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예스24 젊은 작가
[인터뷰] ‘2026 젊은 작가 1위’ 청예, 눈치 보지 않고 쓰는 소설가 | 예스24
총 238,824명의 독자가 참여한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청예 작가가 1위로 선정됐습니다.
글: 신연선 사진: 표기식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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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가 청예 작가에게 돌아갔습니다. 예스24가 6월15일부터 7월13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한 ‘2026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 총 238,824명의 독자가 참여했고, 그중 27,145(8.3%)표를 받은 청예 작가가 1위에 올랐습니다. 


청예는 『라스트 젤리 샷』 『오렌지와 빵칼』 『일억 번째 여름』 『주와 연』 등 SF와 미스터리,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장르를 자유롭게 선보이며 보폭 큰 작품 세계를 그려온 소설가이죠. 거듭 새로운 세계에 발 들이는 일은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마음”이었지만 그럼에도 이 선택을 한 데에는 “최대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소설가의 다짐이 있었다고 해요. 젊은 작가 1위는 그런 소설가가 독자를 향한 믿음을 견고히 쌓을 수 있게 한 더없이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독자가 떠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 더 많은 독자가 청예라는 세계에 다가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연결입니다. 

 

“투표가 진행 중일 때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해주신 사람이 어머니였어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어머니를 만나지 않고 이메일로만 소통하는데요. 어머니께서 1위 하고 있네, 너무 축하한다, 말씀해주셨거든요. 제가 문학하는 사람으로 안 살았다면 그렇게 연결이 안 됐을 것 같아요. 글을 씀으로써 곁에 없는 사람들과도 연결되는 걸 느끼거든요. 문학이 저라는 사람의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기쁘고요. 또 문학 덕분에 누군가의 삶에 연결될 수 있어서 기뻐요.”

 

그러니 설레는 상상을 합니다. 오직 자신의 시선으로 쓰겠다고 말하는 청예 소설가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야기의 지평을 넓히게 될까.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이라는 소재로 정념 가득한 복수 이야기(『주와 연』)를 한 뒤 또 어떻게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선택을 할까. 이 궤적을 따라 가다 나오게 될 도착지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은 미래에서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다른 누구 아닌 나의 시선으로

 

2024년 젊은 작가 후보에 오른 소감으로 “내 인생의 최대 아웃풋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씀하신 지 단 2년 만에 ‘2026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가 됐어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식 듣고 어떠셨나요?  

정말 기뻤어요. 사이트 오류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을 정도로 1위 한 것이 얼떨떨한데요. 워낙 ‘나에게도 팬이 있어’ 생각하는 편이 아니었어요. 친구들한테도 자주 말했거든요. “인기 있는 것처럼 보여도 나는 거품 작가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고요. 그랬는데 1위를 해서, 앞으로는 거품이라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제 소설을 읽어주는 독자님들이 계시다는 건 항상 알고 있었어요. 꾸준히 좋아해주신 감사한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렇지만 인기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런 분들이 많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늘 밖으로 보이는 게 조금 과대 포장된 작가라고 생각했고요. 마케팅으로 부풀려진 편이라 생각해서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는데요. 1위 했으니까 이제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요. 

 

거품이라는 생각은 외부의 평가에 휘둘리지 말자는, 스스로 기대를 낮추는 마음이었을까요? 

맞아요, 자기 방어가 강한 성격이에요. 마음이 간장 종지거든요.(웃음) 그릇이 작아서 이런 큰 사랑을 받을 준비가 아직 안 됐어요. 모든 결과가 항상 너무 빨리 와요. ‘한국과학문학상’도 그렇고, 모든 것이 준비가 미처 안 됐을 때 툭툭 와 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정신을 잘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독자의 투표로 결정 되는 일이라 더 뜻깊을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인기 투표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고, 1위 한 적은 당연히 없어요. 정말 남다른 결과인 것 같아요. 상 받았을 때보다 더 기쁘거든요. 특정한 소수의 인정이 아니라 다수의 애정을 받은 느낌이라 그래요. 저의 독자분들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를 할 때였는데요. 출판사 측에서 보통 독자분들에게 사진 찍어드릴까요, 하고 물으신대요. 그런데 제 독자분들은 “사진 꼭 찍어야 하나요?” 반문하셨다는 거예요.(웃음) 제가 딱 그렇거든요. 정말 저랑 비슷한 분들이 오시는 거죠. 다른 작가님 팬분들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시는데 말이에요. 진짜 나 같은 사람들이다, 하는 생각에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애정이 더 강한 것 같아요. 나 같은 독자들이라서. 

 

이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얼굴들이 생긴 셈인데요. 작가님께 투표한 독자를 향해 어떤 고백을 전하시겠어요? 

