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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교수와 함께한 ‘세계문화 이야기’

‘외국의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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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아이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아마도 오늘의 강연자인 이원복 교수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요. 저녁 시간 강의라 참석자들을 위해 김밥과 음료수를 준비해 놓았더군요. 아이들과 맛난 김밥을 먹으며 어떤 강의가 될까 기대를 했지요.

얼마 전 ‘KOTRA 세계문화동아리’라는 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임은 KOTRA에서 세계 각국의 문화 비즈니스 정보를 폭넓게 알기 위해 KOTRA 직원들이 2001년 만든 모임입니다. 문화 간 다양성과 개방성을 인정하고 타문화권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나누기 위해 매월 정기 강연과 스터디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요.

마침 큰아이가 2학기에 들어 사회 과목 중에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번 10월 강연자로 나오는 분이 바로 『먼나라 이웃나라』를 쓴 이원복 교수님이라 아이도 저도 들어볼 만한 강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이른 저녁 양재동에 있는 IKP건물로 갔습니다. 양재 인터체인지 소비자보호원 옆에 위치한 IKP(Invest Korea Plaza)는 외국인 기업창업센터라는 곳이에요. 저도 처음 가보았는데 우리나라에 외국인의 활발한 투자 유치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랍니다.

1층에 도착하니 예상보다 아이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아마도 오늘의 강연자인 이원복 교수님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요. 저녁 시간 강의라 참석자들을 위해 김밥과 음료수를 준비해 놓았더군요. 아이들과 맛난 김밥을 먹으며 어떤 강의가 될까 기대를 했지요.

조금 있다가 주최측 안내자분과 함께 가쁜 숨을 쉬며 들어오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먼나라 이웃나라』에 그려진, 안경 끼고 빵모자를 눌러쓴 이원복 교수님의 모습을 그렸었나 봐요. ^^ 그런데 강연을 시작하려 단상에 오른 이원복 교수님은 예상보다 작은 키에 단정한 수트 차림이었어요. “어?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다른데?” 아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막 시작된 강연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열정적으로 강의하시는 이원복 교수님

그날의 주제는 ‘세계문화 이야기’였습니다. 이원복 교수님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가 만나는 외국인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접근법으로 “종교의 이해”를 말씀하셨습니다.

얼마 전 학교 학생들과 함께 일본에 워크샵을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일본 학생들과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답니다. 즉, 자신들의 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전래동화를 각각 상대방 나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끝부분을 바꾸어 보는 수업이었다고 하네요. 이 수업의 결과를 보고 교수님은 상당히 놀라셨다고 해요.

우리나라 동화 중 『콩쥐 팥쥐』를 받아 든 일본 학생들이 만든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이야기처럼 권선징악을 통해 악한 자를 징벌하고 선한 자에게 상을 주는 결말이 아니라 선한 자도, 악한 자도 모두 함께 화해하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고 하더군요. 마찬가지로 일본의 전래동화는 우리와 같은 권선징악의 개념이 아니라 선한 자도 악한 자도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는 모호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런 이야기를 권선징악이라는 시각에서 모두 벌주고 칭찬하는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고요.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해 보니 바로 그것은 전통적으로 각자의 몸속에 흐르는 종교적 관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우리나라는 현대에 들어서 다양한 가치가 대두되고 또 그만큼의 다양한 종교가 인정되어도 한국인이라는 피 속에는 500년을 유교에 담긴 전통적 시각이 자신도 모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로 종종 드러나게 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그 나라의 역사와 함께한 종교를 알아보는 작업이 아닐까 하셨습니다. 유대교와 고대 그리스의 많은 신들, 조로아스터교 등의 종교들이 어떤 특징을 지니고 또 예수 탄생을 통해 종교가 어떻게 바뀌었으며 이슬람교는 또 어떻게 세계 문화에 영향을 주었는지 장시간 쉴 틈도 없이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쏟아내는 세계사 강의에 저와 아이는 쏙 빠져들었답니다. 1시간 30분 동안의 열강으로 모두들 강의가 끝났을 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이야기 끝에 교수님은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은 10년 안에 큰 개혁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어요. 지금의 부모들이 이제까지는 현세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유교적 관점 때문에 모든 것을 ‘성공’이라는 목표에만 두고 달려왔지만 앞으로는 그 목표가 ‘행복’으로 바뀌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아이들을 몰아치던 모든 교육이 무너지고 새로운 교육패턴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어요. 지금 아이들이 여기저기 학원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그것은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고작 100M 단거리선수를 만드는 일일 뿐이라고 하셨어요. 아이들이 자라고 살아갈 때쯤이면 더 이상 100살까지 사는 일이 장수로 신문에 날만큼 특별한 일이 아닐 테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긴 인생에서 한 가지 직업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적어도 다섯 가지 직업은 거쳐 가게 될 것이기에 아마도 앞으로는 T자형 삶이 주목받지 않을까, 라고 하셨어요. T자형 인생이란 한 가지 주된 관심은 깊이 있게 공부하되 나머지 다른 분야에 대해서 항상 폭넓게 많이 알아두고 준비하는 것이랍니다.

