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 예스24
“슬픔을 묻어두지 말고, 그림을 통해 표현하세요.” 다시 살아갈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그림의 힘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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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는 미술치료사 김태은 교수가 오랜 시간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암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며, 그들이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꺼내어 마주하는 과정을 담아낸 미술치료 에세이이다. 저자는 미술치료가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잠시 도화지에 내려놓고 들여다볼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의 공기청정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삶의 거친 파도 속에서 미술치료를 통해 위로받았던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직접 활용해볼 수 있는 워크시트를 통해, 책 속 문장과 그림들이 독자들에게 작은 ‘숨 쉴 구멍’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작가님께 ‘병원’이란 공간은 어떠한 의미인가요?

병원은 단순히 아픈 몸을 치료하고 약을 처방받는 ‘치료의 공간’을 넘어, 삶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되는 ‘돌봄의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삶 속에서 예상치 못한 파도를 만난 환자와 그 곁을 지키는 가족,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해 애쓰는 의료진이 함께 버텨내는 현장이기도 하지요.

 

그 안에서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참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냅니다. 제게 병원은 그런 치열한 삶의 흔적 속에서 인간이 가진 회복력과 가족 안의 사랑을 깊이 배우게 되는, 아주 경건한 교실이기도 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미술치료의 힘’은 무엇인가요?

미술치료의 힘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감각과 기억, 그리고 스스로 회복하려는 생명력이 예술이라는 통로를 만나 다시 흐르게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술치료는 단순한 정서적 위안을 넘어섭니다. 도화지라는 안전한 공간 위에 마음속에 품고 있던 고통을 꺼내어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순간, 환자들은 압도되던 감정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질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심리적 거리두기는 스트레스와 연관된 수면 장애나 통증 같은 신체 반응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에서 치료받는 분들의 시간은 대체로 수동적으로 흘러갑니다. 치료를 받는 과정 속에서 환자는 ‘결정하는 사람’이기보다 ‘따라가는 사람’이 되기 쉽지요. 그런 가운데 미술치료는 아주 작지만 소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무엇을 그릴지, 어떤 색을 고를지 스스로 선택하고 손을 움직이는 경험을 통해 환자는 다시 자신의 삶에 참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러한 작은 자발성의 회복은 환자로 하여금 ‘나는 여전히 내 삶의 주인이다’라는 감각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보호자를 ‘제2의 숨은 환자’라고 표현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환자의 곁을 지키는 보호자들은 자신의 고통을 돌볼 겨를도 없이 ‘간병’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짊어지게 됩니다. 특히 보호자의 정성과 희생이 환자를 낫게 한다는 식의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가 보호자에게 더 큰 심리적 부담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버티다가 정작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보호자의 심리적 소진은 결국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보호자 역시 가장 먼저 따뜻한 안부를 건네야 할, ‘또 다른 치유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나 사연을 짧게 소개해 주세요.

60대 후반의 한 환자분의 사례가 생각납니다. 의료진과의 소통을 거부하시고, 가족과도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으셨습니다. 무뚝뚝한 태도로 스스로를 점점 더 닫아가고 계셨지요. 그러던 중 그분이 젊은 시절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참여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당시의 신문 기사를 찾아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그 순간, 초점 없던 눈빛에 힘이 생기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환자분은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타지에서 흘린 땀과 고생, 그리고 가족을 위해 돈을 보내던 시간을 한참 동안 들려주셨습니다.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뒤, 환자분이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괜히 자식들 고생시키는 것 같아 치료를 그만두려 했는데… 이제는 도움을 받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그분이 더 이상 자신을 ‘짐이 되는 노인’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존재로서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신 것이지요. 그리고 그 변화는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감사와 화해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한 장의 신문 기사나 사진이 기억을 깨우고, 그 기억이 투병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이해하도록 돕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됩니다.

그림 실력이 부족해 미술치료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께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암 치료 과정에서의 미술은 꼭 도화지 위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이 아픈 상태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일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거나 행복했던 한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조금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마음이라는 캔버스에 추억을 그리는 일’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완성에 대한 부담은 내려놓고, 먼저 내 마음에 행복한 기억을 초대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술치료 워크시트’를 구성하며 신경 쓰신 부분과 활용 방법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누구나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도록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일’이었습니다. 거창한 준비물 없이도 책 속 가이드를 따라 선을 긋고 색을 채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몸도 아픈데 마음까지 유난히 소란스러운 날에 꺼내어 나만의 ‘숨 쉴 구멍’처럼 활용해보시길 권합니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는 대신 아주 잠깐이라도 볼펜을 들어 끄적여보는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낙서여도 괜찮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고, 결국 스스로를 위로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삶은 때로는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아픔의 시간 속에서는 이전의 삶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이 책이 그런 시간 속에서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조용한 말동무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시간 속에서 충분히 살아낸 나의 흔적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정성껏 담은 그림과 문장들이 지친 마음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여백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당신의 안부는 어떠신가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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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김태은>

출판사 | 비타북스(VITA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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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