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강호 회장,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으로부터 배웁니다 | 예스24
세계 52개국을 방문하며 만난 역사, 문화, 예술, 자연, 산업, 그리고 사람.
글: 박소미 사진: 김태윤
2026.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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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호 회장은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는 약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9년 가을, 세계 최대 펌프 제조 기업사인 그런포스그룹의 한국 법인 창립 CEO 최종 후보 2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그는 그런포스그룹 본사가 있는 덴마크의 비야링브로(Bjerringbro)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회장단 최종 면접에 앞서 인성 검사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에 인성 검사 질문지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준비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함께 일할 사람을 대할 때 진심이었던 것이죠. 그때부터였을까요? 이강호 회장은 그런포스그룹의 한국 법인 창립 CEO 등 30년 넘게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CEO를 지내며 현재까지도 인성 경영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경영도, 여행도, 삶도 결국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CEO의 그랜드 투어』는 이강호 회장이 세계 52개 국가를 방문하며 경험한 각 도시의 역사, 문화, 예술, 자연, 산업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 역시 미국 스팀보트, 이탈리아 돌로미티, 덴마크 코펜하겐, 일본 나오시마 등 세계 각국의 도시를 거친 뒤 마지막에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었습니다. 이강호 회장은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 또한 강조합니다. 사람들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먼저 정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강호 회장이 독자에게 권하는 그랜드 투어는 머나먼 이국으로 떠나야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멀리 떠나는 것이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아닐 것이다. 더 넓게 보고, 더 깊게 이해하며, 더 겸손해지는 데서 여행의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터다.”(5쪽)



 

궁금증과 호기심을 동력으로

 

2019년 12월부터 포브스코리아에 칼럼 ‘이강호의 생각 여행’을 연재한 게 이 책의 시작이었죠. 글과 함께 직접 찍은 사진이 다수 수록되어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게 어려우면서도 굉장히 소중한 일이잖아요. 포브스코리아 편집장님의 제안으로 매월 칼럼 기고를 시작한 게 어느새 7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정보가 들어가면 안 되니까 자료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글을 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하지만 매월 제가 찍은 사진과 글로 직접 가본 곳들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는 게 굉장히 보람 있고 또 재미있습니다. 사진의 경우에는, 젊은 시절에 5년간 뉴욕에서 지사장을 지냈고 중동도 수없이 다녔는데 사진으로 남은 게 별로 없더라고요. 필름 카메라만 있던 시절이라 그게 너무 아쉬웠어요. 그 이후에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소중한 사진들을 많이 찍을 수 있었는데, 그걸 글과 함께 남길 수 있어 참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낸다는 건 또 다른 일이더라고요. 기존의 글들을 종합한 것이지만 역시 새로 쓰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웃음) 그렇게 열심히 작업하다 보니 어떨 때는 밤을 새기도 했지만, 한 권의 책이 완성되었을 때 기쁨이 참 크잖아요. 제가 오랫동안 한 경험을 책을 통해 다양한 분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인 것 같아요. 

 

세계 52개국을 방문하셨는데 특히 덴마크와 인연이 깊으실 것 같아요. 덴마크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사실 구체적인 도시들이 많이 알려져 있진 않아요. 덴마크를 방문하는 젊은 세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으실까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를 묶어서 스칸디나비아 3국이라고 하고, 여기에 핀란드가 합쳐지면 노르딕 국가라고 합니다. 그걸 통칭해서 흔히 북유럽이라고 하죠. 프랑스나 독일, 영국, 이탈리아 같은 국가에 비해 북유럽은 사실 갈 일이 많진 않죠. 그런퍼스그룹의 한국 법인 CEO로 25년을 지내며 덴마크를 정말 많이 방문하게 됐어요.

