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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거짓말 속에서 진실과 포옹하자”

김탁환 장편소설『거짓말이다』 출간 기념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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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세 번씩 매일 심해로 들어가면 열에 아홉은 치명적인 잠수병에 걸립니다. 잠수를 다시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거나 목숨이 끊길 수도 있어요. 지구상에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잠수를 시키는 나라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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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서울시청 구청사 바스락홀에서 『거짓말이다』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열렸다. 저자인 작가 김탁환은 방대한 자료 수집과 완벽한 고증으로 역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평가받는 뛰어난 소설가이다. 또한 김탁환은 다양한 역사 소설 말고도 사이언스 픽션이나 영화, 드라마 등 여러 미디어 콘텐츠 협력 작업에도 참여하며 자신의 영역을 갈수록 넓게 개척하는 작가이다. 대표작으로는 『압록강』, 『독도 평전』, 『나, 황진이』 등이 있다.

 

작가는 데뷔 20주년을 맞아 2014년 한국에서 벌어진 대형 해난 사고를 목격한 후 자신이 느낀 바와 함께 참사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거짓말이다』를 출간했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민간 잠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사건의 진실들에 관해 솔직한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말을 건넸다.


믿기지 않는 현실이 가지고 오는 공포

 

제 꿈에 찾아든 꽃들은 모두 질문으로 만든 꽃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어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사람은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닐 겁니다.
-『거짓말이다』 85~86쪽

 

『거짓말이다』의 초반부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채로 침몰한 여객선 사건이 일어난 뒤 주인공인 나경수 잠수사가 동료 잠수사의 연락을 받고 맹골수도로 급히 내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바다 깊숙이 가라앉은 배의 내부로 진입할 잠수사 수가 너무나도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나경수는 좁은 선내를 어렵게 헤치고 들어가 죽은 이들을 차가운 바다에서 ‘모시고’ 오기 시작한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어가면서 잠수사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의문과 안타까움을 가지게 된다. 소설은 탄원서 형식으로 흘러가고 세월호 유족들의 이야기와 현장에 있던 이들의 목격담도 중간중간 삽입된다.


“선내에서 실종자를 발견하면 수습은 어떤 식으로 합니까?”
“바지선을 떠날 때까지 명심할 사실을 가르쳐 주겠다. 잘 들어! 여러분이 도착한 오늘까지, 선내에서 발견한 실종자를 모시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두 팔로 꽉 끌어안은 채 모시고 나온다! 맹골수도가 아니라면 평생 하지 않아도 될 포옹이지.”
- 같은 책, 33쪽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리가 갈 정도로 선내를 밤낮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끌어안고 올라온 나경수를 기다린 것은 최소한의 대우나 따뜻한 격려가 아니었다. 나경수를 기다리는 것은 시체 한 구를 끌어안고 올라올 때마다 높은 가격을 받지 않았느냐는 손가락질을 포함한 온갖 비난의 목소리들이었다. 나경수와 동료 잠수사들은 돈을 노리고 모인 비윤리적인 잠수사들로 도리어 몰리기 시작하며 법정에까지 서게 된다.

 

 

여전히 거짓말


『거짓말이다』에서는 세월호 사고 때 언론을 포함해 제 역할을 해야 했던 어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로 인해 괴로워지는 사람들만 더 생겨났다는 내용이 나온다. 소설가 김탁환은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진행자이기도 하다. 소설 『거짓말이다』를 출간하며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사고에 관한 진실과 거짓말을 알리고자 하였다.

 

이번 행사에 소설가 김탁환과 함께 함께 참가한 황병주 잠수사는 소설 속 잠수하는 장면 묘사들이나 현실과 관련된 서술들이 굉장히 사실적이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책을 집필하는데 소설가의 ‘노력’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실제로 황병주 씨는 세월호 수습 이후 몸이 급격히 안 좋아져 잠수를 더는 못하고, 주 3회 정도 투석을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 당시 얼마나 상황이 열악하고 잠수사들에게 가혹한 일이었는지 황병주 씨의 이야기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루에 두세 번씩 매일 심해로 들어가면 열에 아홉은 치명적인 잠수병에 걸립니다. 잠수를 다시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거나 목숨이 끊길 수도 있어요. 지구상에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잠수를 시키는 나라는 없습니다.


잠수사도 인간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에요. 그들은 존중했다면 잠수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면, 절대로 그딴 식으로 맹골수도에 내려가라곤 못합니다.”
- 같은 책, 204쪽


책 속에서 언론에 나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들로 유가족들은 물론 잠수사를 비롯한 죄 없는 이들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 민간 잠수사들은 잠도 자지 못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일했고, 인력이 부족해 잠수를 무리하게 해야 했다. 세월호 수습을 마친 후에도 잠수사들 대부분이 잠수하고 물 위로 나온 뒤 뒤처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잠수병을 얻게 되며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더한 것은 책임 전가를 받은 잠수사들이 법정에 서게 되는 과정이었다. 주인공인 나경수는 소설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출간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故 김관홍 잠수사를 투영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사고에 연관된 모든 안타까운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책의 맨 앞에 바다 호랑이, 김관홍 잠수사를 기억하는 문구가 적혀 있고, 작가는 그를 잊지 말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말길 염원하고 있다.

 


우리가 만날 곳

 

작가는 슬픔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책과, ‘진실’과 마주하기를 권했다. 행사에서 독자들과 나눈 이야기 말고도 더 많이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책에 나와 있으며 책 읽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이 『거짓말이다』를 읽기가 무섭다, 힘들다고 말하는데 어쩌면 이건 현실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부분일 수도 있다고 하며 모두를 격려했다.

 

“잠수사들 이야기가 잘 모르시는 이야기이지만 인양이 있기 전까지 이분들은 세월호 사고에 유일한 목격자들이시고 굉장히 중요한 분들입니다. 『거짓말이다』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고 더 자세히 이 일들에 대해 쓰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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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다김탁환 저 | 북스피어
데뷔 20주년을 맞아 작가 김탁환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2014년 한국에서 벌어진 대형 해난 사고를 목격한 작가는 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구상에서 출간까지 최소한 3년은 집중한다는 원칙을 깨고, 심해로 내려가야만 했던 민간 잠수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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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소중(예스24 대학생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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