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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을 사랑한 한 남자의 '홍콩영화 이야기'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주성철

“이 1분은 이제 지울 수 없는 1분이 됐어. 내일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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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른다’는 건, 한편으론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틀렸다. 어떤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멈춰버린 순간이 있다. 더 이상 흐르지 않는 시간으로 박제된 순간. 누군가는 그래서 한순간을 잊는 데 전 생애가 필요하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한편으론 맞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틀렸다. 어떤 시간은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멈춰버린 순간이 있다. 더 이상 흐르지 않는 시간으로 박제된 순간. 누군가는 그래서 한순간을 잊는 데 전 생애가 필요하다. 어떤 안간힘을 써도 지워지지 않는,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은 흐르지만, 멈추기도 한다. 나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 있다. 나도 흐르지만, 나는 흐르지 않는다. 아마도, 수리진(장만옥)이 그러지 않았을까. 모든 것은 이말 때문이었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우리는 함께 했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했던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이 1분은 이제 지울 수 없는 1분이 됐어. 내일 다시 올게.”


<아비정전>. 장국영(아비)이 장만옥에게 행했던 궁극의 작업멘트. ‘1분’으로 한 여자의 모든 것을 진압하고야 말았던. 고작 60초에 불과한 시간이라고 반박할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그 무엇으로도 표백할 수 없는 시간이요, 멈춰버린 시간. 그건 수리진 스스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1분을 쉽게 잊겠지만 난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역시 토로한다. “그는 나에게 순간을 이야기하고 영원히 지속되리라 했죠. 하지만 그와 헤어진 이후 그를 잊기 위한 순간이 되어버렸어요.”

이건 주술이다. 수리진의 독백이 아닌, 장국영을 기억하는 우리들에게도. <아비정전>. 온전히 장국영의 영화. 왕가위도, 장만옥도, 유덕화도, 양조위도, 장학우도, 유가령도 아닌, 온전히 장국영에 의한.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아비의, 지상에 발을 딛는 순간, 훌쩍 날아가 버린 장국영을 위한. 영원히 늙지 않은 채 박제가 돼 버린 그 남자. 머리카락을 자주 쓸어 올리는 남자. 난 너의 스타일이 아냐, 너와 결혼 따위는 하지 않아, 라고 말하면서 계속 외로웠던 남자. 일 같은 건 하지 않는 남자, 아비.

“‘장국영의 나이 든 모습’이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생경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영원한 미소년 장국영은 우리에게 한 번도 나이든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의 죽음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묘한 느낌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p.50)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다. 2003년 4월 1일, 그것도 만우절에 날아온 소식. 장국영 사망. 그의 사망, 믿기 어려웠지만, 사실 그가 늙는다는 것도, 그가 노인이 된다는 것도 믿기 어려웠다. <아비정전>을 다시 스크린으로 만났다.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의 3일, 서울 광화문 스폰지하우스.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장국영의 남은 흔적, <아비정전>.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주성철 지음|달 펴냄) 출간기념 독자와의 만남이었다. 4월이 아닌 11월에 만나는 장국영은 처음이었다. 그 사람은 1분과 장국영이 엄마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뒷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는 열차에서 죽은 아비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그가 목숨을 끊었을 때와 오버랩 되는 것 같아서.


“언어는 사랑보다 늦게 도착한다”


저자인 주성철 <씨네21> 기자도 생전에 그를 사랑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누군가를 잃고 나서야 찾아오는 사랑. 하지만, 그것은 아이러니다. 김연수 작가는 그랬다. “늘 언어는 사랑보다 늦게 도착한다. 우리는 무지한 채로 사랑하고, 이별한 뒤에야 똑똑해진다. 이 자체가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그의 죽음으로 접했던 시대의 접힘. 나는 그것에 한없이 흔들리던 남자이기도 했다. 그때 난 이렇게 적고 있었다.

“그의 비상이 애틋했던 건 사실 그의 열광적인 팬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살아생전, 최소한 내게 있어 그는 홍콩배우 가운데 퍼스트가 아니었다. 그는 어쩌면 들러리였다. 양조위의 니힐함을 따르지 못했고 유덕화의 터프함에 미치지 못했으며 주윤발의 액션을 따라잡기에도 모자랐다. 그는 그저 잘생긴 ‘백면서생’이었다.

그럼에도 그 죽음은 왠지 서글펐다. 내가 그의 죽음에서 맞닥뜨린 것은 한 시대의 접힘이었다. <영웅본색>(1986)부터 <해피투게더>(1997)까지. 내 청춘의 한 자락을 장식했던 장국영. 그러나 이후 시선에서 사라져버린 그였다. 아주 가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을 뿐, 그는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었다. 전성기를 보내고 신진 세력에 밀린 과거의 스타가 돼 버렸다.

