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강 “노화는 환경에서 시작된다” | 예스24
노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낸 『우리는 어떻게 다시 젊어지는가』. 몸을 둘러싼 환경과 회복의 관계 들여다보기.
글: 염은영 사진: 김태윤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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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살아 있는 것은 유연하다. 계속 변하고, 적응하고, 회복하고, 흐른다. 노화는 몸이 점점 하나의 상태에 갇히는 과정이다.”(8쪽) 우리는 노화를 흔히 나이를 먹는 일이라고 이해합니다. 한 살을 더 먹고, 생일을 맞고, 한 해를 보내며 비로소 늙었다고 생각하지요. 신작 『우리는 어떻게 다시 젊어지는가』로 돌아온 만성통증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 안강 박사는 노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조율합니다. “노화는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몸은 하루를 살아낸 흔적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존재이며, 오늘 어떻게 먹고, 얼마나 움직이고, 제대로 쉬었는지에 따라 노화의 속도와 방향도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그의 시선은 몸을 이루는 세포 하나하나보다 그 세포들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 더 오래 머물러왔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세포가 홀로 늙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세포를 둘러싼 환경인 세포외기질(ECM)의 상태는 세포의 기능과 운명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몸은 부분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움직이고, 회복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노화를 늦추는 비법이라기보다 몸이 살아가는 시간을 이해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 이해는 한 사람의 몸을 넘어, 몸을 둘러싼 관계와 삶의 조건으로도 이어집니다. 몸은 하루를 기억하고, 삶은 몸에 쌓입니다. 노화란 어쩌면 몸이 살아온 시간을 가장 정직하게 기록하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포는 홀로 늙지 않는다

 

오랜만의 신작 『우리는 어떻게 다시 젊어지는가』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동안 가속노화, 저속노화 등 노화를 설명하는 여러 개념이 등장했는데요. 이번 책은 세포 자체보다 세포를 둘러싼 환경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젊어지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젊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왜 늙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문제는 이 출발선에서부터 삐걱거리는 데 있어요. 흔히 세포 때문에, 세포 안의 유전자 때문에 늙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10여 년 전에는 유전자의 비밀이 밝혀지면 영원한 생명을 얻고 병도 고칠 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전자를 연구했음에도, 유전자 정보만으로 노화와 질병을 모두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는 없었어요. 세포를 둘러싼 환경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세포외기질(ECM)이라는 것이군요.

맞아요. ECM의 변화에 따라 세포도 영향을 받습니다. 세포를 둘러싼 ECM은 물리적·화학적 신호를 보내고, 세포는 그 신호에 반응해 유전자 발현과 행동을 조절합니다. ECM의 구성이나 단단함, 탄성 같은 성질이 달라지면 세포의 기능과 운명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요? 여왕벌이든 일벌이든 기본적으로 같은 유전 정보를 지니지만, 로열젤리 섭취를 비롯한 환경의 차이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고 서로 다른 존재로 성장합니다. 조선시대 사람들과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 신장이 달라진 것도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유전자가 단기간에 크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영양과 생활 환경이 달라지면서 성장 양상이 달라진 것이죠.

 

사람들은 흔히 “나는 유전자 때문에 머리가 나빠”, “유전자 때문에 키가 작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은 환경입니다. 환경에 따라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유전자 자체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줄기세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에 주입된 줄기세포는 조직에 오래 정착하거나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가 직접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분비하는 엑소좀 등의 세포외소포와 여러 신호 물질이 치료 효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들이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세포외소포 역시 원하는 조직으로 정확히 전달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골막(뼈막)을 자극하면 그 부위의 재생 환경과 세포 반응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체내 반응을 활용하는 방식이 줄기세포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분야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임상적 검증이 필요합니다. 골막 자극은 사업화가 쉽지 않은 반면 줄기세포 치료는 산업적으로 발전하기 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연구와 시장의 관심도 그쪽으로 쏠려 있는 것이죠. 결국 중요한 것은 세포 자체보다 세포를 둘러싼 ‘환경’입니다. 환경을 이해해야 세포를 이해할 수 있고, 세포를 이해해야 노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다시 젊어지느냐’는 결국 ‘내 환경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로 바꿔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저는 세포가 건강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ECM을 비롯한 몸의 환경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어떤 연유로 세포의 환경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하게 되셨는지요.

