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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목소리에 건배를! 가수 거미를 만나다

앨범 이야기, 음악 이야기, 그녀의 일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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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 앨범 『For the Bloom』을 발표한 가수 거미를 만났다. 한밤중이라고 할만한 밤 10시, 가을에 잘 어울리는 타이틀곡 ‘아니’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앨범 이야기, 음악 이야기, 그녀의 일상 이야기를 차분하게 나누었다.

"처음엔 ‘아니’를 타이틀곡으로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중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새로운 모습이 아니라, 가수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자신만의 색깔이다.’라는 양 대표 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을 바꾸었지요. 그래서 거미표 발라드라고 할 수 있는 ‘아니’를 타이틀곡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3집 앨범 'For the Bloom'을 발표한 가수 거미를 만났다. 한밤중이라고 할만한 밤 10시, 가을에 잘 어울리는 타이틀곡 ‘아니’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앨범 이야기, 음악 이야기, 그녀의 일상 이야기를 차분하게 나누었다.

“기존의 제 노래들은 멜로디가 꽉 차 있고 코드도 복잡한, 밀도가 높은 곡들이었는데 ‘아니’는 소울에 가깝죠. 또 블루스라인도 섞어서 기존 노래들과 차별을 뒀어요. 노래 중에서는 부를수록 더 느낌이 좋아지는 곡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곡이 있는데요, ‘아니’는 부를수록 곡이 더 좋아져요. 부르긴 어렵지만요.” ‘아니’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같은 아픔으로 공감케 하는, 호소력은 여전하면서도 음악적으로는 여유가 느껴지는 노래다.

“이번 앨범에도 슬픈 노래가 많아요. 슬플 때 제 노래를 들으면 더 슬퍼진다고 해요. 그런 슬픔을 이끌어내고 싶었어요. 실컷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슬픈 노래를 듣고 나면 왠지 후련해지는 그런 느낌을요. 사실 슬픈 노래를 부르는 건 힘이 들어요. 슬픈 노래를 부르면 그 감정에 내 자신이 빠져버리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거미 자신이 타이틀곡으로 삼고 싶었던 곡은 5번 트랙 ‘어른아이’로 성숙하면서도 쿨한 감성이 느껴지는 블루지한 느낌의 보사노바다. 개인적으로 제일 즐겁게 녹음했던 노래는 2번 트랙 ‘holic’이다. 그녀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이었다고. 앨범 녹음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묻자, 고개를 젓는다. “정말 이번 앨범은 너무 수월하게 진행되었어요. 그래서 별로 이야기할만한 꺼리가 없어요. 하루에 한 곡씩 녹음해서 한 달 반이 걸렸어요.” “하루에 한 곡을 끝내는 것이 빠른 편인가요?” “가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무척 빠른 편이죠. 저는 곡이 처음 나오면 가이드 녹음을 한 후, 코러스라인도 같이 만들고 멜로디도 새롭게 수정하고...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다 참여해요. 그래서 오히려 본 녹음은 쉽게 끝나는 편이고요.” 그녀는 이번 앨범에 실린 14곡이 모두 다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래서 후속곡을 묻는 질문에 “다 타이틀곡으로 해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아요. 다음 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팬들이 좋아하는 곡으로 할까 해요.”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움을 앨범 구석구석에 넣고자 했다는 거미. 많은 대중들은 절절한 슬픔의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로 기억하지만, 그녀를 잘 아는 팬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그루브한 음악에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죠. 저는 비트가 어느 정도 있고, 음역대가 다양하지 않은 노래를 부를 때 제일 편안해요.” 한 장르에 깊이 천착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은 그녀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르는 힙합 등 흑인 음악이란다.

“흑인 음악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즉흥적이고 솔직한 점이요. 흑인 음악에는 정말 꾸밈이 없어요.”
“좋아하는 뮤지션은요?”
“알리시아 키스와 인순이 선배님이요. 제가 YG 오디션 때 알리시아 키스의 노래를 불렀어요. 알리시아 키스는 올드한 느낌의 흑인 음악을 자기 스타일로 부르지요. 저와 감성적으로 통하고, 음악적 지향점이 비슷해서 좋아하는 가수에요. 인순이 선배님은 노래를 정말 잘 부르세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면을 저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연습하나요?”
“시간을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에요. 연습실에 가서 음악 듣고, 동영상 보고, 곡도 쓰고, 노래 연습하고... 하루 종일 노래만 흥얼거릴 때도 있어요.”
“클래식 피아노를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되나요?”
“많이 도움이 되죠. 저는 감정을 중요시 하는 편이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기본이 필요해요. 발성과 호흡, 음악 이론, 악기 등을 배운 후에 테크닉을 익혀야 한다고 가수를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줘요. 뭐든 기본이 가장 중요하지요.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기도 하고요.”

