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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잘 살 수 있는 여자가 결혼생활도 행복하다

남자는 자기에게만 관심있는 여자에게는 관심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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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순원은 여자들이 결혼하면 결혼 전 친정에서 쓰던 책상을 두고 와 집안에 남편의 책상만을 놓는 것에 의문을 표한다. 밥하고 빨래하는 일 이외에 자신만을 위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상징하는 책상이라는 것을 왜 엄마들은 가지지 않는 거냐고. 그가 말하는 엄마의 책상이란 카페에서 귀에 꽂는 이어폰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책상을 가지고 있는 아내들은 대개 이혼해도 잘 살 것 같은 여자들이다. 자신만의 삶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 말이다.

이혼 할 수 있게 되면서 여자들은 행복해졌다

어느 여성 컨퍼런스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제3세계의 여권 문제발표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발언권을 얻은 어느 나이 지긋한 남성이 자신을 모 대학의 교수라고 밝히고 말하기를 오늘날 여성들이 자기 권리를 무리하게 주장함으로써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남성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이혼이 늘어나며 그에 따라 아이들이 불완전한 가정에서 자라게 되어 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여권론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미국에서 여자가 대통령 당내 경선에 나갔고 지금 국무장관 자리까지 꿰차고 있는 마당에 이게 웬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 싶겠지만, 그 세대 남성의 사고방식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 시대의 사회 환경과 자라면서 주입받은 사고 체계 등을 고려해볼 때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그런 생각은 고쳐지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사회적 비난을 고려해 공공연히 말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며 그런 면에서 오히려 그 남성은 특별히 생각이 비뚤어졌다기보다는 나름 용기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시절에는 남자들이 참 살기 좋았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은 무거웠지만 사회에서는 말만 하면 커피를 척척 타다주는 꽃같은 여직원들이 적은 돈을 받고도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해주었고, 집에는 남편이 구박하건 바람피우건 굳건히 자리를 지켜주는 아내가 있었다. 그때는 서구의 치솟는 이혼율을 보면서 우리만은 안정되고 아름다운 가정을 지키고 있노라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그 안정과 평화는 여자들의 희생과 한(恨)을 대가로 한 것이었다. 그 시대 여자들은 결혼생활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이혼할 수 없었다. 사회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고, 이혼 자체가 쉽지 않았으며, 재산분할청구권조차 없었기에 이혼은 여자에게 곧 사회적 자살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가족학자인 스테파니 쿤츠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이혼이 쉬워지면서 결혼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단언한다. 더불어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급격히 줄었다나! 오래전부터 이혼을 밥 먹듯이 하는 것 같았던 미국에서도 협의이혼이 가능해진 건 1970년대 이후부터다. 여자들에게 자립 능력이 생기고 법적으로 이혼도 쉬워져 여자들이 원하면 언제든 이혼할 수 있게 되면서 남자들이 이혼당할까 봐 결혼생활에 더 신경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혼율은 높아졌지만 계속해서 결혼생활을 하는 나머지 사람들은 이전보다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내 주변에 결혼생활을 잘하고 있는 여자들 중 “잘못하면 이혼 해버리겠다”고 남편에게 협박을 일삼는 사람은 없다. 정말 이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여자는 더더구나 없다. 그건 마치 전쟁을 가장 잘할 것처럼 준비한 나라가 가장 평화로운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을 보라. 세계 최고의 핵보유국이고 웬만한 나라 국가예산의 몇 배나 되는 군사비용을 들이면서도 남북전쟁 이래 자기 땅에서 전쟁을 벌인 적은 한 번도 없다.

마찬가지로 그녀들도 다만 ‘남편 없이도 잘 살 것 같은 여자들’일 뿐이다. 당장은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전업주부지만 언제고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자들이고, 그마저 안 되면 금세 다른 남자를 찾아내 결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자들이다. 남편 없이도 외롭기는커녕 전시회 구경이나 실컷 다닐 것 같은 여자들이며, 전화만 하면 밤새 함께 술 마셔줄 누군가가 있을 것 같은 여자들이다. 그녀들 중 남편 없으면 하루도 못 살 것 같고, 빌딩 청소 외의 일자리는 못 구할 것 같은 여자는 없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정말로 잘 살 것인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한 지인은 어느 날 남편이 유난히 살갑게 굴기에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날 저녁 남편이 새벽에 이상한 꿈을 꾸었노라고 고백하더란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그는꿈속에서 느낀 상실감의 영향을 받아서 그날 그렇게 아내를 특별히 대했던 것이다.

셰리 아곱은 여자는 남녀관계에서 안정과 예측 가능한 상태를 원하지만 남자는 흥분과 위험, 예측 불가능한 상태를 즐긴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가 언제든 떠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은연중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내를 최선을 다해 대하는 남자는 없다.



“외로움까지 남편이 해결해줄 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나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능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자는 자기에게만 관심있는 여자에게는 관심없다

나는 오랫동안 밀폐된 곳에서 혼자 일하면 우울증에 걸린다. 이제 집이나 작업실에서 벗어나야 될 때가 됐다 싶으면 짐을 싸들고 카페로 향한다. 그곳에서 차 마시는 사람들 틈에서 창밖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글을 쓴다. 그러면서도 카페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신경 쓰여 항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사람 냄새가 그리워 여기 나왔으면서 한편으로는 그들과 나를 분리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혼자 책을 읽거나 공부 혹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어폰을 끼고 있다.