줄기세포 연구를 하던 시절, 줄기세포에 대한 통념이 뒤집히는 논문들이 막 나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줄기세포 자체보다 줄기세포가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들이었죠. 그 연구들을 공부하다 보니 이들의 주장이 맞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때부터는 줄기세포가 아니라 환경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집중하게 됐죠. 뼈는 ECM이 매우 풍부한 조직인데요. 그래서 뼈에 대한 자극 치료를 시작했고, 이는 제 진료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이 책을 통해 ‘역노화’라는 표현을 처음 접했습니다. 책 제목의 ‘다시 젊어진다’는 말과도 맞닿아 있을 텐데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역노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현재 의학이 할 수 있는 건 기본적으로 ‘노화를 늦추는 것’이지, 노화를 완전히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ECM 자체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도 아직은 없습니다. 허리가 굽었다가 펴지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난 기능이나 증상은 개선할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세포 주위 환경 자체가 젊어진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역노화’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뇌입니다. 과거에는 뇌에 일반적인 림프계가 없다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뇌척수액과 조직액의 흐름을 통해 노폐물이 배출되는 경로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동물실험에서는 수면 중 뇌세포 사이 공간이 넓어지고 베타아밀로이드 같은 대사산물의 제거가 빨라지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의 정확한 작동 원리와 사람에게서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들은 적어도 노화와 관련된 변화 가운데 일부는 생활과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제가 말하는 ‘역노화’도 바로 그런 가능성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회복은 환경에서 시작된다

 

선생님께서는 노화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일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노화는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입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시고, 늦게까지 야식을 먹고, 잠을 설쳤다고 해봅시다. 뇌와 장기가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얻지 못하고, 몸의 대사 리듬도 흐트러집니다. 이런 하루가 계속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노화와 질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요. 반대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치고, 충분히 숙면하고, 아침 햇빛을 보며 가볍게 산책하면 몸의 회복을 도울 수 있습니다. 결국 노화는 평생에 걸쳐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와 관련된 문제예요. 완전한 역노화는 현재 의학으로 이루기 어렵지만, 건강한 생활을 통해 노화의 속도를 늦추고 건강하게 지내는 기간을 늘리는 것은 가능합니다. 특히 인생 후반기로 갈수록 이런 하루하루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많은 환자분을 만나보시면서, 회복이 빠른 분과 그렇지 않은 분이 보이실 것 같아요.

‘재생의 힘’이 있는 사람은 살아나고, 없는 사람은 무너져요.

 

그 재생의 힘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개인의 운동 능력이나 근육량 같은 요소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주위 환경’이에요. 세포와 똑같은 원리죠. 운동하고 쉬고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사람은 회복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그런 여건을 만들기 어려운 사람은 회복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어요.

 

환자분들을 만나실 때마다 그 ‘환경’부터 보이시겠네요.

많은 질환은 문제가 생긴 세포만 따로 떼어 보기보다, 그 세포를 둘러싼 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환자분들을 진료할 때는 동행한 보호자와 생활 환경도 유심히 살피게 됩니다.


