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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재밌습니다",『디케의 눈』 출간한 금태섭 변호사

“사건을 보다 보면 탐욕, 사랑, 기만 등 인간의 모든 본성이 다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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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의 한 서점에서 만난 그는 청바지에 맨발 차림이었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친근감마저 느껴지는 그는 지나치게 겸손하지도, 과하게 자신감이 넘치지도 않았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설레기도 하지만, 괜히 위축되기도 한다. 금태섭 변호사가 그랬다. 25세의 젊은 나이에 사법 시험에 합격,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을 두루 거친 전도유망한 검사. 미국 코넬대에서 수학 후 미국 뉴욕 주 변호사 시험 합격. 이 정도면 그저 어느 잘 나가는 법률가의 프로필일 터. 그는 세상과 말 걸기를 시도한다. 2006년에 한 일간지에 연재한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칼럼으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하더니 2007년에 변호사로 변신 후 EBS 시사 프로그램 <세상에 말 걸다>로 TV 진행자로 데뷔, 현재는 CBS 라디오 뉴스쇼 스페셜- <책과 문화>의 진행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 바쁜 행보 중 터닝 포인트 하나를 찍었으니, 바로 『디케의 눈』 출간이다.

목동의 한 서점에서 만난 그는 청바지에 맨발 차림이었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친근감마저 느껴지는 그는 지나치게 겸손하지도, 과하게 자신감이 넘치지도 않았다. 사실과 충분한 근거에 의해서만 생각하고 말하고, 또 말해서는 안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하는 모습에 단지 뛰어남을 넘어서서 훌륭함에 근접해 가는 법조인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소개하고 또 저자들을 만나오셨는데, 직접 저자가 되니 어떻습니까?

제가 책을 쓰기 전에는 다른 사람이 쓴 책을 보면 단점만 보였습니다. 훌륭하긴 하지만 이 사람을 대가라고 하기엔 어렵다든지, 깊이가 없다든지... . 그런데 막상 책을 쓰고 나니까 정말 내가 아는 것, 내가 쓰는 문장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를 알게 되었고, 또 이제는 어떤 책을 봐도 잘 쓴 것 같습니다.(웃음) 책 쓰는 것이 그러한 면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같아요.

『디케의 눈』 출간한 금태섭 변호사

책 나오고 주변 사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우리 어머니는 당신께서 책을 많이 좋아하시고 또 많이 읽으시는데, 좀 더 잘 써라, 라고 하시더라구요. 『리스본행 야간열차』 같은 책을 쓰라고 하시더라구요. 법조계에 있는 사람은 시간은 많은 모양이구나, 그런 얘기도 하구요.(웃음) 전 다른 사람의 평은 잘 모르겠구요. 책을 쓰고 나니까 개인적으로 제가 아직 너무나 실력없고 보잘 것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또 반면에 책을 쓰기 위해서 제가 노력했고 정말 책을 냈다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대견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이 변호사이신데,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계십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호기심이 많아요. 여러가지면에서 제가 모르던 부분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그런 이유로 좋아하구요. 저는 다른 것에 대해서는 별로 아쉽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데요, 가장 아깝고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시간입니다.

시간을 쪼개서 잘 쓰시겠네요

게으름을 많이 부리지만 잠을 안자는 편이에요. 새벽에 늦게까지 안자고 뭔가를 합니다. 제가 싫어하는 말이 '사람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냥 하면 되지, 지금 자는 것이 중요한가, 그런 쪽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디케의 눈'이다.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든 법의 여신 디케(Dike)는 두건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다.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은 오랫동안 법의 상징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두건으로 가려진 눈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저 부당한 압력이나 이해관계에 눈 돌리지 않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한다는 의미라고 얘기될 따름이다. 그러나 디케가 눈을 가린 이유가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 법이 실제로 적용되는 현장에서 보면 그보다는 오히려 법을 통해서 진실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혹은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제삼자들은 각자 나름대로 진실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을 찾는 것은 맨손으로 물을 움켜쥐려는 것처럼 어렵고 때로는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진실을 찾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틀릴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법은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어떤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 지은이의 말에서

이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되었습니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법을 보다 친근하고 쉽게 생각하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또 이 책 첫 장에서도 라쇼몽 이야기가 나오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진실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일반인에 다가갈 수 있도록 재미있게 쓰고 싶었어요.

