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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이 화장실에 꽂혀 있으면 좋겠어요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저자 그네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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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는 인도를 노래한다. 밴드 ‘그네와 꽃’의 보컬 그네가 들려주는 인도의 이야기가 쓸쓸하고도 따뜻한 리듬을 타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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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끝이 아닌 끝을 보러 떠나는 것


밴드 ‘그네와 꽃’의 보컬 그네가 석 달 간의 인도 여행기를 책으로 펴냈다. 무대 위에서 듣던 그녀의 이야기를 종이 위에서 읽는 경험이 생소하면서도 반갑다. 이야기는 단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짙은 여운을 남기는 한 마디가 책장을 넘기던 손을 붙든다. 섣부른 짐작도 해 본다. 인도 역시 그녀가 거닐었던 수많은 길들 중 하나일 거라고. 그 길 위에서 그녀는 무엇과 마주쳤을까. 강한 호기심이 손길을 잡아끈다.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까닭에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에는 저자가 걸어왔던 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랑과 상처가 뒤섞인 기억들은 먼 곳까지 따라와 불쑥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난날의 인도가 그러했듯 이제는 모두 흘러가버린 순간들일 뿐이다. 그녀는 다시 돌아왔고 어김없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23일, 대학로의 ‘벙커 1’에서 독자들이 만난 그녀가 그러했듯이. 길게 늘어뜨린 머리와 진한 눈 화장, 곁을 지키고 선 밴드 ‘그네와 꽃’의 멤버들까지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이전의 그녀와는 다른 느낌이다.

 

“인도에 다녀오고 나서 인상이 부드러워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주위 분들이 ‘굉장히 편안해졌고 밝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예전의 저는 잘 웃지도 않고 어설픈 고집을 부리기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실수들도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고요. 그래서 인도에서 돌아온 후에 ‘이 마음으로만 살면 더 이상 힘겨운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힘든 일들이 또 찾아오기는 했지만요(웃음).”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의 출간 기념 콘서트에는 밴드 ‘그네와 꽃’과 탁재형 PD가 함께했다. 『탁PD의 여행수다』를 출간하기도 한 그는 동명의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저자의 인도 여행기를 소개한 바 있다. 탁재형 PD는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에서 그네 씨가 쓴 노랫말에서 느껴지는 압축된 감성과 여행자로서의 자유분방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탁재형 :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라는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그네 : ‘길’이 가지는 의미는 저마다 다를 것 같아요. 저에게 이 책의 제목이 가지는 의미는 ‘끝을 느낄 것 같은 느낌인데 끝이 없다’는 거예요. 언젠가 끝을 보러 또 한 번 가겠죠? 끝이 아닌 끝을 보러 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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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값진 선물


아직까지 작가라는 호칭이 너무 부끄럽다는 그녀는 “가감 없이, 솔직하게” 썼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탁재형 : 책을 쓰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네 : 책을 쓰고 나니까 발가벗겨진 느낌이더라고요. 어렸을 적 이야기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솔직하게 썼거든요. 어쩌면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깨는 게 굉장히 어려웠을 지도 모르겠어요. 책을 쓰면서 많이 사랑했지만 지금은 헤어진 사람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순간들도 있었고요. 그런 과정들이 당시에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니까 또 한 꺼풀 벗겨낸 느낌이더라고요.

 

탁재형 : ‘그네와 꽃’의 새 앨범도 발매됐잖아요.


그네 : 지난 4월에 『엘리펀트 러브』를 발표했어요. 이번 앨범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저희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이 계셨는데, 이번에도 또 다른 위로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다가오는 6월 13일에 있을 단독 공연을 준비 중인 그녀는 이 날도 노래로써 진한 위로를 전했다. 그녀와 함께 무대에 오른 ‘그네와 꽃’의 멤버들은 새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댈 놓아요」를 비롯해 「바라본다」 「제주 그곳」 「엘리펀트 러브」 등의 신곡을 공개했다.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코르도바」 「달콤한 꿈」 「봉구」 「가지말아요」 「헤이보이즈」 와 같은 곡들로 관객들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저는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가 화장실에 놓여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오늘 다 읽어야지’라고 생각하시기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시면 될 것 같거든요. 책 속에는 로맨스도 있고,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고, 여행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많아요. 여행에 대한 정보보다는 ‘사람’과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에서 그녀는 고백했다.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이 주는 시선”에 두려워했던 순간들도 있었음을. 그러나 인도를 여행하며 “낯설기만 했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온기를 느꼈”고 자신을 짓누르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바라보는 시간도 가졌다.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한결 가벼워진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말한다. “떠나 본 사람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값진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물론 여전히 나는 때때로 아파하고 지쳐 숨어 있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상황으로부터도 도망가지 않는다.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 힘이 좀 빠지다가도 좋은 사람들의 응원에 다시 눈에 힘을 준다. 그리곤 가슴속 꽃이 시들어 갈 때쯤 또 길을 나선다. 인도를 갈 때와는 다르게 떠나는 나는 씩씩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중략) 길은 끝도 답도 보여주지 않지만 나는 걸어갈 것이다. 그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한다. 두 손 모으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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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끝을 보여주지 않아그네 저 | 이담북스(이담Books)
노래하는 여자 그네, 태연한 척 했지만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이 주는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인도로 향했다. 저자가 여행을 마치고 가져 온 것은 오랜 시간 저자를 짓누르고 있던 상처를 만나 한결 가벼워진 자신의 모습과 낯선 사람들을 만나 담아온 마음의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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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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