걸까

<사이먼 메이> 저/<박다솜> 역

출판사 | 문학동네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금정연>

출판사 | 북트리거

지나가기 혹은 영원히 남아 있기

<강보원>

출판사 | 민음사

아주 조금 있는 문학

<강보원>

출판사 | 워크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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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읽고 쓰는 사람. 『아무튼, 택시』, 『담배와 영화』,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한밤의 읽기』, 『모두 일요일이야』 등을 쓰고 『문학의 기쁨』,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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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 오브라이언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넘나들며 독특한 문학 세계를 형성한 플랜 오브라이언은 오늘날 메타픽션을 대표하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1911년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저자의 본명은 브라이언 오놀란으로 플랜 오브라이언, 마일스 나 그코팔린, 브라더 바나바스 등 여러 필명을 사용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 갔다. 플랜 오브라이언의 아버지인 마이클 빈센트 오놀란은 영국 세관 공무원이었으며, 어머니인 아그네스는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집안 출신이었다. 부모의 영향으로 그의 작품에도 아일랜드와 영국 특유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영문학, 독일어, 아일랜드어 등을 전공한 그는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1939년 첫 소설 『앳 스윔-투-버즈(At Swim-Two-Birds)』를 출간했다. 1940년부터는 마일스 나 그코팔린이란 필명으로 『아이리시 타임즈(Irish Times)』에 풍자 칼럼 「크루이스킨 론(Cruiskeen Lawn)」을 연재했으며, 1941년 아일랜드어로 쓴 소설 『가난한 입(An Beal Bocht)』을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갈증(Thirst)>이라는 단막극을 공연하면서 희곡 작품도 집필하기 시작했으며, 1950년대 들어서는 아일랜드 공영방송의 라디오 대본에도 참여했다. 『고된 삶(The Hard Life)』, 『달키 아카이브(The Dalkey Archive)』 등의 작품을 출간하며 다방면에서 활약했던 플랜 오브라이언은 1966년 만우절에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타계했다. 1939년에서 1940년 사이에 집필한 것으로 보이는 『세 번째 경찰관(The Third Policeman)』은 그의 사후 출간된 유작이다. 초고를 받은 영국의 롱맨 출판사가 너무 ‘환상적’이라는 이유로 출판을 거절한 이 소설은 플랜 오브라이언의 대표작으로 모더니스트와 포스트모더니스트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색채를 드러냈던 저자의 문학 세계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