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독립출판물 저자를 만나다] 즐거운 소비, 가능한가요? – 박미정 대표

<월간 채널예스> 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돈을 쓰면서 죄책감이 느껴진다면 『적정 소비 노트』로 소비 생활을 점검해보자. (2018. 02. 02)

20180118__박미정-(2).jpg

 

 

돈만 많으면 내가 가진 불안이 해결될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하고 가상 화폐를 사나 보다. 그러나 돈이 많아도 적어도 우리는 늘 돈 걱정을 한다. ‘욜로’, ‘탕진잼’을 외쳐도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아끼면서 살아도 과연 노후까지 충분할지 불안하다. 이런 이들에게 경제협동조합 푸른살림 박미정 대표는 ‘적정한 돈 쓰기’, ‘행복한 돈 쓰기’를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해왔다. 전작 『적정 소비 생활』 을 이은 『적정 소비 노트』는 가계부를 써보려 해도 작심삼일, 소비 내역을 보면 마음만 아픈 사람을 위한 특별 처방이다. 다이어리 형태의 가계부이지만, 다이어리라고 해서 1월부터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새해 계획에 실패했다면 굴하지 말고 다시 2월부터 시작해보자.

 

『적정 소비 생활』 을 아시는 분이라면 쉽게 다가갈 책이지만, 처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소비 습관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올해 처음부터 시도해보시라는 뜻으로 다이어리 형식으로 책을 냈어요. 3년 정도 준비하면서 여러모로 수정했는데,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씩 나이대와 결혼 여부에 따라서 내용을 나눠 출판할 생각이에요.”

 

 

20180118__박미정-(3).jpg


 

『적정 소비 노트』 에서는 현재 가진 돈과 빌린 돈을 정리해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소비 예산을 만들고 예산안을 토대로 한 달의 씀씀이를 살펴본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조망해 라이프 플래닝까지 거치면, 기존의 금융 상품 중심의 저축 계획에서 삶 중심의 저축 계획을 생각하게 된다.


“송송책방의 김송은 씨가 전작 『적정 소비 생활』 의 편집자였어요. 제 책이나 적정 소비와 관련해서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편집자죠. 누가 먼저 제안했다고 할 것 없이 매년 같이 내기로 했어요. 편집자는 고정적으로 필자를 확보하고, 푸른살림에서도 매년 편하게 작업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일이죠.”


기획부터 집필, 디자인, 배급 등 여러 분야를 한꺼번에 한 명이 맡는 독립 출판과 다르게, 『적정 소비 노트』 는 전작에서 만난 인연을 바탕으로 저자와 편집자가 서로 협업해 만들어졌다. 저자는 내용에 조금 더 집중하고, 편집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다.


“대량으로 인쇄해서 재고 때문에 고민하고 싶지 않았어요. 독자들도 후원으로 시작하면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돈 관리 상담을 받으면 자발성이 떨어지거든요. 저만 해도 그럴 것 같아요. 간섭당하는 느낌이 들고, 자기 관리 못해서 야단맞는 느낌도 들 거고요. 그런 기분을 조금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적정 소비 노트』 는 텀블벅에서 후원을 받아 자금을 마련했다. 후원 금액에 따라 『적정 소비 노트』 와 함께 저자 직강, 책갈피, 일대일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왜 돈을 쓰는데도 불행한지 생각해보면 심리 문제가 나오더라고요. 『피로사회』 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기에게 너무 혹독한 사회 같아요. 과소비하지 말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라고 말이 많지만, 그렇게까지 과소비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살면서 예쁜 구두 한 번쯤 살 수도 있죠. 그런데 남과 미래를 위해 먼저 쓰고 그다음 자기를 위해 써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있어서 스스로 불편해해요. 남이 소비하는 걸 보면 생각이 없다고 비판하고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으니 남을 욕하는 거죠.”

 

 

20180118__박미정-(4).jpg


 

가계부를 쓰다 보면 자신의 삶이 생각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계부에 나타난 부모님 용돈은 생각과는 다르다. 옷을 너무 많이 샀다고 느끼면 죄책감에 의류비 대신 생활비로 넣는다. 가계부를 쓰면서도 ‘분식 회계’를 하는 것이다.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사람마다 상황은 전부 다르니까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보게 될까 고민하다가 가계부 양식을 생각했어요. 지출 내역만 쓰면 돈이 없어졌다는 인식만 있어서 죄책감만 들어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얼마만큼 써도 된다는 한도를 정해주는 게 중요해요. 아무리 아껴 써도 생활비로 이 정도는 써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야 아끼거나 소비해야 한다는 강박이 줄어들거든요. 30만 원이 한도라면 10만 원을 3번 써도 되고 1만 원을 30번 써도 된다는 거죠. 특히 청년들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박미정 대표에게 소비 만족도는 액수의 문제가 아니다. 액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오히려 잘못 썼을 때 오는 불행이 훨씬 크다. 『적정 소비 노트』 를 쓰는 이유는 단순히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산 안에서 자신이 어떤 곳에 돈을 쓸 때 행복한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용을 쓰면서 수입과 지출 간 균형 맞추기에 집중하시는데, 그 안에서 소비의 질과 자신의 성향, 내가 뭘 할 때 좋아하고 뭘 할 때 아까워하는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에 대한 경제적 관찰 일기를 쓰는 거죠. 잘했다 못했다 하지 말고 일단 있는 그대로 보면서 경제적인 성향을 발견하는 거예요. 누구도 나한테 어떻게 하면 행복하다고 조언할 수 없어요. 푸른살림에서도 재무 상담을 진행하지만, 상담만으로는 재무 상태를 통제하기 어려워요. 『적정 소비 노트』 를 시작으로 적정 소비를 실천해보시면 좋겠어요.


소비를 무서워만 하면 돈과 잘 지낼 수 없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예하지 않는 경제 생활을 하다 보면 ‘소비는 즐거운 행위’라는 마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