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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옹기종기] 울보라서 곤란한 사람들에게 (G. 정강현 기자)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울보라서 곤란한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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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곁에는 기자이자,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신 정강현 기자님이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님은 생방송을 마치고 오셔서 얼굴에 화장기가 가득합니다.(웃음) (2018.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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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우리 속의 어린 아이를 눈물로 지워버리는 것입니다. 섭생을 위한 살생이라는 인간사의 법칙은 눈물을 쏟을 만큼 슬프고 쓸쓸한 일이어서, 눈물이 메마르고 난 뒤에야, 그러니까 인간사의 잔혹한 법칙에 무덤덤해진 뒤에라야 겨우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운다는 것은 자란다는 것의 동의어인 것 같습니다. 살아서 살생을 통해 섭생을 해야 하는 우리는, 그렇다면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정강현 기자는 김소연 시인의 시 「눈물이라는 뼈」를 읽으며 눈물이라는 뼈가 흐르고 자라 어른이 되는 일, 그리고 그 일에서 쓸쓸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운다는 것은 자란다는 것의 동의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는데요. 그렇다면 눈물은, 눈물이라는 뼈는 우리가 사는 동안 숙명적으로 함께 하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내는 친한 친구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오늘은 울지 않으려 애쓰며(웃음)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짤보’였다는 정강현 기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에요. 이미 제가 울보이기 때문에 눈물에 관해서라면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리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네요.  
   
<인터뷰 - 정강현 기자 편>

 

오은 :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정강현 기자님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테니까요. 먼저 기자님 소개를 해드리고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자, 소개 나갑니다. “기자. 작가. 별명이 ‘짤보’일 정도로 눈물이 많은 사람. 2004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현재 JTBC <정치부 회의>에 ‘야당 반장’으로 출연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일 벌이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한때 예능 PD를 꿈꾸기도 했다. 어떻게든 글로 밥 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정강현. 글로 밥 먹고 사는 직업이라면 작가와 기자가 있는데, 작가는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대학 3학년 때부터 신문사 기자를 준비했다. 재미있는 것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도 됐다는 점이다. 마흔이 되면 책을 한 권 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고 기자 생활을 했는데 마흔이 되기도 전에 첫 책,  『당신이 들리는 순간』 을 세상에 펴냈다. 문화부에서 대중음악 분야를 취재하며 인디 음악에 푹 빠졌고, 자신이 만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책 한 권에 담은 것.


두 번째 책의 제목은 『다행이야, 너를 사랑해서』 . 여기서 ‘너’는 곧 ‘시’이기도 하다. 사색의 공간에 머물게 하는 시, 무목적의 시간 속에 자신을 두게 하는 시, 그리하여 내면의 향기를 만들어내는 시, 그런 시를 사랑한다. 음악과 시를 가슴에 품고 사는 기자 정강현. 그는 보도기사가 담지 못하는 모든 개인의 구체적인 사정을 외면하지 못해 이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내기도 했다. 소설집 『말할 수 없는 안녕』 은 사건 이면에 있는, 모른 체 할 수 없는 삶의 웅크린 진실을 담아낸 기자 정강현이 구축해낸 문학 세계다.


블로그에 짧은 글쓰기를 하는 것이 취미이다. 삶의 곡절마다 눈물로 출렁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서른 즈음부터 마흔 즈음까지, 블로그에 비밀처럼 적었던 글과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두루 담은 이번 책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에 정강현은 삶의 중요한 순간에 언제나 눈물이 함께였다는 깨달음과 이제야 눈물 맛을 조금 알 것 같다는 고백을 담았다.


아빠가 된 후에 세상의 고통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됐다. 요즘은 아이와 별 이야기를 자주 한다. 가장 아끼는 책은 대학원 졸업식날 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구입한 『우리말 유의어 중사전』 이다.”

 

정강현 : 잠깐 눈을 감고 들어봤는데요. 뭉클했어요. 저란 사람을 정말 잘 정리해주셨네요. 저도 들으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오은 : 오늘 정강현 기자님께 드리는 ‘deep & slow’는 이것입니다. “울보라서 곤란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정강현 : 정말 좋은 질문이이에요.(웃음)


오은 : 이번 책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는 기자님의 네 번째 책이자, 세 번째 산문집이에요. 그런데 “엄밀한 의미에서 이 책을 나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고 우겨도 무방할 것이다.”(11쪽)라고 하셨거든요. 어떤 이유일까요?