 

 


건강한 환경은 함께 만든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번거롭거나 불편한 일들로부터 자유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약물이 체중 감량에 수반되는 어려움을 손쉽게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는 분위기인데요.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체중 감량 약물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도비만이나 비만과 관련된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생활 환경을 바꾸지 않은 채 약물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요. 약물을 사용해 체중이 줄 때는 지방량이 주로 감소하지만 제지방량도 일부 함께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나이가 많거나 근육량이 적은 사람은 식사와 근력운동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를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리 계획 없이 단기간의 체중 감량만을 목표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비만은 지방조직과 그 주변의 염증 및 ECM에도 변화가 생긴 복합적인 상태입니다. 체중이 감소하면 이런 상태가 개선될 수 있지만, 약물만으로 식사·운동·수면을 비롯한 생활 환경까지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사람은 전문가의 진료 아래 적절히 사용하되, 근육과 뼈 건강을 지키고 생활 환경을 함께 관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화가 매일매일의 일이라면, 하루 일과를 잘 만들어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게 문제인데요. 그 까닭은 우리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쉽게 과로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매일 완벽하게 지키긴 어렵더라도, 그런 시간을 확보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이 하루의 노력이 여러분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겠다고 부족한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자곤 하죠? 주말의 보충 수면이 당장의 피로를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평일에 반복된 수면 부족을 완전히 만회하기는 어렵습니다. 수면 시간이 크게 달라지면 몸의 리듬이 흐트러질 수도 있고요. 이런 생활 습관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제가 권하는 방법은 저녁 시간을 일찍 끝내는 것입니다. 저녁을 버리라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녁 시간을 별 도움 안 되는 일로 허비합니다. 의미 없는 콘텐츠 시청, 효율 떨어지는 늦은 공부, 음주 등으로 흘려보내요. 자기 계발이라는 말로 늦은 시간에 무언가를 하려는 노력을 많이들 기울이는데, 저 역시 그렇게 해봤지만 정말 능률이 오르지 않고 매일매일 피로하기만 했습니다. 저녁 시간을 아끼면 그만큼을 아침으로 옮길 수 있으니, 생각을 바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책에도 하루 일과표를 제안해두었는데, 현실적으로 그대로 지키기는 어렵더라도 그 원리를 이해하면 한번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활에 맞는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특히 잠들기 시작하는 시간대의 수면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저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면서 넉넉한 아침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이 책도 하루 2시간씩, 주로 아침 시간을 활용해 썼어요. 밤을 새워가며 10시간을 붙잡고 있어도 능률이 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아침 시간의 밀도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저녁을 버려라, 아침을 깨워라.”

잊지 마십시오.(웃음)

 

의료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사람들 몸은 그만큼 건강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의 의학은 결국 ‘환경’을 다루는 방향으로 갈 거예요. 유전자에 대한 정보는 상당 부분 밝혀졌고, 유전자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실제로 유전자 정보만으로 건강과 질병을 예측하려던 여러 시도가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고요.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 진리인지 밝혀지는 것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가 필요하겠죠. 진리는 늘 비즈니스에 묻혀 있어요. 건강을 회복하는 데 있어 ‘당신의 환경을 바꿔라’라는 말로는 사업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진리입니다. 거액을 들여 노화 역전을 시도하는 사례도 왕왕 있지만, 겉보기에 젊어졌다 한들 삶의 환경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면 그 시도는 말 그대로 시도에 그치고 맙니다. 근본적으로 건강해지는 것, 젊어지는 것은 우리의 환경, 무엇보다 세포의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어렵습니다. 매일매일의 노력이 동반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노화와의 싸움은 그런 겁니다.

 

건강은 의지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과 환경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돌봄노동·육아·야근·교대 근무처럼 구조적으로 환경을 갖추기 힘든 분들을 생각하면, 이분들의 하루는 어떻게 건강을 확보할 수 있을까 막막한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요.

이런 환경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도움을 구하고, 함께 환경을 개선해나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서로 협조하며 만들어가야 개인의 환경도 바꿀 수 있어요. 뼈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뼈는 단순한 지지대가 아니라 여러 신호 물질을 분비하고, 칼슘과 인을 비롯한 무기질 대사와 몸 전체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이에요. 뼈에서 나오는 신호가 온몸을 돕기에 몸이 유지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서로 균형을 맞춰야 건강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있거나 여건이 되는 사람들이 먼저 주변을 살피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늙는다는 것

 

