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화진,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자리 | 예스24
김화진 소설가가 두 번째 장편 소설 『악마는 열심히 산다』와 두 번째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를 동시에 내놓았습니다.
글: 박의령 사진: 표기식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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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작가의 소설은 고운 색연필로 그린 세밀화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선은 날카롭지만 색은 따스한.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속의 사람들은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합니다. 그게 물리적 이동이든 심정적 이동이든 지금의 나를 넘어서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소설 속 인물들의 ‘텅 빈 마음’이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타인에게 자신을 내어주느라 소진되어버린 상태가 아닌, 미래의 또 다른 나를 위해 다시 한번 비움의 상태로 돌아가는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악마는 열심히 산다』에는 팬데믹 기간 동안 무기력에 빠진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어딘가 어설픈 악마는 목숨을 받아 대신 삶을 삽니다. 진짜로 터엉 비어 버린 육체가 또 한 번 등장하죠. 그렇지만 이 비움도 결국은 새로 채우기 위한 비움이 됩니다. 두 소설의 포장은 다르지만 내용물은 엇비슷합니다. 절망이 아닌 희망에 가까운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빚어낸 관계

 

악마는 열심히 산다가 이전 직장인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편집자와 유튜브 진행자, 소설가까지 많은 직함을 얻었네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직장에 다니면서 소설가가 된 것도 계속 신기한 채로 더디게 받아들였거든요. 퇴사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소설가라고 소개해야 할 때마다 약간씩 놀래요. 이전에는 회사원과 소설가 둘 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그 어색함을 나눠 가졌는데 이번에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이자 친구들과 소설가와 편집자의 관계로 만난 건 더 신기한 일이죠.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가 항상 하던 일을 했지만 순간순간 긴장은 했어요. 혹시 내가 편집자일 때 싫어했던 작가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지는 않을까.(웃음) 

 

말을 놓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가 제 담당 편집자가 되었는데 일을 정말 잘해요. 편집 일을 했을 때 내가 담당 작가들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많이 도움받고 배우는 과정이었어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텅 빈 마음 가진 채로도 출간되었죠. 2023년부터 쓴 이야기들을 모아 이 시기에 내놓은 이유가 있을까요? 

시기는 사실 국제도서전이 제일 큰 이유였어요. 좋은 시기에 책이 두 권 나오는 걸 안 할 이유가 별로 없었던 거예요. 관심이 분산될 수도 있으니 두 출판사에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흔쾌하게 진행이 되었고 마감에 맞춰 잘 나왔어요. 소설집도 한 권 분량, 장편 소설 이야기도 하나 이렇게 분량이 딱 맞게 작업물이 나올 때도 별로 없거든요. 대체로 전 그냥 될 때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요. 그러면서도 당연히 바쁘고 정신없고 집중력을 양분해야 되는 일이라는 걸 실감하는 위기도 있었어요. 편집자 때 왜 작가들이 교정지를 빨리 안 보지 라는 모난 마음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웃음)

 

두 권의 책은 모두 두 번째 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마는 열심히 산다는 두 번째 장편, 텅 빈 마음 가진 채로는 두 번째 소설집이죠.

예전에 강보원 평론가가 “두 번째가 되게 중요하지. 왜냐하면 첫 번째를 빼면 첫 번째니까”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무슨 미친 소리야(웃음) 그랬는데 이번에 종종 그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새삼스러워지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나주에 대하여』를 출간한지 생각보다 시간이 꽤 지나서 그동안 다음 챕터에 실리는 소설은 어떤 모양이 될까 스스로도 궁금했던 것 같아요. 장편 역시 첫 번째는 이렇게 썼으니까 두 번째는 다르게 써야지 라는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나오고 나니 이제야 비교 대상이 생겨서 뿌듯하죠.

 

이전 작품에는 잘 보이지 않던 서술형 제목인데요.

