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우연과 제약 | 예스24
서점에 가면 예상치 못한 책을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금정연 작가가 다섯 곳의 서점에서 만난 책들.
글: 금정연
20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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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라는 말이 글쓰기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 글은 원래 ➀이동하며 책을 읽는 일 혹은 ➁책을 읽으며 이동하는 일에 대한 글이 될 예정이었다. 둘은 서로 같지 않은데 ➀이 기차나 비행기에서의 독서를 가리킨다면 ➁는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이동하는 감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룰 책도 이미 생각해두었다. 브라이언 딜런의 『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기차 안에서 읽었다). 스즈키 이즈미의 『스즈키 이즈미 SF 전집』(읽는 사람을 기괴하고 조금 슬픈 곳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김유림의 『탐구』(어디론가 움직이고, 움직이게 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은 이런 시를 인용하며 끝내는 게 좋겠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자동차를 타야만 느낄 수 있는 속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동차는 (당연히) 멈추지 않는다. (「사랑」의 전문, 173쪽)

 

가끔 어떤 글은 머릿속 한구석에서 스스로 몸을 불리며 자라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쓰지 않으면 휘발되거나 시들해진다. 이때 필요한 건 임박한 마감 시한이다. 그것은 촉박하면 촉박할수록 좋은데, 『울어라, 펜』의 주인공 만화가 호노오 모유루의 말을 빌리면 “그런 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결심했을 때! 종종 하늘에서 인스퍼레이션(계시)이 뚝 떨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호노오는 덧붙인다. “하지만 우리도 항상 이런 상태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가급적 이런 상태는 되고 싶지 않다, 우리도!!”)

 

그때 내겐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➀과 ➁가 스러진 자리에 새로이 싹튼 것은 ➂쌓아두고 읽지 않은 책에 대한 글이었다. 쌓을 적에 읽을 독. 일본어의 츠독(쌓아 두다를 뜻하는 ‘츠무’와 ‘독서’의 합성어)에서 왔다는 이 단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내게는 애당초 ‘쌓는 것’과 ‘읽는 것’을 구분할 의지나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적독에 대한 책을 쓰지 않겠냐는 출판사의 친절한 제안이 있었다. 언젠가 블랑쇼는 청탁이 곧 재능이라고 말했다. 내면의 천재성이 분출되는 게 아니라, 우연한 계기를 통해 외부에서 주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니 내 앞에 놓인 지면에 새로이 주어진 재능을 조금 펼쳐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재능은 미처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으니, 때마침 타이키 라이토 핌의 『적독 생활』이라는 책이 출간된 탓이다. 우리는 내게 어울리는 다른 재능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때쯤에는 나도 살짝 초조해졌다. 마감은 늘 떼 지어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원고, 강의, 북토크, 지브이, 워크숍, 기타 등등. 하지만 나도 이제 “위기가 곧 기회” 같은 말을 뻔뻔하게 내뱉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은 ➃일 때문에 읽은 책, 한마디로 ‘강제 독서’였다.

 

오해하면 안 된다. 그건 억지로, 눈물을 머금고, 돈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꼭 지금, 꼭 내가 읽을 필요는 없었던 책을 읽어야 하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뜻이다. 통념과 달리 ‘창조적 사고’(나는 이제 이런 말도 내뱉을 수 있다)는 무제한적인 자유가 아니라 적절한 제약 속에서 더 잘 피어나는 법이다(굳이 울리포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여기에도 브라이언 딜런 책이 들어간다(원래는 내가 북토크를 하기로 했었다. 원래는 원래 없지만...). 그리고 이모션북스의 책들과 이모션북스가 아닌 출판사의 영화책들(둘을 묶는 건 임재철이라는 이름이다). 그리고 민음사의 ‘땅’ 시리즈로 출간된 홍성훈의 『날로 노는 홍대』와 김이향의 『다음 리카에게』와 송재홍의 『래퍼와 공원』까지(리뷰를 쓰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자리에서 글이나 말로 푼 내용을 다시 쓰기는 어쩐지 멋쩍었고(아직 그럴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았고), 나는 당면한 다른 일들을 처리하며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약속된 시간이 오기를, 그래서 하늘에서 인스퍼레이션(계시)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시에 그런 시간이 최대한 늦게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몇 개의 원고를 쓰고, 세 번의 강의를 했다. 대구와 부산과 화성의 서점을 돌며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출간 북토크를 하기도 했다. 한때 나는 제임스 폰솔트가 감독한 영화 <투어의 끝(The End of the Tour)>에 나오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며 북투어를 하고 싶었는데, 소박하게나마 그 꿈을 이룬 셈이다. 소원을 빌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서점에 가면 책을 산다. 그런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오프라인 서점이 진열할 수 있는 책에는 한계가 있고, 물론 그중에도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 있지만, 그런 책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 탓에 책을 발견하는 능력이 떨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필요하거나 좋아하는 키워드만 검색해서 책을 사는 것—이것도 일종의 리얼리티 버블 아닐까?

