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스테이지] 오늘은 근사한 날이 될 거야, ‘디어 에반 핸슨’ | 예스24
책과 뮤지컬이 전하는 다정한 위로. 페이지&스테이지 세 번째 행사 ‘디어 에반 핸슨’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 박소미 사진: 최준영
20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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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복합 문화 프로그램 ‘페이지&스테이지’의 세 번째 행사가 지난 7월 5일 서울 엑스칼라(XSCALA)에서 개최됐습니다. 이번 ‘페이지&스테이지’는 뮤지컬 원작이 큰 사랑을 받아 동명 소설로 재탄생한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는 <디어 에반 핸슨>을 다루었습니다. 이날 행사는 오은 시인이 사회와 작품 해설을 맡았고,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신동원 프로듀서와 에반 핸슨 역의 박강현 배우, 하이디 핸슨 역의 김선영 배우, 조이 머피 역의 강지혜 배우가 참여했습니다. 약 600명의 관객이 어둠 속에서 숨죽이는 가운데 강지혜, 박강현 배우가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의 대표 넘버 중 하나인 〈Only Us〉를 부르며 뜨거운 박수와 함께 ‘페이지&스테이지’의 세 번째 막이 올랐습니다.

 


문장 너머를 읽다


혹시 선의의 거짓말을 해보신 적 있으실까요? 혹은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습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경험은요? 불안 장애가 있는 에반 핸슨은 상담사의 권유로 매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는데 편지의 첫 줄은 매번 “오늘은 근사한 날이 될 거야. 왜냐하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느 날 에반은 같은 학교의 코너에게 편지 한 통을 빼앗기고, 코너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습니다. 코너의 부모는 코너가 갖고 있던 에반의 편지를 발견하고 둘을 친구 사이로 오해하죠. 자신을 코너의 유일한 친구로 오해하는 코너의 부모에게 에반은 차마 진실을 전하지 못합니다. 에반의 이야기는 무대와 책에서 각각 어떻게 그려졌을까요? 다음은 오은 시인의 작품 해설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제가 <디어 에반 핸슨>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보는 방향에 따라 매번 다르게 읽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여기 계신 거의 모든 분들이 외로움이나 결핍을 느껴보셨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의 외로움과 결핍을 향한 응원가처럼 읽히기도 하고, 코너의 죽음 이후 학생들의 반응을 보면 비극마저 소유하려고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꿰뚫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호기심이 어떻게 진심이 될 수 있는지, 그 기적 같은 순간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해 볼 수도 있어요. 또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우리가 소셜미디어로 항상 연결되어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정작 삶에서는 혼자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잖아요. 이런 격차와 낙차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소설과 뮤지컬이 나를 응원하는 작품이라는 게 좋았어요. 극 중에서 에반이 자기 자신한테 편지를 쓰잖아요. 어떻게 보면 스스로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인 거죠. 이런 행위가 나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탐구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디어 에반 핸슨>은 독특한 게 보통은 소설이 인기를 끌면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로 제작되는 게 일반적인 흥행 공식인데 이 작품은 반대입니다.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이 큰 흥행을 일으키면서 뮤지컬을 쓴 작가들이 작품을 소설화했습니다. 이런 역발상이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고, 그만큼 <디어 에반 핸슨>의 코어 팬들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뮤지컬을 소설화할 때 어떤 점을 고려했을지 생각해 보면, 뮤지컬은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장르입니다. 반면 소설은 두꺼워질 수 있죠. 인물의 내면이나 뮤지컬에서 다루지 못한 뒷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뮤지컬은 현장에서 푹 빠져들고 압도당하는 장르예요. 앞에 있는 인물과 배우에게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세히 다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전달되는데, 현장감이 만들어내는 굉장한 효과인 거죠. 반면 소설을 읽을 때는 독자가 적극적으로 상상해야 해요. 문장을 읽으며 독자가 머릿속에서 각자의 에번과 코너와 조이와 하이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독서는 뇌를 많이 쓰는 일인 거죠.

