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짬뽕이 ‘초마면’이라고? 웃기는 짬뽕일세!

짬뽕은 음식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짬뽕은 그야말로 시간과 정서가 쌓이면서 의미와 용도가 늘어나고 있는 낱말이다. (2018. 08. 10)

7화 짬뽕.jpg

 

 

“난 짬뽕.” KBS 코미디 프로그램 〈한바탕 웃음으로〉의 코너였던 ‘봉숭아 학당’에서 맹구(이창훈)가 유행시킨 말이다. 선택의 순간, 그는 언제나 남들과 달리 자지러질 듯한 목소리로 ‘짬뽕’을 외쳤다. ‘봉숭아학당’은 나중에 〈개그콘서트〉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중국집에만 가면 짬뽕과 짜장면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허나 먹거리 세계와 달리 현실에선 짜장면의 처지가 훨씬 낫다.

 

경직된 어문규범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었던 짜장면은 2011년 8월 31일 표준어가 됐다. 그러나 짬뽕은 아직도 중국 음식인 ‘초마면(炒碼麵)’으로 고쳐 사용하란다. 사전대로라면 중국집에 가서 ‘초마면 주세요’라고 해야 옳다. 초마면이라는 말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어떻게 초마면으로 순화할 수 있겠는가.

 

사전은 짬뽕을 ‘국수에 각종 해물이나 야채를 섞어서 볶은 것에 돼지 뼈나 소 뼈, 닭 뼈를 우린 국물을 부어 만드는’ 중화요리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1999년에 나온 표준국어대사전과 비교해 보면 ‘소 뼈, 닭 뼈’ 등만 더해졌을 뿐 초마면으로 순화해서 사용하라는 건 그대로다.

 

짬뽕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19세기 후반 일본 나가사키에 살던 중국 푸젠성 출신 천핑순(陳平順)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가난한 중국인 유학생과 노동자들을 위해 값싸고 푸짐한 요리를 개발했다. 그게 ‘나가사키 잔폰’이다. 개항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와 ‘짬뽕’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사전은 ‘짬뽕(일ㆍchampon)’을 일본말로 규정하고 있다.

 

나가사키 잔폰은 우리가 먹는 짬뽕과 달리 맑은 국물의 맵지 않은 요리다. 우리나라의 짬뽕은 고추기름과 고춧가루를 쓰면서 빨갛고 얼큰한 맛으로 바뀌었다. 짬뽕의 뿌리는 초마면일지 모르지만 10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걸 일본을 거쳐 중국까지 거슬러 올라가 ‘초마면’으로 순화하라니….

 

짬뽕은 음식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언중은 짬뽕을 ‘짬뽕 인생’ ‘소주 맥주에 양주까지 짬뽕으로 마셨다’처럼 서로 다른 것을 뒤섞었다는 의미로 확장해서 사용한다. 짬뽕은 그야말로 시간과 정서가 쌓이면서 의미와 용도가 늘어나고 있는 낱말이다.


 

 

지금 우리말글손진호 저 | 진선북스
다소 지루해지기 쉬운 말법을 재미있게 알리려 방송이나 영화 등에 나타난 낱말을 인용해 ‘지금 우리말글’의 흐름을 살피기도 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손진호(언론인)

1987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어문연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로 3년여간 연재했던 말글칼럼을 깁고 더해 이 책을 냈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과 부위원장, 한국어문기자협회장을 지냈다. 2003년 표준국어대사전을 분석해 한국어문상 대상(단체)을, 2017년 한국어문상 대상을 받았다.

지금 우리말글

<손진호> 저10,800원(10% + 5%)

『지금 우리말글』은 ‘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3년여간 동아일보에 연재된 글을 엮은 것으로, 독자들이 읽기 편하도록 내용을 깁고 더했다. 반드시 알아야 하거나 갈무리해두면 좋은 낱말, 헷갈리기 쉬운 표현 등을 다뤄 독자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우리말과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