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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와의 스킨쉽을 시도한 이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팔을 맞대고 앉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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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고령의 융 심리학자이며 작가인 매리언 우드만 여사의 <여성, 파워, 영혼>이라는 연설을 듣고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37일 동안: 행복을 부르는 37가지 변화
패티 다이 저/박유정 역 | 이숲
당신의 삶이 37일 남았다면, 지금처럼 살겠습니까?
저자의 아버지가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정확하게 37일 후에 세상을 떠나는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는 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37일만이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면서 그 뼈아픈 통찰을 통해 『37일 동안』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37일 동안 우리가 하루하루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후로도 어떻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것인지, 늘 미래로 미루는 행복을 어떻게 지금 느낄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살다 보면 내 안에서 불타오르던 열정이 사라져버렸음을 깨닫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렇게 사라진 열정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다시 불타오른다.
우리는 열정의 불씨를 되살려주는 사람에게 감사해야 한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




80세 고령의 융 심리학자이며 작가인 매리언 우드만 여사의 <여성, 파워, 영혼>이라는 연설을 듣고 나는 큰 감명을 받았다. 그분은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이 세상에 여성 원리(여성성을 사회?문화?사상 등을 움직이는 원리의 중심에 두는 사고. 역주)가 부재하는 현상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우드만 여사 연설의 핵심은 ‘성’이 아니라 ‘에너지’였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가부장제가 주창하는 힘의 원칙이 풍자의 대상이 된 오늘날 세태를 생각할 때,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여성 원리입니다. 수용적인 자세, 영혼, 마음과 같은 것들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입니다. 여성성은 인간의 존재, 즉 깊고 느린 내면의 세계를 지탱하는 에너지입니다. 여성성은 사람 사이에서 관계성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우리 사이에 서로 비슷한 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서로 소통할 수 있을까?’ ‘상대가 나를 볼 수 있을까?’ 등의 문제에 관심을 보이죠. 어쩌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상대가 나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를 신경 쓴다는 점입니다.”

고등학교 연극교사 시절에 우드만 여사는 관찰자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이 연기 연습을 할 때 교사인 자기가 잠시 한눈을 팔면 금세 엉망이 되곤 했던 것이다.

“주변을 감싸던 에너지가 느슨해지고 탁해지고 가라앉으면서 두려움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학생들이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나는 관찰자와 피관찰자가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양자물리학에서는 실험 관찰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즉, 관찰의 행위가 관찰 대상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우드만 여사는 이 사실을 언급하면서 관찰자의 역할을 ‘정말 엄청난 책임감’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반응하거나 또는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어떻게 해야 우리는 타인을 위해 존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사심 없이 타인에 대한 사랑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릴 적 우리에게 자기 눈높이에 맞추기를 요하지 않고,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우리 곁에 있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곁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우리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던 사람은 누구였던가? 여사가 던진 메시지와 질문은 내 가슴 깊은 곳에 와 닿았는데, 그다음에 이어진 이야기는 더 큰 감명을 주었다.

여사가 인도에 머물던 시기에 이질에 걸려 몇 주 동안 호텔 방에서 꼼짝도 못 하는 일이 벌어졌다. 며칠을 방안에 갇혀 지내야 했던 그녀는 어느 날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호텔 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에 남편에게 편지를 쓰려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긴 소파 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몸집이 큰 다갈색 피부의 여성이 나타나더니 소파의 자리가 넉넉한데도 그녀와 소파 끝 사이의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그녀가 너무 가까이 앉는 바람에 두 사람은 서로 팔이 맞닿아 여사는 편지를 쓸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그녀는 자기 공간을 침범당한 것에 화가 나서 얼른 자리를 옆으로 옮겼으나, 그 여성은 다시 그녀 곁으로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제가 옆으로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분은 계속 제 옆에 바싹 다가와 앉는 거예요. 결국 우리는 반대편 소파 끝에 나란히 붙어 앉은 꼴이 되고 말았죠.”

더는 옆으로 갈 공간이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녀는 상대 여성의 팔이 매우 듬직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해서 마르고 몸이 아픈 백인 여성과 다갈색 피부의 건장한 여성은 팔을 맞대고 나란히 앉게 되었고, 언어가 달랐던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그녀는 상대 여성의 따듯하고 듬직한 팔과 존재감에 승복했고 그 여성 덕분에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날도 그녀는 편지를 쓰려고 로비로 내려갔는데, 그날 역시 다갈색 피부의 여성은 그녀 옆에 팔을 맞대고 조용히 앉았다. 사흘째, 나흘째 되는 날에도 그녀는 나타났고 그러면서 여사의 병세는 서서히 호전되어갔다.

두 여자의 소파댄스는 그렇게 일주일간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이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기를 거의 끝낼 무렵, 한 남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제 병에서 완전히 회복되신 것 같군요. 내일부터는 집사람이 오지 않을 겁니다.”

그 남자는 여사 곁에 앉은 소파 파트너를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집사람이라니!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의도적이었단 말인가? 깜짝 놀란 여사가 물었다.

“부인은 왜 날마다 내 곁에 오셨나요?”

남자는 차분하고 간결한 음성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려주었다.

“부인의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매일 부인 곁에 앉아 있으라고 했습니다. 집사람의 따뜻한 기운이 부인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 부부가 그녀에게 베푼 배려와 그들의 행동이 함축한 메시지의 위대함에 그녀는 잠시 말을 잃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분의 아내가 저를 살린 겁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제 곁에 앉아 제가 그 온기를 받도록 배려해준 마음… 그것이 바로 관계성입니다.”

‘타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는 바로 그런 것이다.

● 오늘 밤부터 새로운 인생모토를 ‘필요이상으로 친절해지기’로 바꾸자 - 제임스 M. 배리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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