그렇게 시끄러우면 도서관이나 회사에서 볼일을 보면 될 것을 왜 굳이 ‘공공연히 떠들어도 되는 장소’인 카페에 찾아와 힘들게 집중하려하는 것일까?

아이러니하지만 그게 가족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우리의 태도다. 같이 있고 싶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만 공유하고 싶은 것이다. 다만 가족이나 친구는 상대방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꼭 내가 원하는 부분만을 열어놓을 수만은 없다. 그러나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면식 없는 타인이 아닌가. 그래서 암묵적인 합의하에 그들과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내 마음껏 그들을 외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일하기 위해 카페에 가지만 그곳에서 정말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버리면 전혀 일하지 못한다.

당신과 결혼생활을 하게 될 그도 엄밀히 말하면 타인이다. 타인이 별건가. 그 누구도 나 자신이 될 수는 없으니 내가 아니면 그는 타인이다. 결혼하면 대개 관계가 역전되기 때문에 아내는 남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깊어지고, 남편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현저히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남편에게 더 집착하고 안달하며 예전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은 점점 결혼 전만큼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고 남편만 바라보는 여자에게서 흥미를 잃는다. 그리고 그는 카페에서 이어폰을 끼는 것 같은 일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결혼해서 잘 사는 그녀들은 종종 자기도 남편과 함께 이어폰을 귀에 꽂고 각자 다른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긴다. 남편에게 왜 자기를 바라보고 자기 이야기를 듣지 않느냐고 닦달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남편과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즐기고, 그가 원한다면 자신의 음악도 들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소설가 이순원은 여자들이 결혼하면 결혼 전 친정에서 쓰던 책상을 두고 와 집안에 남편의 책상만을 놓는 것에 의문을 표한다. 밥하고 빨래하는 일 이외에 자신만을 위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상징하는 책상이라는 것을 왜 엄마들은 가지지 않는 거냐고. 그는 자신의 소설에서 “어쩌면 한 집안에서의 엄마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그 책상 위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엄마의 책상이란 카페에서 귀에 꽂는 이어폰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책상을 가지고 있는 아내들은 대개 이혼해도 잘 살 것 같은 여자들이다. 자신만의 삶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 말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결혼해도 남편에게 의존할 생각은 하지 말라. 그렇다고 완고한 페미니스트처럼 굴라는 말이 아니다. 벽에 못을 박는 것을 그가 나보다 더 잘한다면 기를 쓰고 내가 할 필요는 없다. 대신요리는 내가 더 나으니 각자가 잘하는 것으로 서로를 도우면 된다. 내가 말하는 의존이란 내 모든 문제의 해답을 남편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태도다. 외로움이나 정서적 트라우마 혹은 경제적 문제까지 남편이 해결해줄 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쓰러지려 하는 사람이 넘어지지 않도록 조금쯤 힘을 보태줄 선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무게중심을 자기 쪽으로 옮기며 온전히 기대오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 누구나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능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배우자라도 말이다.

신혼 때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때는 남편이 나를 위해서라면 심장이라도 떼어줄 것 같다. 그래서 수많은 여자들이 한없이 남편에게 기대고 의지하다가 점차 실망하게 된다. 그러다 5~6년쯤 지나면 돈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된다. 그런 처량한 만족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그와 내가 서로를 돕는다’는 개념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사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의지라는 것을 할 만큼 대단하고 강인한 존재가 아니다. 예전에야 월등히 근력이 좋은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약자일 수 있었지만 머리로 노동하는 이 시대에는 두뇌 진화가 상대적으로 좀 뒤처져 있다는 남자들이 약자가 되는 면모도 있다. 그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혹시 외롭기 때문에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결혼 전에 서둘러 생각을 뜯어고치기를 바란다.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사람은 언제나 외롭게 되어 있다. 실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보다 누군가가 있는데도 외로운 것이 더 끔찍할 때도 많다. 사는 게 외롭다는 것을 인정하고 혼자서도 즐겁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고 있어야 결혼생활이 주는 의외의 만족감에 기뻐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 결혼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나만의 책상과 혼자서 즐길 수 있는 놀거리, 그리고 굳건한 자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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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남인숙 저 | 리더스북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등으로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고 2030 여성들에게 현실적이고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젊은 멘토로 떠오른 남인숙이, 올해로 결혼 15년차에 접어든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 이후의 삶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이 책은 결혼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채 애정과 사랑만으로 무작정 결혼한 이들의 말 못할 고민을 지켜보면서 쓴,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바치는 ‘언니’의 날카로운 조언이자 뜨거운 주례사이다.






여성을 위한 결혼 관련 도서들

[ 결혼도 잘하는 여자 ]
[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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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남인숙

소설가, 에세이스트. 1974년 서울 출생. 숙명여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부터 방송작가, 자유기고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다. 출간 이후 8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여성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 베스트셀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2004)를 비롯하여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 실천편』(2006),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2008),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2009),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2010) 등 2030 여성을 위한 에세이를 펴내어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 또한 그녀의 여성 에세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몽골에 번역 출간되었고 특히 중국에서는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보이며 자국 위주의 중국 출판계에서는 드물게 비소설 분야의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우는 등 여자에게 솔직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는 멘토의 지침서로서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시대 아시아 여성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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