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한 두 번째 기록이 도착했습니다. 일본 현지에서 세스지 작가의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문고판이 출간되었는데, 일반적으로 문고판이 내용은 동일하되 휴대하기 쉬운 작은 판형으로 제작되는 것과 달리 이번 문고판은 일부 설정과 서사에도 변화를 주었다고 합니다. 기존 단행본에 개작을 겸한 일본 문고판이 국내에서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관한 또 하나의 변주에 관해, 한국을 방문한 세스지 작가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국 독자분들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스지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공포소설을 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마지막으로 한국에 온 지 10년도 더 지나서 정말 오랜만의 방문인데요. 거리가 정말 깨끗하고, 날씨나 사람들의 분위기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제는 이곳저곳 둘러보고 싶었지만, 일본에서 가져온 일들이 있어 호텔에서 일해야만 하는 바람에 참 아쉬웠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이 한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존에 출간된 단행본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이른바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해 실제 있었던 일처럼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의 작품입니다. 이번에 출간된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에서는 주요 등장인물이 바뀌고 등장인물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 서사로 재구성하는 변화를 주어, 기존보다 더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하실 수 있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에서 서사에 변화를 주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일본 출판업계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요. 독서 장벽은 높아지고 사람들이 책을 소비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행본을 읽은 분들이 문고판을 찾고, 또 반대로 문고판을 접한 분들이 단행본도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서 독서의 문턱을 낮추고, 더 넓은 독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두 작품을 서로 다르게 구성했습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재미의 결입니다. 똑같은 재미를 굳이 형태만 바꿔서 담아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별개의 형태로 선보이는 만큼 기존과는 다른 독서 경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문고판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물들의 감정선에 깊게 몰입하며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두 책을 서로 별개의 이야기로 읽어 주셔도 괜찮고요,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두 번째 기록』을 먼저 읽은 후에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읽어도 깊은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처음에 인터넷 연재 소설로 시작된 이야기가 단행본, 만화책, 영화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었어요.
각 매체마다 저마다의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웹 연재는 실시간으로 글이 업데이트 되는 데서 오는 특유의 현장감이 있고, 단행본은 밀봉된 부록 같은 종이책 특유의 장치가 있어요. 또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눈앞의 스크린에서 펼쳐지면서 시각적 공포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매력이 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이 단행본을 읽고 단행본을 먼저 읽은 독자가 영화관을 찾는 시너지를 만들어서 활기를 띠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필명인 ‘세스지’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등골’이라는 뜻입니다. 범상치 않은 필명인데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그렇게 깊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닙니다.(웃음) 원래 소설 창작 사이트에서 아마추어로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글을 업로드 하려면 닉네임이 필요하잖아요? 마침 전날 마사지샵에 갔을 때 등이 굉장히 굽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걸 그대로 닉네임으로 등록해 버려서 조금 후회가 돼요. 당시에는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 없이 지은 이름이거든요.
혹시 작가가 된 지금은 다른 필명도 생각해 보셨을까요?
정말 새로 만들고 싶지만 중간에 이름을 바꾸면 독자분들이나 출판사 관계자분들도 모두 혼란스러워하실 것 같아 그냥 참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느끼는 공포의 근원은 무엇인가요?
공포의 근원이라고 한다면 역시 ‘미지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흔히 “정말 무서운 건 사람일까, 아니면 귀신일까”라는 논쟁이 자주 벌어지곤 하는데요. 저는 어느 한쪽을 고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둘 다 알 수 없어서 무서운 거죠. 귀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고, 사람의 마음 역시 자기 자신이 아닌 이상 타인의 속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그 미지의 영역을 상상으로 채워 나가면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오컬트적인 존재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는 편이신지 궁금합니다.
어느 한쪽도 아니에요.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순간, 더 이상 무섭지도 흥미롭지도 않게 되어버리거든요. 일부러 확인하지 않고 상상을 계속 펼쳐 나가는 편입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모큐멘터리 장르의 매력을 느낀 독자들이 많습니다. 이런 형식을 사용하게 된 계기와 집필 과정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모큐멘터리나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용어 자체는 원래 영화에서 파생된 걸로 알고 있어요. 영화 <블레어 윗치> 같은 유명한 작품에서 사용한 영상 기법이죠. 일본 소설에서도 이미 이런 기법을 도입한 작품들이 있어 왔고요. 그래서 제가 만든 작품이 완전히 새롭다기보다는, 그 기법을 더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필 과정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작중 소품인 스티커 같은 걸 직접 만들어봤는데요. 스티커를 커피에 담가 낡은 느낌을 연출했던 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럼 부록의 일러스트나 자료를 다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제가 직접 만든 것도 있고, 지인 중에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어서 그분에게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반반입니다. 그 지인분을 집으로 불러 ‘이게 좋을까 아니면 저게 좋을까?’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무서운 그림을 그렸고, 그중에서 한 장을 골라 작품에 실었습니다.
혹시 기억에 남는 독자 후기가 있으실까요?
모두 굉장히 열정적인 리뷰를 남겨 주셨는데요. 모큐멘터리라 픽션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라는 리뷰를 남겨 주신 분들이 꽤 많이 있었어요. 그만큼 제 작품을 좋게 평가해 주셨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로 그런 장소를 만들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공포 영화나 소설 중 재미있게 보신 작품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한국 공포 영화는 일본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많아요. 저도 오래전부터 여러 작품을 봤는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역시 <곡성>이에요. 딱 특정한 부분이 좋다기보다는 작품 전체가 자아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일본 공포 영화와 통하는 지점이 있어요. 대놓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품 내내 묵직하게 감도는 불온한 공기에 강하게 매료되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 공포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중에 <곡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일본에서도 엄청난 평가를 받았어요.
모큐멘터리 장르 중에는 최근에 <곤지암>과 <파묘>를 재밌게 봤어요. <파묘>는 등장 인물이 정말 멋있어서 공포 영화를 넘어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소재가 있으실까요? 차기작 계획도 궁금합니다.
외계인에 대해서 써보고 싶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 전혀 쓴 게 없어서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건 꽤 나중이 될 것 같습니다.
차기작은 사실 그저께 『입에 대한 앙케트』 시리즈의 새 소설이 일본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눈이(目が)』라는 작품으로, 『입에 대한 앙케트』가 입에 대한 소설이었다면 이번에는 시선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도 『입에 대한 앙케트』가 출간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 작품 『눈이(目が)』도 한국 독자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한국의 독자분들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 독자분들께 인사를 전달할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국, 그리고 전 세계에 있는 독자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써 나가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제13회 브런치북 대상] 홍진희 “용악산에서의 스릴을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 예스24
2026.08.10
[큐레이션] 아무리 책을 빨리 읽어도 책을 사는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다 | 예스24
2026.05.27
[젊은 작가 특집] 청예 “욕망에 솔직한 여자를 써 보고 싶어요” | 예스24
2026.05.11
[인터뷰] 김미래 편집장, 오카자키 교코를 잊지 마세요 | 예스24
2026.02.09
[김해인의 만화절경] 한국 출판 만화를 위하여, 가 아니고
2026.01.05
[작지만 선명한] 포도송이 같은 연결을 만드는, 포도밭출판사의 책
2025.11.26
[김미래의 만화절경] 오카자키 교코의 이름 붙이기
2025.11.24
[요즘 독서 생활 탐구] 좋은 책을 보면 짖는 편집자, 책들이 계속 살아있을 수 있게
2025.11.04
[구구X리타] 이름 없는 작가 되기
2025.09.02
[한국 문학X뮤지컬]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이희준 극작가 인터뷰
2024.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