그게 서글퍼서였을까. 아니면 반발이었을까. 그는 극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스스로 끊어버린 목숨. 그것도 높은 고층에서의 추락. 날개 없는 추락, 발 없는 새의 비상은 비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였지만 그의 죽음은 ‘요절’에 가깝다. 어떤 아름다움으로 인해, 영원히 청춘일 것 같은 이미지로 인해.

그랬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던 것이다. 그저 일상에 저당 잡힌 생의 팍팍함은 따져보면 불연속적인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게 만들지 못했던 것도 같다. 그저 변했다고, 바뀌었다고, 습관처럼 말했지만.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으나 실상 그러하지 못했다는 것. 탕진이라곤 없을 것 같던 청춘은 계절을 잃은 꽃처럼 흩날렸다.”


흐르지 않고 멈춘 시간. 수리진에게 1분이 그랬듯, 누군가에겐 장국영은 멈췄으리라. 홍콩영화를 따라 홍콩 곳곳에 배인 어떤 흔적을 좇아 그것을 기록하고 담은 주성철 기자에겐 무엇이 멈췄을까. 영화 따라, 책 따라, 그리고 홍콩 따라, 독자들은 <아비정전>을 만났고, 주성철 기자를 만났다.

“혼자 ‘쇠고기 안심 국수’를 먹고 있던 날도 옆 테이블에 있는 한국 사람들을 봤다. 그들의 얘기를 엿듣자니 셩완 지역 얘기를 하면서 ‘괜히 왔다’고 했다. 지저분하고 길도 복잡하고 캣 스트리트 외에는 볼 것이 없다, 는 게 용지였다. 나에게는 거리 곳곳이 주성치와 장국영의 추억이 깊게 배어 있는 곳이기에 참 씁쓸했는데, 어쩌면 그 날의 기억이 이런 책을 쓰게 했는지도 모른다.” (p.109)

오늘 영화로 <아비정전>을 고른 이유가 있나. 책에도 <아비정전>이 16번 이상 가장 많이 언급되던데…

“책을 쓰고 분량이 넘쳐서 삭제를 했다. 물론 배분하면서 삭제한 건 아니고. 최종 결과물을 보니 장국영에 관한 부분이 가장 많더라. 평소 장국영을 아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 당시만 해도, 장국영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면, ‘혹시, 너…’ ‘뭐…’, (웃음) 그런 분위기였다. 대놓고 좋아한다고 얘기는 못했지만, 책을 완성해 보니 그가 가장 많더라. 얘기는 안했지만 장국영을 사랑했구나, 생각했다.

<아비정전>, 장국영에 대한 느낌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 ‘발 없는 새’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됐다. 필리핀의 울창한 숲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데, 결국 (극중에서) 장국영이 죽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동사서독 리덕스>를 보니, <아비정전>의 구도로 완성했더라. 왕가위 감독이 장국영을 가장 사랑했구나, 양조위는 옵션이었구나 생각했다. (웃음) 장국영, 하면 <해피투게더>와 <아비정전>인데, 둘 다 블루레이가 나왔다. 블루레이도 다 봤는데, <아비정전>은 필름의 느낌이 더 좋아서, 오늘 이렇게 선택했다.”


캐슬 로드 말고 어디가 기억에 남나?

“캐슬 로드는 다녀오신 분이 있었고, 블로그 올린 걸 보고 찾아갔었다. 영화 속에선 유덕화가 순찰을 돌다가 공중전화 박스 옆에서 장만옥과 만난 길이다. 장학우가 차를 끌고 가다가 유가령에게 타라고 했던 길도 캐슬 로드고. 이 길은 굉장히 높고, 한참 걸어야 한다. 트램이 다니는 그 길도 기억난다.

“아비(장국영)는 극장 매표소에 일하는 수리첸(장만옥)에게 접근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둘은 헤어지게 되고 자신의 짐을 찾으러 아비의 집을 다시 찾았다가 언제나 같은 코스를 돌며 순찰 중인 경관(유덕화)을 만난다.” (p.93)

“셩완은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에게 버림받은 장만옥과 경찰 유덕화가 만나던 ‘캐슬 로드’,…<아비정전>의 그들은 이제 전화박스 앞에서 이별을 경험한다. 유덕화는 매일 밤 전화박스 앞을 서성이지만 끝내 장만옥은 나타나지 않는다. 유덕화는 “그녀는 그저 말 상대가 필요했던 것일까”하고 읊조리고는 그곳을 떠나 선원이 된다.”(p.90, p.92)


또 하나는 장만옥이 일하는 스타디움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혼자 청소하고 먹을 것을 파는 규모가 아니라, 굉장히 큰 규모가 됐다. 극중에선 축구장처럼 나오는데, 실제론 영국에서 많이 하는 크리켓인가, 그걸 하는 경기장이다. 현재는 영화 속 모습과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책에는 장국영의 추억이 깃든 장소도 꽤 많이 나온다.

