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제정 100주년 - 세상을 밝힌 우리의 한글
올해는 한글날을 제정한 지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1926년에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기념해 '가갸날'이 처음 제정되었고, 1928년에 ‘한글날’로 명칭이 변경됐으며, 광복 이후 10월 9일이 ‘한글날’로 공식 지정되었습니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한글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국어사전 편집자와 함께 우리말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진우 한겨레출판 인문사회팀장

사전 편집 업무만의 특성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한겨레출판의 대표적인 사전으로는 『바른 말글 사전』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최인호 선생님은 “장삿속으로 말을 다루는 세태 때문에 우리말이 위협받고 있다”며 고민과 걱정이 많은 대한민국 대표 ‘우리말 지킴이’ 중 한 명이에요. 1988년 《한겨레》가 창간되었을 당시 한문보다 우리말 쓰기, 세로쓰기 대신 가로쓰기를 원칙으로 삼았는데, 최인호 선생님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요. ‘한겨레’만의 기준을 마련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노고와 결과를 한 권으로 엮어 낸 것이 바로 이 책, 『바른 말글 사전』이고요.
초판을 1996년에 펴냈고, 개정판은 다시 10년이 지난 2007년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20년이 흘렀어요. 무려 30년 전에는 어떤 말들이 잘못 쓰이거나 어렵게 쓰인다고 여겨졌을까요? 예를 들면 『바른 말글 사전』에는 ‘기레빠시(끄트러기, 자투리)’나 ‘니즈꾸리(짐꾸리기)’ 같은 일본어 표현이 실려 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일본어 표현을 일상에서 썼겠지요. 이처럼 오래된 사전 속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죽은 말들이 화석처럼 묻혀 있습니다. 사전을 펼치면 이런 화석들을 발굴할 수 있으니 마치 언어의 고고학자가 된 것 같아 무척 흥미롭습니다.
전통적인 사전은 아니지만 ‘한국사 사전’ 편집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 어떤 용어를 담으면 좋을지 선별하는 작업이 가장 고민스러웠습니다. 물론 담당자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었고, 기획위원 몇 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중등, 고등 한국사 교과서를 자주 들여다보고 꼼꼼히 분석해야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으면 성적이, 나아가 진학한 대학이 달라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한국사를 공부하고 용어를 선별하면서 우리 역사의 소중함과 재미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종류의 사전을 편집하는 작업도 마찬가지겠지요?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편집자님에게 한글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요?
제게 한글은 훌륭한 밥벌이 도구이자 탁월한 수양 도구입니다. 그 이유는 최근에 필사 취미를 가지게 되었거든요. 편집 업무로 글을 대할 때에는 단어, 문장, 문맥에 신경 써야 했지만 필사를 할 때에는 한 글자 한 글자, 획 하나하나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마치 둘레길을 걷는 것처럼, 사우나에 들어앉은 것처럼 머릿속이 비워지고 차분해질 수 있었답니다.
업무를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편집 업무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지워지는 볼펜’입니다. 특히 붉은색 펜은 편집자의 가장 유서 깊은 무기 중 하나일 텐데요. 물론 일반 볼펜과 수정액의 조합도 좋고, 요즘은 태블릿 PC도 꽤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종이 출력물을 선호하기 때문에, 글씨가 틀리면 뒤꽁무니에 달린 지우개로 슥슥 지워 버릴 수 있는 이 펜이 최고의 업무 파트너입니다.
최진우 팀장의 작업 풍경
수많은 단어 중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우리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롯하다’라는 형용사입니다.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넘치지 않더라도 모자람 없이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글의 소중함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한글의 소중함은 역시 독서를 통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는 우리가 평소에 쓰지 않던 아름다운 개념어와 고유어가 다양하게 살아 숨 쉽니다. 그래서 독서를 하면 지면이나 화면에만 갇혀 있는 소중한 우리말을 일상으로 끌어와 나만의 어휘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바른 말글 사전
출판사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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