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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나만 불편하고 예민한 게 아니었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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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차도 있겠지만 아마 각자가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온 세상이 그만큼 달랐던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2018. 0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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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내는 남편의 여동생을 ‘아가씨’라고 부르고, 남편은 아내의 여동생을 ‘처제’라고 부르는지, 시어머니는 왜 (남편이 하면 될 것을) 내게 한 달에 한 번씩 안부 전화를 해달라고 하는지 아내이자 며느리로서 느껴왔던 불편함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러자 많은 독자들이 박은지 작가의 글에 공감 버튼을 눌렀다. 사실은 많은 아내이자 며느리들이 그렇게 생각해왔던 것이다. 누구도 ‘혼자서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딘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위로를 얻는다. 거기다 그 사람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하나하나 짚어주며 세상을 향해 묵직한 돌직구를 날려준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지나친 오지랖과 관심 때문에 지치고 답답한 이들을 위해 그녀는 오늘도 글을 쓴다.


먼저 책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브런치에서 연재하던 글로 책을 펴내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출간 전에 브런치에서 20주 동안 매거진으로 연재를 했어요. 혹시 제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다르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싶어 단어 하나하나 고민을 많이 했던 글이에요. 브런치로 먼저 연재하면서 많은 분들과 이 주제에 대해 소통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 저에게 무척 뜻깊었어요. 저 역시 살면서 ‘나만 이렇게 불편한가?’ ‘나만 예민한 건가?’라고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한편으로 큰 위로를 받았거든요. 물론 ‘요즘 젊은것들’ 하고 혀를 차시는 분들도 많았던 것 같지만요. 하지만 세대별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어떤 불편함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자체가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글이나 책을 읽고 ‘이 책 내가 쓴 건가?’ 싶다는 반응을 보여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그분들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드린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글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역으로 저 역시 공감을 받는다는 뜻이니까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를 특히 어떤 독자분들께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남들의 간섭과 참견에 기분이 나빴던 경험이 있는 분들과 속 시원하게 공감대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거나 신혼을 지나고 계신 분들이 읽으면 더 공감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는 사실 불편한 요소가 상당히 많거든요. 무조건 기존의 풍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풍습을 겪는 당사자들이 피치 못하게 마주치게 되는 불편함에 대해 ‘내가 참아낼 수 있는 정도인지’ 아니면 ‘이 문제로 내가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든 다들 좀 더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 출간 이후 주변 가족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족분들 중에 책을 읽으신 분도 있나요?

 

가족 중에는 유일하게 남동생이 읽었어요. 남동생은 평소에도 가치관이 많이 비슷한 편이라 저를 늘 응원해주고 있어요. 책 출간 이후 부모님들은 뵌 적이 없어서 아직 전해드리지 않았고요. 부모님은 평소 제 성격이나 가치관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지만 ‘이런 얘기를 책까지 쓰면 어떡해?' 하실지도 모르겠네요(하하). 저는 이 주제에 대해 종종 기사를 쓰기도 하는데, 가끔 심한 악플이 달리는 데에 혹시 속상해하실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

 

작가님께서는 ‘프로불편러’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프로불편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특정 계기가 있었나요?

 

최근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를 접하면서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이게 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거예요. 주변을 봐도 ‘여자는 30대면 끝났지’ ‘아기 낳으려면 고양이는 다른 데 버려’라는 무례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자가 벌초하는데(물론 남자 집안의 산소) 여자는 당연히 차례 음식을 해야지’라든가 ‘신혼집 비밀번호 알려드리자, 우리 엄마인데 뭐 어때?’ 이런 이야기를 ‘오늘 저녁 뭐 먹을까?’처럼 태연하게 해요. 아예 불편하거나 싫은 이유를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더라고요. 저희 부부, 그리고 양가 부모님까지, 가장 가까운 가족이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바꾸는 것도 너무 어려운 일인데 세상이 바뀌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할까요? 세상을 바꾸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한데? 뭔가 잘못됐는데?’ 하고 조금씩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답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멈추지 않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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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답습하지 않고자 고민하는 분으로서, 결혼 생활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결혼하니 어떤 점이 가장 좋고, 어떤 점이 가장 불편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결혼하니 가장 불편한 것은 ‘아내’나 ‘며느리’로서 요구되는 역할이 저 개인이 살아가고 싶은 방향과 상충한다는 점이에요. 남편 살이 빠지면 잔소리를 듣고, 남편은 귀한 아들이라 설거지를 시키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불편하죠.


남편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편도 결혼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가장이 되어 누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길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내가 불합리하다고 느낀다 한들 결혼해서 주어지는 역할을 하지 않으면 꼭 무언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잖아요. 그게 가장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두 사람에게만 집중하여 생각하면, 앞으로의 남은 삶을 손 잡고 걸어갈 수 있는 동반자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든든하게 느껴져요. 내가 생각하는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존재는 사실 얼마 안 되잖아요.

 

처음부터 남편과 시댁에 솔직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분들이 많을 겁니다. “왜 이제 와서 그러냐, 하던 대로 하자.”와 같은 이야기를 들을까 봐 이제는 솔직해지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남편과 시댁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눌 때도 저는 그걸 먼저 물어봐요. 만약 명절 문제라면, 일 년에 두어 번이니 좀 힘들어도 그날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고, 명절 두어 달 전부터 벌써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저는 모두가 투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저도 웬만하면 갈등은 피하고 싶고요. 부부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가 되었고 내 마음이 그리 괴롭지 않다면 하던 대로 기존의 전통을 따라도 돼요. 하지만 그 문제로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괴롭다면 변화를 꾀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문제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남편이 공감해 주어야 해요.


‘하던 대로 하면 다들 편한데, 잠깐 참으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남편이라면, (일단 한번 째려보고) 내가 느끼는 답답함과 괴로움에 대해서 꼭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아요. 하던 대로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나의 불편함과 희생을 전제로 하는 일’이라는 걸 알려줘야죠.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 세대에서도, 이 풍습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는 견디고 참아왔다는 걸 말이에요.


변화를 위해 시부모님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에게는 나름대로 옳다고 생각하고 살아오신 방식이 있으니까 그것 역시 존중해요. 하지만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의 가치관을 거부감 없이 흡수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이죠. 부부가 함께 용기 내어 모두가 덜 불편한 지점을 찾도록 많은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작가님의 글에 공감하는 독자분들이 참 많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책을 기다리는 독자분들을 위해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글인지 알려주세요!

 

일상에서 같은 상황을 접해도 성별에 따라 반응의 온도 차가 다를 때가 많다는 걸 느껴요. 그건 물론 개인차도 있겠지만 아마 각자가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온 세상이 그만큼 달랐던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브런치에 <나는 알겠는데 너는 모르더라>라는 매거진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근본적으로 각자의 세상과 그 안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적어도 ‘알아야’ 다음 단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심스럽지만 꾸준히, 제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박은지 저 | 상상출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힘들어질 것 같다면, 잠시 불편하고 어색하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낫다. 조금 더 편하고, 나답게 살 수 있는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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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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