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변호사이자 문화평론가, 그리고 거의 매일 글을 써온 에세이스트 정지우가 들려주는 삶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완벽한 행복을 좇는 대신 나에게 맞는 불행을 찾아 그것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의미를 담았다. 최고의 삶이 아니라 좋은 삶이면 충분하다는 그의 담담한 통찰이, 오늘 하루를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번 책 제목이 『불행에 몰두하지 않는다』입니다. 책에 실린 에세이 한 편의 제목이기도 한데요, 어떻게 이 문장을 전체 제목으로 정하셨나요?
삼십 대를 지나면서, 행복이란 어딘가에 완벽한 상태로 도달하는 게 아니라, 삶에 그때그때 도래하는 불행들에 충분히 ‘몰두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삶에는 언제나 불안, 걱정, 욕구불만, 갈증 같은 것들이 따라다니고 있죠. 행복이란 그 모든 걸 없앤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어쩌면 그것들을 잠시라도 이겨내는 순간들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 책의 제목이 그런 저의 가치관, 이 책의 생각을 잘 담아낸다고 느낍니다.
책에는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동물원 나들이, 아이와 함께 본 영상, 노량진 수산시장까지요. 왜 거창한 이야기 대신 이런 작은 순간들을 택하신 건가요?
행복은 그 결이 참으로 다양한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화려하고 거창한 행복이 있지요. 화려한 결혼식, 근사한 5성급 호텔에 묵는 여행, 꿈에 그리던 집을 사거나 성취를 얻은 순간들에도 우리는 ‘행복’이라 부를 만한 감정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의 본질은 그런 화려한 일시적 순간들에 있다기보다는,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순간들에 있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큰 차원에서 보자면 삶에는 성공이나 실패, 화려함이나 누추함이 반복됩니다. 중요한 건 그렇게 크고 거창한 순간만을 행복이라 정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시절 속에서도 그 나름의 행복을 찾아내는 일들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생각들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글에서 오늘 하루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특별한 일일 수 있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런 관점은 어떻게 갖게 되셨나요?
사람마다 ‘특별함’에 대한 기준은 다르겠지만, 저는 살아가면서 점점 더 제 삶이 평범해진다고 느꼈습니다. 어쩌면 제가 다양한 문학들을 너무 사랑하고, 여러 예술가들이나 역사 속 인물들을 많이 바라보며 10, 20대를 보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막상 30대가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을 하고, 이따금 주말에 여행을 다니면서, 제 삶이 그냥 제가 아는 다른 평범한 삶들과 그다지 다를 게 없다고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안에서 막연하게 좇던 특별한 삶보다는, 그저 하루하루의 행복과 만족을 알아가면서 이 주어진 삶 하나 잘 꾸려나가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삶 속에서 ‘특별한 일들’이 생긴다면, 그 일들은 그 일대로 사랑할 가치가 있겠죠.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이야기 중 요즘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꼽으신다면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아내와 아이랑 함께 여행을 떠나던 길에 만난 택시 기사님 에피소드를 전하고 싶습니다. 책에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자랑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어요.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택시 기사님이 저희에게 짧은 공연 같은 시간을 전해주었던 에피소드였는데요. 우리가 누구나 서로에게, 작은 자랑거리들을 소소하게 가지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꼭 세상에서 제일 글을 잘 쓰거나, 제일 노래를 잘 부르고, 제일 축구를 잘할 필요는 없죠. 내가 쓰는 글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처럼 전해져 감동을 주거나, 우리 가족 가운데 가장 노래를 잘 불러서 파티 때마다 즐겁게 노래하거나, 아이에게 축구를 가르쳐 줄 수 있어서 한 시절 즐겁게 보낸다면, 그것으로 삶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물론 더 큰 꿈이 있다면 한 분야에 꾸준히 몰입해서 성취를 이루는 것도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는 결국 세상 모든 사람에게 대단한 사람이기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소중한 사람이면 되니까요.
변호사이자 문화평론가, 그리고 에세이스트로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계십니다. 이렇게 여러 일을 병행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정체성은 무엇이실까요?
지난 삶을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여정이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어온 발자국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5살에 시작한 글쓰기를 벌써 20년 넘게 계속해 오기도 했고, 그러다 현실의 불안이나 새로운 일에 대한 갈망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고, 직장을 몇 년간 다니다 나오기도 했죠. 소설을 쓰다가 인문학 책을 썼고, 이후에는 에세이스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모든 일들이 ‘삶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수렴된다고 느낍니다. 내 상상의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하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더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싶은 갈망,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많은 시간을 쓰고 싶은 욕망 같은 것들이 그 가운데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사실 제일 마음에 드는 ‘정체성’ 같은 건 딱히 없습니다. 오히려 정체성은 부수적이어서, 딱히 많이 생각하며 살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저 내가 삶을 더 사랑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정체성이야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수단들에 불과하다고 느끼기도 하죠.
20년 넘게 거의 매일 글을 써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쓸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10대에는 상상의 이야기를 쓰는 게 너무 재밌었고, 20대에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30대에는 글쓰기 자체가 일상이 되고, 인생이 되었네요. 처음부터 글쓰기를 좋아하진 않았는데, 상상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느덧 일상의 습관으로까지 내려앉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삶이란 참 알 수 없습니다. 저도 제가 그저 숨 쉬듯 이렇게 매일 글 쓰며 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지금은 그저 매일 조금이라도 쓰지 않으면 허전해서 계속 쓰고 있습니다. 어딘지 중독 같기도 하고, 좋은 습관 같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이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누구나 각자의 행복을 발견하고 지켜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자기만의 행복의 비결을 찾아나가는 길목에 이 책이 한 줌 보탬이 되길 바라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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