또 어떻게 『먼나라 이웃나라』를 집필하게 되셨느냐는 질문에 젊은 시절 유럽에 갔을 때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들이 선생님께 한국의 역사와 자기 나라의 역사를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는데 선생님은 깜짝 놀라셨대요. 그때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사’라면 그냥 연대를 외우고 사건을 순서대로 줄줄 외우는 암기과목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나라뿐만 아니라 상대 나라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는 대화를 풍부하게 하고 상대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표할 수 있는 방법이더랍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공부하셨대요. 그러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렇게 외국의 문화와 역사를 좀 더 쉽게 공부하고 이해하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각에서 벗어나서 세계를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에 좀 더 개방적인 시선을 갖지 않을까 해서 책을 쓰기로 하셨답니다.

『먼나라 이웃나라』가 12권까지 나왔는데 앞으로 더 쓰실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먼나라 이웃나라』를 쓸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으로 선진국을 뒤쫓아서 달려가는 시대였기에 12권의 목차를 보면 주로 선진국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고 하시면서 이제 우리도 그때보다는 잘살게 되었으니 함께 달려가는 다른 주변국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 같아서 『먼나라 이웃나라』는 12권으로 끝내기로 했다고 하시네요. 그 대신에 작년부터 『가로세로 세계사』를 집필하면서 동남아의 여러 나라와 동구유럽의 나라들, 태평양의 젊은 나라들에 대해서 쓰려 한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요새 제일 관심 있는 것은 바로 와인이라고 하셨어요. 『신의 물방울』이라는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와인의 인기를 실감케 하지만 한국인이 마시는 와인의 정서와는 좀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해서 자신이 와인 만화를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셨다네요. 정말 기대가 되는 작품이에요. ^^

그리고 강연 끝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건축을 배우러 학교에 들어갔지만 사실 학교를 졸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교수 생활도 하고 있네요.” 이 말에 큰아이는 깜짝 놀라더군요. 어딜 가나 강연회가 있으면 이 이야기를 한다고 하셨어요. 건축보다 더 좋은 것이 생겨서 그것을 업으로 삼으며 이렇게 삶을 살게 되었다는 교수님의 얼굴에는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은 어떤 표정인가 보여주시는 것 같았어요.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에 빛나는 눈빛으로 청중을 바라보시며 부드럽지만 카리스마 있는 강연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힘은 바로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삶의 여유와 부드러움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이원복 교수님과 함께

강연이 끝나고 아이가 집에서 가져간 『먼나라 이웃나라』 12편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엄마, 오늘 강연 정말 듣기를 잘했어.” 큰아이는 요즘 키가 안 커서 걱정이라며 늘 언제 키 클까, 누구만큼 키 클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만난 이원복 교수님을 보면서 깨달은 바가 많다더군요.

아이 말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해내는 데에는 외적인 조건보다 내적인 조건이 더 많이 좌우한다는 것, 그리고 외국의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와 함께 세계의 역사를 꼭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도란도란 아이와 이야기하며 돌아오는 길, 우리 이야기를 듣기라도 하듯 샛노란 반달이 머리 위에서 살짝 미소 짓고 있었답니다. ^^

[TIP]
KOTRA 세계문화동아리(//cafe.daum.net/cross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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