“책에 관지림과 만난 부분이 있다. 그때 굉장히 놀랐다. 홍콩에서 실재 인물을 만난 게, 관지림과 진가신 감독 부부다. 그런 걸 겪고 책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관지림을 만났을 때는 이랬다. 장국영이 호텔의 벽 쪽 자리를 좋아했다하니 여기까지 와서 앉아보고자 했다. 아마 당시 호텔 종업원은 이 사람이 뭐하나, 싶었을 거다. (웃음) 오랫동안 기다리다 그 자리에 앉았는데, 관지림이 오는 거다. 아는 척 할까 말까 고민하다 아는 척을 했더니, 그쪽 자리에 장국영이 정말로 앉았다고 하더라. 한국 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장국영과 관지림이 실제로 친했다더라. 그래서 더욱 생각이 난다.

“완차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의 티핀은 뷔페처럼 다양한 메뉴를 원 없이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다 제쳐두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오직 장국영 때문이다.… 1962년생인 관지림은 어느덧 오십대를 향해 달려가는 배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눈에 띄었다.… 그렇게 바로 옆자리였기에 말을 걸어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사진을 함께 찍고 싶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든 손은 계속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다 용기를 냈다.” (p.43~44)

‘예만방’(해피 밸리에 위치한 장국영이 그의 누나 장녹평과 그 어린 조카들과 종종 들렀던 딤섬 전문점)의 사인앨범에서 장국영 사인을 발견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책에선 (주인아저씨를) 굉장히 친절하게 묘사했지만, 실제론 무표정하고 무서웠다. (웃음) 장국영이 구석에 사인한 것을 보니, 굉장히 울컥했다. 그 기분을 달래려면 술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 장국영이 종종 들렀던 카페(일식주점 ‘모정’)에 갔는데, 못 들어간다고 해서(개업 20주년 기념일이라 아는 사람들과 조촐한 파티를 하기위해 일찍 영업이 끝나서)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기억도… (웃음)”


“오랜만이어서인지 찾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가게는 이미 문 닫을 시각이 훌쩍 지났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인을 찾았는지 씩 웃으며 그의 사인을 보여줬다. 너무 고마워서 ‘땡큐’를 연발하고 있는데 그의 마지막 말이 묘하게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의 사인은 다른 사람들이 다 사인하고 난 다음 가장 마지막에 빈자리를 찾아 한 것처럼 오른쪽 가장 아래에 있었다. 그 페이지에 가장 처음으로 사인을 한 게 그일 텐데, 그건 누가 봐도 그가 가장 나중에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남들과 함께 그 페이지를 채우고 싶은 장국영의 깊은 배려심이라고 할까.” (p.25~26)

<아비정전>, 왕가위의 뿌리 같은 영화다. 우리나라의 90년대, 왕가위 감독이 끼친 정서적 영향도 대단했다. 영화 어떻게 봤으며,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

“무용담, 많잖나. 영화 상영 중에 ‘이게 무슨 영화야’하면서 창문이 깨지고… (웃음) 김경욱 소설(『장국영이 죽었다고?』에도 그런 장면이 묘사돼 있다. 나도 직접 보진 못하고 들었는데, 이 영화 개봉 전 현지 취재를 갔는데, 장국영은 기분이 다운 돼 있고 화가 나 있었다. 왕가위와 장국영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다. 장국영은 기자가 접근도 못할 정도로 무서웠고, 장학우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이때 기념비적인 사진이 하나 있다. 한국의 한 사진 기자가 왕가위에게 가위를 쥐어주고 그걸 사진으로 찍었다. (웃음)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왕가위 감독이 가위를 들고 찍은 사진이 있다. 그때는 한국영화계와 홍콩영화계 가까웠던 때라 이상한 건 아니었는데, 그런 기억이 난다.

이 영화는 등광영이라는 제작자가, 왕가위 감독에게 <열혈남아> 같은 영화를 만들어라, 장국영과 유덕화가 필리핀에서 마피아와 총격전을 벌이니, 돈 대줄게, 하고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나왔다. (웃음) 등광영은 결국 파산했다. 왕가위로 보면, 이 영화는 그 당시에 없던 아트필름이었다. 대화도 관습적으로 찍힌 장면이 하나도 없다. 유심히 볼 장면이 거울과 커튼, 시계 같은 것들이 나오는 장면이다. 왕가위가 자의식을 드러내는 장면들이다.