다행히도 아직 초심을 잃지 않은 것 같아요. 여전히 눈치 보지 않고 글 쓰고 있거든요. 독자님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쓸 에너지가 남아 있으니까 안심하셔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물론 너무나 감사드린다는 이야기도 드리고 싶고요. 

 

눈치 보지 않고 쓴다는 말씀이 중요하게 들려요. 어디에 받아들여질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 점을 독자분들도 좋아하시는 듯하고요.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나의 시선으로 쓰겠다는 의미인데요. 내 안에 있는 것을 더 솔직하게 꺼내 놓겠다는 의지가 아직은 있거든요. 꼭 『주와 연』처럼 센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부드러운 글을 쓰더라도 솔직하게 쓰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요. 글이 잘 팔리는 것도 물론 좋지만, 어차피 이렇게 써도 안 팔리고 저렇게 써도 안 팔린다면 최대한 솔직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인 것이죠.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하면서 가장 추구한 것이 자유로움이었어요. 이 직업을 선택했는데도 자유롭지 못하면 직장인으로 돌아가도 별 손해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선택한 이상, 최대한 자유롭게 하고 싶어요. 

 



작가의 성장, 작품의 성장


『주와 연』으로 독자를 만날 때도 솔직하고, 자유롭게 쓰자고 생각하셨겠군요? 강렬한 소재와 서사라는 점에서도 힘 세게 눈을 붙잡는 작품인데요. 지난 6월 소설을 출간하고 독자와 만나는 요즘, 자주 하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확실히 새 소설을 낼 때마다 저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더 생겨요. 처음에는 그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었다면 이제 ‘이런 거 해도 누군가는 읽어줄 거야’ 하는 생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독자분들을 향한 믿음이 견고해지고 있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그 믿음에 배신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믿음을 조절하고 있기도 해요. 그래도 모든 걸 다 지지해 주시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항상 중심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요.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지켜야 될 것을 잘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작가로 활동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작품을 발표했고요. 나의 독자라고 할 만한 사람이 많이 생긴 상황이잖아요. 그런 와중에 하게 되는 고민처럼 들리는데요. 

좋은 소설을 계속 쓰고 싶은데 지금까지 급하게 해온 느낌이 있어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면 감사하고요. 동시에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 거예요. 나도 3년, 5년, 10년, 공 들여서 딱 하나만 내고 싶다고요. 그게 저의 추구미예요.(웃음) 그런데 당장은 그렇게 안 되거든요. 직업이기도 하니까, 생계 문제도 있고요. 소설을 쓰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싶다는 생각이 큰데 현실적으로 조절하는 게 어려워요. 

 

많은 사람이 찾고 읽는 작가님들이 필연적으로 하게 되는 고민 같고, 그럴수록 곁에 선 입장에서는 번아웃 걱정을 하게 됩니다. 

맞아요, 어쩌면 번아웃이라는 게 이미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계속 열심히 썼거든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미래의 원고가 있는데요. 거기 다룬 소재를 정말 좋아해서 꼭 그 소재로 쓰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거예요. 시놉시스를 여러 번 고쳤고, 일곱 개의 원고를 썼어요. 그걸 다 폐기한 거죠. 굉장히 지쳤는데요. 그래도 마감이 다가오잖아요. 어쨌든 원고 하나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냥 계속 썼어요. 그러면서 번아웃이 왔던 건지, 지나간 건지, 번아웃이 아니었던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오히려 좋아졌어요. 일곱 개의 원고를 도자기 깨는 장인처럼 하나씩 폐기한 뒤에 길을 찾아서요. 지금은 평온한 상태예요. 

 

『주와 연』을 완성한 시간도 그렇죠.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내 품 안에서 긴 잠을 잤다”(293쪽)는 비하인드를 보게 됐어요. 

『주와 연』은 진짜 열심히 고친 이야기인데요. 초고는 빠르게 썼지만 깊이를 더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소설의 사유를 다양화 하면서 많이 고쳤죠. 편집하는 선생님들의 의견도 많이 참고했고요.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과정이었어요. 

 

도자기 깨는 장인처럼 일곱 개의 원고를 버려야 했던 것과 같이 『주와 연』도 깨버린 부분이 많나요? 시작할 때와 완결했을 때 무엇이 가장 크게 바뀌었을까요? 

이 경우에는 도자기를 깼다기보다 어떤 모양으로 꾸며야 이 형태에 가장 잘 맞는 완성형이 될까 고민하면서 계속 그림을 덧칠하고, 바꿔보았던 것 같아요. 그러는 가운데 지금의 상태가 베스트라고 생각했죠. 쓰는 동안에 생각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한 사람이 2-3년 동안 성장한 과장이 이야기에 들어 있는 건데요. 주인공도 성장했고, 저 역시 같이 컸거든요. 그렇게 성장한 저의 사고 방식이나 나름의 가치 체계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어요. 가령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에 가면 인물의 태도가 바뀌잖아요. 그런 대목에 저의 바뀐 삶이 많이 들어간 거죠. 