 

아무튼 나는 몇 권의 책을 샀고, 그렇다면 ➄제약과 우연 속에서 내 손에 들린 책들에 대해 쓰자. 그렇다, 끝내 마감 시한은 왔다. 고통과 계시도 함께. 그래서 이번에는 그 책들이 내게 온 경로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5월 6일, 대구 물루

남구 앞산 앞,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물루(장 그르니에의 ‘고양이 물루’의 그 물루다)에서 송재은의 『망각과 영원에 대하여』를 샀다. 송재은은 물루의 대표고 나를 초대한 사람인데, 서점에 가기 전까지 나는 그가 작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임시보관소라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여러 권의 책을 냈는데, 그중 『망각과 영원에 대하여』는 영화에 대한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다. 목차에 <이니셰린의 밴시>와 <내 사랑>이 있는 영화책을 사지 않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5월 14일, 화성 안녕책다방

그냥 안녕이라는 이름을 가진 책다방인 줄 알았는데, 운전해서 가는 동안 안녕IC, 안녕터널, 안녕교차로 같은 표지판이 보였다. 알고 보니 동네 이름이 안녕동이었다. 나는 지카우치 유타의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를 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오직 대가를 바라지 않는 주고받음 속에서만 가능한 것들이 어떻게 우리의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책이다. 어렵지 않게, 그러나 단순하지도 않게. 미미 레더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증여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부분과 증여가 어떻게 저주가 되는지를 ‘독성 부모’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상처의 쓸모』를 쓴 작가 유수경에게 그 책을 받기도 했다. 어린 시절 겪은 가정 폭력과 그 이후에 대한 책이다.

 

6월 11일, 부산 미우서재

스무 살 이후 매년 한두 번은 빠지지 않고 부산에 가지만 용호동은 처음이었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건물. 그곳에서는 E. 록하트의 『우리는 거짓말쟁이』를 샀다. 순전히 미색 바탕에 영문 제목이 타이포로 배치된 표지 때문이었다. 원래 일반판이 따로 있고, 이것은 문고본이라는 사실은 계산하면서 알았다. 서점에서는 돌아가는 내게 꽃다발과 함께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인 양안다의 『달걀은 닭의 미래』를 주었다. 지난 행사 작가의 책을 다음 작가에게 주는 거라고 했다. 일종의 이어달리기. 내 책은 누가 받게 될지 문득 궁금했다. 지금은 사라진 부산대 앞 서점 아스트로북스 (전)대표에게 『성적은 알아서 따라온다』라는 책도 받았다. 자녀 공부에 대한 책인가 했는데, NFL 감독 빌 월시의 리더십에 관한 책이었다. 호라이즌프레스.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였는데 서점 유통은 하지 않고 자사몰을 통해서만 책을 판다고 했다. 그런 것치고(라는 말은 이상하지만) 장정이 굉장히 호화로워서 조금 놀랐다.