정강현 : 아까 소개를 해주셨는데요.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관련 책이 나왔고요. 시를 좋아해서 시와 짧은 산문을 쓴 책이 나왔는데요. 그것은 제 자신을 직접 드러내진 않았고 음악, 시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한 거예요. 한편 이번 산문집은 그야말로 제 삶을 통째로 드러내고 이야기를 한 것이죠. 어찌 보면 저의 환부까지도 솔직히 써보려고 한 산문집이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첫 번째 산문집”이라고 적었습니다.


오은 : 기자는 엄밀한 글쓰기, 사실을 잘 전달하는 글쓰기에 능숙하고 익숙해지기 마련인데요. 이번 산문집에는 그 사실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기서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주목하고 있어서 좋았어요. 기자 정강현은 냉철하지만 인간 정강현은 부드럽고, 영혼이 흔들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사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정강현 : 오히려 그게 즐거워요. 그 둘이 별개의 존재는 전혀 아닌 것 같고요. 팩트를 찾고, 기사를 내는 일을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예술적인 감성으로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됐든 문학이 됐든 말이에요.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그 부분이 계속 고민이었고 지금도 그 답을 찾아가는 중인데요. 팩트를 전달한다고 해서 반드시 건조하게 전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달된 팩트가 사람들에게 지식이 되는 것 외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

 

잘난 팩트의 세계라면 나도 모르지 않는다. 그게 세계의 진실이라면서, 보도 행위를 하는 게 내 업이니까. 하지만 그 잘난 팩트의 세계가 지닌 치명적인 오류도 나는 안다. 팩트의 세계란, 감수성을 발라낸 앙상한 세계다. ‘잘 느끼는’ 사람보다는 ‘잘 아는’ 사람이 대접받는 곳이다. 그곳이 치명적인 이유는 ‘타인’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이 아파하는 걸 느끼는 게 아니라, 그 아픔의 정확한 근거를 찾는 데 혈안이 된 곳이 바로 팩트의 세계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잘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수록 더 따뜻한 세계가 되지 않을까. 우리 공동체에 고통 감수성을 갖춘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이 세계만큼 좋은 소설 작품도 없을 것이다.(108-109쪽)

 

오은 : 저는 이번 책이 기자 정강현보다는 인간 정강현이 훨씬 잘 드러나는 책이라 좋았습니다. 눈물(슬픔), 아이(가족), 시(영혼)라는 세 개의 고리로 이루어진 책 같았어요. 그 중에서도 눈물. “내 영혼의 뼛조각”이라고도 표현하셨는데요. 기자님, 실제로 잘 우시잖아요.


정강현 : 잘 울어요. 방송 하다가 울컥 올라올 때 가장 곤란해요. 생방송을 하는데 울컥할 때가 있거든요. 세월호 선체가 올라왔을 때 그랬어요. 생방송 중에 그 영상이 들어와서 제가 특보를 전해야 했는데요. 특보 해야 한다는 방송 신호가 왔고, 영상이 탁 나오는데 순간적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진짜 자칫 눈물을 쏟을 뻔했어요. 또 얼마 전 있었던 일인데요. 이산가족 상봉을 이번에 다시 하잖아요. 지금 이산가족이 5만 명이 넘는데 그 중 딱 100명만 갈 수가 있는 거예요. 90세 넘은 할아버지가 계속 신청을 해도 안 됐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 했는데 또 안 됐어요. 어떤 할머니는 세 살 된 딸을 잠깐 친정에 맡기고 월남했다가 그대로 헤어졌죠. 살아 있을 거다, 보고 싶다, 라고 하는데 결국 그 할머니도 떨어졌어요. 보면서 또 생방송 중에 울컥했죠. 부장이 보면 혼냈을 거예요.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거든요.