 

쓰면서 작가도 성장한다는 게 독자 입장에서는 놀라운 일일 거예요. 하지만 너무나 진실이고요. 

그래서 쓸 때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작가를 같이 성장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 말이에요. 빨리 쓰는 원고보다 밥솥에 밥 하듯 뜸을 들이는 시간이 작가에게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문장 하나를 쓰더라도 달라지니까요. 


 


"선택하지 말라"


『주와 연』은 저주와 인연, 오주희와 오연린 등 다양하게 읽히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제목을 먼저 정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이번에도 그랬나요? 

언제나 제목을 생각해두고 쓰긴 하지만 지금까지 출간한 책 중 꽤 많은 경우가 편집팀의 의견으로 바뀌었는데요. 『주와 연』은 제가 선택한 것이고, 별다른 이의 없이 이것으로 결정됐어요. 이 이야기에 적합한, 심플하면서도 확실한 의미가 있는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말씀하신 의미를 담은 게 맞고요. 확실히 『주와 연』은 제목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였어요. 지금의 제목 말고 다른 건 후보조차 없었고, 딱 이 제목이 맞았던 것 같아요. 

 

제사에 ‘나찰녀의 서’가 인용되어 있어요. 중요한 순간마다 오연린에게 나타나는 ‘초월자’의 존재도 그렇고, 무속신앙과 불교적 개념들이 소설에 담긴 과정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불교 색채는 『수호신』이나 『낭만 사랑니』 등에서도 두루 시도했던 것인데요. 제가 가깝게 느끼는 종교이기도 하고요. 『금강경』을 읽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실 나찰녀의 서는 완전히 가공된 가상의 서잖아요. 저는 어떤 요소를 가지고 제 나름의 이야기를 만드는 게 너무 즐거워요. 신화, 전설, 설화처럼 사실 확인이 안 되는 것들이지만 미지의 힘으로 우리에게 계속 영향을 주는 것에 끌려요. 정확한 논리보다는 부정확함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힘을 갖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그래서 평상시에도 불교 혹은 다른 종교적인 것에 시선이 많이 가곤 해요. 겉으로는 신이나 귀신 안 믿는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점 보고, 사주 팔자 검색하는(웃음) 되게 모순적인 사람이에요. 

 

주인공의 17세라는 나이도 절묘했어요. “나의 욕망이 17세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10쪽)라는 문장도 등장하는데요. 왜 이 나이를 선택하셨나요? 

고등학생은 어른이 되기 직전의 마지막 단계이고요. 선택해야 하는 것도 아주 많이 생기는 때죠. 대학은 어디로 갈 건지, 무슨 과를 택할 건지 등 그때 내린 선택이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나이잖아요. 그 가운데 한국에서 17세면 딱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그래서 택했어요. 이 이야기에서도 선택에 대한 말을 계속 하니까요. 18세도, 19세도 아닌 17세여야 했던 것도 마찬가지인데요. 19세만 해도 훨씬 더 결정된, 고정된 느낌이 있어서요.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없는 단계가 17세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주희에게 들려준 빙어의 소원 이야기, 초월자가 연린에게 하는 “선택하지 말라”는 말이 한 데 꿰어 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선택하지 않는 선택인 것인데, 여기에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 걸까요? 

『주와 연』을 읽고 나면 할 수 있는 코어 질문 같은데요. 이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메시지라고도 생각해요. 불교에서 말하는 비우라는 개념을 좋아하거든요. 선택하지 말라는 것도 그렇죠. 물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가듯 그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겠느냐, 너무 모든 것을 다 이루려고 할 필요가 없고 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초월자 역시 연린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실은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해요. 초월자가 나에게 그 말을 해주면 사는 게 편할 것 같아요. 매순간 너무 선택이고,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따르잖아요.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내일의 결과로 돌아오는데 가끔은 무섭기도 하거든요. 좋게 돌아올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어떤 것들은 그냥 아침에 일어나면 해가 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말처럼 못 살고 있어요. 




고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


『주와 연』은 ‘복수’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복수는 사건이 아니라 기억”(95쪽)이라는 문장부터 “애초에 이게 복수가 맞긴 했는지”(188쪽) 같은 문장까지 거듭 복수의 이미지를 뒤집고 해체하잖아요. 이 이야기를 쓰면서 누구보다 복수라는 문제에 천착했을 작가님께, 복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연린이가 복수는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평생 잊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또 다른 선택을 하죠. 태도가 바뀌어요. 결국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복수까지도, 아무리 기억일지언정 평생 새겨지는 건 아닐 수 있고 바뀌게 된다고 생각했고요.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를 영원히 상처 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복수가 누구보다 나한테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점도 생각하게 되는데요. 