하루 종일 음악 생각만 하는 줄 알았더니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한단다. 활동을 쉴 때는 하루에 2편을 본 적도 있을 만큼 영화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장르는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이 노래를 부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간접 경험이지요.”

방송활동으로 바쁜 요즘, 그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는 날도 비를 맞으며 생방송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곧 라디오 방송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다소 피로한 기색이었고, 목소리도 약간 잠겨있었지만 정말 좋아서 못 견디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다운 열정이 느껴졌다.

“노래는 저에게 팔자내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아니스트나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피아니스트에 비해 가수는 먼 꿈이었죠. 가수가 되는 법을 몰랐거든요. 노래보다 비주얼적인 면이 강조되던 시절이었고요. 그렇지만 노래 부르는 것을 정말 좋아했어요. 피아노를 칠 땐 무대에서 떨었지만 노래를 부를 땐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그녀는 7년 동안 데뷔를 준비했다. 정말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그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음반 시장의 위기에 대해 그녀는 처음엔 다소 말을 아끼는 듯 했지만 곧 솔직하게 말했다. “속상하고 힘들어요. mp3 때문이라기 보단 사람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많은 노래들이 나오자마자 잊혀지고 있잖아요. 요즘 나오는 음악을 보면 잠깐 듣기 좋은 노래들이 많아요. 1~2곡 정도만 신경 쓴 것 같은 앨범도 점점 많아지고요.” 결국 이렇게 되면 좋은 노래를 만들고 들을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음악을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도 손해라고 그녀는 말했다. “앨범을 사두면 나중에 나이가 먹어서 내가 옛날엔 이런 음악을 들었구나 하고 추억할 수 있어 좋잖아요. 어떤 가수가 한 번 듣고 말 노래나 앨범을 만들려고 하겠어요.” 현장에서 음반 시장의 위기를 느끼는 사람답게 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침울해졌다. 시장의 상황이나 음악의 다양성의 측면에서 이웃 일본이 부러울 때가 가끔 있단다.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무대 뒤에는 긴 기다림과 연습이 있다. 관객들이 보기에는 4~5분의 짧은 무대이지만 가수는 그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리허설을 하고 자기 차례를 무대 뒤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나마 저는 음악 방송에만 출연하잖아요. 그런데도 힘든데 다른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녀는 솔직하게 이런저런 힘든 일들을 털어놓았다. “기회가 된다면 앨범이나 방송 말고도 좀 더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혹시 무대에서 혼자만 아는 실수를 한 적은 있나요?”
“가끔 하죠. 사람들이 아는 실수도 해요 호흡을 잘못 한다던가, ‘삑사리’를 낸다던가. 감정에 푹 빠져서 노래하다 보면 가끔 실수를 하곤 해요.”
“그럴 때 ‘가수보다 더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칭찬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옛날엔 그랬어요. 무대에서 실수하면 밤에 잘 때 펑펑 울고 그랬으니까.”
“지금은요?”
“지금도 물론 속상하죠. 그런데 옛날처럼 울거나 하지는 않아요. 울면 목소리 갈라지고 기력 떨어지고 제 손해니까요.(웃음) 이제는 좀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예전에는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말이 부담스러웠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부담 가지지 않고 즐기면서 노래를 부르려고 해요. 실수에 대해서도 옛날보다는 너그럽게 받아들이고요. 실수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는 것은 가수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말미, 그녀는 여유가 넘쳐 보였다. 노래에 대한 부담, 특히 노래를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가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터. 노래 잘한다는 말을 데뷔 초부터 들어온 그녀에게 이런 부담은 남들보다 훨씬 심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더 잘 부르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더 못 부르지는 않을 거라구요. 1.2집 때 들었던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이 사실이라면 계속 그만큼만 부르면 노래를 잘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녀는 다음 앨범을 발표할 때까지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다음 앨범의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때도 여전히 그녀는 열정적이고 솔직하게 우리들을 감동시키는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는 포도주처럼 그녀의 음악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고 풍부한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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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3집 - For The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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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된 모습으로 거듭난 2집을 지나 가수로서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거미의 세번째 앨범의 타이틀은 이다. 이라는 타이틀은 이번 앨범을 통해 '거미표 발라드'로 불리는 친숙한 곡들은 물론 어느 정도의 변화를 시도하면서 새롭게 태어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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