 

덴마크는 우선 풍광이 아름다운 나라예요. 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매년 행복지수 1, 2, 3위를 다툴 만큼 행복한 나라이기도 해요. 왜 이 사람들이 행복할까를 살펴보면, 굉장히 정직한 나라입니다. 거의 바보 같을 정도로 정직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서로를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또 덴마크는 디자인과 환경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건축 1001』에 소개된 미술관이 있어요. 바로 루이지애나 미술관인데, 작품뿐만 아니라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풍경 자체가 정말 감동적입니다. 제가 코펜하겐에 가면 꼭 들리는 곳이에요. 이곳을 특히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그런퍼스그룹 외에도 덴마크에는 노보노르디스크, 머스크, 레고, 댄포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있어요. 오랜 기간 직접 방문하며 체감한 덴마크의 강점이 있다면요.

덴마크 사람들과 25년 이상 일을 했는데 특징을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굉장히 체계적이고 조직화가 잘 되어 있어요. 레고처럼요, 레고가 덴마크 거잖아요.(웃음) 예를 들면 시간 계획이나 스케줄링이 굉장히 정확한 사람들이에요. 예전에 컴퓨터가 나오기 전에 사용하던 타임 매니저도 덴마크에서 만든 특허 제품이었어요. 내년 여름 휴가나 내후년 스키 휴가도 다 짜놓고, CEO 회의를 가면 타임 스케줄은 물론이고 드레스 코드 같은 것까지 굉장히 정확하고 치밀하게 짜여 있어요.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도 꾸준히 방문해 오셨는데 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미국 스팀보트로의 여행이 기억에 남아요. 항공사 잡지 표지에 실린 스팀보트의 설경을 보고 여행을 떠나셨죠. 

궁금증과 호기심이 동력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세계 지리 시간을 되게 좋아했어요. 언젠가 어느 철학 교수님이 궁금증과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이미 너무 노화한 거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저도 평생 학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학교에 다니는 게 아니더라도 혼자 공부를 하다 보면 궁금한 게 많아지거든요. 그럼 직접 실행해 보는 거죠. 잘 모르는 곳을 다니면서 고생한 일화도 무지하게 많아요. 많이 다니다 보니 이젠 낯선 곳에 가는 게 그렇게 두렵지 않고 익숙해졌어요.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스팀보트는 30년 전 캘리포니아은행 서울지점장이었던 미국인 은행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추천받았던 장소였거든요. 한참 시간이 흐른 뒤 비행기에서 잡지 표지에 실린 스팀보트 사진을 보고 덜컥 그때 기억이 떠오른 거죠. 그렇게 좋다니까 한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전 여행을 좋아하나 봐요. 그럼 보따리 싸서 가야죠.(웃음) 

 

 

 

역사와 자연으로부터 배웁니다

 

궁금증과 호기심이 동력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지금도 여행 버킷 리스트가 있을까요?

너무 많죠. 세계가 정말 넓어요. 제가 가본 곳은 세계의 일부라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요. 10년 후에 갈 수도 있고 20년이나 30년 후에 갈 수도 있고 못 갈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가고 싶은 곳이 있죠. 예를 들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유적들을 볼 수 있는 나일강 크루즈를 꼭 해보고 싶어요. 아프리카 대륙도 가보고 싶고요. 미국은 살아보기도 하고 수없이 많이 가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못 가본 곳이 계속 있어요. 유럽에도 너무나 아름답고 역사가 깊은 곳이 많죠. 이탈리아 남부의 마테라라든지, 그리스 로마 문명이 남아 있는 곳들을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우선 올해 10월쯤 마테라를 방문할 예정이에요. 

 

여행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죠. 가장 선호하는 여행의 종류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여행은 역사 기행이에요. 예를 들면 제가 피렌체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중심지잖아요. 피렌체에 가면 산타크로체라는 성당이 있는데 그게 묘지이기도 해요.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등등 인류 역사에 남은 많은 분들이 거기 묻혀 있거든요. 어떻게 세계적인 인물들이 한 마을에서 그렇게 많이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르네상스 역사를 보면 중세 이후 인간이 인간성을 찾아가면서 찬란한 문화가 꽃피잖아요. 그런 수많은 아름다운 예술 작품과 역사의 순환을 느낄 수 있어서 전 역사 여행을 특별히 좋아합니다. 미술, 조각, 문학, 역사가 다 있잖아요. 

