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전쟁을 이해하는 책’이 필요한가? | 예스24
과거에는 전쟁이 역사책 속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다시 현실로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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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년의 제작 기간 동안 약 500개의 밀리터리 일러스트를 권동현 작가의 섬세한 일러스트로 담았다. 한눈에 보는 전쟁 시대의 세계 지도와 명장면 아트워크부터 비주얼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에 각종 무기, 군장, 전차, 전투기, 드론까지 전장의 모든 요소를 총망라하였다.

 


『전쟁, 그림으로 말하다』는 일반적인 전쟁사 책과 달리 ‘그림’과 ‘구조’를 중심으로 전쟁을 설명합니다. 전쟁을 텍스트보다 시각 언어로 풀어내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긴 시간 다양한 역사를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을 하면서 빠지지 않는 중대한 사건은 전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현대 전쟁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단편적인 사건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제 스스로 보고 싶었고, 이러한 현대 전쟁의 흐름을 책에서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정보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큰 그림이나 흐름은 보기가 어렵잖아요. 저에게 그림은 단순히 아름답게 보여주는 도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관계를 한눈에 보이게 만드는 소통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전쟁도 각 사건의 흐름과 연결 구조를 보여줄 때 비로소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가장 큰 이유는 어려서부터 전쟁화를 보거나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여러 역사 분야를 작업하며 “역사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사건은 전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셨다고 했습니다. 전쟁이라는 주제가 작가님에게는 어떻게 다가왔나요?

조선왕조, 대한민국 근대사, 위스키, 커피, 자동차, 테니스의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히스토리를 일러스트로 표현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은 결국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 게 전쟁이었어요. 국가의 방향, 기술의 발전, 경제 구조, 사람들의 삶까지 통째로 바꾸는 사건이죠.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주제인데 주변에 전쟁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없었고, 조언을 구할 곳도 없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너무 무거운 주제이고 밀리터리 분야는 워낙 깊고 전문적인 분야라서 저 스스로에게는 큰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항상 그랬듯이 무작정 시중에 판매되는 전쟁 관련 서적들을 사서 자료를 조사하고 그림을 그려나갔어요. 작업을 하면서 너무나 방대한 내용에 수백 번은 후회하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총 3년에 걸쳐 약 500개의 밀리터리 일러스트를 작업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과 고민이 들어간 장면 혹은 전쟁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가장 처음 작업한 제1차 세계대전이 제일 어려웠어요. 규모도 방대하고, 등장하는 국가·무기·인물·전선이 너무 많았거든요. 시작이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데 욕심과 목표치는 크기 때문이죠. 저에게는 전쟁이라는 주제는 모든 게 새롭고 어려운 과제였기 때문에, 특히 고민했던 건 "무엇을 더 그릴까"보다 "무엇을 빼야 할까"였어요. 모든 걸 담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요. 그렇게 제1, 2차 세계대전 작업이 어느 정도 되어갈 때 박유상 작가님께 감수를 요청했습니다. 피드백으로 엄청난 양의 수정 사항이 왔는데, 가장 큰 부분은 독일군 군복 색상이 너무 어둡게 표현되어서 필드그레이라 부르는 녹회색, 스톤그레이로 수정해야만 했습니다. 처음 작업에 들어갔을 때는 제가 주로 쓰는 색상 팔레트로만 전체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쓰는 색상과는 차이가 있어 대대적인 수정 작업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모든 걸 다시 그려야 한다는 건 정말 지옥 같은 일이었어요. 그래서 혼자 작업실에서 눈물을 머금고 몇 날 며칠을 군복 색상 수정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책은 단순한 전쟁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흐름과 구조를 가진 현상”으로 전쟁을 바라보려 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전쟁을 하나의 구조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는 전쟁을 보통 하나의 사건처럼 기억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대부분의 전쟁이 이전 사건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다음 사건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다고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에요. 그 결과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냉전과 한국 전쟁, 현대 국제질서까지 영향을 주었죠. 그래서 저는 전쟁을 점이 아니라 선으로 보려고 했습니다. 하나의 장면이 아니라 흐름으로 바라보면, 왜 이런 선택이 나왔는지, 왜 세계가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가 좀 더 입체적이고 복합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쟁은 역사에서 강력한 변곡점 중 하나입니다. 역사는 천천히 흘러가지만, 전쟁은 그 흐름을 뒤틀어버릴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줍니다. 인류의 역사를 긴 테이프라고 보면 전쟁이라는 큰 이슈가 테이프를 꺾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전쟁을 들여다보면 시대의 큰 변화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가장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세계는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 독자들에게 ‘전쟁을 이해하는 일’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시대를 맞이한 이후에 현재가 역사상 가장 긴 평화의 시대라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뉴스에서 국가들의 분쟁, 전쟁에 관한 내용이 익숙한 걸 느낍니다. 실제로도 먼 곳에서 발발한 전쟁이 우리 삶과 아주 가까이 연결되어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주가가 내려가고, 유가가 오르고, 환율이 흔들리고, 공급망이 바뀌고, 기술과 산업의 방향이 달라지는 등 사회 전반적인 상황이 전쟁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전쟁에 대해 더 자세히 보면 우리의 패션, 과학, 기술, 금융, 식음료 등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준 것을 알 수 있어요. 인류는 예전보다 너무나 잘 살지만 매일 급변하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언제 깨지고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든 큰 항아리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요. 

 

전쟁을 이해한다는 건 전쟁을 좋아한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거를 보면서 미래를 그려보는 것 같아요. 지금 시대에는 그 흐름을 읽는 힘이 더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군비 경쟁, 흔들리는 세계화까지 지금의 시대적 불안이 책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현대 전쟁사를 지금 이 시점에 다뤄야 한다고 느낀 이유가 궁금합니다.

과거에는 전쟁이 역사책 속 이야기처럼 느껴졌다면, 지금은 다시 현실로 들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우리나라 반대편에서 난 전쟁인데, 이제는 실시간으로 전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알 수 있어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람들은 경제, 에너지 등 국제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체감했잖아요. 미국-이란 전쟁에서 더 크게 느끼고 있죠. 다른 나라의 전쟁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는 종량제 봉투 이슈만 보아도 알 수 있어요. 지금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현대 전쟁사를 봐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작가님은 조선왕조실록, 근현대사, 위스키, 테니스의 역사까지 다양한 분야를 시각화해오셨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복잡한 구조를 그림으로 풀어보고 싶으신가요?

이번 책에서 현대 전쟁사를 다뤘지만, 앞으로 주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제가 살아가면서 직접 겪고 보고 느낀 것들을 풀어보고 싶어요. 그래서 일단 흥미와 호기심 그리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주제를 가지고 그림으로 풀어가 보고 싶습니다. 오늘, 이 순간도 역사이고 그 흐름을 그림을 통해 구조로 보여주는 일이야말로 제가 가장 즐기며 잘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제가 하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복잡한 이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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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그림으로 말하다

<권동현>

출판사 | 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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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