문장에 깊이가 없다든지 등 무슨 비판도 받아들일 용의는 있는데, 재미는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저한테 생각을 많이 했네, 글을 잘 쓰네 라고 하면 예의차린 소리로 들리는데 흡인력이 있다든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라고 하면 정말 기쁩니다. (웃음)

1장에 쓰신 봉천동 친구 사건도 그렇고, 2장에 쓰신 민철 학생 교통 사건도 그렇고 정말 현실에선 소설보다 훨씬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변호사라는 것이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어떤 때는 사건을 마무리한 후 의뢰인에게 '사실은..' 이라고 시작되는 이야기를 들을 경우가 있어요. 정말로 믿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특정 독자를 의식하고 쓴 것은 아니지만 로스쿨에 진학을 희망하거나 법률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데 정말 믿기 어려운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검사를 하건 판사를 하건 처음에는 선배에게 네가 보는 것이 진실이다라는 훈련을 받아요. 초년병에는 이렇지 않을까, 저렇지 않을까 헤매다가 오히려 상식에 따른 판단을 못할 수가 있어서 그렇거든요. 그런데 백 건의 사건 중 한 건은 그렇지 않은 것이 있어요. 100% 이렇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것이 아니었다는. 그 점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있으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오랜 시간을 법률가로 살아오셨는데, 변호사님이 생각하시는 법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요.

법은 모든 사람의 입장을 들어야 하고, 또 어떤 판결을 냈을 때의 파장에도 흔들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법의 역할은 소수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법에는 민주적 정당성이 없습니다. 선거에 의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죠.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럴 때 원칙을 지켜주는 것, 그것이 법입니다.

법률가가 가져야 할 자질 같은 것이 있다면요?

판사가 되건, 변호사가 되건 가장 중요한 것은 선입견이 없어야 합니다.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고, 모든 입장에서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 판단을 내려야죠.

형사 법정을 가보면 피고인이 정말로 불쌍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가족들은 울고, 이 사람은 생계를 책임지고 있고. 음주운전을 다섯 번 했는데, 피해자도 없는 사건인고 본인도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가족들은 울고 있고, 이런 상황은 방청객이 봐도 불쌍하죠. 어떻게 보면 용서해주면 끝인데 그것은 자기 책임을 방기하는 거거든요. 검사 입장에서는 거기서 욕을 먹고 미움을 받더라도 이 사람에게 벌을 달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한 외로운 점도 있죠.

법은 재미있나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사건을 보다 보면 탐욕, 사랑, 기만 등 인간의 모든 본성이 다 드러납니다. 한 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지요.

대학 동기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30년 후의 자기모습을 '작가'라고 썼다는 금변호사는 나중에 소설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부끄러운 듯 내비쳤다.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또 세상과 소통한다는 점"에서 글쓰기가 너무 좋고, 또 글 자체가 무작정 좋다는 금변호사가 다음에 내고 싶은 책을 살짝 공개하면 사건을 통해서 우리나라 사회를 엿볼 수 있는 그런 책이란다. 두 번째 책 출간 후 다시 그의 서글서글한 웃음을 볼수 있기를 바라며, 금변호사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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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디케의 눈

<금태섭> 저10,800원(10% + 5%)

『디케의 눈』은 법을 다루는 절차와 과정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게 하기 위해 18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일반 국민들을 비롯하여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체계가 진정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책이다. 책은는 흥미로운 사건과 그 처리 결과를 보면서 자칫 딱딱하고 차갑게 여길 수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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