 

우리는 국가가 영원할 거라고 착각하고 살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라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못 하는데 사실 수많은 나라가 생겼다가 없어졌어요. 특히 유럽 역사를 보면 수도 없는 흥망성쇠의 연속이었어요. 불과 3~40년 전에 소련이 13개 나라로 쪼개졌고 유고슬라비아도 7개로 나뉘었어요.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많이 가시잖아요. 그런데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는 90년대 이전에는 없었거든요. 유고슬라비아가 없어지면서 생긴 국가죠. 

 

역사 기행 외에도 이탈리아 돌로미티, 미국 세도나, 일본 훗카이도 등 대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드러납니다. 섬과 산을 좋아해 고등학교 1학년 때 한라산을 등반하셨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에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여행이었는데 그야말로 호기심으로 친구 셋이 갔거든요. 그때는 참 만용이었죠.(웃음) 뭘 모르니까 셋이서 백팩을 큰 걸 구해서, 아마 20kg이 넘었을 거예요. 그 무거운 걸 짊어지고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목포에 가서 다시 배를 탔어요. 그땐 배도 시원치 않았어요. 이름이 황룡호였는데 철선이 아니라 목선이었을 때니까요. 그걸 타고 제주에 도착한 뒤 삼양해수욕장이라고 까만 모래가 있는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했어요. 가이드 한 분을 구해서 한라산으로 넘어가서 백록담 근처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중문으로 갔습니다. 걸어서 제주 북쪽에서부터 남쪽 끝까지 횡단하고 나니 거의 기절할 정도였죠. 특별한 장비도 없었고요. 위험하기도 했지만 어린 나이에 그런 경험을 해봤다는 게 한편으로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이게 첫 여행이었을까요?

거의 첫 여행이었죠. 진짜 첫 번째 여행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친한 친구의 고향인 남해도에 간 거였어요. 거기도 학생 때는 먼 곳이었죠. 여수에서 배 타고 남해도로 건너가서 친구 할아버지, 할머니와 가족들을 만났어요. 부모님께도 참 감사한 게 제주든 남해도이든 제가 뭘 한다고 하면 믿고 맡겨 주시는 편이었어요.

 

남해도와 제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계 곳곳의 자연을 방문해오셨어요. 자연을 반복해서 찾으시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대자연에 가보면 조물주가 어떻게 이런 풍광을 만들었을까 싶을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워요. 그 웅장함 속에 들어가면 우리가 얼마나 조그마한 존재인가를 느끼게 돼요. 그래서 자연 앞에 가면 항상 겸손해지는 법을 배웁니다. 예를 들면 큰 산에 갈 때 겁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사고가 나기도 하니까 겸손해야 하거든요. 한편으로는 호연지기를 배우고요. 거대한 알프스나 로키 산맥에 올라가서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볼 때면 생각이 커지고 용기도 생겨요. 자연은 늘 많은 걸 가르쳐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을 찾죠.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돌로미티 산맥이 정말 아름다워요. 알프스 줄기가 다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돌로미티는 정말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봉우리 하나하나가 특징있는 독특한 지형이라 추천하고 싶어요.

