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의 언어로 재탄생한 구병모의 『아가미』 | 예스24
안재훈 감독, 강하늘, 유재명, 김선영 배우가 전하는 <아가미> 작업 이야기.
글: 박소미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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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쳐야지 별수 있나요.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아가미』, 22쪽)

 

호수에 가라앉아 죽음의 문턱에서 아가미를 갖게 된 소년 ‘곤’의 이야기를 그린 구병모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아가미』가 동명의 장편 애니메이션 <아가미>로 재탄생해 9월 9일 관객을 찾는다. 구병모 작가의 서늘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독창적인 상상력이 스크린 위에 어떻게 옮겨졌을지, 지난 26일 안재현 감독과 강하늘, 유재명, 김선영 배우가 참석한 언론시사회 현장 이야기를 전한다. 


원작과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배경이다.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가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면, 오프닝에서부터 유럽의 이국적인 밤 풍경을 배경으로 퓨전 재즈가 흘러나오는 <아가미>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삼는다. 안재훈 감독에게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메밀꽃, 운수 좋은 날, 봄봄> <소나기> <무녀도> 등 한국 문학을 애니메이션의 언어로 옮기는 작업에 천착했던 만큼 한국의 중소 도시를 배경으로 삼는 게 그에게도 익숙한 방식이었을 테다. 그럼에도 왜 안재훈 감독은 낯선 도전을 택한 것일까. 


 

안재훈 감독은 “처음 『아가미』를 읽었을 때는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그리려고 했는데 작업을 진행하며 과연 구병모 작가의 아름다운 문체를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옮길” 수 있을지 “원작의 깊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원작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정서가 너무 비참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배경을 옮겨 애니메이션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품이 온전히 인물에게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제작 과정을 전했다. 

 

유재명 배우는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실사 영화로 만들면 고통스러운 장면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애니메이션은 훨씬 자유로운 상상력과 미학적인 감수성으로 상처를 표현하는 데 열려 있음을 알게 됐다”며 작품에 참여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작품 속에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태생적인 상처를 가진 인물에게 물은 공포스러운 존재로 표현되는데, 검고 깊은 물 속에서 끝내 그 상처가 인물의 새로운 상징이 된다”는 점에서 “판타지 같지만 굉장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원작 소설의 독자들 사이에서 아가미가 있는 물고기 인간 ‘곤’과 고립된 곤에게 한때 유일한 세계였던 ‘강하’의 관계가 “우정인지 사랑인지 형제애인지 두 인물의 관계성이 화두”가 되곤 한다. 두 인물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묻는 질문에 ‘강하’의 목소리를 연기한 강하늘 배우는 “이런 해석의 차이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두 인물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지만, 그 마음 하나만으로 연기에 임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또한 “강하는 곤을 만난 뒤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세계관이 변화하는데 그런 인물의 성장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김선영 배우는 자신이 맡은 ‘강하’의 엄마 ‘이녕’ 또한 “외로움과 고독함 속에서 살아온 인물이어서 그의 마음을 상상하며 아픔과 상처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녕이 극 중에서 배우이기도 하면서 노래를 하는 캐릭터라 (뮤지컬 배우로서) 공감이 되는 지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파과』에 이어 다시 한번 영상 언어로 옮겨진 구병모 작가의 『아가미』. 원작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밝혀 온 안재훈 감독은 “<아가미>는 지구나 세계를 구원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한 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구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특별한 상처를 갖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마다의 특별함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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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미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하고 저장해 둡니다. 그 사람들...어떤 얼굴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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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편집자로 활동하였다. 2009년 『위저드 베이커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신인답지 않은 안정된 문장력과 매끄러운 전개, 흡인력 있는 줄거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오늘의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데뷔작 『위저드 베이커리』는 기존 청소년소설의 틀을 뒤흔드는, 현실로부터의 과감한 탈주를 선보이는 작품이었다. 청소년 소설=성장소설 이라는 도식을 흔들며,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추었다는 평을 받았다. 작품을 지배하는 섬뜩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도 이야기가 무겁게 얼어붙지 않도록 탄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촘촘한 문장 역시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였다. 구병모 작가는 한 인터넷 웹진에서 '곤충도감' 이라는 작품을 연재했다. 이름을 가리고 봐도 구병모 작가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 있는 작품으로, 용서에 대한 것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2015년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로 오늘의작가상과 황순원신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장편소설 『네 이웃의 식탁』, 『파과』,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