 

6월 12일, 대전 삼요소

다섯 번째 가는 삼요소. 아니 여섯 번째인가? 이제는 동아리방처럼 익숙한 그곳에서는 북토크가 아니라 서평 워크숍을 했다. 참가자들이 내가 쓴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을 읽고 쓴 서평을 읽고, 정확하게는 낭독하는 것을 듣고 다 함께 이야기 나누는 형식이었다. 내가 쓴 책에 대한 서평을 코앞에서 듣는 것은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다. 모르긴 해도, 자신이 쓴 서평을 작가 앞에서 읽는 것도 무척 신기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책을 사지 못했다. 워크숍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기차 시간을 맞춰 허둥지둥 도망치듯 자리를 떠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이라고 해야 하나. 책을 한 권 가져오긴 했는데, 그건 바로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이었다. 나가기 직전에 서점에서 사인을 부탁한 책을, 정신이 없어서 그만 들고나와 버린 것이다. 책은 집에 돌아와 택배로 보냈다. ‘던더 미플린’ 로고가 새겨진 시트콤 <오피스> 굿즈를 입고 있던 삼요소 대표를 생각하며 던더 미플린 다이어리를 함께 넣었다.

 

6월 18일, 서울 땡스북스

그리고 오늘, 아니 어제. 합정 땡스북스에서 박수영의 『아무튼, 새벽』 북토크 사회를 봤다. 그전에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으며 ‘땅’ 시리즈 중에서 『날로 노는 홍대』『래퍼와 공원』 두 권을 주었다. 행사가 끝나고 제철소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책이라며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희곡으로 각색한 『파도』를 받았다. 서문에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와 연극에 대한 이야기가 잔뜩 있었는데, 마침 오늘 북토크에서 일기와 연극(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참이라 조금 웃었다. 박수영이 책에 사인을 하는 동안 살 책들을 둘러보다가, 좀처럼 고르기가 힘들어 박수영의 언니인 박소영 기자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그는 내게 클레르 마랭의 『단절(들)』을 추천했고, 카운터에 계산을 하러 가는데, 어느새 나타나 책을 낚아챈 박수영이 나 대신 계산을 했다. 사회를 봐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는 그에게 ‘땅’ 시리즈의 『다음 리카에게』를 건넸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튼, 새벽』과 맞닿는 지점도 있고 그가 재밌게 읽을 것 같아서 챙겨온 책이었다. 친구가 집까지 태워준다고 해서 차가 주차된 한강고수부지로 걸었다. 그 길에 친구의 일본 여행 이야기를 마저 들었다. 우연히 찾아간 장소와 우연히 읽은 책들이 우연히 맞물리는 이야기. 나는 그런 이야기를 늘 좋아한다.

 

 

나는 이 연재를 클레르 마랭의 『제자리에 있다는 것』으로 시작했고, 이번에 『단절(들)』로 마랭이 다시 나왔으니 이것은 여기서 연재를 마무리하라는 계시인가, 수미상관인가. 하지만 그건 아니고(아마도),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일 필름포럼에서 열리는 임재철 비평가의 추모제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정지돈과 함께 임재철과 그가 낸 이모션북스의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 책장에 빠져 있는 몇 권의 책들과 함께 돌아올 것이다.

 

이모션북스의 몇몇 책들은 임재철이 번역했지만 다른 역자의 이름이 붙어 있다. 르네 도말의 『마운트 아날로그』도 그중 하나다. 임재철이 오종은이라는 이름으로 옮긴 그 책에는 부인 베라 도말의 후기가 실려 있는데, 거기서 베라 도말은 남편에게 받은 마지막 편지를 소개한다. 도말은 이렇게 썼다.

 

이것은 내가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내 자신을 위해 요약한 것이다.

 

나는 죽었다, 욕망이 없으므로.

나는 욕망이 없다, 소유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나는 소유한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주려고 하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손에 무언가 넣으려고 한다. 손에 무언가 넣으려고 하면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무언가가 되려고 욕망한다. 무언가가 되려고 욕망하면 그때부터 우리는 살게 된다. (150-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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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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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캐

2026.06.25

걷다가 우연히 금정연 작가님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 작가님에게 우연히 책 한권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을테고, 내 가방에도 적당한 책이 있어서 건네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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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에 있다는 것

<클레르 마랭> 저/<황은주> 역

출판사 | 에디투스

아무튼, 새벽

<박수영>

출판사 | 제철소

날로 노는 홍대

<홍성훈>

출판사 | 민음사

래퍼와 공원

<송재홍>

출판사 | 민음사

단절(들)

