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진주 작가, 이가희 작가
2025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사진 그림책의 매력을 알린 진주, 이가희 작가 콤비의 두 번째 사진 그림책 『베리베리 블루베리』가 출간되었다. 전작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을 통해 기다림의 시간을 필름 카메라로 담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소중한 존재를 돌보는 아이의 다정한 손길과 끝없이 펼쳐지는 아이의 상상을 보여 준다.
주인공 지호는 조금만 있으면 보랏빛 신비로운 열매가 열릴 거라며, 작은 화분을 돌본다. 작은 나무에게 이름도 지어 주고, 날마다 나무의 이름을 불러 주면서 지호는 생각한다. 어쩌면 자신의 블루베리는 가장 맛있고, 가장 힘이 세고, 가장 예쁜 블루베리일 거라고. 날마다 화분을 보며 블루베리가 자라는 것을 기다리는 아이의 상상은 점점 커져 간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상상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애타게 기다리던 지호는 드디어 블루베리 열매를 발견하는데, 어, 뭔가 좀 이상하다. 지호는 블루베리 열매를 무사히 만날 수 있을까?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에 이어 『베리베리 블루베리』가 출간되었습니다. 앞서 빨간 사과를 기다리던 두 아이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엔 동생 지호의 이야기로 한 아이의 마음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 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진주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이하 ‘사과책’)은 주변을 돌보며 두런두런 걷는 지구 중심의 서사라면, 『베리베리 블루베리』(이하 ‘베리책’)는 자기 자신과 기다리는 것에 집중한 지호의 이야기입니다. ‘사과책’을 작업할 때부터 지호의 캐릭터가 얄밉거나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연출하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지구와 지호, 각자가 자신만의 때와 방법으로 빨간 사과를 만나는 것이지, 옳고 그름을 담은 책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독자들이 저처럼 지호를 오래 바라보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을 좋아했던 독자분들 중에 『베리베리 블루베리』를 기다리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소재와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서 두 책이 닿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독자분들이 『베리베리 블루베리』를 어떻게 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까요?
진주 ‘베리책’은 곧 ‘사과책’이기도 해요. 결국 사과를 만나는 이야기이니까요. 두 책 안에는 동일하게 “앗” 세계관이 존재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단어인데요. 나무를 자라게 하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힘은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닌, 자연의 경이로운 선물입니다. 이 경이를 맞닥뜨린 순간의 “앗“을 두 책에서 함께 발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씨앗이 되어 독자분들의 삶에 수많은 “앗“들이 자라나길 바라요.
‘먹는다’는 결론도 깊이 살펴봐 주시면 좋겠어요. 지호가 사과를 온전히 환대한다는 것을 어떻게 짧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할 때쯤, ‘먹는다’는 것은 ‘사랑한다’의 극치 표현이라는 이어령 교수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이 표현이 무례하고 험악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블루베리인 줄 알았던 사과를 지호가 행복하게 먹는 것만큼 좋은 결론이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지호처럼 사과를 입으로 먹고, 공기를 코로 먹고, 햇빛을 피부로 먹을 수 있음에 춤출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진주 작가
『베리베리 블루베리』는 전작과는 다르게 상상의 장면이 특별하게 연출돼 있는데요. 이번 사진 작업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가희 진주 작가님의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이번 책은 전작과 조금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에서는 아이의 상상이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감각을 만들고 싶었어요. 현실은 현실답게, 상상은 상상답게 과감히 보여주면서, 그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기를 바랐어요. 페이지의 흐름을 세심하게 고민했고, 새로운 촬영 방식과 작업도 하나씩 공부했어요.
그리고 ‘베리책’과 ‘사과책’, 두 책이 같은 세계 안에 있다는 느낌은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 작업 역시 전부 필름으로 촬영했는데, 필름 특유의 질감과 시간성이 두 작품을 이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상상 장면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스캔해 여러 장의 이미지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완성했습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의 상상을 사진으로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표현을 배우고 시도했던 시간들이 저에게는 즐거운 실험이었어요. 그 경험이 앞으로의 작업에도 큰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은 그 순간을 멈추고, 기록하는 맛이 있는 예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그림책보다 정적이지만, 타이포그라피를 이용하여 동적인 움직임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감상하게 되었는데요, 작가님이 타이포를 활용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가희 그림책은 글과 그림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과 그림(사진)이 하나의 이미지처럼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특히 사진은 실제 공간과 빛, 질감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그래픽적인 타이포의 어울림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래서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그 장면에 어떤 글의 움직임과 형태가 어울릴지를 고민하고, 다양한 타이포를 참고하며 작업했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베리베리 블루베리, 베리베리 블루베리' 하며 춤추는 지호에 맞춰 사진이 담아내지 못하는 리듬과 속도, 소리와 움직임을 자유로운 타이포에 담았습니다. 타이포가 사진과 호흡하며 장면 속에서 함께 놀 때, 비로소 한 페이지가 더욱 풍성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베리베리 블루베리』를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이가희 촬영은 늘 어렵지만 가장 즐거운 과정이에요. 이번 작업에서는 아이의 의상부터 블루베리 나무, 오래된 캡슐 뽑기 통까지 필요한 소품이 많았고 (당근 거래 필수!), 한국적인 생활 풍경을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여러 지역을 다녔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진주 작가님의 글을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였어요. '예쁜 블루베리', '힘센 블루베리'처럼 블루베리를 의인화한 장면들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막막했죠. 그러다 문득 블루베리에 눈과 입을 그리는 순간, 꼭 사진 그대로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의 상상 속에서 직접 블루베리가 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것들로 아이의 상상을 표현했고, '무엇을 상상하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아이의 마음을 담고자 했습니다.
이가희 작가
『베리베리 블루베리』에 담긴 메시지를 독자분들께 들려주세요.
진주 당신의 열매가 블루베리든 사과든, 에어컨이든 밥솥이든 당신의 정성과 노력은 사라지지 않고 모든 상상은 현실이 될 테니, 안심하고 기뻐하자! 개인적으로 이 책은 창작자이자 엄마인 저에게 큰 위로를 준 작품입니다. ‘적어도 내 아이는 이런 모습은 아닐 거야, 내 아이는 저런 상황을 겪지 않을 거야.’라고 예상했던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졌을 때, 이 책은 저에게 성큼 다가와 자책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지호처럼 그 열매 맺은 그 나무를 온전하게 사랑하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엄마가 계신다면 『베리베리 블루베리』를 함께 나눠 먹고 싶습니다.
사진 그림책 콤비 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신 두 분의 다음 작업이 궁금합니다.
이가희 현재 또 하나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진주 작가님과는 일이 있든 없든 만나서 재미난 일을 계속 만든답니다. 책을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공연과 전시 기획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존경하는 언니이자 첫 번째 스승님, 진주 작가님과는 작가 생활이 끝날 때까지 함께할 거예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베리베리 블루베리
출판사 | 반달(킨더랜드)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
출판사 | 핑거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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