첫 번째 때와 비교하면 반대였어요. 『나주에 대하여』도 여러 상의를 거쳤지만 여러 단편 안에서 표제작의 제목을 붙이는 형태여서 상대적으로 수월했어요. 이번 소설집 안에 있는 단편들도 그때그때 충실하게 붙인 제목이었는데 얘네들을 모아놓고 보니까 심심한 거예요. 그래서 ‘시간과 자리’의 구절에서 따오게 됐어요. 첫 장편인 『동경』은 단편보다 넓은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제목을 짓자니 꽤나 어려웠거든요. 이래서 장편 소설 제목 짓기가 어렵다고 하는구나 실감했는데, 웬걸 이번 장편은 처음 붙였던 제목이 끝까지 갔어요. 다른 좋은 게 있을까 고민도 해봤는데 악마가 소설의 전체인 듯 보이는 이 포장이 저는 좋더라고요. 이전과는 다르게 소설가 김화진이 안 할 법한 제목이라는 인상이 있죠. 그래서 약간 걱정했는데 안 해보던 걸 하는 것도 좋더라고요.

 

언젠가 우정이 참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이번 두 책 역시 인관 관계에 많이 기대어 있는데 여전히 작가님께는 어렵고 관심이 가는 주제인가요? 

당연히 지금도 어려워요. 이제 안정이 되었겠거니 하고 있으면 인생이 방심하지 말라고 또 시련을 줘요.(웃음)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면 내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는 쪽으로 약간은 이동한 것 같아요. 『나주에 대하여』에 실린 소설들을 썼을 때는 다른 사람이 왜 저러는지가 너무 궁금해서였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상대와 잘 안됐는데 그 안에 해소되지 않는 것들, 결핍들이 뭐였을까 들여다봤을 때 제 시선은 아무래도 상대에 가 있었어요. 이번 소설집에서도 우리 관계가 왜 지금 이 모양이 된 건지를 살피지만 내 마음을 더 보고 있더라고요.  

 


 

무너트리고 또 일으키는 존재에 대하여

 

팬데믹은 한동안 그리고 여전히 수많은 작품의 주제가 되곤 합니다. 팬데믹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전에 없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술가의 필터로 바라볼 수 있어 흥미로운데요. 김화진 작가님의 키워드는 취소와 변경, 미안해하기 바빴던 순간들로 좁혀 듭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팬데믹을 떠올릴 때면 얼마나 분위기가 삼엄했는지와 각종 혐오가 기억나곤 해요. 달라진 사회의 룰과 격한 감정을 그리는 작품들이 많은 와중에 내 초점은 어디에 있나 생각해보니 개인이 그렇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서로 너무 미안해하는 감각이 저에게는 제일 선명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나로 인해 취소되고 변경될까 쩔쩔매던 감각들. 그리고 동시에 악마가 돌아다니기 좋은 세상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택 근무하면서 한낮에 오토바이 소리를 그렇게 많이 들어본 게 처음이었거든요. 대면을 하지 않을 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영역에는 그게 어떤 존재라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렇게 악마가 등장하게 된 거군요. 책 뒤표지에 커다랗게 쓰인 ‘악마는 전능하단다’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생활감이 넘치는 악마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치과에서 어린이들한테 겁을 주는 꼬리만 뾰족한 충치 캐릭터를 떠올렸어요.(웃음)

가영은 생의 의지가 별로 없어요. 나를 볶아 먹든 삶아 먹든 별로 관심이 없는 캐릭터이지만 처음부터 너무 거대한 위협을 맞닥뜨리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라면 대뜸 염소 뿔이 나고 나귀 다리를 가진 유럽형 악마가 나타나면 우선 도망갔을 테니까…그래서 일단 외양이 없어 보여야 했어요. Z는 악마 중에서도 허약하고 정도 있고 야심보다는 개인의 욕망이 중요한 친구라 손바닥 크기의 작은 악마로 만들었죠. 대단한 이름도 붙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아주 사소한 익명의 작은 존재가 가끔 인생에 엄청난 사건을 일으키거나 상처를 입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냥 이니셜 하나 정도의 존재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일 마지막이자 선호도가 낮을 것 같은 알파벳을 이름으로 붙였어요. 