<클레르 마랭> 저/<류재화> 역

출판사 | 사람in

다음 리카에게

<김이향>

출판사 | 민음사

파도

<버지니아 울프> 원저/<김민정> 편

출판사 | 제철소

新 울어라, 펜 1

<시마모토 카즈히코> 글그림

출판사 | 미우(대원)

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브라이언 딜런> 저/<김은지> 역

출판사 | 봄날의책

적독 생활

<타이키 라이토 핌> 저/<정아영> 역

출판사 | 서해문집

탐구

<김유림>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망각과 영원에 대하여

<송재은>

출판사 | 임시보관소

상처의 쓸모

<유수경>

출판사 | 책과이음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지카우치 유타> 저/<김영현> 역

출판사 | 다다서재

우리는 거짓말쟁이

<E. 록하트>

출판사 | 바람북스

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금정연>

출판사 | 북트리거

스즈키 이즈미 SF 전집

<스즈키 이즈미> 저/<이승준> 역

출판사 | 마르코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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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연

읽고 쓰는 사람. 『아무튼, 택시』, 『담배와 영화』,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한밤의 읽기』, 『모두 일요일이야』 등을 쓰고 『문학의 기쁨』,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등을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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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록하트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인 E. 록하트는 1967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에밀리 젠킨스. 케임브리지, 매사추세츠, 시애틀과 워싱턴에서 성장했다. 바사 대학교에서 미국의 유명 판화가 배리 모저에 관한 졸업 논문을 냈으며,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록하트는 2005년에서 2010년에 걸쳐, 신경증을 앓는 수다쟁이 소녀 루비 올리버가 주인공인 청소년 소설 시리즈(『남자 친구 리스트The Boyfriend List』 외 세 편의 소설)를 펴내며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프랭키 란다우뱅크스의 불명예스러운 역사The Disreputable History of Frankie Landau-Banks』(2008)로 마이클 L. 프린츠상과 시빌스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고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4년 출간된 『우리는 거짓말쟁이We Were Liars』는 섬세하고 강렬한 문체가 인상적인 서스펜스 소설이다. 미국에서 50만 부, 영국에서 22만 5천 부 이상 팔렸으며 전 세계 39개국에서 출간 또는 출간될 예정이다. 록하트가 쓴 그 밖의 작품으로는 『벽 위의 파리Fly on the Wall』(2006), 『드라마라마Dramarama』(2007), 『나쁜 사람이 되는 법How To Be Bad』(2008, 세라 믈리노프스키, 로런 미라클 공저) 등이 있다. 현재 뉴욕 시에 거주하며 햄린 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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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본명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정신 질환을 앓으면서도 다양한 소설 기법을 실험하여 현대문학에 이바지하는 한편 평화주의자, 페미니즘 비평가로 이름을 알렸다. 빅토리아 시대 소위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환경에서 자랐고, 주로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았다.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빠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리턴 스트레이치,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덩컨 그랜트,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그룹은 당시 다른 지식인들과 달리 여성들의 적극적인 예술 활동 참여, 동성애자들의 권리, 전쟁 반대 등 빅토리아시대의 관행과 가치관을 공공연히 거부하며 자유롭고 진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어머니의 사망 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사망 이후 울프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평생에 걸쳐 수차례 정신 질환을 앓았다. 1905년부터 문예 비평을 썼고, 1907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서평을 싣기 시작하면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등 20세기 수작으로 꼽히는 소설들과 『일반 독자』 같은 뛰어난 문예 평론, 서평 등을 발표하여 영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설가로서 울프는 내면 의식의 흐름을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면서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삶과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1970년대 이후 「자기만의 방」과 「3기니」가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버지니아 울프는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며 다작을 남긴 야심 있는 작가였다. 그녀의 픽션들은 플롯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더욱 초점을 맞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쓰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 『출항』, 『밤과 낮』, 『제이콥의 방』, 『댈러웨이 부인』, 『파도』,『현대소설론』 등과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에세이 『자기만의 방』과 속편 『3기니』 등이 있다. 1927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인 『등대로』를 발표하며 소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올랜도』, 『파도』, 『세월』 등을 계속해서 발표했다.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쳐 왔던 울프는 1941년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