지금 왕가위 작품을 보면, 그 당시 <열혈남아>를 본 느낌으로 <아비정전>을 보곤, 굉장히 놀랐다. 이게 뭐지. 필사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열혈남아>와의 연결선을 찾았다. 장만옥이 <아비정전>에서는 마카오에서 온 시골여자인데, <열혈남아>에서도 사촌을 찾아 홍콩에 온 여자로 묘사돼 있다. 또 하나는 <열혈남아>의 마지막이 식물인간이 돼 교도소에 있는 유덕화에게 장만옥이 귤을 까주는 장면인데, <아비정전>을 보면 오렌지를 까먹는 장면이 있다. 그 당시, 울컥했다.

대사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왕가위가 그리고 있는 절대적 사랑에 대한 대사 같은 거다. <열혈남아>에서 “너 살인청부업 하지 말라”고 하니, “나한테 잘해주지 마세요”, 라고 박차고 간다. <아비정전>에서 유가령은 이미 장국영과 관계가 끝난 걸 알고, 장학우에게 “나한테 잘해주지 마세요”, 라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대사가, “죽을 때까지 사람은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인데,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 알고, 다시 만날 수 없는 걸 알지만, 끝내 믿을 수밖에 없는 절대적 사랑을 얘기한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거다. 이런 것이 <화양연화>, <해피투게더> 등으로 연결되지 않나 싶다. 당연히 이 영화는 앞선 <열혈남아>와도 다르고 이후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모두 담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상세하게 찾아가는 지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추후에 이런 책을 낸다면 콘셉트를 왕가위 영화만 한다든가, 신을 따라가면서 한 영화를 돌 수 있도록 하는 기획이나 계획? 없는지, 혹시 써 줄 순 없는지.

“일종의 A/S를 얘기하는 건가. (웃음) 책 나오고 나서 아쉬운 게 있다. 책 중간에 유덕화와 양조위를 비교하면서 썼듯이, 중요한 인물을 군데군데 넣었으면 했는데, 그걸 못했다. 나중에 보니 색인을 만들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쉽더라. 지도는, 홍콩에 처음 가는 사람이 이 책을 들고 가면 큰일나는 거라서… (웃음) 다음에 하면, 홍콩에 도착해서 시내까지 어떻게 들어가는지, 지하철 어떻게 타면 되는지 등을 넣고 싶은 마음도 있다. 조금 불친절한 책이긴 하다.”

“말하자면 이 책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당신이 더 많은 페이지를 새로 써 주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p.429)

영화를 굉장히 옛날에 봤는데, 오늘 본 것과 장면이 다른 게 있는 것 같다. 새롭게 본 장면도 있는 것 같고, 버전이 여러 개 있나.

“내가 알기론, <열혈남아>는 마지막 장면이 다른 버전이 있는데, 이 영화는 같다. 장면을 비교해 보려고 옛날에 출시된 비디오, DVD, 필름을 함께 봤는데, 오늘 필름으로 본 것과 같았다. 내가 홍콩영화에서, 여자가 청소하는 장면을 되게 좋아한다. (웃음) 이 영화를 볼 때도 유가령이 그렇게 청소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청소하는 장면은 꼭 기억해두는 편인데, 똑같다.”

홍콩영화 좋아한다는데, 어떤 계기로 빠졌나. 홍콩 여배우 중에는 어떤 배우에 관심?

“예전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통로가 동시상영관밖에 없었다. 동시상영도 홍콩 무술영화와 한국 애로 영화를 같이 하는. (웃음) 그땐 벗고 뒹굴거나, 싸우다 죽는 영화밖에 없는 줄 알았다. 영화라는 걸 본다고 처음 인식한 게 <영웅본색>이었다. 이후 홍콩영화에 빠져 살다가, 배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처음 느낀 게 <아비정전>이었다.

배우는 주성치, 유덕화, 장국영, 주윤발 다 좋은데, 여배우는 지금도 여전히 장만옥이다. 다만 안타까운 건, 지금 활동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서, 파파라치 사진에만 찍히고. (웃음)”


“홍콩으로 떠나고 싶었던 건 너무 자연스러웠다. 나에게 홍콩영화라는 무한한 판타지를 영원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궁극의 방법은 그 장소를 직접 찾아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p.428)

좋아하는 감독은 누구인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두기봉이다. 예전 홍콩 느와르와는 다른 방식으로 홍콩 느와르를 만들고 있다. 내가 홍콩이라는 공간을 좋아한다고 느낀 게, 두기봉 영화를 보면 참 좋더라. 오늘 <초능력자>라는 영화를 봤고, 예전에 장훈 감독의 <의형제>를 보면서 좋다고 느낀 이유가, 최근 한국의 젊은 감독들이, 홍콩영화를 예전에 좋아했을 것 같은 감독들이, 종로 등을 옛날 홍콩영화가 침사추이를 다뤘던 것처럼 묘사하더라. 지금 홍콩영화가 예전만큼 실시간으로 인기를 끄는 건 아니지만, 아직 그 영향력이 발휘되고 있구나 생각돼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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