 

가영이 SNS에서 사이버 불링을 당하고 왜 나처럼 평범한 사람을 그토록 미워했을까 자조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모습은, 악마와 거래하는 판타지 같은 설정과 대비되며 현실적인 괴로움이 한껏 느껴지더라고요. 

한편으로 여러 작가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밖에 나가지 않는 상황이 별로 안 힘들다고 했어요. 원래 집에만 있어서 차라리 더 나았다고.(웃음) 그런 이야기도 마음에 남았어요. 집에 혼자 가만히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 사람들이 비대면일 때 상처받을 수 있는 루트가 꼭 붙들고 다니는 휴대폰 안에서 벌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 또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그렇게 반가운 일이라는 생각을 못 했는데 자유가 줄어드니 만남이 반갑고 소중해지더라고요. 그런 감정 또한 다루고 싶었어요. 
 

주요 등장인물인 악마와 가영, 종현의 이야기를 별개의 단편같은 세 개의 챕터로 다루는 점이 재미있어요.

이 소설은 결말 부분을 쓰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굉장히 쑥스럽지만 러시아 동화 『바보 이반』 패러디예요. 악마가 바보 이반을 꼬시는 데 실패하면서 땅에 누구도 찾지 못할 아주 작은 구멍 하나만을 남기고 사라져요. 그 결말이 너무 멋있었어요. 이걸 현대로 데려와 악마와의 게임에 빠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다면 남아있는 인물의 이야기는 어떻게 유기적인 구조를 만들 것인가 고민됐어요. 악마가 퇴장해야 인간들의 목소리가 나올 구석이 생긴다고 생각해서 세 파트 정도로 나눠 봤고요. 한껏 구겨진 가영과 정반대로 밝은 성격인 종현은 나중에 알고 보면 모종의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그런 비밀스러움을 점차 알 수 있도록 순서를 둔 이유도 있고요.

 

동시대 화제의 작가인 연여인의 그림을 표지로 했어요. 악마 같기도 하고 리본을 단 테디베어처럼 보이기도 하는 생물의 얼굴은 공교롭게도 잘려 있는데요. 장난스러우면서도 오묘한 분위기가 책과 정말 잘 맞더라고요.
 
약간의 위장을 한 악마 같은 느낌이 나서 저도 좋았어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가 젊은 회화 작가와 작업하는 방식 또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림에 조예가 있는 편은 아니어서 미술부와 디자이너 분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었고 그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얼굴이 전부 보이는 표지도 있었는데 그것보다는 얼굴을 가리고 뒤표지에 눈을 넣는다거나 조각내 보여주는 장치도 책과 어울리는 것 같고요. 책 표지를 열면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어요.


 

 

텅 빈 후 채워지는 것

 

작가님의 작품은 섬세함이라는 단어가 항상 곁을 떠나지 않았지만, 텅 빈 마음 가진 채로를 읽고 신체의 내외부에 새겨지는 듯한 세밀한 감정의 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섬세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소설은 허구의 공간이니까 나로 있어도, 나 아닌 다른 걸로 있어 보는 것도 괜찮잖아요. 그런 상태가 저에게 어떤 능력을 주는 것 같아요. 원래라면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주어졌으니 여기서는 한번 해본다면서 좀 끈질겨지는 게 있어요. 반대로 너무 사소한 것들을 혼자 붙잡고 전전긍긍하는 것도 섬세함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나쁜 버릇인데 사람들의 말을 듣고 왜 저런 결과물이 나오는 건지 집요하게 신경쓰기도 해요. 뭘 보고 뭘 읽고 뭘 좋아하고 어떻게 보이고 싶으면 저렇게 말하는 걸까 유추하는 거죠. 

