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새로운 물결 – 6인의 그림책 작가를 만나다
단 몇 줄의 문장과 장면만으로 우리 삶을 강렬하게 흔드는 장르, 그림책. 짧은 분량 안에 글과 그림, 여백과 리듬이 함께 담기는 그림책은 가장 압축적인 방식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작가 6인을 소개합니다. 예스24와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KBBY), 그림책 전문 잡지 「라키비움J」가 함께 추천하는 여섯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과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작가님과 작가님의 대표작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작가 김효은입니다. 지금은 일곱 살 어린이를 양육하는 엄마로 살면서 그림으로 매일을 기록하고 느리지만 꾸준히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출간하였고, 뒤이어 유년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한 이야기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그사이 아기를 낳아 기르면서 아기에게 처음으로 세상을 소개해 주며 발견한 것들에서 영감을 받아 아기책 『내가 있어요』를 펴냈습니다.
『내가 있어요』는 ‘아래’ ‘옆에’와 같은 위치 개념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아기에게 무언가를 소개할 때 ‘OO이 아래 무언가가 있네’ ‘OO이 옆에 고양이가 있네’와 같이 아기를 중심으로 위치를 설명해 주는 일이 잦았습니다. 아기와 함께 세상을 탐색하다 보니 아기들에게 그림책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정성스럽게 소개해 주고 싶었고, 세상 안에 바로 ‘네’가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습니다. 아기에게 쉽고 사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의 진수를 찾아서 좌표를 찍듯이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에 있던 것들, 앞으로도 세상에 오래 존재할 것들, 그리고 아기가 길 위에서 보물처럼 찾아내는 것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울타리처럼 서서 아기를 지켜 주고 기다려 주는 어른들도 그 곁에 담았습니다.
『내가 있어요』는 눕거나 엎드려서 그림책을 보는 아기들을 위해 병풍 제본으로 묶은 책입니다. ‘수직의 세상’과 ‘수평의 세상’을 담기에 적합한 형태였지요. 그림책을 처음 만난 아기가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아기가 주워 온 세상의 보물들
작가님의 작품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내가 있어요』에서 ‘수직의 세상’을 표현한 앞면 마지막 장면을 꼽고 싶습니다. 엄마인 독자분들이 아기에게 책을 읽어 주다가 ‘엄마 아래 나’로 글이 마무리되는 이 장면에서 울컥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해 주셨어요. 아마도 아기와 함께한 어떤 순간이 떠올라서 그런 마음이 드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굉장히 지친 날, 탈출하는 심정으로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며 우연히 만난 순간들입니다. 아기와 함께 들은 새소리, 바람이 뿌려 주는 꽃비, 봄바람에 흩날리는 아기 머리카락이 턱을 간지럽히는 느낌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체온을 나누며 함께 세상을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아기에게도 단단한 터 위에 자리 잡은 집처럼 안전하고 따뜻하게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내밀한 추억과 바람을 담아 이 장면을 골랐습니다.
『내가 있어요』 중 한 장면
그림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나 지금의 작업에 영향을 준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좋아하는 그림책도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다섯 남매 중 둘째였습니다. 동생이 생길 무렵부터 집에 그림책이 여러 권 생겼던 것 같아요. 동생이 보던 그림책을 누구보다 열심히 들여다보며 그림책이라는 세계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하야시 아키코 작가의 그림책을 읽었는데, 책 속 주인공들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의 외로움을 떨치기도 하고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직접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만 가지고 있었어요. 어머니께서 지나가는 말로 그림책작가가 되는 것은 어떻겠냐고 몇 번 말씀하셨던 것이 씨앗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다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레 원래의 꿈은 접고 회사에 취직할 생각을 하며 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일이 있었어요. 그림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업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휴학 중에 그림책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입필’이라는 학원을 찾아가게 되었고 그것이 그림책작가라는 꿈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책도 작가도 참 많습니다. 스무 권을 고르라고 해도 어려울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 많지만 요즘 제 안에 머물러 있는 그림책은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입니다. 몇 년 전부터 고전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옛날 책을 많이 찾아 읽고 있어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좋은 그림과 글과 만듦새를 보며 ‘나도 언젠가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글이 할 수 없는 것을 그림이 하고, 그림이 하지 않는 것을 글이 하며, 독자를 고요한 새벽의 광활한 호수 한가운데로 데려가 물들게 하는 이 책은 언제나 감탄하며 보게 됩니다.