맞아요, 복수란 미움을 바탕으로 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결국 자기 영혼을 마모시킬 수밖에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그토록 달아 있다면 복수를 하긴 해야겠죠. 복수를 절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소설은 아니에요. 경우에 따라서는 복수할 수도 있고요. 다만 그렇다면 각오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다룬 이야기예요. 그것을 권선징악의 느낌으로 보여주려 한 건 아니고요. 선악과 무관하게 복수라는 것 역시 선택이기 때문에 결과가 생성된다, 그 결과는 당신이 예상하지 못한 형태일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복수뿐 아니라 사랑도, 나아가 서사 전체에도 아이러니 그러니까 단순하게 이해되지 않는 면을 공들여 다루고 있잖아요. 모순에 집중하는 작가님의 마음도 궁금해요. 

모순은 굳이 집중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써지는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 자체가 일단 모순을 계속 겪으면서 살고 있으니까요. 사랑에 대한 것도 그래요. 앞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가 뒤에서는 또 다른 말을 하는데요. 그 둘 다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랑에 여러 면이 있으니까 둘 다 얘기할 수 있는 거죠. 또 저에게 어떤 것을 고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요. 무엇은 무엇이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조심스럽고요. 그래서 자꾸 모순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인물이 하나의 선택만을 하지 못하고 샛길로 빠진다거나 정반대의 선택을 하거나 하면서요. 덕분에 제 인물들이 입체성을 띄게 되는 면도 있고요. 누가 보든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의 끝에 QR코드를 담아 두었습니다. 쓰면서 거듭 들었던 곡도 밝히셨고요. 독자가 이 이야기와 다양하게 만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의도였나요? 

『오렌지와 빵칼』 때부터 계속 QR 코드를 넣고 있어요. 출판사에서 안 시켜도 제가 굳이 이것도 넣어달라고 부탁드리면서 보내는 건데요. 저는 어떤 소설이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써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보는 사람도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요. 이거 되게 재미있어, 너도 이렇게 해봐, 하는 마음으로 부가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어떤 경우는 소설을 쓰다가도 빨리 QR 코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것부터 하고 싶다고요.(웃음) 

 

덕분에 소설의 접촉면이 많아지는 듯해요. 

처음 『오렌지와 빵칼』에 QR 코드를 넣었을 때는 순전히 저의 재미만을 위한 것이었는데 독자분들이 엄청 많이 반응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사람들도 이것을 좋아한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나도 좋고 남도 좋으면 최고로 좋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콘텐츠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영원히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싫어지면 안 할 거예요. 돈도 많이 들고 힘들어요.(웃음)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는


작가님이 언제나 빠지고 마는, 늘 매료되는 이야기는 어떤 건가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요. 제가 좋아하는 인물은 사연이 있는 밉상이에요. 과거가 있는 밉상이요. 딱 봤을 때는 미워할 수밖에 없는데 가까이서 보면 좋아하게 되는 인물을 늘 좋아해요. 그런 인물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고요. 당연히 너무 밉상이면 싫죠. 동시에 한눈에 봐도 너무 사랑스러운 쪽도 재미가 없어요. 그래서 제 이야기에도 사연 있는 밉상들을 계속 넣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전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는, 늘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하신 적도 있어요. 거듭 가보지 않은 땅에 발을 딛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궁금합니다. 

진짜 고민이 많았어요. 이론적으로, 잘하는 걸 계속해야 이 직업을 오래 가질 수 있겠다는 건 저도 알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그저 자유롭고 싶고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 즐거운 것을 계속 시도하고 싶어요. 특정 분야의 마스터가 되는 것도 너무 멋있지만요. 아직 저는 그걸 시도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어떤 것에 확신이 서기 전까지는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싶어요. 자유 전공 이수하는 대학생처럼 말이에요. 내가 즐겁게 썼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두려움도 늘 있어요. 전에 했던 게 아니니까 추후의 결과물을 예상할 수 없잖아요. 그런 마음에서 항상 독자분들을 맞이한다기보다 곁에 있던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마음으로 글을 써요. 『일억 번째 여름』과 『주와 연』은 너무 다르거든요. 그래서 『주와 연』을 낼 때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더 오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청예라는 세계를 사랑하는 독자 분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들려주세요.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아요. 뭐랄까, 사춘기에 방황하는 동생을 둔 언니 오빠의 마음이 아니실까 생각하는데요. 이 작가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네, 계속 다른 걸 하지만 그래도 내가 포용해준다, 이런 느낌을 받거든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요. 조금만 더 사춘기를 즐겨볼게요.(웃음) 어떤 이야기를 쓰든 독자님들이 재미있도록 노력 많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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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 장편소설 『구름이 겹치면』, 에세이 『하필 책이 좋아서』(공저)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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