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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자이씨툰 엄유진 작가의 책장 | 예스24
올리버 색스가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쓴 에세이부터 늙어감을 유머로 직시하는 센류까지.
글: 엄유진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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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사단법인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저/이지수 역 | 포레스트북스


사랑인 줄 / 알았는데 / 부정맥”

내 나이 아흔 둘 / 연상이 내 취향인데 / 이제 없어.”

만보기 숫자 / 절반 이상이 / 물건 찾기”

 

‘젊게 입었는데 자리를 양보받으니’ 머쓱해지고,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칼을 이발하는데 전액을 내는 게’ 억울하다. 적나라한 노년의 일상에 웃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찡해진다. 이 책은 어르신들의 센류를 모아놓은 시집이다. 늙어감을 직시하는 가장 품격 있는 태도는 어쩌면 유머가 아닐까? 부부가 말년에 사이가 좋아지는 건 ‘로망’ 아니면 ‘노망’이라고 주장하는 우리 어머니의 대사도 떠오른다. 자신의 약한 부분에 대해 기꺼이 웃어넘길 줄 아는 사람들과의 시간은 유쾌하다.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저/김명남 역 | 알마


팔순 넘은 나의 아버지는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에게 습관처럼 말한다. “그래도 우리 한세상 재미있게 잘 살았다, 그렇지?” 올리버 색스의 『고맙습니다』에는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쓴 네 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다. 평생 뇌신경학자로서 병력 너머의 ‘인간’을 놓지 않았던 그는, 이번엔 환자가 된 자신의 소멸을 바라본다. 육체의 쇠락을 회피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죽음을 또렷이 응시하며 자신을 기록한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많은 것을 받았고, 일부는 돌려주었다.” 젊은 시절의 상처를 말하면서도 원망 대신 감사로 향하는 그의 글에 품위가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Women Holding Things)』

마이라 칼만 저/진은영 역 | 윌북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무엇인가를 들고 있다. 양배추, 립스틱, 커다란 책, 아픈 개. 가진다는 것은 멈춘 상태가 아니라, 계속 붙드는 행위이다. 우리는 물건뿐만 아니라 기억과 감정, 시샘과 안쓰러움까지도 손에 쥐고 마음에 품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원하든 원치 않든 쥔 것은 감당해야 한다. 버지니아 울프, 세잔의 아내,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딸들이 저마다의 무게를 지고 있다. 그림 앞에서 문득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쥐고, 무엇을 놓으며, 얼마만큼 감당하는 사람일까? 인생을 관조한 끝에 마이라 칼만이 건네는 마지막 문장이 다정하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꼭 버티세요.”  

 


<패터슨> | 영화

짐 자무시

 

“나는 반복을 사랑한다. 더 정확히는 무언가 반복되는 가운데서 일어나는 변주에 흥미가 있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는 그 전날의 변주이지 않나.” 짐 자무시 감독의 이 문장을 우연히 접한 후 찾아보게 된 영화다. 시시포스가 매일 돌을 굴려 올리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일상은 고단하게 반복된다. 하지만 아버지 말마따나 ‘기왕 굴려야 하는 돌이라면 행복하게 굴려 올리는 게 신에 대한 최대의 반항’ 아니겠는가. 패터슨의 눈은 시를 적어 내려갈 때 가장 반짝인다. 성냥갑의 디자인, 아내의 기발한 취향, 승객들의 사소한 대화 같은 것들이 그의 시가 된다. 거창한 성공도,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는 패터슨의 하루가 다이어리의 하루 한 칸을 만화로 채우는 내 생활과 닮아서 더 마음이 간다. “오늘도 시를 쓰고, 산책하고, 우편함을 들여다본다.” 