한 권의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나요?
저는 주로 일상에서 이야기를 얻습니다. 닳고 닳은 풍경에서 발견하는 어떤 것을 가지고 마음속에 계속 굴리고 있다가 그것을 씨앗으로 삼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씨앗은 생각해 볼만한 어떤 단어나 문장이 되기도 하고, 너무 사소해서 잊고 지내는 어떤 존재나 인상적인 한 장면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고 독자와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야기를 짓습니다. 썸네일을 그리고 더미북 만들기를 무한으로 반복하다가 막히면 글로 풀어 쓰기도 하고 필요하면 자료 조사도 하면서요. 제 주변을 한없이 두드리며 시간을 보냅니다.
『내가 있어요』는 화방에서 발견한 작은 병풍 제본 드로잉북을 사서 마침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그 위에 풀어 보며 시작했습니다. 글과 그림이 단출해서 쉽게 풀릴 줄 알았는데 여느 그림책 못지않게 전개를 짜는 일이 어려웠습니다. 단순한 나열 속에서도 숨은 이야기가 보이고, 짧은 서사로 연결되는 고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수평의 세상’을 표현한 『내가 있어요』 뒷면 첫 장면에 등장하는 할아버지가 옆에 있는 고양이에게 손을 내미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 읽고 나면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향해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연출 같은 것을 고민했습니다.
『내가 있어요』 뒷면 첫 스케치
채색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림책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은 모든 그림책 작업을 할 때 가지게 되는 목표 중 하나입니다. 시력을 발달시켜 가는 아기들에게 선명하고 단순한 이미지를 보여주되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각 장면의 주인공들은 구아슈 물감으로 채색해 자연스럽고 회화적으로 표현하려고 했고, 배경은 실크스크린 판화 기법으로 눌러서 화면의 중심에 배치되는 소재를 돋보이게 하려고 했습니다. 배경색도 계절을 닮은 색으로 다채롭게 담기기를 바랐습니다. 『내가 있어요』는 여름과 가을의 색을, 최근에 작업한 『할 수 있어요』는 봄의 색을 뽑아서 풀었습니다. 이어서 나올 세 번째 아기책은 겨울의 색으로 풀어 가려고 합니다.
판화 작업 과정
요즘 작가님이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이야기를 청해봅니다.
제 작업은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요즘에는 구체적인 독자인 아이와 함께 지내며 발견하는 것에서 이야기를 찾게 됩니다. 이전에는 관찰 대상으로서 ‘사람’에게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요즘에는 ‘자연’에 대해, 그 속에 있는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은 세 가지 이야기를 저글링하듯 돌려 가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내가 있어요』와 『할 수 있어요』를 이을 아기책도 있습니다. 사계절을 지내며 성장한 아기가 세상으로 내딛는 첫걸음을 응원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책 속에서 독자들이 발견해 주었으면 하는 작은 디테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할 수 있어요』는 해와 구름과 새 모양의 모빌로 시작합니다. 전작인 『내가 있어요』에서 아기에게 소개한 존재들이기도 한데요. 아기는 이 모빌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아기가 창밖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창에 비친 풍경을 살펴보세요. 아기가 과연 손을 뻗었던 그것을 손에 쥐었을지 상상하며 읽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있어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작가이지만 독자이기도 합니다. 아이와 함께 많은 그림책을 읽으며 즐거움과 위로와 용기를 얻고는 합니다. 제게는 그림책들이 정부에서 쥐여 주는 육아지원금보다 더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그림책작가님들이 만들어 가는 다양한 세계를 통해 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작가로서 더 진지한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느리지만 단단하게 책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제 책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와 즐거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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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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