 

 

 

함께 나누고 싶은 다양한 여행의 경험

 

한편으로 각 도시의 미술관도 빠뜨리지 않고 방문해 오셨어요. 그런데 어떤 작품을 미디어를 통해 보는 것과 실제 두 눈으로 보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잖아요. 유명한 작품인데 큰 감흥이 없을 때도 있고 몰랐던 작품인데 의외의 발견을 하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아있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수많은 작품이 있는데 역시 모네 작품이 아름다운 것 같아요. 일본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에서 만난 모네 작품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래서 이후에 프랑스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도 다녀왔어요. 게티 미술관에서도 모네 작품을 만났고요.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상당히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또 마음속에 오래 남는 작품 중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코펜하겐의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가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조각 작품 <워킹맨(Walking Man)>을 만날 수 있어요. 전시실에 들어가면 놀라운 게 작품만 있는 게 아니라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조그마한 연못과 나무숲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요. 바깥의 경치를 차경(借景) 한 거죠. 그 모습을 보며 워킹맨이 아직도 걷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갈 때마다 해요.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가면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멀리 지평선이 보여요. 거기에 조각이 하나 큰 게 있습니다. 헨리 무어의 작품인데요. 잔디밭으로 걸어가면 헨리 무어의 작품이 나타나고 지평선 너머로 바다의 수평선이 떠올라요. 미술관에 그런 풍광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너무 아름답고 인상적입니다. 

 

캠퍼스 투어도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미국 뉴포트에 갔을 때 세인트 조지 스쿨 간판을 보고 즉흥적으로 학교를 방문한 일화도 있었죠. 

아이들을 키우면서 캠퍼스 투어를 많이 했어요. 아이에게도 물론 좋지만 부모도 배울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미국의 아이비리그 학교를 다 가봤는데, 학교마다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이 있어요. 3, 4학년 정도 되는 재학생들이 캠퍼스를 돌면서 설명을 해줘요. 그럼 학교에 깃든 여러 사연이나 스토리를 들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하버드의 제일 큰 도서관에 가보면 어마어마하게 장서가 많아요. 억만장자의 부인이 기부한 것인데, 그 당시에 남편과 아들이 유럽에 장서를 구하러 갔대요. 일종의 당시 부유층이 원하는 삶이었던 거죠. 그런데 돌아올 때 타이타닉호를 타서 죽게 된 거예요. 죽음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기증하면서, 도서관 3층의 코너에 있는 방에 항상 아들이 좋아했던 카네이션을 꽃병에 꽂아달라고 했다고 해요. 이런 스토리가 정말 많아요. 


그럼 자녀분들을 키우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제일 중요한 가치를 꼽자면 건전한 사고방식이었어요. 그래서 건강, 학습, 봉사, 이 세 가지를 가훈으로 삼았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평생 학습하면서 계속 발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어요. 그렇게 성장해서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이런 것을 항상 강조했어요. 이 책을 쓴 것도 제가 일하며 다녀본 곳들이나 일반적으로 잘 가지 않는 낯선 지역들의 다양한 여행 이야기를 주위에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지금까지는 외국으로의 여행에 관해 이야기했는데요, 그런포스그룹에는 매년 각 사업국을 돌면서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는 독특한 기업 문화가 있어요. 2003년에 한국이 주최국이 되어 호암미술관 등을 방문하셨어요. 만약 2026년에 주최국이 된다면 어디를 방문하고 싶으신가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각자 자랑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없었어요. 다양한 와인을 구하기도 힘들 때였죠. 다행히 호암미술관에서 국보급 작품을 영어 리시버로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죠, 풍경도 아름답고요. 지금 간다면 굉장히 멋진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있잖아요. 얼마나 멋지게 만들어 놨어요, 역사적인 소장품들도 너무 좋고요. 외국 손님들이 오면 거기부터 먼저 가요. 소규모로 간다면 리움 미술관도 보여주고 싶고, 좋은 곳이 수없이 많아요. 이제는 우리나라도 보여줄 곳이 정말 많아졌죠.

 

 

 

사람, 만남, 정직

 

여행의 진짜 목적지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오며 사람을 대할 때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나 태도가 있으실까요. 