 

또 뮤지컬이 감정을 온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장르라면, 소설은 그 감정을 분석하게 해주는 장르 같아요. 뮤지컬에서 코너가 극 중 초반에 세상을 떠나잖아요. 이후에 등장하는 코너는 에번이 상상해서 만들어낸 코너의 이미지에 가까워요. 코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관객은 잘 몰라요. 에번을 약간 괴롭히려고 하다가 어느 순간 죽음을 맞이한 인물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소설에는 코너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코너가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적응하는 데 실패했는지, 코너의 속마음이나 내밀한 고민 같은 것들이 그려지거든요. 이렇게 인물이 입체성을 획득하는 장르가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결론은 뮤지컬과 소설을 함께 보면 한층 더 풍부한 경험을 하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책과 공연 사이를 걷다


오은 시인의 작품 해설 이후에는 신동원 프로듀서와 박강현, 김선영, 강지혜 배우의 시선으로 바라본 뮤지컬 속 장면과 인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관객들이 <디어 에반 핸슨>과 행사 출연진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받았는데, 1,800여 개 댓글 중 일부를 선정해 함께 묻고 답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중 일부를 옮겨봅니다.


왼쪽부터 신동원 프로듀서, 박강현 배우

 

소설과 뮤지컬이 상호보완적인 존재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각각 독립적인 작품이라고 보시나요? 또 관객이 <디어 에반 핸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동원 <디어 에반 핸슨>은 소설과 뮤지컬 모두 각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완성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공연이 너무 익숙하다 보니 소설을 읽을 때도 머릿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어요.(웃음) 음악이 함께 있는 소설을 읽는 경험이라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두 작품을 함께 볼 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이 있기 때문에 두 작품을 모두 경험하시기를 추천합니다. 

 

<디어 에반 핸슨>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모두 살면서 한 번쯤 에반이었던 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기도 하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내 마음을 숨기기도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본심과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런 순간들이 모두에게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반은 결국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선택하고 비로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성장합니다. 관객분들이 이런 에반을 통해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어 이 작품에 깊이 공감해 주시는 게 아닐까 해요.

 

박강현 배우님은 에반을 이해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요? 배우님께서 스스로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박강현 신동원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정도가 다를 뿐 우리 모두 내면에 에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에반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에반 점수라는 게 있고 제일 큰 값이 ‘10 에반’이라고 할 때, 전 어렸을 때 ‘9 에반’ 정도 됐던 것 같아요.(웃음) 누군가는 ‘2 에반’이나 ‘4 에반’일 수 있죠. 그래서 누구나 에반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또 에반의 거짓말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타인을 위한 거였잖아요. 물론 큰 실수지만 이런 점에서도 에반을 이해해 주시는 게 아닐까 해요. 

 

스스로를 잃지 않고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사실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그걸 찾아가는 것 같아요. 공연을 할 때마다 어느 공연에서 저의 조각 하나를 찾고 다른 공연에서는 또 다른 저의 조각을 찾고, 이렇게 저라는 사람의 조각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 중인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아직은 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흐르는 강물처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조금씩 저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김선영, 강지혜 배우

 

엄마인 하이디는 누구보다 에반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에반에게 가장 미안해하는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So big So small> 넘버에서 하이디가 에반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요?

김선영 <So big So small>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하이디가 에반한테 처음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이야기한 것 같아요. 네가 느꼈을 두려움을 엄마도 똑같이 느꼈다고 에반에게 전한 거죠. 사실 어떻게 보면 하이디는 두려움 때문에 너무 앞서 나갔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해야 네가 나아질 수 있다’고 여러 방법을 제시하면서 푸시한 게 어떻게 보면 아들에게 두려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기도 했고, 스스로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노래 말미에는 ‘여전히 엄마는 계속 그런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면서 살 텐데, 그래도 도망가지 않고 네 옆에 있을게.’라는 진심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이가 결국 에반을 원망하기보다 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온전히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혜 배우님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강지혜 조이도 처음엔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원망에만 마음이 매여 있으면 나아갈 수 없잖아요. 사실 조이도 외로움에 대해 굉장히 잘 아는 인물이거든요. 에반이 연설에서 했던 말들이나 조이네 가족과 식탁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거짓말이긴 하지만, 실은 그 안에 에반이 원했던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았을까 해요. 저는 누군가를 조금씩 이해하고 마음을 열면 저 또한 나아갈 힘이 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이가 에반의 외로움을 이해하며 오빠인 코너도 진심으로 애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제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전해주는 ‘용납받는 사랑’이에요. 부족하거나 못난 부분도 많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저를 용납해 주는 사랑을 받을 때 생기는 단단한 힘으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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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에번 핸슨

<밸 에미치>,<스티븐 레번슨>,<벤지 파섹>,<저스틴 폴> 공저/<이은선> 역

출판사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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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미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저장해 둡니다. 그 사람들...어떤 얼굴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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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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