 



<Leave the Door Open> | 음반

실크 소닉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유난히 답답한 날이 있다. 그럴 때 이 곡을 틀면, 닫힌 문이 열리고 벽들이 물러나며 순식간에 공간이 넓어진다. 드럼, 베이스, 스트링이 빚어내는 1970년대 아날로그 감성의 ‘진짜 소리’가 풍부하다. 낭만과 미지의 것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하던 시절로 소환되는 느낌도 있다. “문 열어둘게, 나 여기에 멋지게 차려입고 기다리고 있어. 준비는 다 되어 있으니 언제든 내 삶으로 걸어 들어와! (안 와도 어쩔 수 없고.)”   끈적하고 능청스러운 앤더슨 팩의 목소리가 시원하고 청량한 브루노 마스의 목소리와 뒤섞이는 것을 듣고 있으면 왠지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아니어도 괜찮다. 이미 행복한 바이브가 밀려왔니까. 아,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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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저/<이지수> 역

출판사 | 포레스트북스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저/<김명남> 역

출판사 | 알마

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마이라 칼만> 저/<진은영> 역

출판사 | 윌북(will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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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유진

일상의 순간을 붙잡아 웃음과 애정을 기록하는 작가, 펀자이씨툰의 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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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 퀸스칼리지에서 의학 학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UCLA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1965년 뉴욕으로 옮겨 가 이듬해부터 베스에이브러햄 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 뉴욕 대학을 거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컬럼비아 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일했다. 2012년 록펠러 대학이 탁월한 과학 저술가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상’을 수상했고, 모교인 옥스퍼드 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안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 향년 82세로 타계했다.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여러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냈다.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들려주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처럼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올리버 색스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불렀으며,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색스는 독자들을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초대하여 근본적인 형태의 공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썼다. 그는 왕립내과학회, 미국문화예술아카데미,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의 회원이었으며, 2008년 엘리자베스 2세는 그에게 대영제국 명예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지은 책으로 베스트셀러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비롯해 《색맹의 섬》 《뮤지코필리아》 《환각》 《마음의 눈》 《목소리를 보았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 웠다》 《깨어남》 《편두통》 등 10여 권이 있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자신의 삶과 연구, 저술 등을 감동적으로 서술한 자서전 《온 더 무브》와 삶과 죽음을 담담한 어조로 통찰한 칼럼집 《고맙습니다》, 인간과 과학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담긴 과학에세이 《의식의 강》, 자신이 평생 사랑하고 추구했던 것들에 관한 우아하면서도 사려 깊은 에세이집 《모든 것은 그 자리에》를 남겨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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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라 칼만

세계적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포함한 전 세계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며,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30권이 넘는 책을 그리고 썼다. 2008년에는 평생의 공로를 인정받아 앤디 워홀, 이세이 미야케가 이름을 올린 뉴욕 아트 디렉터스 클럽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2017년에는 “스토리텔링,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모두에서 탁월한 경지를 이뤘다”는 평가와 함께 그 세대의 가장 뛰어난 예술가에게 수상하는 미국 그래픽아트협회AIGA 메달을 받았다. 1999년부터 수많은 《뉴요커》 매거진의 표지 그림을 그렸고, 오랜 시간 《뉴욕 타임스》에서 독보적인 스타일의 일러스트 칼럼을 보여주며 ‘뉴욕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가 되었다. 1949년생으로 올해 75세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며 뉴요커 예술가로 살고 있다. 마이라 칼만은 아이들을 낳은 뒤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생의 사랑이자 20세기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로 손꼽혔던 남편 티보 칼만이 49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에는 글쓰기에 더욱 몰두했고 20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뉴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티보 칼만이 설립한 전설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M&co.에서 함께 작업했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디자인 컬렉션은 현재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영구 소장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소니SONY, 맥MAC, 케이트 스페이드 등과 디자인 콜라보 작업을 했으며, 테드TED에서 여러 차례 삶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했다. 쿠퍼 휴이트 스미소니언 국립 디자인 뮤지엄 어워드 최종 후보에 두 차례 올랐으며, 세계적인 그림책 어워즈인 보스톤 글로브 혼북 어워즈, 마이클 프린츠 어워즈에서 명예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뉴욕 타임스》 ‘올해 최고의 아트북’, ‘가장 주목할만한 책’으로 선정된 『불확실성의 원칙The Principle of Uncertainty』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Things』,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파이어보트Fireboat』 외 다수가 있다. 1,000만 부 이상 판매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글쓰기의 요소』의 일러스트 에디션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은 2022년 《뉴욕 타임스》 ‘최고의 아트북’으로 선정되었으며, 국내에 출간되는 마이라 칼만의 첫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