 

『텅 빈 마음 가진 채로』의 소설들은 여러 연도와 계절에 쓰였어요. 일곱 편을 가로지르는 공통적인 이미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러 단편 중에 솎아 낸 7편인데 공교롭게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쓴 작품들이에요. 열심히 산 인생이 있는데도 끝내 지겨워져 다른 곳으로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상상을 많이 했고요. 「온도 맞추기」의 상이는 당장 모든 걸 버리고 떠나기에는 소심한 친구라 자기 딴에는 큰 결심을 하고 경마공원에 가서 말을 보고 돌아와요. 지쳐 있던 저의 마음이나 생각이 투영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시간과 자리」의 지호도 그렇고 「훔치는 사람」의 두 친구도 서로 양상은 다르지만 기회가 있을 때 다른 환경으로 뜰 수 있으면 뜬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죠. 이제 와서는 그때 제가 모든 게 지겨운 상태였나 생각을 해요.(웃음)
 

「다른 사람」, 「훔치는 사람」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등장인물 모두가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해요. 그 열망은 과거와 연결되어 있고요. 결국 그런 ‘텅 빈 마음’은 어떤 마음인가요?

저는 늘 되고 싶어 하는 상태가 있어요. 원래 성격이 이러니까, 배운 게 이거니까 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상태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 같거든요. 그걸 한번 공통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니까 그럼 뭘 하고 싶은 건가? 바로 변신을 하고 싶은 건가? 하면 아닌 것 같고, 이미 이전에 채워둔 마음에 안 드는 마음들이 너무 많은 거죠. 이걸 연습이나 훈련으로 바꿀 수 있다면 일단 이전의 버릇을 없애는 것이 0단계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새 마음을 채우기 위해 비우려면 시절과 작별을 맞이해야 한다고 제 깊은 곳 어딘가에 생각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작가의 말에서도 ‘정의 내린 나’와 ‘자신을 업데이트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보여요.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인정하는 일은 어떻게 마무리되었나요?  

작가의 말에도 나오지만 그릇이 큰 선배가 이런 고민을 하는 저에게 판본이 여러 개인 거라고 말해줬어요. 저를 정말 잘 달래주는 말이었던 거예요. 인정해라, 그때의 너도 너고 지금의 너도 너인데 뭘 그렇게 합치며 살려고 그러냐 라고 하시더라고요. 더 소름 돋았던 건 「낯선 발자국에서 나보다 더 앞서가는 것 같고 현명하게만 보이는 친구가 주인공에게 해주는 말이 “뭘 그렇게 일관성 있게 살려고 해. 안 그래도 돼”인데 그게 제가 몇 년 전에 쓴 거란 말이죠. 근데 내가 아직도 그걸 못하고 있구나, 그러니까 저에 대한 말로 이번에야 받아들였어요.

 

소설 작업은 일면 정화의 작업이기도 한데요. 소설집을 내고 작가님도 ‘텅 빈 마음’의 상태에 도달했을까요?

사실 소설이 먼저 가고 제가 뒤따라가고 있어서 완전히 된 것 같지는 않은데, 뭐든 인정을 좀 하자고 마음먹은 후에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타인의 말에 반짝 길이 터진 것 같아도 결국 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생각의 방식을 달리해보고 있어요. 자꾸 옛날의 나와 지금의 나를 생각하지 말고 눈을 멀리 두자. 제발 네가 바뀌고 자시고는 좀 덜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한번 봐 봐.(웃음) 그러면 다음은 분명 더 비운 채로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소설가는 말을 좇으며 산다

 

2023, 24, 25년에 꾸준히 예스24 젊은 작가 후보로 소개되었습니다. 악마는 열심히 산다도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고요. 우스갯소리로 ‘젊음’과 자꾸 연관되어 좋다고 하셨죠. 작가님에게 젊음은 어떤 형태인가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는 게 젊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젊음이라는 감각을 어리다와 늙었다 두 가지 극단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스스로는 사람이 덜 됐다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5년 차 전업 소설가의 하루는 어떤가요? 