참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사람이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또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하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각자 다른 곳에서 태어나서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다른 교육을 받았고 다른 사회생활을 했어요. 만나온 사람들도 다 다르고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할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물론 어렵죠. 당장의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지만 회사를 경영하며 많은 경험을 하면서, 결국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해줬을 때 오래 가고 깊어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생의 중요한 가치로 정직, 배려, 성실을 꼽으셨는데, 특히 정직을 첫 번째로 말씀하셨죠. 그런데 보통 정직이라고 하면 타인을 대할 때의 정직함에 관해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제일 중요한 게 가치관의 정립이거든요. 개인의 인생관이 정립돼야 삶의 방향이 잡히겠죠. 예를 들어 셀러리맨은 셀러리맨쉽이 있어야 하고, 정치인은 정치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교육자는 교육 철학이 있어야 하고 비즈니스맨은 비즈니스맨쉽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의 가장 바탕이 무엇인지,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면 결국 신뢰거든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면 얼마나 불편하고 불행해요. 개인 관계든 비즈니스든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도 그렇죠. 제가 육사를 나왔는데 육사에는 명예제도가 있습니다. 명예 제도에서 특별히 금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정직입니다. 우리는 무감독 시험을 봤어요. 명예 제도는 커닝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만약에라도 커닝을 하다 들키면 퇴교를 당합니다. 

 

무엇보다 정직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행해요. 남은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은 알잖아요. 그러면 행복할까요? 그걸 동양 고전에서는 신독(愼獨)이라고 하죠.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모든 행동을 옳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철학 공부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린이는 어린이에게 맞게끔, 또 대학에서도 이런 가치관과 역사, 철학 교육이 필요한데 많이 없어진 것 같더라고요. 아이비리그 대학을 캠퍼스 투어 해보면 교양 과목으로 역사와 철학은 필수입니다. 그런 기본 소양을 잘 다져야 큰 인물이 나오고 리더가 탄생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가장 평범한 단어일 것 같지만 가장 행하기 어려운 정직이 모든 일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영원을 꿈꾼 진시황이나 미국 뉴포트의 개츠비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독자 역시 시간의 무상함에 젖게 됩니다. 서문에 나온 질문 중 하나를 마지막 질문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제일 어려운 질문이죠.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은 죽을 때까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거예요. 인문학에서 얘기하는 세 가지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이죠. 첫 번째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으로 평생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살아야 하죠. 두 번째는 방금 말씀하신 어떻게 살 것인가. 세 번째는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우아하게 죽을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은 영원한 질문이거든요.
 

10년쯤 전에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현재도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는데 당시 열명의 연사가 강연을 했는데 저를 제외하면 철학가이거나 교수님이었어요. 제가 비즈니스맨으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다 ‘글로벌 시대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근데 재밌는 게 제가 강조했던 건 아주 단순해요. 그때 다섯 가지 삶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첫째는 준비하는 삶, 두 번째는 실행하는 삶, 세 번째는 주인공이 되는 삶, 네 번째는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삶, 다섯 번째는 만남을 소중히 하는 삶. 이렇게 다섯 가지 테마에 대해 90분 동안 강연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기가 주인공인 삶이에요. 그래야 가장 보람 있고 행복할 것 같아요. 야구 선수가 될 사람도 있고 음악가가 될 사람도 있는데 교육이 너무 획일화되어 있어요. 배우는 연기자로서의 가치관이, 가수는 가수로서의 가치관이, 철학가는 철학가로서의 가치관이 정립된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인 것 같습니다. 각자 자기가 맡은 분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곳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면 가장 멋진 삶이 아닐까 해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어렵기 때문에 평생 노력하다 죽는 게 아닐까 합니다. 각자의 삶은 이 세상에 하나씩밖에 없잖아요. 그러니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각자 가치 있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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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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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kkk333

2026.08.03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말씀이 가슴에 깊이 와닿습니다. 회장님의 높은 식견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인터뷰 게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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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미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저장해 둡니다. 그 사람들...어떤 얼굴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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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쉽게 반하고 오래 바라보는, 사진 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