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안 드는 만화가 이우일의 유머만빵 그림일기 -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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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 때문에 털 달린 동물이라면 질색하시는 할머니와 같이 사는 나는 어려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게 꿈이었는데, 키우자고 졸랐던 건 항상 강아지였지 고양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귀여운 얼굴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와는 달리 예민하고 신경질적일 것 같은 고양이는 좋아하기는커녕 무서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 고양이 ‘카프카’는 좀 다르다. 눈처럼 새하얀 털에 동그랗고 파란 눈, 거기에 겁이 많고 소심하단다. 한쪽 송곳니가 누워 난 관계로 한쪽 송곳니만 내놓은 채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 좋아하는 자세는 사람처럼 두 다리 뻗고 앉기라니, 귀엽잖아~!
카프카는 이 책에서 자신을 한숨짓게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토로한다. 나이를 먹어도 철이 안 드는 만화가 이우일 씨, 집 안의 온갖 일을 도맡아 하는 ‘말단’ 그의 아내, 아빠보다 고양이가 우선인 초딩 딸 은서, 그리고 대책 없이 살아가는 몇몇 엑스트라들까지. 그들에게 일어난 시시콜콜한 사건?사고들을 43가지 에피소드로 엮어 그림일기로 담았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단연 이우일인데, 카프카가 바라본 그는 대충 이렇다. 1. 일본 공포 영화를 보고는 무서워서 2층의 자기 작업실에도 못 올라간다. 2. 쓸데없는 수집품에 대한 집착은 엽기적인 수준으로 오래된 물건은 하나도 못 버리면서 집착을 버리란다. 3. 가만히 누워 마구 부려먹으면서 진정한 가족이란다. 4. 혼자 있는 게 편하다면서 밤이면 밤마다 외로움에 시달린다. 5.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고 각종 비타민은 복용하면서 못 말리는 골초다. 대충 봐도 골 때리는 소심쟁이이자 모순 덩어리이지 않은가.
‘만약 내가 카프카라면 방금 내가 한 말과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상상으로 시작된 이우일의 고백은 카프카의 시선을 빌려 써내려 갔기에 더 코믹하고 더 진솔하다.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창피한 실수부터 숨기고 싶은 신체적 비밀까지 거침없이 담았으니 누구보다 용감한 자기반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철없고 한심한 인간들을 보며 툭툭 내뱉는 카프카의 시크한 발언에 낄낄거리며 웃는 사이, 남들에게는 숨겼지만, 가족들에게만 보였던 못난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삐뚤어진 내 마음 한구석이 들춰진 것 같아 뜨끔하기도 하다. 그러다 나중엔 우리가 쓸데없이 집착하고 고민했던 문제들을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기는 카프카를 보며 그 여유를 닮게 되고, 따뜻한 위로마저 받는다.
우리를 비웃는 카프카도 사실은 허점투성이다. 쥐를 무서워하는 주인은 무시하면서 자신은 정작 쥐를 본 적도 없고, 손도 안 씻고 자기를 쓰다듬는 인간들을 더럽다고 깔보지만 자기는 뭉친 털에 응가나 묻히고 다닌다. 이런 카프카이기에 도도한 그의 멘트들은 어처구니없이 우습고 오히려 사랑스러운 것 일거다.
카프카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건 각 에피소드에 들어간 그림들이다. 귀여운 카프카의 모습은 물론이고, 생생한 상황표현과 4차원적인 멘트들로 가득한 이 페이지들은 분명 만화가 이우일의 열혈팬들을 배로 늘릴 것임에 틀림없다. 사는 게 지루해서 힘들다거나 배가 아플 정도로 웃어본 지 오래되신 분,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주저 말고 이 책을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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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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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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