역노화란 나이를 거스르는 기술이라기보다, 몸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일이라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젊음을 평생 붙잡아둘 수는 없겠지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잘 늙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다음의 세 가지를 잘 지키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첫째는 식사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저는 특히 ‘언제 먹느냐’를 강조합니다.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밤늦게까지 음식을 먹는 습관은 몸의 대사 리듬과 회복을 방해할 수 있어요. 반대로 일정한 시간에 적절한 양을 먹고 저녁 식사를 일찍 끝내면, 수면 중 장기들이 각자의 리듬대로 쉴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왕들의 식생활을 살펴보더라도 과식했던 왕들은 건강 문제를 겪은 경우가 많았고, 소식을 실천한 것으로 알려진 영조는 상대적으로 장수했죠. 물론 이것만으로 수명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는 습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운동입니다.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동작이 주가 된 운동을 추천합니다. 과도한 운동은 건강에 오히려 해가 됩니다. 특히나 나이가 들수록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뼈를 상하게 하고, 몸의 균형을 깨뜨리죠. 몸의 각 부분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소통하도록 돕는 운동이 중요합니다. 고전 무용 같은 것을 추천하는데, 그 이유는 균형 감각과 유연성을 함께 살리는 저강도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뇌를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뇌가 뻣뻣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뇌가 굳는 것이 가장 무서운 노화거든요. 치매 같은 질환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스스로를 고립시키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새로운 것을 계속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제 경우에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반복해서 읽고 고쳐 쓰는 과정 자체가 뇌를 유연하게 유지하는 훈련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끝내 자신의 몸과 다른 관계를 맺게 되기를 바랍니다. 책을 덮은 뒤, 그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라시는지요.

우리는 흔히 “지구가 아프다”고 합니다. 사실 아픈 건 지구 자체라기보다 지구의 생태와 환경이 망가진 것이죠. 우리 몸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관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인공관절 수술은 통증을 줄이고 기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치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술만으로 관절을 둘러싼 근육과 생활 습관, 움직임의 방식까지 저절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 후에도 몸을 둘러싼 환경을 함께 관리해야 회복된 기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함께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고립되어 있다면 나 자신만을 탓하기보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와 생활 조건을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어요. 세포 역시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하며 바뀌는 존재가 아닙니다. 환경의 신호에 반응하고 변화하죠. 영화 〈매트릭스〉처럼 우리도 주어진 환경 안에서 반응하는 존재이고, 결국 환경이 달라져야 우리도 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몸을 억지로 통제하려 하기보다,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은 매일 늙어가지만 동시에 매일 회복하려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만난 독자들께서 노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몸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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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은영

읽고 쓰고, 엮고 매만집니다. 만든 책으로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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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윤

쉽게 반하고 오래 바라보는, 사진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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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

서울안강병원 대표원장. 기능적 근육내자극술(FIMS)의 창시자이자 만성통증의세계적 권위자이다. 세포외기질(ECM)이 노화와 만성통증의 핵심 기전이라는 독자적 관점을 수십 년의 임상 경험과 연구를 통해 정립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근골격 및 만성통증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EBS 〈명의〉에 출연한 바 있고, 차의과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통증 치료의 미래를 이끌 의사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캐나다 밴쿠버의 만성통증 연구소, 밴쿠버 자연의학 연구소와 UBC,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세인트 폴 병원 등에서 심층신경 자극술과 스포츠의학, 통증 치료법 등을 두루 수련했다. 그의 손을 거쳐 새로운 삶을 찾은 환자는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병원 문턱 밖의 소외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카타르 군병원 만성통증센터를 운영하며 현장에서 진료와 교육을 병행했고, 우즈베키스탄 학술 강연 및 의료협력, 고려인 공동체 의료봉사 등을 통해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했다. 현재 의료봉사 프로그램 〈유랑닥터〉를 통해 의료 혜택이 닿지 않는 전국의 환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직접 찾아갈 수 없는 이들에게는 글로 닿고자 하는 마음으로 《통증박사 안강입니다》 시리즈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