오은 : 저도 지난 4월 16일에 ‘그린보트’라는 배에 승선해 있었는데요. 그날 추모 낭독회를 진행했거든요. 제가 사회자인데 터져버린 거예요. 펑펑 울면서 진행을 했는데 앞에 계신 분들이 다 이해해주셨어요. 그것은 아마 눈물의 힘을 모두 긍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 눈물은 숨겨야 하는 것,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시선들이 있었던 것 같고요. 반면 책에서는 눈물을 자연스러운 것, 삶과 호흡하고 세상과 공감하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우리에게 눈물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한 마디 해주시면 어떨까요?


정강현 : 눈물을 흘린다는 건 타인과 내가 느낌을 교류하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신호가 아닐까 생각해요. 김혜순 선생님 시 중에 「당신의 눈물」이라는 시가 있는데요. 거기서 눈물을 ‘물 꾸러미’라고 표현을 하셨어요. 나의 눈과 너의 눈이 서로 마주치면 그것을 ‘시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그 시선 사이에 물 꾸러미가 하나 매달린 이미지를 시에서 언급했던 기억이 나요. 누구나 물 꾸러미 하나씩 달고 살잖아요. 그것이 터졌을 때 같이 터져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느낌의 세계란 그렇게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고요.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눈물 흘리는 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한 순간인 것 같거든요. 솔직한 나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출했을 때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 찾아와요. 눈물을 흘리는 행위 자체가 치유의 과정,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오은 : 눈물 이야기를 하자면 어쩔 수 없이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당시 기자님의 경험도 있고 말이죠. 신문사 편집국에서 세월호 사고 현장 취재를 지휘하는 책임자 중 한 명이셨잖아요. 우리는 세월호에 대해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고도 말하셔서, 이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정강현 : 그때 신문사 사건팀에 있었어요. 뭐랄까요. 그때는 현장에 집중했어요.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사건인지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집중했던 것 같아요. 눈물의 의미보다는 건조한 팩트 전달에 바빴죠. 팩트만 해도 어마어마했으니까요. 그렇게 몇 달을 새벽에 출근하고, 새벽에 들어가는 삶을 살았는데요. 오히려 세월호 사건이 제 개인적으로 깊숙이 들어온 건 1년 뒤쯤이었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고요. 1년이 지나 세월호 1주기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제가 썼던 기사를 다시 읽었거든요. 물론 기사를 쓸 때도 슬픔은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현장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보여주려고 애를 썼죠. 하지만 그걸 1년 뒤에 봤더니 그 기사에 묻은 슬픔이 완전히 새롭게 다가왔어요. 개인적인 슬픔 말이죠. 아이를 잃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감당할 수 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오은 : 예전에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이것은 한 명씩 죽은 사건이 300번 벌어진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잖아요. 저는 하나 하나의 삶에 이름을 붙여주고, 기억하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고, 그 사건을 다시 들여다 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강현 : 개인적인 슬픔으로 닿으면, 이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깨달으면, 세월호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이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에 대해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은 : 울보는 알고 보면 더 용기 있는 사람, 어쩌면 거인일지도 몰라요. 저는 기자님의 “많이 울어본 삶이 더 반짝인다”라는 맨 앞 글이 마음에 많이 남더라고요. 저희 지난 방송에서 이상협 시인이 “하나를 깊이 응시할 수 있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정강현 기자님도 눈물에 관한 한 정말이지 시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정강현 : 진짜 출연하길 잘했네요.(웃음) 제가 들어본 최고의 상찬이에요. 영광입니다.


오은 : 시를 워낙 좋아하시잖아요.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라는 글 하나로 시를 권하기도 하셨고요. 시에 처음 빠지게 된 이유, 시에 자꾸 빠지는 이유는 뭔가요?


정강현 : 국문학을 전공했는데요. 처음엔 너무 어려웠어요. 지금도 어렵죠. 그런데 역설적으로 어려워서 시가 참 재미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뒤에 ‘무목적의 축제’라는 제목의 글을 수록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느낌이죠. 시는 너무 어려워서 ‘이걸 알아내야겠다’는 목적을 갖고 달려들면 읽기 싫어져요. 시는 그냥 멍하게, 어떤 의미로는 조금 멍청하게 말들의 놀이를 계속 따라가보는 거예요. 그러면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그런 거죠. 놀이예요. 그런 멍청해지는 시간, 아무 목적이 없는 시간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좋아요. 시는 확실히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오은 : 시를 좋아하시면 김소연 시인의 추천사가 더 의미 있었겠어요. 김소연 시인을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꼽으라면 맨 앞줄 어딘가에 적힐 이름이다”(224쪽)라고 하셨잖아요. 이 글을 받았을 때의 기분도 궁금해요.


