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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측면돌파] 『며느라기』 연재 요청, 다 반려하더라고요 (G. 수신지 만화가)

“그래서 ‘그냥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수신지 『며느라기』

오늘 모신 분은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작가님이세요. ‘며느라기’ 네 글자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60만 명이 넘는 팔로워에게 고구마를 먹이기도 하시고,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하셨죠. 만화책 『3그램』과 『스트리트 페인터』, 『며느라기』를 쓰고 그리신 수신지 작가님 모셨습니다. (2018. 07. 12)

김하나(카피라이터)

[채널예스] 인터뷰.jpg

 


오늘은 수신지 작가의 만화책 『며느라기』  속의 한 구절을 준비했습니다. 톨콩과 단호박, 그냥이 함께 연기를 해봤는데, 갑작스러운 라디오 드라마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 수신지 만화가 편>

 

김하나 : 제가 예전에 <삼천포책방>에서도 『며느라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사연을 얘기했었죠. 작가님을 섭외하려고 했다가... 속된 말로 까였다고 하죠(웃음). 그때는 거절을 하셨는데, 다시 나와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중간에 어떤 심경 변화가 있으셨나요?


수신지 : (웃음) 연락 주셨을 때, 아마 제가 연재 중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때는 제 이름도 밝히지 않고 민사린이라는 사람이 SNS를 하고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측면돌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노출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연재가 다 끝났고 조금 마음의 준비도 됐고요. 책이 나와서 출간이 되고 있는데 최근에 점점 하향세가 되고 있어요(웃음).


김하나 : (웃음) 마음이 다급해지셨나요.


수신지 : (웃음) 내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김하나 : 신드롬이라는 말이 1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며느라기>가 엄청난 사랑을 받았잖아요. 저는 팔로워가 그렇게 순식간에 늘어나는 광경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는데, 본인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수신지 : 저도 정말 신기했고요. 신기했다는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팔로워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어느 날 갑자기 팔로워가 마구 늘어났어요. 그날이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 제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휴대폰 알람이 끊이지 않고 울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처음으로 알람을 껐어요. 그날부터 팔로워가 많이 늘었었던 기억이 나요.


김하나 : 그날의 에피소드가 뭐였는지 기억 안 나세요?


수신지 : 네, 그건 기억이 안 나는데 굉장히 초반이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SNS 계정은 누구나 언제든지 만들 수 있고, 인스타툰의 형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건 많은 사람들이 초보적으로 시도를 했었는데요. 작가님은 민사린이라는 사람의 계정인 것처럼 시작을 하어요. 처음부터 스토리를 다 구성을 해두셨던 건가요?

 

수신지 : 네.


김하나 : 결론까지 나 있었고요?


수신지 : 네.


김하나 : 그림을 다 그려두신 건 아니었죠?


수신지 : 네. 그림은 실시간으로 그날 그려서 그날 올리는 식이었어요.


김하나 : 일단, 민사린이라는 캐릭터의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수신지 : 이름은 어떤 의미는 없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굉장히 똘똘해 보이는 이름을 생각했어요. 사린이라는 이름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고요. 조금 젊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김하나 : 똘똘하네요. 60만 명에게 고구마를 먹이는 사람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죠(웃음). 대학 시절에 구영이랑 MT 갔던 시절의 사린이만 하더라도 60만 명에게 고구마를 먹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죠. 그런데 그 변화 자체가 ‘며느라기’인 거죠. 그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거죠?


수신지 : 네.


김하나 : 무구영은 왜 무구영인가요? 누구는 ‘저 놈이 입이 없어서 무구영이지’라는 이야기를 하던데요(웃음).


수신지 : 그런 의미도 있었어요. ‘없을 무(無)’를 생각했고, 조금은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고요. 무구영이라는 이름이 약간 영구도 생각나고(웃음), ‘무구’ 할 때는 정말 입이 없다는 걸 생각하기는 했어요.

 

김하나 : 그 전에는 다른 플랫폼에서 작품을 연재하기도 하셨잖아요. 『며느라기』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시작하셨는데, 이유가 있나요?


수신지 :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꽤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리고 준비가 된 다음에 연재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서 연재를 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었는데, 제가 보냈던 곳에서는 다 반려를 했어요.


김하나 : 아... 그 분들이 정말 큰 걸 놓치셨네요(웃음).


수신지 : 그래서 ‘그냥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 전에  『스트리트 페인터』 라는 만화도 제 블로그에 먼저 연재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개인 홈페이지에 몇 화를 올렸다가 나중에 연재를 했었는데, 그래서 개인적으로 연재하는 게 낯선 일은 아니었어요. 이번에도 블로그에 연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스트리트 페인터』 를 연재했을 당시에 그 만화를 보는 사람이 열 명 내외였거든요(웃음). 그래서 생각을 하다 보니까 ‘요즘에 다 SNS를 하는데 굳이 내 홈페이지에 올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SNS에 올리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요. 조금 더 생각하다 보니까 ‘그럴 거면 이 만화만을 올리는 계정을 새로 만들어서. 웹툰처럼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올려보자’ 싶었고 ‘이왕이면 주인공이 운영하고 있는 SNS라는 설정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 생각이 들었을 때가 너무 신났어요.