퇴사하고 확실히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시간이 많아서 너무 괴로워요.(웃음) 스스로 이전의 저와 지금의 저를 계속 경쟁 붙이는 거죠. 회사에서 업무를 봤을 때라면 이 시간에 일을 이만큼이나 했을 텐데… 지금은 뭘 하나만 해도 금방 지치는 것 같아요. 저를 괴롭히는 사람이 저밖에 없다는 걸 실감하면서 그 괴로움이 더 선명해졌어요. 일하는 방식이 처음과 큰 변화는 없어요. 여전히 마감이 긴장되고 떨리고 그래요. 

 

악마는 열심히 산다의 마지막 장에 엽서 글과 함께 “우리의 말과 글은 전부 이렇게 어설프구나”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말과 글은 마음을 담기에 크다고 볼 수 없는 그릇인데 이것으로 세계를 짓는 일은 어떤 것일까, 작가님의 마음이 궁금해졌습니다.

소설 안에서 그 대목은 이제 뭘 표현해도 마음 같지가 않다, 어설픈 말과 글보다 더 큰마음이 있다고 읽혔으면 좋겠다고 쓴 부분이거든요. 그렇더라도 저는 말과 글을 어떻게 쓸지 열심히 생각하는 게 좋아요. 마음을 꼭 들어맞게 표현해내기란 너무 어렵죠. 어떻게 할 수 없는 굴레 안에 있지만 내 손에 쥔 도구는 이것이라는 확신과 타협, 포기 등등의 복잡한 마음을 안은 채로 소설을 쓰고 있어요. 

 

결국 소설가가 된 이유와 이어지는데, 말버릇을 관찰하고 말꼬리 잡기를 좋아하는 건 문장을 제일 재미있어 한다는 얘기도 되는 것 같아요. 이미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지에 반응하고 대부분 패션이나 그림, 영상으로 자기표현을 하죠. 저는 사람의 말을 관찰하고 상상하고 혼자 판단하는 걸 재미있어 했어요. 흩어지는 말들을 적어두면 또 다른 의미를 가진 문장이 된다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멋대로 한 판단이 소설이 되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데 자유를 느끼기도 하고. 이건 좀 못된 거죠. 그래도 일로 할 수 있다는 게 소설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웃음)

 

훌훌 털듯 두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짧은 여유와 창작 활동이라는 선택지 중 어떤 곳을 향해 있나요?

출간 활동 말고 다시 쓰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책을 내면 많은 종류의 ‘말’을 하게 돼요. 오늘 같은 인터뷰나 북토크, 이런저런 수업을 하면서 지냈거든요. 우선 재미있는 걸 많이 읽고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싶어요. 책을 읽으면서 또 내가 새롭게 쓸 수 있는 방식을 찾는 시간도 필요하겠고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는 게 기분 좋아서 의식적으로 찾아다니면서 아무거나 읽어봐요. 정말 닥치는 대로, 뭐 하나는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요.(웃음)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가 작가님에게 약속을 속삭인다면 어떤 소원을 빌 것 같아요?

뭘 좀 빨리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볼 것 같아요. 바로바로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무언가를 좋아하려면 진득하게 봐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 주변에서 재미있는 게 있다고 권유하면 해보고 싶다고 바로 덤벼드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해보겠다 말하고 속마음으로는 “응, 나는 안 할 거야”라면서 넘겨버려요. 그럴 때마다 아니 왜 이래 한 번 좀 흔쾌하게 해보면 어때,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되돌려주거든요. 무엇이든 금방 흥미를 느끼는 성격을 한번 장착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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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령

여러 패션 매거진의 피처 디렉터로 일하다 지금은 자유롭게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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