정강현 : 두근두근 했죠. 김소연 시인 시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맨 앞줄에 있어요. 물론 앞줄에 오은도 있습니다.(웃음) 예전에 팟캐스트를 할 때 김소연 시인을 모시기도 했어요. 『수학자의 아침』이라는 시집이 나왔을 때죠. 또 김소연 시인의 시를 가지고 방송도 했고요. 그게 「눈물이라는 뼈」였어요. 김소연 시인을 팟캐스트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냥 제가 생각한 분이더라고요. 무심한 듯, 다정한.


오은 : 아, 맞아요. 정말 표현이 적확합니다.


정강현 : 시도 약간 그렇잖아요. 무심한 듯 써놓았는데 인간에 대한 사랑이 묻어 있거든요. 그래서 언젠가 다음 책을 쓰게 되면 추천사를 부탁드리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었죠.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김소연 시인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때도 무심한 듯 다정하게 받아주셨습니다. “아, 좋죠. 그런데 제가 원고를 읽어보고 답을 드리겠습니다.”라고 답을 주셨어요. 그렇게 며칠이 지났어요. 답이 안 오는 거예요. 그래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었습니다.(웃음) 제가 머뭇머뭇 추천사를 여쭤보니 바로 글을 보내주셨어요. 잘 봤다고 하시면서요. 글을 봤는데 추천사가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슬픔을 느낀다는 게 능력”이라는 표현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 이 자리를 빌어 김소연 시인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오은 : 인생에는 앞으로도 더 많은 슬픔들이 찾아들 거예요. 그렇죠? 가장 많이 슬플 때 꺼내 읽을 시와 들을 음악을 저희에게 소개해주시면 어떨까요? 책의 마지막 파트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다 읽으신 분들은 이 질문이 얼마나 재미있고, 필요한 질문인지 아실 거예요.


정강현 : 책 말미에 있는 김소연 시인의 「눈물이라는 뼈」와 줄리아 하트의 ‘우리는 울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 시와 음악의 결은 조금 달라요. 「눈물이라는 뼈」는 눈물을 흘리면서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느낌이죠. 눈물이 꼭 축축한 느낌은 아니에요. 제 책의 제목을 정할 때도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눈물로 자란다’라고 할 때의 의미는 슬플 때 푹 잠기는 의미가 아니라 슬퍼서 눈물을 쏟고 난 이후의 의미를 뜻하는 거죠. 그러니까 슬플 때는 김소연 시인의 「눈물이라는 뼈」를 찾아 읽을 것 같고요. 줄리아 하트의 음악은 정말 축축한 음악이죠. 그런데 축축함의 끝까지 가보면, 슬픔의 밑바닥까지 가보면 밑바닥을 치게 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그 음악은 좋아요.


오은 : 마지막으로 저희 ‘deep & slow’, “울보라서 곤란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대한 답을 들어볼게요. 오늘 이야기에서, 답을 찾으셨나요?


정강현 : 눈물은 내 존재를 성장시킨다고 했잖아요. 나를 더 빛나게 하는 무언가 같아요. 과학에서도 그러잖아요. 인간은 별에서 왔다고요. 별 먼지(star stuff)라고 하면 우리가 흘리는 눈물이 별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거든요. 눈물을 많이 흘릴수록 여러분의 삶이 빛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것은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최근 몇 년 간 개인적인 일로 눈물을 많이 흘렸는데 그 몇 년을 돌아보니까 참 많이 성숙을 한 것 같아요. 영혼이 자란 것 같아요. 여러분도 눈물을 당당하게 흘려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삶이 빛날 겁니다.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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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오은(시인)

    2002년 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너랑 나랑 노랑』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을 썼으며, 현재 강남대학교 한영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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