김하나 : 그러니까요. 너무 좋은 아이디어예요, 진짜.


수신지 : 저도 마음에 들어요(웃음).


김하나 : 정말 SNS를 너무 잘 활용한 케이스이고요.  『스트리트 페인터』 에도 보면 ‘아랑’이라는 주인공이 길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온라인으로 의뢰를 받고 그림을 그려서 보내잖아요. 그런 식으로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거죠. 작가님께서는 서양화를 전공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개하는 데 거부감이 없으신 것 같아요. 정말 너무 현명한 선택이에요.

 

김하나 : 이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셨는데, 계기는 뭐였어요? 결혼생활도 영향이 있었나요?


수신지 : 그럼요, 있죠. 계기랄까, 그런 것들은 굉장히 하나로 말하기는 어려운데요. 여러 가지 것들이 있었어요. 일단 저는 고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거든요. 인터넷 게시판에 보면 며느리들의 하소연이 올라오는 글들이 굉장히 많은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너무 재밌고 소재가 많고. 하나 하나 뭔가 조금씩 디테일이 다른데, 구성원은 비슷하면서 이야기는 다 다르고, 이미 많은 이야기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고. 이걸 가지고 뭔가 작업을 하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풀면 좋을까’ 계속 고민은 했는데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한켠에 생각만 가지고 있었던 게 하나의 요인이었고요. 또 한 가지는, 제가 결혼을 하고 느낀 건데요. 결혼을 하고 보니까 어느새 제가 ‘며느리라면 이렇게 해야 된다’는 모습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갑자기 생겼어요.


김하나 : 그러면 며느리로서 작가님은 형님 과예요, 사린이 과예요?


수신지 : 중간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웃음). 저는 그냥 모범생 스타일이에요. 결혼하고도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할까요, 새로 생긴 가족관계 안에서 그냥 원래대로 열심히 잘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문득 돌아보니까 제가 정말 전형적인 며느리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 하나 나에게 요구하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 그런 일을 하면서 때로는 되게 힘든 거예요. 그때마다 남편은 ‘안 해도 돼’라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어떻게 안 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그러다가 ‘‘어떻게 안 해?’라는 이 생각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자란 어떤 강력한 것이 나에게 있구나‘ 싶고요. 그러면서 원래 하고 싶었던 고부 관계나 며느리에 대한 이야기와 지금 내가 느끼는 생각을 합쳐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겪은 에피소드가 많은 건 아니니까,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사례들을 모았어요. 너무 과격한 갈등 말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갈등들, 그리고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모았죠. 그런 보편적인 이야기들을 모으고 하나의 주인공을 만들어서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김하나 :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남편은 처음부터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였고, 시어머님은 민사린에게 감정이입을 하셨다고요. 두 분께서 혹시 ‘나도 무구영 같아?’라든가 ‘나도 사린이 시어머니 같니?’라든가, 이렇게 물어보신 적은 없나요?  『며느라기』  이후에 가족들의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수신지 : 그렇게 물어보신 적은 없는데요. 일단 남편은 늘 제가 작업할 때 먼저 물어보고 상의하는 사람이라서, 이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도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사실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무서운 마음이 컸거든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자들한테 공격을 받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어요. 그때 강남역 살인사건도 있었고...


김하나 : 정말 많은 사람들이 위축됐죠, 그때.


수신지 : 네. 이렇게 하면 왠지 집 앞에 어떤 남자가 와서 날 기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운 마음이 있었는데요. 남편이 계속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고, 한 번 용기를 내서 해봐라’ 하면서 용기를 많이 줬어요. 그리고 연재처를 알아보다가 안 됐을 때도 ‘그냥 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그때 저도 남편도 일을 안 하고 있는 상태여서 경제적으로도 일을 해야 될 것 같아서 다른 작품으로 연재를 할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저축해 놓은 돈이 아직 조금 남아 있으니까 조금만 버텨보자, 꼭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어요. 남편은 이 만화가 너무 재밌었나 봐요. 이미 주변에 제가 『며느라기』 라는 만화를 할 거라고 소문을 많이 내놔서, 저한테  『며느라기』  언제 하냐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참 많았어요. 그것도 조금 용기가 됐고요. 시어머니는, 저희 시가에 가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제 그림이 걸려 있거든요.


김하나 : 그 그림은 어떤 컷인가요?


수신지 : 『3그램』 에 있는 그림인데요. 제 작업에 관심도 많으시고 좋아하세요. 그래서 처음부터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런 걸 하나 보다’ 생각하셨고, 이 만화가 진짜...


김하나 : 센세이션이 일어나고.


수신지 : 네, 그랬을 때는 댓글에 대해서 조금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셨어요. 별다른 사건도 없는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화를 낼까...


김하나 :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별다른 사건도 없고(웃음).

수신지 : 저희 엄마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댓글이 왜 그런 거냐고. 그리고 제가 얼마 전에 전시를 할 때 명절날 남녀가 따로 밥상에 앉아서 밥 먹는 장면을 포스터로 만들어서 걸어놓은 게 있었는데요. 엄마가 와서 보시더니 이거 그냥 밥 먹는 모습인데 뭐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웃음). 그런 반응이셨어요.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죠.


김하나 : 확실히 세대적으로도 많이 달라졌어요. 그렇죠?


수신지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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